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소개글에 나오길래 지정학(정치지리) 관련 서적인줄 알았는데, 그보다는 '문명의 충돌'류의 국제 관계, 세계화에 관련된 내용인것 같다. 그래도 국제화시대의 세계지리 측면에서 참고해보면 좋을 듯하다. 읽기 시작하려면 시간이 꽤 걸리겠지만, 얼마전에 읽기 시작한 하름 데 블레이의 '공간의 정치'도 아직 다 읽지 못한 상황이다. ㅋㅋ 책 빨리 읽는 사람이 부러울 따름.

파이낸셜뉴스 2010.6.2 서평 '감정의 지정학'

 

 지난 주말 제주에서 열린 제3차 한·중·일 정상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최근 북한의 천안함 어뢰 공격 사건과 관련, “우리는 전쟁을 두려워하지도 않지만 원하지도 않는다”고 천명했다. 이 대통령의 발언에는 우리 국민 모두가 느끼고 있는 북한에 대한 강한 자신감과 함께 두번 다시 동족상잔의 비극을 경험하고 싶지 않은 복잡한 감정이 깃들어 있다. 과연 이러한 감정들은 앞으로 역사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될까.

 프랑스 국제문제연구소 고문으로 국제문제 세계적 권위자인 도미니크 모이시는 최근 저술한 ‘감정의 지정학’에서 오늘날과 같이 복잡한 세계를 프랜시스 후쿠야마처럼 ‘민주주의의 승리’를 예찬하며 지나치게 긍정적으로 보거나 새뮤얼 헌팅턴의 ‘문명의 충돌’과 같이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보는 단순한 관점은 매우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감정을 이해하지 않고서는 세계화로 인해 복잡해진 오늘날의 세계를 결코 완전히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하며 인간의 수많은 감정들 중에서도 두려움. 희망 그리고 굴욕이라는 세가지 감정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세 감정이야말로 국가와 사람들이 직면한 도전 과제의 해결과 상호 관계에 있어 결정적 요인이라고 할 수 있는 ‘자신감’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두려움은 자신감의 부족을 나타낸다. 반면 희망은 자신감의 표현이다. 그리고 굴욕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어버린 사람들의 상처 받은 자신감이라고 할 수 있다. 영광스러운 과거와 좌절된 현재의 차이가 너무 클 때 굴욕이 압도한다.

 저자는 세계화로 인해 정체성과 감정의 불안정이 증폭되고 있는 오늘날의 세계를 ‘희망의 문화’ ‘굴욕의 문화’ ‘두려움의 문화’로 나누어 설명함으로써 전 세계의 다양한 사건들을 기존의 이념적 사고나 이성적 시각과는 다른 새로운 시각으로 이해하고 앞으로 전개될 미래에 대해 가늠해 볼 수 있도록 돕고 있다. 
▲ 저자는 아시아를 희망의 대륙으로, 이슬람은 굴욕의 대륙으로, 서구는 경제적으로 그들을 따라잡으려 하고 있는 아시아와 그들을 파괴하려고 하는 이슬람 세계로 인해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다고 세계의 지정학적 충돌을 묘사하고 있다. 

서구의 식민지로 굴욕의 역사를 지나온 아시아는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루어 이제 희망의 대륙으로 변모했다. 반면 이슬람 세계는 오스만 제국의 쇠퇴와 함께 시작된 몰락이 오늘날까지 이어지며 극도의 굴욕감에 사로잡혀 있다. 그리고 희망을 상실한 그 굴욕은 ‘상대에게도 고통이 무엇인지 가르쳐주겠다’는 파괴적인 테러 행위로 표출되고 있다. 같은 굴욕의 역사에서 아시아는 희망을 건져 올렸고 아랍 세계는 좌절감에 몸부림치고 있다. 한편 과거 세계의 중심이었던 서구는 이제 경제적으로 그들을 따라잡으려 하고 있는 아시아와 서구를 파괴하려고 하는 이슬람 세계로 인해 자신들의 정체성을 위협하고 일자리를 빼앗아가며 테러를 일으키는 외부인들에 대한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다. 저자는 그동안 희망을 독점해왔던 서구 세계가 다시 희망의 세계로 나아가기 위한 변화를 꾀하지 않는다면 이러한 두려움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한다.

