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실격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03
다자이 오사무 지음, 김춘미 옮김 / 민음사 / 2004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다자이 오사무를 읽었다.

그를 말하기를 사는 동안 자살을 몇번씩이나 실행했었고, 결국에는 자살로 생을 마감한 작가. 일본의 일본의 많은 젊은이들에게 열렬한 지지를 받았던 작가라고 한다. 그는 왜 그렇게 몇번의 자살을 시도 했을까? 이 책 『인간 실격』은 그가 죽기 마지막 작품이 되었다. 그런 만큼 이 책에서의 요조의 모습은 작가 다자이 오사무를 많이 닮았다. 책을 읽으면서도,  책을 다 읽고 난 후 옮긴이가 쓴 작품해설을 보았을때도 조금의 변형이 있을지언정 작가의 이야기라 짐작되었다.

 

 

부자인 아버지, 많은 가족, 그 가족들 틈에서 얼간이처럼 추하고 묘하게 웃는 듯 사진을 찍은 요조의 모습과 연인과 혹은 아내와 정사情死를 일으키려 했던 모습까지도 다자이 오사무와 겹쳐 보였다. 자신이 품고 있는 생각들을 작가는 글로 풀어낸다고 알고 있다. 그래서인지 인간에 대한 두려움을 마음속 깊은 곳에 숨기고, 일부러 익살스럽게 굴고 바보 같은 미소를 내지었던 요조의 고뇌가 그렇게 다자이 오사무의 모습으로 보였다.

 

 

그는 왜 그토록 자살을 꿈꾸었을까? 인간에 대한 두려움이 그렇게 깊을 수가 있었을까.

마음속에 얼마나 많은 고민들과 인간에 대한 나약함에 대해 고통스러워 했으면 그렇게 다섯 번의 자살을 시도 했는지. 타락한 시대에서 점점 타락해가며 슬픈 존재로 변해가는 인간상을 보여주고 있다. 사람이 가장 편안함을 느껴야 할 가족에게서조차 두려움을 느낀다면 누구를 믿고 살아야 하는지.  그 고통스러운 마음이 전해져 왔다. 순수했던 인간이 타락한 인간으로 변해가며 그는 끝없이 죽음과 싸웠을 것이다.

 

 

늘 인간에 대한 공포에 떨고 전율하고 또 인간으로서의 제 언동에 전혀 자신을 갖지 못하고 자신의 고뇌는 가슴속 깊은 곳에 있는 작은 상자에 담아두고 그 우울함과 긴장감을 숨기고 또 숨긴 책 그저 천진난만한 낙천가인 척 가장하면서, 저는 익살스럽고 약간은 별난 아이로 점차 완성되어 갔습니다.  (19 페이지 중에서)

 

 

아아, 저에게 냉철한 의지를 주소서. '인간'의 본질을 알게 해주소서. 사람이 사람을 밀쳐내도 죄가 되지 않는건가요. 저에게 화낼 수 있는 능력을 주소서.  (90페이지 중에서)

 

 

『인간 실격』이 나약한 인간의 끝없는 고뇌와 타락을 담았다면 『직소』는 나약한 인간이자 예수를 고발했던 가롯 유다가 풀어놓는 이야기이다. 마치 곁에서 지켜보고 우리들이 보는 자리에서 말하듯 이야기한다. 고작, 은 삼십냥에 팔았던 자신들의 스승을 바라보는 이야기. 가롯 유다 역시 다자이 오사무가 바라보는 나약한 인간이다. 또한 다자이 오사무의 모습일수도 있다.

 

 

자꾸 자살을 시도하는 요조의 모습이 그다지 좋지는 않았다.

