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다른 남북 대립 격화…연방제 추진
벨기에가 북부 네덜란드 언어권과 남부 프랑스어권의 대립이 국가 분열 위기로 치달으면서 스위스식 연방제 개헌을 추진할 전망이다.
인구 1050만명인 벨기에는 국민의 60%를 차지하는 네덜란드어 사용 북부 플랑드르 지역이 경제적으로 낙후된 남부 프랑스어권 왈로니아 지역에 대한 정부의 경제 지원에 반발해 자치권 확대를 요구하면서 국정 혼란에 빠진 상태.

지난주 이브 레테름 총리가 지역 간 합의에 실패하자 사의를 표명하면서 벨기에가 남북으로 두 동강 날 것이란 우려가 증폭됐다. 이에 벨기에 국왕 알베르 2세는 총리 사표를 반려하고 프랑스어권과 네덜란드어권, 독일어권 출신 3명으로 구성된 팀을 구성해 국정 혼란을 거듭하고 있는 지역 반목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토록 지시했다. 이에 따라 벨기에는 현재의 언어권별 연방제에서 더욱 느슨하게 지역 자치정부의 권리를 확대, 스위스 연방제를 모델로 한 개헌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이 21일 전했다.

벨기에는 지난 1830년 건국 이래 북부의 네덜란드 언어권 지역과 남부의 프랑스어권, 그리고 북부에 위치했으나 프랑스 언어 인구가 압도적으로 많은 수도 브뤼셀 지역, 그리고 인구의 1%를 차지하는 동부 독일어 지역으로 나뉘어 갈등을 빚어왔다.

벨기에는 언어와 문화 차이를 수용하기 위해 그동안 지난 1970년 개헌 이래 4차례의 개헌을 통해 지방자치를 확대하는 개혁을 단행했다. 그러나 이런 개헌으로 유럽의 작은 나라인 벨기에에는 7개의 의회와 60여석의 국무위원급 장관직이 있고, 의회도 남부와 북부권 출신 정당이 대립하는 등 국정 난맥상이 가중돼 왔다.

여기에 최근 경제적으로 부유한 북부지역에서 연간 30억~60억달러씩 가난한 남부지역에 지원하는 것에 대해 북부 출신 여당이 반발하며 언어권별로 해당 지역의 의료보험제도와 실업보험, 사법기구를 독립 운영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갈등이 폭발하고 있다. 최근 들어 남북 대립이 격화되면서 벨기에 언론은 국가 분리 독립 가능성이 연일 신문 지면을 도배하고 있는 실정.

그러나 북부지역의 자치 확대를 주장하는 집권 여당권도 막상 국가 분리를 원하지는 않고 있어 지난 1992년 체코슬로바키아가 체코와 슬로바키아로 분리 독립한 것과 같은 사태가 당장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고지희 기자(jgo@heraldm.com)
헤럴드경제 2008.07.21 

 

벨기에 빈부차 지역갈등 악화일로 남북 분열 위기  

유럽연합(EU) 본부가 위치한 ‘유럽 통합의 수도’ 벨기에 브뤼셀이 정작 본국의 분열에 시름이 깊어가고 있다.

벨기에의 국왕 알베르 2세는 이브 레테름 총리의 사임과 붕괴된 연정 문제를 풀어내기 위해 여·야 정치인들과 협의를 시작했다고 16일 AFP통신 등 외신이 보도했다. 레테름 총리는 지방 자치권 확대와 지역 통합을 위한 개헌 작업과 관련, 협상 타결 시한을 15일로 제시해 왔으나 아무런 소득을 얻지 못해 지난 14일 오후 사의를 표명하기에 이르렀다. 취임 4개월 만이다. 벨기에는 레테름 총리 취임 이전에도 지난해 6월 총선 후 약 9개월 동안 연립정부를 구성하지 못해 무정부 상태에 가까운 혼란을 겪어왔다.

갈등의 뿌리에는 네덜란드어를 사용하는 북부 플랑드르 지방과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왈로니아 지방의 반목이 자리잡고 있다. 특히 왈로니아 지역은 플랑드르와의 경제적인 격차로 상당한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 플랑드르의 국내총생산(GDP)은 EU 평균의 124%에 이르는 반면, 왈로니아는 90%에도 못 미친다. 실업률 역시 왈로니아 측이 15%로 플랑드르에 비해 3배나 높다. 최근에는 물가상승률이 2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경제 상황이 더욱 악화되고 있어 갈등이 심화될 우려가 높다.

벨기에가 하나의 통합된 국가로 남을 필요가 없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양측간 분위기는 험악하다. 레테름 총리 역시 사의를 표명하며 “연방 합의제가 한계에 도달했다”고 선언했다. 독일 일간 디 타게스차이퉁은 “경제적 측면에서 벨기에는 가장 성공적인 ‘실패한 국가’ ”라고 평했다. 외교, 안보, 통화 정책을 제외한 대부분의 기능이 분권화돼 있어 당장 큰 혼란에 빠지지는 않겠지만, 딱히 해결책이 보이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레테름 총리가 사의를 표명했음에도 불구, 국왕인 알베르 2세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새로운 총리를 임명하든가, 아니면 조기 총선을 실시하는 방안이 선택지로 떠오르고 있다.

미 시사주간 타임은 “알베르 2세로서도 별다른 대안이 없는 상황”이라며 “유럽 의회 선거와 지방 선거가 실시되는 내년 6월 총선을 함께 치를 때까지 주요 개혁 사안을 잠시 미루고 레테름 총리를 재신임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박지희기자 violet@kyunghyang.com ⓒ 경향신문 2008.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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