 이 책의 끝 부분에서 저자는 2025년의 세계를 굴욕과 공포가 지배하는 세상, 반대로 희망과 안정이 지배하는 세상, 두가지 극단적인 시나리오를 통해 미래가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를 상상하며 우리가 직면하게 될 다양한 문제들을 제기하고 있다. 아울러 저자는 미래에 대해 낙관주의와 비관주의 둘 다 필요하며 우리가 직면한 도전 과제들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절대적으로 희망이 필요하다고 다시 한 번 강조한다. 
 


 
국민일보 2010.5.31 세계정치, 문명 충돌 아닌 감정 충돌 

"감정을 이해하지 않으면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를 이해할 수 없다."
프랑스 국제문제연구소 고문인 도미니크 모이시는 저서 '감정의 지정학'(랜덤하우스 펴냄)에서 지정학적 충돌이 '감정'에서 비롯된다고 주장한다.

  감정이 세계 정치를 지배한다는 시각에서 국제 정세를 분석한 이 책은 새뮤얼 헌팅턴의 '문명 충돌론'과는 다른 '감정 충돌론'을 주창한다.  저자는 헌팅턴이 1993년 '문명의 충돌'에서 제기한 "문명의 충돌이 세계 정치를 지배한다"는 주장을 반박한다. 헌팅턴이 예측한 것처럼 서구를 상대로 한 아시아와 이슬람 세계의 동맹 조짐이 아직 보이지 않는데다 중국과 인도가 무책임하고 위험한 혁명국가라기보다는 현상 유지에 만족스러워 하는 강대국으로 행동한다는 것. 저자는 19세기부터 지금까지 감정이 정치의 최전선에 있었다고 말한다.

   2008년 8월 러시아와 그루지야 간 전쟁도 감정적 측면을 고려하지 않으면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그루지야가 독립을 요구하는 친러시아 자치영토 남오세티야를 침공하자 자국민 보호 명목으로 무력 개입한 러시아는 이를 통해 냉전에서 느낀 굴욕감에서 벗어나 자신감을 되찾았다는 것을 전 세계에 과시했다는 분석이다. 저자는 세계의 지정학적 정세를 '두려움'과 '희망' '굴욕' 세 가지 감정으로 분석한다. 아시아는 중국과 인도의 눈부신 경제 성장으로 '희망'이 확산되고 있고 이슬람권은 역사적 몰락과 쇠퇴에 대한 두려움으로 '굴욕'의 감정이 커지고 있으며 서구는 아시아가 부상하고 이슬람이 위협해 오는 현실에서 '두려움'을 느낀다고 진단한다.

   그러나 일본은 희망의 아시아 문화에서 제외됐다. 10년간의 경제위기에서 완전히 회복하지 못한 데다 최고령 국가가 됐기 때문이라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또 굴욕의 이슬람권 문화가 정치, 사회, 경제적 상황과 결합돼 자살 폭탄 테러범을 양산했다고 분석하고 굴욕의 문화를 극복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자신감이라고 말한다.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아버지에게 이 책을 바친 저자는 "우리가 직면한 도전 과제들에 맞서려면 희망이 필요하다. 이것이야말로 바로 이 책의 밑바탕에 있는 확신이며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라고 강조한다. 또 한국어판 서문에 "(식민지배를 경험한) 한국은 약간의 굴욕감이 희망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입증해보였다"면서 "세계에서 성공하기 위한 필수 요소는 자신감이다. 희망이라는 감정이 바로 자신감으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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