이 모습들을 보고 또다시 누군가 시도할 수도 있는 문제가 있을수도 있겠다. 하지만 요조가 이토록 인간의 나약함에 대해서 고민했다는 것. 그의 끝없는 고뇌가 오랫동안 머릿속에 남는다. 여운이 깊게 남아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미술관을 터는 단 한 가지 방법 블랙 로맨스 클럽
앨리 카터 지음, 곽미주.김은숙 옮김 / 황금가지 / 2012년 7월
평점 :
절판


얼마전에 본 한국영화 '도둑들'이 다이아몬드를 훔치고자한 영화였다면 어제 본 영화 조선시대판 도둑들인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금 보다 귀한 얼음을 훔친다는 이야기였다. 영화는 그 예전의 헐리우드 영화 '오션스 일레븐'처럼 열 명 정도가 모여 계획하고 훔치는 이야기였다. 제목이 재미 있어서 휴가지에서 읽을 도서로 선택된 이 책 또한 도둑들에 관한 이야기다. 미국판 도둑들이라고 해야할까. 다만 한가지 다른 점이라면 『미술관을 터는 단 한 가지 방법』은 십대의 아이들, 그것도 천재적인 도둑들의 자녀들이 모여 미술관을 털게 되는 이야기를 담았다.

 

 

천재적인 도둑들의 가문의 열다섯 살 카타리나 비숍.

자신의 그런 가족들이 싫어 다른 삶을 살고자 신분을 속이고 명문 기숙학교에 들어가지만 누군가의 계략으로 학교를 더이상 다닐수 없게 된다. 그녀를 태운 자동차는 그녀의 친구인 백만장자인 W. W. 헤일 5세. 캣의이라 불리는 그녀는 아버지가 어느 미술관의 그림을 훔쳤다는 이유로 인터폴의 감시를 받는 걸 보게 된다. 아르투로 타코네로부터 캣의 아버지가 자신의 중요한 그림을 훔쳐갔다며 캣에게 2주 간의 말미를 주며 아버지의 목숨을 위협한다. 아버지가 아닌 다른 사람이 그림을 훔친건데 누명을 쓴 아버지 때문에 캣은 그림을 되찾고자 천재적인 십대 도둑들을 모으게 된다.

 

 

베르메르의 그림을 훔치기 위해 모네의 그림을 파는 백만장자인 잘생긴 소년 헤일과 길다랗고 날씬한 다리를 돋보이는 짧은 치마로 사람들의 마음을 훔치는 아름다운 캣의 사촌 가브리엘. 컴퓨터 천재인 사이먼, 헤이미쉬와 앵거스 형제, 파리에서 만난 매력적인 소매치기 소년인 니콜라스와 함께 그들의 그림이 있는 곳 헨리 미술관을 털기 위해 모였다. 이들은 전문적인 성인 도둑들보다 오히려 한수 위로 보인다. 그들이 미술관을 염탐할때 아이들 틈에 섞여 있으면 위험인물로도 비춰지지 않고 그들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그리고 백만장자인 헤일이 있잖은가. 최첨단 보안체제를 자랑하고 있는 헨리 미술관을 과연 이들은 어떻게 털게 될까 책을 읽어갈수록 궁금함이 더해간다. 과연 십대의 아이들이 이런 일을 할수 있을까. 도무지 사실적이지 않지만 이들 천재적인 십대의 도둑들은 깜찍하기만 하다.

 

 

 

책에서 보면 슈타인 씨가 캣과 헤일에게 설명해주는 다섯 점의 그림들이 나온다.

르누아르의 「건초 더미 벌판을 가로질러 달려가는 두 소년」이라는 그림과 베르메르의 「철학자」, 렘브란트의 「돌아온 탕아」, 드가의 「무대 옆에서 기다리는 무희」, 그리고「성 니콜라우스에게 기도하는 소녀」이다. 또한 헨리 미술관에 있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그림인 「천국으로 돌아가는 천사」가 언급된다. 실제로 존재하는 그림인지 찾아보았지만 렘브란트의 「돌아온 탕아」만이 실제로 있는 그림이라 한다. 물론 헨리 미술관도 가상의 미술관을 설정했다. 실제 있는 그림처럼 그림에 대한 관심과 천재적인 십대 도둑들의 활약과 그들의 로맨스가 재미있게 읽혀진다. 그들의 로맨스 뿐만 아니라 소녀 캣이 느끼는 가족에 대한 감정들이 보통의 소녀들과는 다른 듯도 하고 또 같기도 하다. 유명한 도둑 집안이라는 게 싫어 거기에서 벗어나고 싶어하는 것과 그래도 자신의 곁에는 가족밖에 없다는 걸 느끼는 캣의 마음이 보였다.

