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녀석의 몽타주 새움청소년문학 1
차영민 지음 / 새움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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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에 애태우고 상대방을 부러워하는 것 같다.

나 또한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을 갖고 싶어하고 부러워 하지만 몸을 바꿀 수는 없는 법. 아마 몇 십년은 그렇게 부러워하며 살것이다. 난 솔직히 잘 생긴 사람이 좋다. 누군가를 처음 보았을때 못생긴 사람 보다는 잘생긴 사람이 더 눈에 띄고 호감을 갖게 하기 때문이다. 얼굴이 너무 못생기고 삼십대 아저씨처럼 늙어보인다면 글쎄,,, 나도 책속의 경찰아저씨처럼 동안이에게 그렇게 대하지 않았을까 싶다. 아무래도 책 속의 주인공인 동안이 열입곱 살의 나이지만 서른 중반의 나이로 보이는데다 머리도 히끗하게 새치가 나 있고 피부도 엉망이라면 누구라도 믿지 못했을 수도 있다.

 

 

사실 나는 동안이었다. 이십대 중반까지 고등학생 버스 요금을 내고 다닐 정도였다. 친구들이랑 같이 다니면 나보다 키가 작은 아이한테도 동생이랑 나왔냐고 물어서 친구들이 기분 나빠한 적도 많았다. 아이를 낳고 삼십대 중반까지도 누군가를 소개해주겠다는 사람이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사십대가 되고 보니 이제는 거울앞에선 내 얼굴을 볼때마다 자주 놀랜다. 눈가의 주름은 왜 이렇게 많은 것이며 허릿살이 자꾸 찌려하는지. 피부가 얇은 탓도 있겠지만 유달리 눈가의 잔주름이 신경쓰인다. 이제야 내가 나이가 들어보인다는 사실을 알겠고 때론 늙어보인다는 사실이 조금은 슬프기까지 하다. 내가 이럴진대 열일곱 살의 동안이는 오죽했을까.

 

 

한참 외모에 신경쓰고 이성에게도 관심이 많을 열일곱의 나이에 학교 선생님들마저 조심스럽게 대하는 노안이라면 심적으로 굉장히 힘들었을것 같다. 친구들이나 선배들에게 담배를 사다 바치는, 아직 열일곱의 나이. 담배를 사러가도 신분증을 달라고 하기는 커녕 당연하게 삼십대의 어른으로는 본다는 게 슬펐을것 같다. 하물며 집에 있는 막냇삼촌도 동안이에게 담배 심부름을 시키는 건 예사다. 좋아하는 여자 아이에게 고백하자 그 아이는 '윽 꺼져'라는 소리까지 할 정도다. 집에서 백수로 지내는 삼촌은 또 가기 싫은 맞선 자리에 동안을 내보내기까지 했다. 그런 동안의 마음들이 그대로 전해져왔다.

 

 

 

 

요즘엔 외모지상주의에 빠져있는 사람들이 많다.

동안이 얼굴을 한번 고쳐볼까하고 갔던 성형외과에서도 느꼈듯 얼굴이 이쁘다고 생각하는데도 사람들은 더 예뻐지려고 얼굴을 고친다. 성형은 여자들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해왔지만 지금의 세태를 보면 성형을 하는 남자들도 많은 것 같다. 텔레비젼에서 보는 아이돌들 또한 당당하게 성형을 밝히기도 하는 요즘 얼굴이 못생긴 청소년들은 자꾸만 위축되고 아이들에게 왕따를 당하기까지 한다고 한다. 하지만 책속의 동안은 못생겼다고, 늙어보인다고 친구들에게 왕따를 당하지는 않았다. 다른 책에서처럼 심각하게 고민하고 극단적인 생각을 하는 아이들에 비해 우리의 동안 군은 상당히 밝은 아이다. 그 아이가 하는 고민들, 동안에게는 너무도 괴로운 고민인데도 책을 읽는 우리는 웃음을 터트릴수 밖에 없는 위트가 있는 글이다.  

 

 

 

쇼파에서 책을 읽으며 킬킬거리고 있으니 중학생인 아들 녀석이 그렇게 재미있냐고 묻는다.

