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부탁해
신경숙 지음 / 창비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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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내가 책을 많이 읽는 편은 아니지만 책을 좋아라해서 이것저것 많이 사고 좀 조금씩은 읽는 편이지만, 이상하게 문학 작품에는 손이 잘 가지 않았다. 왜 그런지는 모르지만... 근데 작년에 오랜만에 읽은 소설책이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다. 

누구나 그랬을 것이다. 이 책을 읽고 옆에 있는 아니면 떨어져 있는, 아니면 아주 멀리 떠나계신 어머니를 아니 엄마를 떠올렸을 것이다. 그리고 괜시리 눈시울이 뜨거워졌을 것이다. 나 또한 그랬다. 엄마에 대한 죄스러움과 이 나라에 존재하는 모든 엄마들에 대한 죄스러움으로 한동안 얼굴이 붉어졌다. 한편으로 왜 이렇게 사세요? 이제는 자신의 인생을 찾으세요, 누구 엄마가 아닌 한 여자의 인생을 찾으세요.라는 말을 하고 싶기도 하다. 하지만 그들도 그것들을 몰라서 하지 못하는 건 아닐게다. 아마 엄마들이 단체로 자신의 정체성을 찾으러 한꺼번에 '파업'을 시도한다고 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예전 드라마중에 '엄마가 뿔났다'라는게 있었다. 이 드라마의 클라이맥스 부분에 극중 엄마로 나오는 김혜자가 나도 휴가를 가고 싶다고 하며, 원룸을 얻어 집을 나가는 일이 벌어진다. 드라마긴 하자만 이 '사건'을 두고 오프라인에서 또는 온라인 상에서 사람들의 토론아닌 토론 논란이 많이 벌어졌다. 요는 극중 김혜자의 입장과 행동을 이해한다는 쪽과 입장은 이해하지만 그런 행동은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다음은 매일신문의 2008년 7월26일 어느 기사의 제목과 일부 내용이다. 

"나도 1년간 가출하고 싶다" '엄마가 뿔났다' 신드롬 

▶김한자, 당신의 용기에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결혼 후 모든 열정을 자식과 남편에게 쏟아 부은 후 허망해져 우울증에 걸리거나 자식만 쳐다보며 사는 어머니들이 많다." 

▶김한자, 이 시대 어머니를 욕하지 마라.
'이 시대 어머니를 욕하지 말라'는 글이 네티즌 사이 공방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는 " 자식이 내 마음 같지 않아도 그저 한없이 보듬고 보듬어 그 속에서  얻을 수 있는 기쁨과 보람과 삶의 열매를 찾아 스스로 기뻐할 줄 알고 만족할 줄 아는 분이 이 시대 진정한 어머니다" 

▶정신과 전문의가 바라본, 김한자
김한자가 가출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을 3가지. 첫째, 세대 간 자식 역할의 차이에서 오는 좌절감. 둘째, 나를 위해 살기엔 너무나 늙어 버린 몸뚱이어느 순간 늙어버린 자신의 몸뚱이가 주는 상실감이 그토록 애타게 자존감을 찾게 만든 원동력이 될 수 있다. 셋째, 빈 둥지 증후군(empty nest syndrome:중년의 주부가 자기 정체성 상실을 느끼는 심리적 현상)의 일환이다.   

ps: 난 묻고 싶다. 누가 이 시대의 어머니를 이러하다고 정의 내릴수 있겠느냐. 위 내용중 mom님은 어머니란 가족들, 남편, 자식들에게 헌신하며 보람을 느끼며 사는 존재가 어머니라 한단다, 그리고 그런 가치를 훼손하는 극중 김한자의 행동과 말에 분노를 느끼는 듯하다. 하지만 분명한 건 어머니들의 헌신과 사랑의 훼손하거나 무시하지는 않았다. 극중에서건 실제로 이런 분이 있다 손 치더라고 그러지는 않을 것이다 난 생각한다. 중요한건 엄마로서의 정체성보다 더 중요한건 이 세상에 존재하는 한 인간, 여자로서의 정체성의 확립이 중요하다고 본다. 아마도 '엄마를 부탁해'에서의 엄마도 이런 정체성의 혼란을 겪었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 주위의 수많은 엄마들도... 이제는 이런 문제들을 '미화'시키거나 당연시하는 사회풍조를 바꿔야 한다. 극 중에서 김혜자가 딸들에게 했던 말이 있다. "내 의무, 내 책임 다하려고 노력하며 살았다. 아무 쓸모없어. 쓰레기통에 던져질 껍데기만 남겨진 것 같아. 나도 꿈이 있었다. 소망이 있었다. 아무런 자존감과 자족감도 없이 이렇게 살면 너무 허망해. 나 바보 아니야. 그냥 그러고 싶어. 탈출이 하고 싶어. 니들 번갈아가며 내 속 썩였잖아. 나도 죽기 전에 나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싶단 말이야." 이런 말들을 들은 자식들은 뭔가를 느껴야 한다고 난 생각한다. 물론 행동으로 표현하는데는 또다른 시간이 필요하겠지...

ps2 : 엄마를 부탁해와 비슷한 맥락의 소설이 예전 고등학교때 읽었던 김정현의 '아버지'이다. '엄마를 부탁해'가 가족에서의 엄마의 소외 현상을 그렸다면, '아버지'는 아버지의 소외 현상을 그렸을 뿐이다.그러나 느낌은 많이 다르다. 아마도 고등학교 1학년 수업시간에 뒤에서 몰래 읽던 생각이 난다. 참 슬프게 너무나도 슬프게 읽었듯 한데. 지금 다시 읽으면 어떤 기분일까 고등학교때는 아버지에 대한 분노와 원망에서 오는 어쩔수 없는 남자로서의 연민의 감정이었다면, 지금은 나도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된 마음으로 조금은 다른 느낌이 날까? 읽어보고 싶다. 

ps3 : 김정현 작가가 얼마전 또다른 소설을 출판했다. 제목은 '아버지의 눈물' 
근데 이상한건 물론 나만의 어떤 개인적인 특성이겠지만, 나에게 '엄마를 부탁해'는 설득력이 있지만 '아버지의 눈물'은 그닥 설득력이 있을것 같지는 않다. 어쩌면 이렇게 생각하는 내 자신이 좀 안스럽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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