 

 

앞서도 말했지만 도둑들에 관한 영화를 닮았다.

판권이 팔려 영화화 한다고 한다. 2014년에 개봉이라니 어떤 배우들이 나와 깜찍한 도둑질을 하려는지 상상만 해도 재미있을것 같다. 이 작품으로 도둑들 3탄을 연이어 본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시 조찬 모임
백영옥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2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랑을 할때는 그 사랑이 영원할 것 같지만 언젠가는 이별이 다가오기도 하더라.

이십대의 나, 누군가를 아주 많이 사랑했었다. 같은 직장에 근무하던 그,  같은 사무실에서 근무하며 그의 하나하나의 몸짓이 그다지 사랑스럽지 않았는데도 이슬비에 옷 젖듯 그렇게 그에 대한 마음을 키워갔었다. 그의 발령 그리고 이별. 더 많이 사랑한 사람이 이별한 뒤에서 더 아픈 것이리라. 그와 헤어지고 처음으로 직장에 휴가를 냈었다. 못마시던 소주 한 병을 사서 마시고 그렇게 하루를 끙끙 앓았었다. 세상이 막막하기만 했었지만 시간이 지나니 죽을 것 같던 그 마음도 조금씩 색이 바래더라. 아마 그때의 난, 내가 더 많이 좋아한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은연중에 이별을 예감했는지도 모르겠다. 그와 헤어지고는 그가 나에게 준 아픈 일들만 내 기억속에 차지할 것 같았는데 함께 했던 여러가지 일들이 추억속에 자리하고 있었다. 그렇게 그를 잊어갔다. 만약, 그렇게 이별 때문에 힘들어 할때 트위터에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시 조찬 모임'을 초대하는 멘션을 보았을때 그때의 나도 이런 모임에 참석하지 않았을까. 이른아침 일곱시에 누군가들을 만난다는게 나로서는 있을수 없는 일 같기도 하지만.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시 조찬 모임에 참석한 이들을 보면 항공사의 승무원 윤사강, 대기업의 홍보컨설턴트 강사 이지훈, 그리고 이 모임에 참석한 정미도의 시선으로 바라본 그들의 사랑과 이별을 이야기한다.

 

 

먼저 윤사강을 보자면, 아버지가 프랑수아즈 사강을 좋아해 딸의 이름을 사강으로 지은 아빠가 떠나고 아빠의 부재 때문에 힘들어한 젊은 날의 자신이 보였다. 항공사 승무원으로서 아내가 있는 기장 정수를 먼저 좋아하고 먼저 헤어지자고 말해놓고 실연의 아픔때문에 힘들어한다. 그가 선물해 준것들을 버리기도 하고 또한 못버리기도 한다. 우연히 트위터에 올라온 글을 보고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시 조찬 모임'이란 식당엘 찾아 왔다.

 

 

두 번째 이지훈, 고등학교때부터 사귀던 대학친구이자 MT도 같이 갔고, 여행과 젊은 날의 고민들을 함께한 십년 지기 연인 현정과 헤어지고 자신의 젊은 날들이 사라졌음을 느낀다. 잠못 이루는 밤을 보내던 그는 트위터에 떠 있는 글을 클릭하고 만다.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시 조찬 모임'을 나가면 자신의 실연이 좀더 깊게 보일까. 실연에 관한 영화를 보며 실연 기념품을 처치해 버리면 잊어버린 연인을 잊을 수 있을까. 함께 했던 추억까지도 다 바람결에 날려버릴수 있을까. 