나는 아들 녀석에게 너도 이 책 꼭 읽어보라며 너무 재미있다고 말해 주었다. 청소년 문학은 아이들이 요즘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알게 되는 계기가 되어 자주 읽는다. 요즘의 청소년 들에게 일어나는 어두운 주제를 가지고 있는 책들이 꽤 나오고 있는데 이처럼 밝은 생각을 가진 이야기들이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램이다. 아직 어린 나이의 작가, 그의 처녀작인데도 그걸 자각할 새도 없이 재미있게 읽힌다. 재능있는 신예 작가를 알게 되었고, 유쾌한 작품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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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유괴 따위 안 해
히가시가와 도쿠야 지음, 현정수 옮김 / 서울문화사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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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가와 도쿠야의 유머 미스테리를 표방한 소설 『수수께끼 풀이는 저녁 식사 후에』를 아이들과 나 이렇게 셋이서 재미있게 읽었었다. 가볍고 유쾌한 작품이어서 아이들도 재미있다고 했었다. 그래서 제목부터 즐거워 보이는 그의 신작『이제 유괴따위 안해』가 나왔다는 글을 보고 몹시 읽고 싶었다. 사람들의 심리를 심각하게 다룬 추리소설을 원래 좋아하지만 이처럼 뒹굴거리면서 읽을만한 작품도 느낌이 좋은 편이었다. 가볍게 보이는 유머 미스테리 소설이라지만 깊이 들어가보면 그다지 가볍지 않다. 부모들에게는 억장이 무너질 유괴 사건을 다루었고, 모든 일이 해결될 즈음에 나타나는 반전이 놀라운 작품이었다.

 

 

야쿠자의 둘째 딸인 에리카에게는 집을 나간 엄마가 낳은 동생이 하나 있다.

야쿠자인 아빠도 모르는 그 여동생이 아파 수술비를 마련해야 하는데 방법이 없다. 우연히 만난 쇼타로에게 자신을 유괴해 달라고 한다.  아빠한테 유괴금을 타내자니 힘들것 같아 쇼타로의 선배인 고모토에게 도움을 청한다. 어쩐지 믿음직스러워보이는 고모토는 유괴 방법을 말하지만 너무 고전적이다. 과연 야쿠자 보스인 아버지와 하나조노 파를 실제로 이끄는 언니 사쓰키에게서 가짜 유괴를 들키지 않고 유괴금을 받을수 있을까. 고전적인 알리바이 트릭을 쓰는 이들의 유괴 방법. 모든 일이 해결되는 것 같았지만 야쿠자 하나조노 파의 2인자가 시체로 발견되고 사건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된다.

 

 

 

 

유괴가 전개되는 동안에 그 모든 트릭이 숨어 있었다. 간과할 수 없는 트릭이다. 유괴 사건이나 살인 사건을 해결하는 경찰이나 탐정이 나오지 않을 뿐 아니라 아주 고전적인 알리바이 트릭을 발견해 내는 이 또한 전혀 의외의 인물이다. 이처럼 특별한 인물들이 나오지 않지만 우리 주변에서 탐정못지 않는 사건을 해결하는 방법들을 보면 제법 날카로운 눈을 가졌다. 히가시가와 도쿠야 만의 매력이 있는 작품이었다.

 

 

히가시가와 도쿠야의 작품은 좀 독특하다.

