국밥, 낮술, 개미

2010.7.22 점심. 짜장면과 밥(정확히는 쌀) 사이에서 점심을 고민하던 난, 밀가루보다 나의 몸에 조금이라도 밥(아니 쌀)이 더 좋을거라는 착각(?)을 하며 경복궁역에 있는 국밥집으로 행했다. 버스를 타고(이 날 날씨가 너무 더웠다, 평소에는 걸어가는데) 버스에서 내리면서 환승에 소요되는 시간을 체크하기 위해 시계의 타이머 스위치도 누르는 여유를 보이며...국밥집은 언제 먹어도 맛 있고 느낌은 푸근하다. 비단 이 국밥집의 국밥 가격(3000원이다) 때문만은 아니다. 어눌하고 어수룩한 그 분위기가 난 좋다. 그리고 그 집의 최고의 매력(아마도 나에게만 해당)은 소주 반 병을 판다는 사실이다. 근데 예전엔 소주 반 병에 천원이었는데, 계산하면서 보니 천오백원이었다. 내가 국밥에 들어가는 파를 많이 먹었다고 오백원 더 받은건지...하여튼 살짝 빈정이 상했다.(난 솔직히 이런 사소한 부분에 불쑥불쑥 빈정이 상하곤 한다) 하지만, 밥 먹은 후 커피 한 잔 먹을까 고민하는 찰나. 커피값은 삼천원 사천원 고민하지 않으며 내가 이 세상에서 가장(사람을 제외하고는 아마도) 사랑하는 소주 값 오백원(오만원도 아니다) 때문에 고민하고 빈정당한 내 자신이 너무 옹졸하고 속물적으로 느껴졌다. 그랬다.  

시계를 보니 환승 시간에 여유가 있었다. 버스정류장에 오니 졸업생을 만났다. 너무 경황이 없고 소주 한잔에 알딸딸한 상태여서 조금 민망했다. 근데 아무리 그 놈아 이름을 생각해보려 해도 생각이 나지 않는 것이다. 조용한 놈아도 아이었는데, 참 나도 사람 이름 기억하지 못하는거 일종의 병 같기도 하다.(솔직히 기억력과 내 노력의 문제이기도 하다) 

버스에 탄 난 시청에 내리기 얼마 전, 오른 새끼손가락쪽에 '개미' 한 마리가 꼼지락꼼지락 거리고 있는게 아닌가! 순간 난 이 '개미'는 도대체 어디에서 왔을까라는 생각을 하며 이리저리 이 '개미'를 관찰해 보았다. 그러면서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개미가 생각났다. 물론 개미란 소설을 읽지는 않았다.(그러나 책은 가지고 있다, 어디있는지는 모르지만) 하지만 난 베르나르 베르베르를 만나보았다. 악수도 했다. ㅋㅋ 하여튼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개미를 관찰하며 개미란 소설을 썼다는 사실을 떠올리며 나도 열심히 나의 '개미'를 관찰했다. 근데 개미를 곰곰히 보니 왠지 바닥으로 밑으로 중력의 법칙에 의해서 밑으로 밑으로 가려 하는 듯 했다. 물론 내가 이리저리 손을 움직이는 바람에 개미가 원하는데로 가지는 못했지만. 난 순간 이 '개미'도 안정을 원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뭐 아닐 수도 있지만. 예전 같았으면 손가락을 튕겨 "이거 뭐야"하고 허공으로 개미를 날렸을 텐데...소주(낮술)의 힘으로 생각지 못한 '개미'로 인한 정신 노동을 좀 했다. 그리고 손가락 노동도 하고. 하여튼 낮술은 참 좋다!! 국밥도 좋다!! 개미는 글쎄...

ps : '개미'를 살려주려(?) 난 버스에 내려 개미에게 안정적으로 생각되는 대로변 은행나무로 개미를 옮겨주었다. 근데 생각해보니 (구)삼성본관 주변 은행나무가 개미에게 살만한 안정적인 곳일까 하는 쓸데없는 생각이든다.
ps2 :  이 글을 쓰고 있는 순간, 장소가 장소이다 보니 남자는 천편일률적인 양복에 여자들은 양장을 입고 다들 목에는 길다란 신분과시용 명찰을 매고 점심을 먹고 혹은 먹은 후 어디론가 이동하는 사람들 틈새에 껴서 메모지도 없어 신문 여백에다 글씨를 끄적거리고 있는 내 모습이 엄청 멋있다는 생각이 든다.(내 와이프는 나보고 자뻑 맛에 산다고 하더라...) 뭔가 글을 쓴다는데 이런 재미인가 보다.    

ps3 : 끄적거렸던 잡지이다. 재미있어서 스캔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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