 

 

왠지 정미도의 미도 라는 이름을 들으면 우리가 영화를 보러 갔을때 영화 마지막에서 자막이 올라갈 때 보이던 외화 번역가 이미도의 이름이 먼저 떠올라 미도 라는 여자의 이름이 생각보다 깊게 각인 되었다. 그냥 스쳐지나갈 줄 알았던, 일곱시 조찬 모임에서의 미도는 이 작품에서도 마치 영화처럼 한 역할을 하고 있었다. 스무살의 앳된 모습으로 보이지만 그녀 또한 사랑의 상처를 갖고 있는 미도. 이별을 해야 새로운 사람을 만난다는 그녀의 생각과 행동이 발칙하기만 하다.

 

 

 

인간이 외로운 건 일평생 자신의 뒷모습을 보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모든 살아 있는 것들의 외로움은 바로 그것에서부터 시작된 것이라고. 자신의 뒷모습을 볼 수 없는 존재가 두려움 없이 자신의 어둠을 응시할 리 없다.  (242페이지 중에서)

 

모든 연애에는 마지막이 필요하고, 끝내 찍어야 할 마침표가 필요하다. 그래야만 다시 시작할 수 있었다. 더 이상 존재할 것 같지 않던 '다시'라는 말이 가슴속에서 자라날 수 있었다. (412페이지 중에서)

 

 

 이별을 선언했지만 그 이별 의식에서 빠져나오고 싶지 않는 사람들이 대부분일것이다.

자신만의 이별의식을 끝없이 행하고, 함께 했던 이와의 기억들로 침잠할때 실연당한 사람들과 아침을 먹으며 실연의 기념품이나 실연에 관한 영화를 보며 자신이 진짜 이별했다는 걸 받아들이게 될것이다. 이별 의식을 하며 이별했던 사람을 떠나보내고 그 사람을 비우게 되는 일. 그렇게 인정을 하게 되는 일. 그렇게 자신의 마음을 정리한 후 새로운 사람을 받아들일 마음을 열게 되는 것이다. 사랑을 잃고 난 사람에게 하는 가장 흔한 한 마디가 생각난다. 이별은 시간이 해결해 준다고. 꼭 남녀 간의 이별만이 아닌 가족과 친구와의 관계에서도 이별은 힘들기 마련.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그 이별의 아픔도 희미해 지는 것이다. 이별을 인정하기 때문일 것이다.

 

 

책속에서 주인공 사강의 이름 때문이었는지 『슬픔이여, 안녕』이라든지 지훈이 읽었던 책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라는 프랑수아즈 사강의 소설들이 언급된다. 사강의 소설 외에도 몇가지 소설들이 주인공들이 함께 하는 책이라서 다 읽고 싶게 만든다.

 

 

토요일 오전 일곱시. 누군가는 잠을 자는 시간, 누군가에게는 이제 막 잠자리에서 일어나는 시간. 그리고 누군가에게는 실연당한 사람들이 모여 아침 식사를 하는 시간. 과거의 나에게 말하고 싶다. 누워 퉁퉁 부은 눈으로 울고만 있지 말고 조찬 모임에 참석해 보라고. 헤어진 사람보다 더 따뜻하고 좋은 사람을 만날 수도 있다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도로변 십자가 모중석 스릴러 클럽 31
제프리 디버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12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블로그를 한지 십 년 가까이 된 것 같다.