일단 어리숙한 사람들이 많이 나온다. 동생의 병원비를 위해 유괴해달라는 에리카를 유괴해 주겠다는 쇼타로도 어쩐지 너무 어리숙하다. 과연 에리카를 유괴해 야쿠자 보스인 에리카의 아버지에게 과연 돈을 받아낼 수 있을까 싶었다. 그만큼 어리숙한 주인공이 나오고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로맨스도 할듯 말듯 하면서 우리를 미소짓게 만든다. 그래서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키득거리며 별 부담없이 읽을 수 있다. 역시 아이들과 같이 유쾌하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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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더 메이드 살인 클럽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김선영 옮김 / 북스토리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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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2학년 나이 또래의 사춘기 청소년들이 흔히 겪게 되는 심리적 상태를 빗댄 언어로, 자아 형성 과정에서 ‘자신은 남과 다르다’ 혹은 ‘남보다 우월하다’ 등의 착각에 빠져 허세를 부리는 사람을 얕잡아 일컫는 인터텟 속어를 중2병이라 한다. 라고 네이버 위키백과에 나와 있는 말. 나는 중학교 2학년의 아이들을 '움직이는 폭탄'이라고도 한다. 그만큼 이 시기의 아이들은 어디로 튈지 모르고 도대체 속을 모르겠어서이다. 큰 딸이 중학교 2학년때를 생각해보니 그야말로 질풍노도의 시기였던것 같다. 방문을 걸어잠그고 매일 나와 말다툼을 하며 나도 딸아이를 굉장히 미워했던 시기였고 걱정스러웠다. 현재 아들녀석이 중학교 2학년. 이 아이 역시 사춘기를 앓고 있는 아이다. 그나마 딸보다는 순하지만 남자아이들은 순간에 변할수도 있으니 역시 걱정스럽다. 별일없이 사춘기가 지나갔으면 하고 바라고 있다. 그나마 아들녀석은 축구며 농구로 많은 시간을 보내는게 그나마 사춘기를 수월하게 보내고 있나 싶다.

 

 

아들녀석이 중학교 2학년이기때문에 역시 중학교 2학년인 여자 아이들을 많이 알고 있다. 또한 아이들의 엄마하고도 친하게 지내고 있어서 그들의 고민을 자주 듣는다. 내가 바라보는 남자아이들의 사춘기는 일단 말수가 줄어든다. 어떤 아이들은 여자아이들에게 빠지는 애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은 누군가를 잠깐 사귀기도 하고 친구들과 어울려다니는 시기를 보내는 것 같다. 여자 아이들 같은 경우는 사춘기를 왕따를 당하느냐와 시키느냐로 갈라지는 것 같다. 어떤 아이와 친하게 지내고 싶지만 다가갈수 없을때 친구와 그 아이들을 왕따를 시키고 있다. 몇 명의 친한 친구들을 만들어 몰려 다니며 다른 팀이라고 할 수 있는 아이들을 시기하고 질투하고 아이에 대해서 나쁜 말을 퍼뜨린다. 친했던 아이와 싸우기라도 할라치면 부모에게 짜증을 부리고 울고 불고 난리가 아니다. 친구들과의 유대관계가 유난히 좋은 여자 아이들은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상처받고 아픔을 겪는것 같다. 내 사춘기를 기억해보아도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가장 힘들었던 것처럼 요즘의 아이들도 역시 마찬가지다.

 

 

이런 아이들을 둔 엄마들과 함께 아이들 걱정을 하고 누군가를 미워하기도 하며, 다른 아이들을 왕따 시키는 여자아이랑 아들 녀석이 사귄다고 했을때 나는 사귀는 걸 반대까지 했다. 이쁘기만 하면 뭐하냐며 친구들을 왕따시키는 아이는 좋게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몇 일만에 헤어져 다행이란 생각까지 했으니 그 아이 엄마가 안다면 기겁을 했을 것이다.

  

 

 

내가 딸아이의 사춘기를 겪었고 현재는 아들녀석의 사춘기를 겪고 있는 요즘, '날 죽여주지 않을래?'라고 살인을 청부한 이 아이의 이야기를 읽으며 나의 사춘기 시절, 지금 사춘기를 겪고 있는 아이들을 생각했다. 살인을 청부한 중학교 2학년 아이 고바야시 앤의 마음이 내 아이들, 내 친구들의 아이들의 마음이라고 생각하니 읽는내내 가슴이 아파왔다. 아이들은 이렇게 고통을 겪는구나. 엄마가 '빨강머리 앤'을 좋아해 앤이라고 지어주는 이름조차 아이들은 버거워하고 힘들어한다는 사실 또한 부모와 아이들과의 괴리감이 상당히 크다는 걸 느꼈다. 앤이 도쿠가와에게 살인을 주문하고, 언제, 어떤 방식으로 죽을 것인지 둘이서 만나 이야기 하는 과정들이 나오는 걸 보고 문득 두려워졌다. 내가 건네는 말 한 마디에 아이는 상처를 받고, 내가 사랑이라고 생각하는 행동들에도 아이들은 짜증이 난다는 것. 역시 가장 힘든 건 친구들과의 관계라는 것들이 그랬다.

