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달 환경운동연합에서 나오는 월간지 서평 코너에 책의 소개글이 있어 읽어 보았다. 우리에게는 '4대강'사업과 관련하여 여러모로 시사하는 바가 큰 책인 것 같다. "중요한 것은 개발 중심적 시각으로 보면 쓸모없는 듯한 습지나 강가 모래톱, 대초원, 곡류가 지하수를 풍성하게 만드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자연을 자연 그대로 봐야지 인간의 시선을 통해 보는 현재의 너무나 치우친 인간중심적 사고는 큰 문제가 있어 보인다. 언젠가 큰 사단이 날 듯 하다.
마땅한 소개 글이 없어, 출판서 소개글을 옮겨 놓는다.
물은 지구의 혈액
물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의 근원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연은 물을 보존하고 관리하는 시스템을 정교하게 발전시켜 왔다. 이 시스템 속에서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다. 이 책은 물이 순환하는 이 시스템 전체를 따라가며 이러한 자연의 시스템 속에서 물과 땅과 생물이 이뤄내는 놀라운 협업의 현장을 보여준다.
MIT 환경공학자인 저자는 보스턴 항구 오염제거 공사라는 대규모 정부 프로젝트에서 슬러지의 질을 평가하고 슬러지에 포함된 물질들이 어디서부터 온 것인지 조사하는 일을 맡았다. 이 프로젝트의 경험에서 이 책은 탄생했다. 저자는 이 과정에서 인간의 눈에는 쓸모없거나 비효율적으로 보이는 습지나 강가 모래톱, 구불거리는 곡류가 물을 깨끗이 하고 지하수를 풍부하게 하는 데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지 밝혀낸다.
또한 미국에서 벌어진 60여 년간의 지난한 수질 개선 노력에도 불구하고 물이 깨끗해지지 못한 것은 준설과 댐 건설, 수로 변경을 통해 물이 스스로 정화하는 과정을 간섭하거나 완전히 제거함으로써 수로들을 단순하게 만들었고, 결국은 물을 더럽히고 말았기 때문임을 아프게 짚어낸다.
‘4대강 살리기’라는 전 국토 개발 프로젝트를 놓고 뜨거운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지금 우리가 꼭 읽어둬야 할 책이다.
물과 땅과 생물이 이뤄낸 놀라운 균형
미국의 수질오염을 근본부터 살펴보려면 모피 거래를 이야기해야 한다. 13세기 말부터 15세기 초반까지 유럽의 모피 수요는 극에 달했고 최고의 모피로 대우받던 비버는 결국 멸종 위기에 처했다. 유럽인들이 다시 모피의 ‘금광’을 찾은 것은 바로 아메리카였다. 1620년 메이플라워 호를 타고 플리머스에 도착한 청교도들은 곧 비버 모피로 부를 축적했고 결국 19세기 초에 이르러 아메리카 비버를 멸종 위기로 내몰았다(뉴욕도 비버 모피 거래의 과정에서 탄생했다).
그런데 비버는 아메리카 생태계를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핵심종이었다. 비버가 댐을 건설하면 자연적으로 습지가 만들어지고 습지는 다양한 생물들의 보금자리가 되어주었다. 이렇게 모인 다양한 생물들은 각자 맡은 역할을 통해 정교한 시스템을 만들고 물은 이 시스템을 통해 정화되고 순환되었다. 그래서 비버가 사는 땅의 물은 이슬처럼 맑고 풍부했다.
대초원 프레리도 생물들 간의 정교한 협업으로 물의 관리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인디언이 들불을 놓아 목초의 생산성을 높이면, 버팔로와 프레리도그가 그 풀을 뜯어 먹었다. 이렇게 해서 번성한 수천만 마리의 버팔로가 만든 진흙 웅덩이와 수십억 마리의 프레리도그가 판 구멍은 지하로 더 많은 물이 흘러 들어가게 해주었다.
자연은 믿기 어려울 정도로 효율적인 시스템을 만들어 물을 깨끗하고 풍부하게 유지했다. 하지만 무지한 인간들은 자신들이 무엇을 잃는지도 모른 채 파괴적인 개입을 감행해 왔다.
