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조합원의 명단 공개를 두고 말들이 많다. 명단 공개 선봉 연락을 했던 조전혁 의원은 자의, 타의로 일명 '전교조 킬러'로 불리운다. 국민의 알 권리란 명목하에 6만 교사 개인의 신상 정보에 대한 공개는 법을 지키고 만드는 국회의원으로서의 태도가 아니라는 기본적인 생각이다. 그리고 법원의 정상적인 결정을 거부하고 법원을 무시하는 태도는 상식 이하라고 생각한다. 다분히 6.2 지방 선거를 두고 벌이는 '쇼'에 지나지 않는다. 두 사람의 상반된 글을 스크랩한다.  

 

2010.5.5 한겨레신문 [독자칼럼] 전교조 명단 공개 동참은 법리보다는 의리 때문 / 강용석 

금태섭 변호사의 ‘강용석·이두아 의원님께’ 에 대한 반론

존경하는 금태섭 변호사님.
한번도 자리를 함께한 적은 없지만 다양한 방식으로 필명을 내고 계셔서 익히 보고 있습니다. 그 유려한 펜 끝이 저에게도 향해진지라 어떤 식으로든 답장을 드리는 것이 도리이고 그래야 ‘전형적인 선거용 쇼’에 동참한 개념 없는 법률가라는 오해도 풀 수 있겠지요.

제게는 초등학교 6학년과 5학년에 다니는 아들들이 있습니다. 내년이면 당장 큰아들이 중학교에 가야 해서 집 주변의 중학교에 부쩍 관심이 늘었습니다. 조전혁 의원이 자신의 홈피에 전교조 명단을 공개했던 4월19일, 접속을 시도했던 수많은 시민 중에는 저와 제 집사람도 들어 있었습니다. 명단을 확인하니 저희 동네에서 배정되는 성산중은 16명, 신수중은 10명, 숭문중은 10명, 광성중은 2명의 선생님이 전교조에 가입하고 계시더군요. 저와 집사람은 아이가 광성중에 배정받기만을 기도해야겠다며 씁쓸해 했습니다. 호기심이 생겨 확인해 보니 금 변호사님이 사신다는 청담동 주변의 압구정중은 0명, 봉은중은 4명, 신사중은 2명, 청담중은 3명의 선생님이 전교조에 가입하고 계시군요. 금 변호사님도 자녀를 키우신다면 확인해 보셨겠지요.

전교조가 우리 교육에 미친 부정적 영향을 열거하자면 끝이 없을 것입니다. 대한민국의 역사를 부정하고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거부하며 빨치산을 찬양하도록 권유한 것이 전교조 세력이 해 온 일입니다. 개개의 선생님이 자신의 자유의지에 따라 반미친북좌파 성향을 가지는 것에 대해 왈가왈부할 생각은 없습니다만, 그들이 우리의 자녀에게 반미친북좌파적 사상과 성향을 교육시키는 것을 두고 볼 수는 없습니다.

금 변호사님의 글은 논리나 법리에 있어 반박의 여지가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이미 “너는 어느 쪽이냐고 묻는 말들에 대하여” 답해야만 하게 되어버렸고, 금 변호사님의 법리적 비판의 순수성은 의심받게 마련입니다. 조 의원과 저는 18대 국회의원 당선 전 깊은 인연을 가지고 있습니다. 조 의원은 전교조로 인해 위기에 처한 우리나라의 교육을 살리고자 시민운동을 시작했고 그것이 정치로 이어진 특이한 경우입니다.

굳이 제가 조 의원의 전교조 명단 공개의 취지에 동참한 이유를 밝히자면 법리보다는 의리 때문입니다. 7만명이 넘는 막강한 선생님 조직 앞에서 일개 국회의원은 무력하기 짝이 없습니다. 더구나 하루에 3000만원이라는 듣도 보도 못한 금액의 간접강제금을 결정하는 판사까지 뒷받침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광우병 보도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문화방송> ‘피디(PD)수첩’에 대하여 농림수산식품부가 법원에 냈던 정정보도에 대한 서울고법의 간접강제금도 매주 500만원에 불과했습니다. 거대조직 <문화방송>에도 하루 100만원이 안 되는 간접강제금을 결정했던 법원이 개인 조전혁에게 하루 3000만원을 부담시킨 것이 공정한 판결입니까.