 

 

불안한 아이들의 심리를 있는 그대로 표출한 츠지무라 미즈키 라는 작가의 이 책을 보며 곁에 있는 아이들을 바라보는 것처럼 사실적인 묘사에 공감을 하며 읽었다.  사춘기 아이들이 있는 부모들, 앞으로 사춘기가 될 아이들을 둔 부모가 읽으면 더 좋겠다.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들이 이렇게 극단적인 고민을 하고 있다는 걸 부모들이 알았으면 좋겠다. 나는 중학교 2학년인 아들녀석에게 이 책을 읽히고 읽고 난 후의 느낌을 물어보려고 한다. 또래 아이들이 느끼는 그 모든 고민과 감정들을 어떻게 느낄지 자못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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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 - 세상에 첫발을 내디딘 어른아이에게
김난도 지음 / 오우아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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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대 시절엔 어서 스무살이 되고 싶었다.

스무살만 되면 어른이 되어 있을 것 같고, 내가 하고 싶은 모든 일들을 다 할 수 있을줄 알았다. 스무살이 되었다. 스무살이 되어도 여전히 방황하고 무얼 어떻게 해야 될지 몰랐다. 그래서 서른살이 되면 나는 어른이 될 줄 알았다. 하지만 이십대 후반에 결혼을 하고 아이가 하나 있는 서른살이 되고 보니 도무지 아이를 어떻게 키우지도 못하겠고, 아이를 키우며 직장생활하기도 너무 버거워 내 삶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아이키우는데도, 직장생활도, 그렇다고 가정생활도 제대로 된게 하나 없이 헤매고만 있었다. 여전히 부모에게 의존하는 나의 삼십대였다. 어른이 되기가 이렇게 힘들구나. 나이만 먹으면 그냥 어른이 되는줄 알았지만 현실은 그렇지가 않았다. 나이 마흔이 넘은 지금, 누가 뭐라고 해도 어른의 반열에 서 버렸다. 내가 원한게 아닌 것 같았는데도, 마음은 아직도 아이 같이 두려운게 많은데도 어른이 되어야만 하는 나이가 되어버렸다. 그렇다면 나는 지금 어른인가? 글쎄 아직까지도 어른이 덜된 것만 같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로 너무나 유명한 란도샘의 책을 솔직히 읽어보지 못했다.

그러다 이 책을 읽게 되었고, 왜 그렇게 그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었는지 이해가 되었다. 마음속에 있던 고민들이나 마음들을 콕콕 찝어 내어 말씀해 주시는 듯 했다. 란도샘은 이 책의 부제를 '세상에 첫발을 내디딘 어른아이에게'라는 부제를 붙이셨다. 학생 신분일때는 미처 몰랐던 어른이 되는 세계, 혼자서 모든 걸 결정해야 하는 것. 실수를 해도 관대하게 봐주던 학생 때와는 전혀 다른 책임이 따른다는 것과 그만큼 냉정하다는 것에 힘들어 하는 사람들이 보면 더 좋을 책이다. 하지만 나이 마흔이 넘어도 어른이 되지 못한 나에게도 이 책은 마음속으로 다가왔다. 말씀 한마디에 맞장구를 치며 아직도 어른이 되는 연습을 하고 있는 나에게도 딱 맞는 책이었다.