블로그를 처음 시작할 때 보여주는 일기 정도에서 시작한 것 같다. 주절주절 소소한 일상들을 적다가 내가 좋아하는 책에 대한 간단한 느낌들을 적기 시작했다. 그러다 블로에서 자주 왕래하는 사람들을 알게 되었고, 보여주는 일기에, 책 리뷰 등에 댓글 등을 남기며 서로 그렇게 친해졌다. 사람이 친해지면 개인적인 말을 많이 하게 된다. 오늘은 어땠어요. 어디를 가요. 어딘가를 다녀왔어요 등등. 사진을 올리며 얼굴을 알리고 실제로 몇 번 만나보기까지 했다. 인터넷이라는 가상세계에서만 알다가 실제로 만나 친구나 언니 라고 부르며 그렇게 하룻밤을 보내기를 몇번. 그냥 가상세계에서 끝날것 같은 만남이 십 년 가까이 된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면 이것은 가상세계와 현실세계와 별 차이가 없다는 점이다. 또 그 만남을 지금까지 이어져 오기까지 많은 노력이 필요하기도 하다. 서로 상대방에게 호감을 갖고 있어야 하고, 공통된 화제가 있어야 하며, 일년에 몇 번씩이라도 연락을 하는 사이가 되어야 할 것이다. 한동안 무심했던 사이여도 스마트폰을 구입하면서 카톡이라나는 메신저 기능이 있어 멀리 있되 아주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처럼 그렇게 지내고 있다.

 

 

제프리 디버의『잠자는 인형』을 읽고 소설속 사람의 몸짓을 보며 그 사람의 심리를 파악하는 동작학 심리 전문가 캐트린 댄스의 활약에 완전히 반해버린 작품이었다. 이번 책 또한 캐트린 댄스 시리즈라 더 기다렸고 읽고 싶었던 작품이었다. 이번 작품 『도로변 십자가』에서는 블로그 상에 올려 놓은 글과 그 글에 관한 댓글에서 그 사람이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지는지, 어떤 것을 무서워 하는지 알게 된다는 것. 그 사람의 행적들이 그대로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에게 노출되어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그 사람의 아이피 주소만 알면 그 사람이 어디에 사는지 다 알수 있고, 또 인터넷 상에서 우리는 개인적인 면들을 너무 많이 노출하고 있다. 그것이 범죄에 관련되어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는 것도 모른채. 가상의 이름만 적으면 모를거라는 생각하에 상대방에 대한 비방을 서슴치 않는다. 학교에서나 사회에서만 왕따가 있는게 아니다. 인터넷 상에서 한 줄의 글과 몇 마디의 댓글에서도 왕따를 만들고 있다. 그렇게 상처받은 사람이 범죄를 일으킬수도 있다는 사실, 또한 그렇게 왕따를 당한 이가 범죄자로 몰릴수도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억제된 감정은 거의 언제나 몸짓으로 드러난다.  (48페이지 중에서)

 

우린 온라인에서 개인정보를 너무 많이 풀어놓고 있습니다.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말입니다.   (89페이지 중에서)

 

 

과거 최약의 살인마 찰스 맨슨의 아들이라고 불리웠던 다니엘 펠의 심리를 꿰뚫고 사건 수사에 나섰던 캐트린 댄스가 이번엔 도로변 십자가에 사람의 이름과 날짜를 적어 죽음을 예고하고 어느 한소녀가 죽을 뻔한 사건을 수사하게 된다. 부보안관 마이클 오닐과 수사를 함께하는 캐트린 댄스는 첫번째 죽을 뻔한 소녀 태미를 사건을 수사하던중 컴퓨터 전문가이자 교수인 조나단 볼링의 도움을 받아 태미가 주로 어디 사이트를 다녔는지 소녀의 행적을 조사한다. 사십이 넘어서도 싱글인 조나단 볼링 교수와 왠지 핑크빛 로맨스를 선사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그 와중에 다니엘 펠 사건을 수사하던 수사요원 후안 밀라의 안락사를 도왔다는 용의자로 캐트린의 어머니 이디 댄스를 지목하면서 캐트린은 어머니를 보호하고 싶으면서도 도로변 십자가 사건에 집중할 수 밖에 없다.