인간은 어떻게 균형을 깨왔는가
아메리카로 온 유럽인들은 프레리의 시스템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나무도 없고 곡식도 키우지 않는 프레리는 그저 ‘불모지’(barren), ‘공지’(opening), ‘사막’(desert)일 뿐이었다. 그들은 혀와 가죽만을 취하기 위해 버팔로를 마구 학살했고, 농지를 만들기 위해 프레리의 땅에서 풀을 뽑아냈다. 그리고 소를 키우는 데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버팔로와 프레리도그를 독으로 죽였다. 프레리도그와 버팔로의 감소로 프레리의 물은 줄었고, 미국 전역엔 끔찍한 황사가 불었다.
1905년 루스벨트 댐을 시작으로 1991년까지 86년 동안 미국 전역에는 저수지 339곳, 댐 154곳, 운하 1만 2300km, 수력발전소 52곳이 건설되었다. 이로 인해 1만 4천 평방마일이 넘는 농경지에 물이 공급되어 서부는 발전과 번영을 누리기 시작했다. 개간 옹호론자들은 수로 사업을 부를 낳는 기적의 원천이라고 보았다. 그렇지만 치러야 할 대가는 만만치 않았다.
미시시피 강, 오하이오 강, 미주리 강은 수로가 직선으로 변경되고 준설되었다. 농경지를 확보하고 수상 운송을 개선하며 홍수를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부근의 습지 80% 이상이 사라졌고, 하류 쪽에는 오히려 홍수가 더 많이 발생하는 결과를 낳았다. 또 습지를 메우고 운하를 개발함으로써 강물을 바다로 더 빨리 흘러가게 하고 강의 수위 변동도 이전보다 더 크게 만들었다. 이로 인해 어류 대부분이 멸종되거나 멸종 위기에 놓였으며 물이 땅에 스며들 틈 없이 바다로 흘러 나가게 해 결국 그 지역의 지하수량을 줄이고 말았다.
결국 이들 지역의 수생 생태계는 단순해져버렸다. 정교한 정화장치를 잃은 시스템에 새로운 오염물질이 미치는 영향은 재앙이었다. 오염물질이 섞인 물줄기가 지하수층으로 스며들어가면, 그것을 제거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물을 되살리기 위해 정말로 해야 할 일들
수생 생물들이 멸종되면서 수질오염도 빨라졌다. 결국 1969년 연방대법원 판사는 댐과 운하 건설, 준설을 담당하며 한때 미국 건설의 영광을 대표했던 공병대를 공적 1호라고 규정했다. 특히 공병대가 플로리다 주 남부에서 추진했던 수로 변경 계획은 너무나도 파괴적이었다.
1928년에 플로리다 주 남부에서 홍수가 발생해 2750명이 익사하자 공병대는 근처의 오키초비 호와 에버글레이즈 습지를 ‘주적’으로 규정하고 대대적인 정비 작업에 들어갔다. 구불구불 흐르던 길이 220km의 키시미 강은 곧게 뻗은 길이 90km의 운하로 변했다. 오키초비 호 주위에는 흙으로 거대한 제방이 쌓였고, 에버글레이즈 습지의 절반 이상을 농경지로 바꾸기 위해 길이 2240km에 이르는 운하와 제방, 방수로, 배수장이 건설되었다. 이로 인해 부동산 투기꾼, 목장주, 사탕수수 재배업자, 농업 기업가들은 큰돈을 벌었다. 하지만 1960년대에 들어서자 강과 호수가 오염되었다. 70년대에 이르자 한때 엄청난 수를 자랑하던 물새가 크게 줄었고, 농경지에서 흘러나온 물은 동물을 중독시켰으며, 에버글레이즈는 말라붙기 시작했다.
결국 이 프로젝트는 중단되었다. 여기에 들불처럼 번져나간 환경운동의 압력이 가세해 미국 연방정부와 주정부는 자연을 예전 그 모습대로 복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오늘날 공병대는 키시미 강을 제방과 갑문에서 해방시키고, 습지를 회복하는 공사를 담당하고 있다. 3억 달러가 넘는 예산을 들여 키시미 강 운하 구간을 구불구불한 원래의 모습으로 복원하려던 계획은 강 전체를 복원하는 계획으로 확대되어 예산도 120억 달러로 늘어났다. 이에 따라 습지가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플로리다 주는 풀의 낙원을 되살리기 위해 지금도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이를 시작으로 미국은 수로의 원형을 복원하기 위한 쉽지 않은 노력을 이어나가고 있다. 수로의 원형을 망가뜨린 지 100년이 지난 지금에야 자연의 효율적인 물 관리 시스템을 이해하기 시작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