 

 

 

우리에게 지워진 운명적 삶의 굴레는 어느 순간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한다. 견뎌내는 것이다. 한순간씩, 하루씩 살아가고 버티다보면, 그 징그럽던 운명도 나의 일부로 동화되어 결국 내가 운명의 '동행자'로 서게 될 날도 오지 않을까. 운명의 굴레가 생명의 수레바퀴로 바뀔 수도 있는 것이다. 자기 운명에 대한 사랑만이 역경을 삶의 활기로 전환시킬 수 있는 에너지이다. 그토록 힘겨울지라도 내 삶은 소중하며, 나는 그 인생을 살아낼 유일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75페이지 중에서)

 

 

란도샘은 첫 직장에 들어간 제자에게, 취업을 준비하지만 잇따라 실패를 하고 있는 제자에게 말을 뛰운다. 라디오 방송에서 멘토 프로그램을 할때 삶에 너무나 지쳐 있는 사람이 삶이 너무 힘들어 모든 걸 포기하고 싶다고 말하며 간절하게 버티고 싶다는 그에게 란도샘은 자신의 운명을 사랑하라고 한다. 솔직히 그 부분을 읽을때 란도샘이 무언가 해결책을 주시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덤덤하게 건네는 말 한 마디, 아모르 파티. 네 운명을 사랑하라. 이다. 그렇다. 어렵고 힘든 사람에게 아주 작은 도움과 위로의 한 마디를 건네줄 수 있지만 그 사람의 운명까지 바꾸지는 못한다. 그 사람이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고 스스로 헤쳐나가야 하는 일. 힘든 삶 속에서도 무언가 희망의 빛을 찾아내는 것도 자신의 일이므로 그렇다.

 

 

 

고독이 나를 성장하게 한다는사실을 알면서도 혼자 있지 못하는 것은 단절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다른 사람의 인정과 도움없이는, 자신의 존재를 단단하고 올곧게 세울 수 없다고 지레짐작하기 때문이다. 고독을 성장의 동력으로 삼으려면 먼저 자신에 대한 꼿꼿한 믿음이 필요하다. 그 믿음이 단절의 두려움을 이긴다. 고독은 힘의 샘이다. 당신의 외로움을 사랑하라.  (145페이지 중에서)

 

이미 어른이라고 할 수 있는 우리들 뿐만 아니라 이제 막 어른이 되려하는 이들, 어른이 되고 있는 이들 모두가 보면 좋을 책이라고 생각된다. 이 모든 이들에게 멘토가 되어줄 따스한 글이다. 아직도 여전히 모든 것에서 흔들리고 있는 나. 그래서 아프기도 하는 나. 란도샘은 천 번은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고 했다. 나는 아직도 어른이 되는 연습을 하고 있다. 아마 내가 사는 날까지 계속 어른이 되는 연습을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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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김연수 지음 / 자음과모음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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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라는 작가의 이름만으로도 그의 새 책이 나오면 유심히 보아진다.

이번엔 어떤 내용으로 우리 곁으로 다가올까. 어떤 주제를 가지고 우리의 마음에 손짓할까. 우리는 또 어떤 것들을 느낄까. 그의 작품이 다소 난해하게 느껴져도 짝사랑하는 사람처럼 그의 작품을 자꾸만 읽고 싶어진다.

 

 

표지에서부터 보이는 책은 왠지 아련함이 먼저 찾아든다.

양갈래로 머리를 땋은 소녀의 뒷모습에서도 아련한 추억이 묻어 있을 것 같다.

 

 

현재의 카밀라 포트만. 양어머니인 앤이 죽고 난 뒤 혼자서 지내고 있는 그녀에게 양아버지로부터 자신의 어릴적 유년시절의 추억이 쌓여있는 여섯 개의 상자가 도착한다. 그 물건들을 바라보기 꺼렸지만 유이치의 제안으로 추억의 물건을 하나씩 꺼낼때마다 자신의 이야기를 하나씩 써보는 시간을 마련한다. 여섯 개의 상자 속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써 작가가 된 카밀라. 자신의 뿌리를 찾는 논픽션을 쓰기 위해 한국으로 향하게 된다. 여섯 개의 상자속에서 사진을 자신과 친엄마로 보이는 사진 한 장을 발견하고 한국 남해안에 있는 진남으로 향했다. 열입곱 살에 자신을 낳았고 진남여자고등학교에 다녔다는 걸 알게 된 카밀라(희재)는 진남여자고등학교로 갔지만 교장으로 있는 신혜숙은 졸업앨범등을 보여주지만 진남여고 학생이 아니었다는 말을 한다. 무언가 진실을 숨기고 있는 듯 하지만 알 수가 없다. 엄마 이름이 정지은 이라는 것. 정지은이 아이를 낳는다면 희재로 이름을 짓고 싶어했다는 것.