 

 

 

 

『잠자는 인형』에 비해서 『도로변 십자가』는 걸어다니는 거짓말 탐지기 캐트린 댄스의 심리전문가의 역할이 생각보다 덜했다. 법 집행관이자 수사 요원으로서의 활약이 더 많았달까. 하지만 수사요원으로서의 캐트린 댄스의 역할은 빛을 발한다. 제프리 디버의 추리소설의 반전은 우리의 허를 찌른다. 그의 작품을 읽어 왔던 사람이라면 살인을 저지르려 했던 살인범이 나와도 이게 아닌데, 뭔가 더 있을텐데 하는 기대감이 있다. 또 그런 기대감을 충족시켜 준다. 전혀 기대하지 못했던 반전의 반전을 우리에게 선사한다.

 

친구들로부터 왕따를 당하는 이들, 스스로 게임에 빠져 사는 아이들이 많은 것 같다.

실제 세상보다는 게임속 세상에서 친구들이 있고, 그 친구들과 가족을 이루며 인터넷 세상에서는 다른 삶을 사는 이들이 있다. 사람을 칼로 베고, 총으로 죽이는 게임이 많다는 사실에 난 두려움을 느낀다. 실제로 게임에 빠져 살았던 학생이 게임속인지 실제 세상속인지 분간을 못하고 사람을 죽이는 일도 있었다. 게임에 빠져 살다 보면 그런 일이 종종 있을 것 같아 아이가 무슨 게임을 하는지 유심히 살필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아들 녀석이 피파 게임만 하는 걸 다행으로 알아야 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 작품 『도로변 십자가』는 우리들에게 인터넷 상에서 너무 많은 것을 적지 말라는 일종의 경종을 울려준다. 익명을 쓴다는 이유로 인터넷 상에서 언어 폭력을 휘두르는 사람들이 지금도 많다는 걸 느낀다. 다른 이에게 상처를 주는 사람들, 그 상처로 인해 힘들어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댓글 하나에서도 상대방을 배려하는 사람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밀란 쿤데라 전집 6
밀란 쿤데라 지음, 이재룡 옮김 / 민음사 / 2011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영화를 좋아하는 내게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은 영화로 먼저 만나게 되었었다. 내가 오래전에 좋아했는 배우 다니엘 데이 루이스와 줄리엣 비노쉬가 주연했던 작품 '프라하의 봄'이란 제목으로. 배우들의 연기와 작품이 말하는 무거운 주제 의식이 오랫동안 머리속에 남아있는 작품이었다. 우리집에 이 책이 있었고 해서 난 당연히 읽은 줄 알았다. 『책은 도끼다』를 읽고 책 속에서 말하는 토마시와 테레자, 토마시를 사랑했던 사비나와 프란츠의 이야기에 매료되었다. 오래전에 보았던 영화가 생각났고, 이들의 자세한 이야기가 궁금해 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다른 여자들과 결코 함께 잠을 자지 않는 남자, 토마시.

어느 날 한 번의 우연한 만남 뒤에 테레자가 프라하의 자신의 집으로 찾아왔다. 마치 송진으로 방수된 바구니에 넣어져 강물에 버려졌다가 그의 침대 머리맡에 건져 올려진 아이처럼. 그렇게 다가와 아파 누워있는 바람에 그는 테레자와 일주일을 함께 했다. 아이처럼 그렇게 보살폈다. 그리고 그녀는 살던 곳으로 다시 돌아간 후 그는 고민에 빠졌다. 어느덧 마음속에 들어와 버린 테레자와 같이 살아야 하는지 아닌지. 함께 사는 것이 나을지 아니면 혼자 사는 것이 나을지. 그는 자유롭고 싶어하는 남자였다. 테레자와 함께 살기 시작한 후로도 그는 다른 여자와 만나기를 그만두지 않는다. 화가 사비나를 비롯해 그에게는 늘 여자가 있었다.

