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으로서의 사랑 - 친밀성의 코드화
니클라스 루만 지음, 권기돈 외 옮김 / 새물결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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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사랑의 의미론의 진화 

p.71 각주. 코드의 통일성(단위)은 역설을 함축한다. 진리라는 코드 자체를 비진리라고 지칭할 가능성, 사랑이라는 코드 자체를 증오라고 지칭할 가능성을 봉쇄할 수 없기 때문에, 진리가 진리인지 허위인지, 사랑이 사랑인지 증오인지를 확정할 수 없는 역설에 빠질 수밖에 없다. 코드화는 역설적인 코드화인 것이다. 사회의 주요한 기능체계들은 두 개의 값을 할당하는 프로그램들과 이를 운영하는 제도들을 통해 이러한 역설을 탈역설화한다. 반면에 사랑의 역설은 이런 제도들에 의지할 수 없다.

p.73 '궁정연예'와 '세련된 사랑'의 맥락에서 (문제들을) 체계화하고 집중화하는 하나의 과정이 도입되었다. 재생산은 집안에서, 연애는 집 밖에서 하는 것이라는 오래된 차이는 제거되지 않았지만 한 여인, 오직 한 여인에게만 바치는 위대한 사랑이라는 관념을 통해 변형되었다. 남자는 오직 한 여인의 호의를 얻어야 했지만 그것을 쟁취할 수는 없었고, 무엇보다 강요할 수 없었다. 에로티시즘의 지향점은 (많건 적건 여러 여성에게서가 아니라) 오직 특정한 한 여인게게만 얻을 수 있는 어떤 것이었다. ... 이성과 감각적 관능의 차이가 이제까지의 관례와 달리 첨예하지 않은 영역 .... 이 성립한다. 

사랑과 섹슈얼리티에 대한 이러한 최초의 집중화를 넘어선 것은 17세기이다. ... 사랑의 코드란 '단지 하나의 코드'일 뿐이며 사랑은 문학적으로 먼저 형성된, 즉 미리 규정되어 있는 감정이지 더이상 가족이나 종교와 같은 사회의 힘들의 지휘를 받는 것이 아니라느 점이 의식되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 자유 속에서 사랑은 자유로운 만큼 더 사랑에 고유한 의미론과 성적 향유라는 은밀한 목표에 구속된다... 

p. 74 결국 인간이 어떻게 사랑에 관여하는가라는 물음 ... 사랑의 코드의 역설화는 열정과 쾌락을 높게 평가하고 그것들이 갖는 차이에 결정적인 중요성을 부여하는 인간학을 향한 길을 열었다. 18세기는 이러한 의미론을 넘겨 받았으며, 감정의 자립성을 강조하면서 진짜 감정을 - 이제 무엇보다 중요한 일인 성적 실혐으로의 접근을 위한 - 최소한의 전제조건인 애정, 마음, 섬세함 등과 구별하는 이해방식 속에서 이런 의미론을 보충해나갔다. 

p. 75 열정으로서의 사랑이라는 역설적인 코드화에는 도덕 감정에 대한 강조가 뒤따르며 ... 

05. 사랑에의 자유 - 이상에서 역설로

p.79 사랑은 사랑을 끌어당기는 대상의 완전함에서 사랑 고유의 정당서을 발견한다. 따라서 사랑은 완벽함을 추구하는 이념, 즉 그 이념이 (사랑하는) 대상의 완벽함에서 도출되는 이념이며, 그러한 대상의 완벽함 때문에 거의 어찌할 수 없는 일이고, 그러 한에서 '수난'이었다. 

p.80 성적 사랑은 정신적 사랑에 의해 자신을 넘어서는 형식을 갖게 된다. 그래서 사랑은 언제나 초세속적 대상들을 통해 고양되어야 한다는 속박을 받게 된다. 

p.81 프랑스에서는 여성에게 보다 자유로운 사회적 지위가 주어졌고, 여성이 자기의 일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마련되었다. 이로부터 '요조숙녀'와 '요부'의 구별이 나오게 된다. 전자는 언제나 '아니오'라고, 후자는 언제나 '네'라고 말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요조숙녀(값비싼 것)가 추구할 만한 가치가 있는 목표가 된다. 어쨌거나 결정의 자유가 전제되어 있다 "자유가 사랑의 본질"인 것이다. 

p.82 자기의 욕망 자체 말고 다른 무엇으로도 정당화할 필요가 없게 된다. 사랑받는 인격에 내재한다고 여겨졌던 완벽함은 떨어져 나가고, 완벽함에 대한 숭배는 퇴보하며 ... 사랑을 선택할 자유는 환상을 만들어내는 것에 힘입어 관철되며 ... 사랑의 관계에 뛰어들 것인지 아닌지를 결정하는 양측이 가진 자유인 *'이중의 우연성'의 독립분화는 하나의 특별한 의미론의 발전을 자극한다. 

*"내가 원하는 것을 네가 한다면, 나는 네가 원하는 것을 한다"는 이중적으로 우연적인 상황을 벗어날 수 없다. 그런데 여기서 각각의 관여자가 가진 우연성이란 선택의 자유를 전제로 하는 것이다. 소통 체계는 이러한 이중의 우연성으로부터 어떤 기대 구조가 창발할 때만 성립할 수 있다. 

p.83 사랑은 더이상 청혼할 수도 없고 결혼할 수도 없는 인격들의 일이 되었다. 

p.84 참을 수 없는 현학성이 생겨나 그에 대한 조롱이 일어난다. 

p.86 요조숙녀와 요부라는 유형 대립에서 이미 간파할 수 있듯이, 자유는 주로 사랑을 얻으려는 노력과 그에 대한 저항에 국한되어 관심을 끌었다. ... 사랑의 처방전은 마치 유혹을 위한 확실한 수단이 있는 듯 쓰고 있지만, '네' 혹은 '아니오'라고 말할 수 있는 자유도 전제하고 있다. 

p.88-89 역설들은 체계화하는 힘을 가진 기법임이 증명된다. 그리고 체계화된 행동에 대한 비개연적인 요구도 안정성을 얻을 수 있게 해주는 형식이다. ... 연인들은 이를테면 '강요된 선택' 모델이나 타협할 수 없는 양자택일에 직면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역설은 친밀관계에서 파트너를 향할 수밖에 없는 기대의 층위와 관련을 맺는다. 그리고 사랑은 이 모든 기대가 그럼에도 충족될 수 있다는 점을 상징한다. ... 합리성을 높이 평가하고 논리를 건전한 것으로 간주하는 문화에서 역설적인 동기유발은 병리적 관점에서 파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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