 

 

소설은 1부는 카밀라의 시점으로 나타나고 2부에서는 지은의 시점으로 카밀라를 너라고 칭하고 있다. 이 부분에서는 마치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에서처럼 독특한 느낌이 들었다. 3부에서는 3인칭 시점으로 지은과 같이 학교를 다녔던 이들이 나와 25년 전을 이야기한다. 소설속에서 등장하는 붉은 동백꽃, 양관의 앨리스 무덤과 에밀리 디킨슨의 시, 그리고 검은 모래가 있는 바다. 이 모든 것들이 우리들을 과거속의 정지은에게로 향한다. 정지은은 왜 자살을 했을까. 카밀라(희재)는 누구의 아이일까. 지은이 찾고자 했던 심연 속에서 날개를 퍼덕이지만 쉽게 가 닿을수 없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서로에 대한 이해를 가로막는 심연이 존재합니다. 그 심연을 뛰어넘지 않고서는 타인의 본심에 가닿을 수가 없어요. 그래서 우리에게는 날개가 필요한 것이죠. 중요한 건 우리가 결코 이 날개를 가질 수 없다는 점입니다. 날개는 꿈과 같은 것입니다. 타인의 마음을 안다는 것 역시 그와 같아요. 꿈과 같은 일이라 네 마음을 안다고 말하는 것이야 하나도 어렵지 않지만, 결국에 우리가 다른 사람의 마음을 알 방법은 없습니다. 그럼 날개는 왜 존재하는 것인가? 그 이유를 잘 알아야만 합니다. 날개는 우리가 하늘을 날 수 있는 길은 없다는 사실을 알려주기 위해 존재하는 것입니다. 날개가 없었다면, 하늘을 난다는 생각조차 못했을 테니까 하늘을 날 수 없다는 생각도 없었을 테지요.   (274~275페이지 중에서)

 

 

왜 인생은 이다지도 짧게 느껴지는 것일까? 그건 모두에게 인생은 한 번뿐이기 때문이겠지. 처음부터 제대로 산다면 인생은 한 번으로도 충분하다. 하지만 단번에 제대로 된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단 한 번 뿐인 인생에서 우리가 저지르는 실수는, 그게 제아무리 사소한 것일지라도 돌이킬 수 없다는 점에서는 모두 결정적이다. 한 번뿐인 인생에서 우리는 그런 결정적인 실수를 수없이 저지른다는 걸 이제는 잘 알겠다.  (285페이지 중에서)

 

 

희재의 친아버지가 누구일까. 그의 정체를 찾지만 작가는 독자들에게 그리 친절하지가 않다.

책을 읽는 우리들에게 안개속을 헤매듯 나름의 추리를 맡기고 있다. 그야말로 심연 속에 갇힌 느낌이다.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심연. 우리는 심연 속에 갇혀 우리들의 자화상을 바라보기도 한다.

 

 

처음 '나'로 시작하는 글에 남자 작가가 쓴 글이면 으레 남자 주인공이겠거니 하는 생각을 먼저 하게 된다. 마흔이 넘은 김연수 작가가 스물네살의 작가인 희재와 열일곱 살의 지은 또는 지은의 학교 동기들인 영화감독이나 기자의 마음을 대변하는 글이 상당히 생소하고 낯설었다. 하지만 내가 읽었던 김연수 작가의 몇 권의 책들 보다는 더 다정하더라. 내가 좋아하는 단어인 '심연'이라는 주제와 '희망'의 날갯짓을 이야기하는 이 글이 퍽 다정했다. '나'와 '너'가 모여 '우리'가 되는 희망의 날개가 심연속에서 피어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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