 

 

웨이트리스로 일하던 테레자, 어느 날 그녀의 가게로 온 한 남자와 잠깐의 만남 뒤 그가 준 명함을 가지고 그의 집으로 찾아가게 된다. 함께 테레자는 아침이 되도록 토마시의 손가락을 꼭 붙들고 잠을 잤다. 아기처럼, 그가 아니면 안되는 것처럼, 그렇게 절박하게. 그녀가 그토록 사랑하는 토마시에겐 늘 여자가 있었다. 자신을 곁에 두고서도 다른 여자의 냄새를 묻혀오는 토마시 때문에 너무도 힘들어 한다.

 

 

토마시에게 테레자가 있음에도 토마시를 사랑했던 사비나는 그와 헤어지고 역시 아내가 있는 프란츠와 연인관계다. 자신을 따라다니는 역사를 벗어나 누구보다도 자유롭고 싶어했던 사비나. 그런 사비나를 사랑했던 프란츠. 이처럼 책에서는 토마시와 테레자, 사비나와 프란츠 네 명의 이야기와 과거 체코의 역사와 철학적인 메시지를 우리에게 전한다. 1968년은 체코슬로바키에서 민주화 운동이 일어났고, 민주화 운동을 막기 위해 소련이 군사 개입하였던 시기였다. 공산주의자들에게 감시를 받고 자유롭게 행동을 할 수 없었던 그들의 짙은 외로움과 고통 들이 보였다. 

 

 

그들 네 사람과 체코의 역사를 바라보는 작가의 모습 같은 '나'가 등장한다.

그들의 사랑과 삶에 대한 생각들을 우리에게 보이며 작가의 사랑과 삶에 대한 깊은 철학적 의미를 깨달을 수 있다. 또한 인간의 마음속 깊은 곳에 있는 삶의 본질과 삶의 이유를 우리에게 묻는다. 이들 네 사람들을 지켜보며 우리는 마음속으로 해답을 찾기 위해 심연속에 침잠할 수 밖에 없다.

 

 

소설 인물들은 살아 있는 사람들처럼 어머니의 육체에서 태어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하나의 상황, 하나의 문장, 그리고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았거나, 본질적인 것은 여전히 언급되지 않았지만 근본적이며 인간적 가능성의 씨앗을 품고 있는 은유에서 태어난다. 

 (355페이지 중에서)

 

역사란 개인의 삶만큼이나 가벼운, 참을수 없을 정도로 가벼운, 깃털처럼 가벼운, 바람에 날리는 먼지처럼 가벼운, 내일이면 사라질 그 무엇처럼 가벼운 것이다.  (358페이지 중에서)

 

 

삶은 왜 이토록 아픔을 동반하는가.

한 사람을 사랑하는 일은 때론 고통이기도 하다. 상대방을 너무도 사랑하는 일, 내 마음처럼 상대방도 나만을 바라보고 나만을 사랑했으면 좋겠지만 그게 뜻대로 안될 때 우리는 끊임없이 좌절한다. 사랑을 갈구할수록 좌절은 더 깊어진다. 삶 또한 마찬가지이다. 수많은 아픔과 함께 성장하고 또 성장하게 된다. 삶의 무거운 짐에 짓눌리기도 하며 또 어느 순간엔 떠도는 공기처럼 그렇게 가볍게도 살아간다. 작가 밀란 쿤데라도 말했든 산다는 것은 가벼움과 무거움의 반복이라는 말에 이번처럼 다가온 적도 없는 것 같다. 삶은 첫 번째 리허설이다. 리허설을 하고 우리가 두 번째 인생을 선택하면 좋겠지만 우리에겐 두 번째 선택권이라는 게 없다. 하루하루가 얼마나 소중한 시간인지, 지금 내가 하고 있는 말 한 마디, 내가 하는 행동들이 돌이킬 수 없는 나의 삶인 것이다.

 

 

 민음사의 밀란 쿤데라 전집으로 나온 이 작품 속 표지들은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 들이다.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과 책의 내용이 표지와 참 잘 어울렸다. 표지가 마음에 들어 다 소장하고싶은 욕심이 생기는 책이었다. 물론 밀란 쿤데라가 말하는 삶과 사랑의 철학이 보이는 이야기 속으로 빠지고도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