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거래 협약 총회 25일까지 도하서 열려
환경 단체 “개체수 급감”, 미·EU,거래금지 추진
일, 치열한 로비끝 부결시켜 

 

북극곰, 참치, 상어.....개체수가 급감하여 거래 금지가 추진되던 야생동식물이 줄줄이 도하에서 '기각'당하고 있다. 지난 13일 시작해 25일까지 카타르 도하에서 계속되는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 등의 국제거래에 간한 협약'(CITES) 총회에서 거래제한 의제로 오른 동식물 42종에 이르렀지만, 상당수가 거부당했거나 거부당할 처지다. 

일찌감치 총회 초반 국제거래 금지 동식물(부속서 I종)로 포함되는 것에 실패한 북극곰이 대표적이다. 미국은 기후변화로 생존에 위협을 받고 있는 북극곰을 지키기 위해 북극곰 가죽 거래를 전면 금지하자는 제안을 했으나 부결됐다. 북극곰 가죽 1개는 현재 카펫 등으로 7995달러가량에 팔리고 있다. 캐나다와 노르웨이, 그린란드 등은 북극곰 가죽 거래 금지가 이누이트 원주민들의 생활에 위협이 된다며 반대했다. 북극곰은 전세계에 2만5000마리가량이 남아 있으며, 해마다 600마리가량이 합법적으로 사냥당한다.

상어 보호도 부결됐다. 미국 등은 이번 회의에서 상어를 부속서 II종 동물에 넣어 거래를 제한하자고 주장했으나 중국의 반대로 벽에 부딪쳤다. 중국은 “상어가 멸종 위기에 있다는 어떤 과학적 근거도 없다”며 반대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은 전했다. 중국은 자국에 상어 지느러미로 만든 음식인 샥스핀 수요가 많아 요지부동인데다, 일본도 가세했다.

지난 18일 이번 회의 최대 관심사였던 대서양·지중해산 참다랑어 거래 금지안은 압도적인 표차로 부결됐다. 이를 부결시키려는 일본에 개도국들과 중국이 가세한 결과다. 중국과 일본이 샥스핀과 마구로(참치)라는 자국 ‘식탁’을 위해 협조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코끼리는 거래 제한이 제한적으로 풀릴 조짐까지 보인다. 잠비아와 탄자니아는 현재 국제거래가 금지된 아프리카 코끼리의 상아 국제 거래를 1회에 한해 풀어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잠비아는 2만1700㎏, 탄자니아는 9만㎏의 상아 재고분 거래를 요청했다. 이들 국가는 “제한적 국제거래가 밀렵을 줄일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콩고, 가나, 케냐 등 다른 아프리카 국가들은 “1회적 거래 허용이라도 밀렵 수요를 늘릴 것”이라며 앞으로 20년 동안 거래 제한을 완화하는 어떤 제안도 받아들이지 말자고 맞서고 있다.

자국의 이익을 앞세운 국가간 힘겨루기가 야생동식물들의 운명을 결정하는 셈이다. 영국 <더 타임스>는 “175개국이 한 표씩 행사하는 회의 특성상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내기가 쉽지 않다”며 “특정 국가가 돈으로 로비를 벌이는 데 취약한 구조적 문제가 있다”고 전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1975년 거래규제 협약 발효
3만4천여종 가공품도 포함

올해는 호랑이 해다. 100년전 10만 마리의 야생 호랑이가 터키, 중국, 러시아, 인도의 정글과 숲을 누볐다. 하지만 이제 야생 호랑이는 3200마리만 남았다.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의 윌렘 위진스테커스 사무총장은 지난주 카타르 도하의 협약 총회에서 “호랑이 개체수를 지수로 삼는다면, 우리의 보호노력은 참담하게 실패했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에는 인터넷을 통한 멸종위기종 거래가 늘어나면서 보호가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제사회는 1975년 발효된 이 협약을 통해 국제거래를 규제함으로써, 서식지로부터 무질서한 채취 및 포획을 억제해왔다. 협약에 따른 국제거래 규제대상은 멸종위기의 살아있는 동식물뿐 아니라, 이들 동식물로 만든 식품, 가죽, 악기, 관광객 수집품, 의약품 등 부분품 및 가공품까지 포함된다.

현재 3만4000여종의 야생 동식물이 1975년 발효된 이 협약에 적용받아, 국외로 반출 또는 국내로 반입하려면 회원국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국제적 멸종위기종은 국제거래로 인한 위협 정도와 적용되는 규율 정도에 따라 부속서에 I·II·III종으로 분류돼 있다. 부속서 I에 등재된 953종은 멸종위기가 심각해, 비상업적 용도에 국한하여 국가간 거래를 허가할 수 있다.

한국의 경우 허가없이 국제적 멸종위기종 및 그 가공품을 수출·수입·반출 또는 반입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일 “참치 없으면 스시도 없다” 필사적 대응 

‘서식 환경과 생태, 그리고 먹는 방법까지 배운다.’

일본 도쿄도 고토구 문화센터가 5월부터 열 예정인 이 유료 강좌는 ‘일본인이 사랑할 수밖에 없는 다랑어(참치)’를 주제로 한 것이다. 사람들이 돈을 내고 일부러 공부를 할 만큼 일본인의 다랑어 사랑은 대단하다.

다랑어류엔 참다랑어, 눈다랑어, 황다랑어, 남방다랑어 등이 있다. 그 가운데서도 최고의 횟감과 스시 재료로 일본인이 가장 선호하는 게 ‘구로마구로’ ‘혼마구로’라 하는 참다랑어다. 수백㎏짜리 참다랑어는 한 마리에 1억~2억원이나 한다.

3월 내내 일본열도는 술렁였다. 미국과 유럽연합이 이번 도하 회의에서 대서양·지중해산 참다랑어를 멸종위기 동물로 지정해 상업적 거래가 금지되는 부속서 Ⅰ종에 넣는 모나코 발의안에 찬성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전세계에서 잡히는 참다랑어는 한해 6만t가량. 이 가운데 무려 80%에 이르는 4만8000t이 일본에서 소비되는데, 그중 2만2000t이 대서양·지중해산이다. “그렇잖아도 비싼 참다랑어 값이 크게 뛰지 않겠느냐?” “다랑어 없이는 스시도 없다”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환경단체들은 참다랑어 남획에 따른 개체수 급감을 우려한다. 중국의 소비가 크게 늘어나고 있는데다, 비싸서 조업선박도 크게 늘어난 까닭이다. 그린피스와 세계자연보호기금(WWF)은 “마구잡이 어획으로 참다랑어는 절멸 직전에 놓여있다”며 거래금지를 호소해왔다.

유럽연합이 그동안 참다랑어 금수를 요구하는 환경단체의 요구를 물리쳤던 것은 어획량이 연 2020t으로 유럽에서 가장 많은 프랑스의 반대 때문이었다. 그러나 환경단체들이 음식점을 상대로 참다랑어를 쓰지 말도록 하는 운동을 벌였고, 이름있는 요리사들이 이에 응하면서 여론과 정부도 달라졌다. 결국 유럽연합 전체가 거래금지에 찬성하기로 했다.

“유럽 유권자들이 환경이나 자연, 여성, 인권보호 등을 중시하는 ‘포스트 물질주의’로 움직여가고 있다.” 다니엘 갸쿠시 파리제1대학 대학원장(정치학)은 16일 <요미우리신문>에 이렇게 말했다. 이런 흐름이라면 야생동물 규제가 참다랑어에 그칠 것 같지 않다는 게 일본의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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