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환경 조건이 인간의 기질이나 삶의 양태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연구한 고전으로는 와쓰지 데쓰로 일본 교토대 교수가 1935년에 지은 <풍토와 인간>이 첫손가락으로 꼽힌다. 그는 하이데거의 <존재와 시간>을 읽다가 현존재의 시간성 분석에 아이디어를 얻어 공간성(자연풍토)의 측면에서 인간의 삶을 탐구했다고 한다. 그는 이 책에서 인간 삶의 유형을 몬순형·사막형·목장형의 셋으로 나누었다. 아시아로 대표되는 몬순형의 경우 인내심이 강하고 자연에 순응하는 기질이 강한 반면, 사막형은 감정에 끌리지 않고 냉정하며 의지가 강하다고 그는 보았다.
우리나라에서도 산세와 기질론을 연결한 논리들이 적지 않다. 조선 후기의 실학자 이익이 지은 <성호사설>에도 이와 관련된 몇가지 대목이 나온다. 예를 들어 “강들이 합류하지 않고 제각각 흘러서 인심 또한 그러하다”거나, “사방의 크고 작은 하천이 일제히 모여들어 한줌의 물도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는다. 이 점이 바로 사람들의 마음이 한데 뭉치고 서로를 돕는 풍속을 낳은 것”이라는 따위다. 하지만 산과 강의 모습에 빗대 그 고장 사람들의 기질을 곧바로 단순화하거나 도식화하는 것은 매우 위험해 보인다. 섬나라 사람들은 폐쇄적·외골수인 반면, 대륙인의 기질은 활달·호탕·대범하며, 그 중간에 있는 반도인은 이중적이고 양면적이라는 식의 어설픈 설명도 좋은 예다.
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대구에 가서 “분지적 사고에서 벗어나라”고 한 충고도 그런 점에서 썩 유쾌하지 않다. 발언의 애초 의도와는 관계없이 ‘분지에 사는 사람들은 소견이 좁고 폐쇄적’이라는 속설에서 출발한 셈이기 때문이다. 지난번 정운찬 총리도 ‘충청도 양반기질론’으로 물의를 빚었지만, 이 정부의 최고지도자들이 너무 앞뒤 생각 없이 특정 지역 주민들의 기질과 특성을 규정짓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김종구 논설위원 kjg@hani.co.kr 한겨레신문 2010.3.10
ps : 지리적이면서도 인간의 사고 수준과 지역인식의 정도를 파악할 수 있는 좋은 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