어쨌든 조 의원은 전교조 명단을 내렸습니다. 그는 명단 공개 행위는 국회의원이 헌법기관으로서 한 행위라며 헌재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한 상태입니다. 법리논쟁보다는 헌재의 결정을 기다려봐야 할 것입니다.

 
한겨레 신문 2010.5.3 [기고] 강용석, 이두아 의원님께 / 금태섭
 
존경하는 두 의원님, 잘들 계시지요? 법조계에서 한솥밥을 먹던 두 분의 소식은 열심히 챙겨가며 듣고 있습니다. 편지를 드리게 된 것은 정치적 목적을 위해서 법원의 결정 취지를 왜곡하는 전형적인 선거용 쇼가 벌어지는데 두 분이 동참을 선언하셔서 실망스러웠기 때문입니다.

잘 아시는 것처럼 조전혁 한나라당 의원은 법원의 가처분 결정을 무시한 채 교원노조의 명단을 공개했습니다. 자초한 간접강제금 부과에 대해서도 강력한 비난을 퍼부었습니다. 늦게나마 명단을 내렸지만, 그 과정에서 자신의 바지를 분실한 세탁소 주인에게 수백억원의 배상 판결을 내린 미국 판사와 재판부를 비교하는 등 거의 능멸에 가깝게 우리 법원을 깔아뭉갰습니다. 법률가인 두 분은 조 의원의 주장이 궤변이라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아실 것입니다.

법원은 교원노조 명단의 공개 여부에 대해서 최종 결정을 내리지 않았습니다.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니, 결정을 내릴 때까지 공개를 보류하라고 한 것뿐입니다. 가처분제도는 그런 때를 위해 있는 것입니다. 간접강제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조 의원은 “3000만원의 ‘벌금’이 어떻게 계산됐는지 모르겠다”, “테러 수준의 공포를 느낀다”, “돈으로 압박하는 것은 전교조가 상투적으로 쓰는 수법이다”라고 했습니다.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은 “어설픈 수구좌파 판사의 무모한 도발”이라고까지 했습니다.

법원의 간접강제금은 ‘벌금’이 아닙니다. 가처분결정을 위반했기 때문에 ‘벌금’을 내라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계속 위반하면 이행강제금을 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미 명단을 공개해서 애초의 목적을 달성했기 때문에 법원이 최종적인 결정을 내릴 때까지 기다린다고 해서 잃을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오히려 적법한 절차에 따라 가처분결정까지 받았음에도 명단이 공개되어 버린 교원노조가 회복하기 힘든 손해를 본 것이지요.

정말 ‘하루 3000만원’이 지나치다고 말하는 분들께는 그럼 하루에 30만원으로 정했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묻고 싶습니다. 조 의원은 지지자들로부터 성금을 받아서 충당한다고도 했습니다. 만일 소액의 이행강제금을 정했다면 조 의원은 더욱 쉽게 법원의 결정을 무시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법원 앞에 모금함을 설치하고 매일 30만원씩 내가면서 사법부의 결정을 웃음거리로 만들었을지도 모릅니다. 국회의원이 돈을 내가며 법원의 결정을 무시하는 상황, 과연 법률가이신 두 분도 그런 모습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나요? 그것이야말로 조 의원이 말하는 ‘돈으로 압박하는’ 것 아닐까요.

노조 가입 여부 공개는 심지어 2008년에 이혜훈 의원 등 한나라당 의원들이 발의한 ‘개인정보보호법안’에서 노조가입 정보를 ‘민감정보’로 분류해 공개하지 않도록 한 취지와도 어긋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 의원의 견해도 경청할 마음이 있습니다. 그러나 법 절차를 무시한 채 돈을 내가면서 법원의 결정을 공개적으로 무시하겠다는 태도는 정말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저는 조 의원에게 반대하는 이들에 대해 생각이 달라도 한번 들어보자고 설득할 용의가 있습니다. 법률가이신 두 분도 마찬가지로 법을 대놓고 무시하는 사람들을 설득해야 합니다. 적법한 절차를 통해서 따져보자는데, 하루에 3000만원을 내는 한이 있어도 법원 결정을 일단 무시하고 보겠다는 것은 토론의 여지를 없애는 일입니다.

두 분의 활약으로 우리 사회가 다양한 생각을 존중하고 포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 한걸음 더 나아가길 기대합니다. 침묵하지 말아야 할 때 침묵하는 것은 법률가로서 할 일을 다 못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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