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신문 2010.5.5  

19세기 초 오스트리아 의사 프란츠 요제프 갈은 <골상학>이란 책에서 두개골의 형태와 범죄가 깊은 관계가 있다고 주장했다. 두개골의 형태로 범죄 성향을 유추할 수 있다는 논리다. 19세기 말 이탈리아의 범죄심리학자 체사레 롬브로소는 진화론적 관점에서 몇 가지 신체적 특성이 범죄를 유발한다는 ‘생래범죄인설’을 주장했다. 범죄자의 심리학적·행동적 특징을 통해 용의자의 유형이나 범위를 추정하는 범죄 프로파일링(profiling)의 원조라고 할 수 있다.

현대에는 유전자 구조를 분석하는 유전학, 뇌 구조와 기능을 연구하는 정신의학, 신경전달 물질과 체계를 연구하는 신경학 등 다양한 관점에서 범죄를 분석하는 연구가 활발하다. 최근에는 세로토닌이란 뇌신경 전달 물질이 제대로 분비되지 않을 경우 범죄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런 범죄 프로파일링을 인종으로 확장하면 특정 인종의 범죄 성향이 높다는 논리로 발전하게 된다. 미국 교통경찰들이 유독 흑인 운전 차량을 자주 검문하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흑인들의 범죄율이 높다는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그만큼 자주 검문하기 때문에 범죄율이 높게 나온다는 반론이 가능하다. ‘인종 프로파일링’은 결국 특정 인종에 대한 편견과 선입관을 만들어내게 된다.

잰 브루어 미국 애리조나주 지사가 최근 불법이민자로 의심되는 사람들을 경찰이 검문검색할 수 있도록 한 법안에 서명해 논란이 일고 있다. 특정 인종을 잠재적인 범죄자로 간주하는 인종 프로파일링에 해당하며, 인종차별로 이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인종뿐 아니다. 출신 지역이나 학교, 국적에 따라 사람의 특성을 예단하는 것도 편견과 차별의 근거가 된다는 점에서 매우 위험한 일이다.

정남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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