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세 걸음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00
모옌 지음, 임홍빈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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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역시나 10월에, 노벨문학상 발표를 하는 세계 뉴스에 귀기울였지만, 역시 내가 기대하던 분이 안되고 중국의 작가 모옌에게 돌아갔다. '글로만 뜻을 표할 뿐 입을 말하지 않는다'라는 뜻을 가진 '모옌'이라는 필명을 가진 작가이다. 나는 이 작가가 생소했지만 예전에 보았던 장예모 감독의 '붉은 수수밭'이라는 영화의 원작자였다는 사실도 새롭게 알았다. 그 책을 읽지 않고 영화로만 봤지만, 중국의 역사를 조금 알게된 작품이었다. 생소했던 작가 모옌이 노벨문학상을 탔고 그의 작품을 읽어보지 못한 나는 그가 말하고자 하는 문학의 정수를 느끼고 싶었다.

 

 

처음 읽어본 모옌의 책은 독특했다. 이 작품의 번역가가 해설에서 말하기를 그의 작품은 중국 역사와 현실을 배경으로 역사의 환상, 현실과 상상을 결합시킨 기이하고 황당하고 신기한 이야기를 끊임없이 늘어놓는다고 말하고 있었다. 딱 들어맞는 말이었다. 

 

 

이 책의 줄거리를 보자면, 중국의 8중학교에 다니는 물리교사가 수업을 하다가 갑자기 발작을 하며 죽었다. 어이없이 죽은 그를 보며, 열악하게 살고 있는 교사들의 모습을 보이고 있었고, 교사들의 생활 개선을 위한 취지로 들고 일어나기로 했었다. 그런데 그가 죽은게 아니었단다. 갑자기 눈을 떠 죽은 줄 알았던 사람들에게 놀라움을 주고, 찾아간 아내에게는 귀신이라며 내쫓김을 당했다. 갈데가 없는 그는 할 수 없이 맞닿은 옆집, 장례미용사이며 같은 물리교사인 장츠추의 아내인 리위찬에게로 간다. 리위찬은 남편인 장츠추와 팡푸구이의 외모가 닮았다는 걸 알고 간단한 시술을 통해 팡푸구이를 장츠추인양 같은 옷을 입혀 중학교 물리교사로 보내고 남편인 장츠추에게는 100위안을 주면 돈을 벌어오라고 한다.

 

 

 

 

 

어떻게 보면 간단한 줄거리지만 600페이지가 다 되는 책의 내용은 우리를 조금 혼란스럽게 만든다. 죽은자가 다시 살아나고, 장례미용사의 작업대에 누워있는 시체와의 관계된 이로 하여금 끊임없이 과거로 우리를 안내하고, 과거속에서 리위찬이 만났던 사람 왕부시장을 추억하는 일이다. 또한 젊었을때 아름다웠던 엄마와의 관계에서부터 동물원 사육사와의 관계까지 그 연결고리들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장례미용사인 리위찬과 리위찬의 남편이자 중학교 물리교사인 장츠추와 죽었다 살아난 물리교사 팡푸구이, 팡푸구이의 아내인 투샤오잉의 이야기를 우리에게 말하고 있다. 투샤오잉은 하얀 피부를 가진 러시아인으로 러시아과를 졸업한 재원이었지만 당의 결정에 따라 중학교의 토끼통조림 공장에서 토끼 가죽을 벗기는 일을 하고 있다. 각자의 이야기를 과거속에 자신이 꿈꿔왔던 일들을 환상적으로, 마치 현실이 아닌것처럼 말하는 소설이었다. 한바탕 꿈꾸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책은 한 걸음 부터 열세 걸음까지의 챕터로 되어있다.

나는 한 걸음부터 읽을때 왜 제목이 『열세 걸음』인지 의문스러웠었다. 작가가 나타내고자 하는 것이 무언인가. 쇠우리에서 끊임없이 분필가루를 씹어먹는 서술자가가 '나'로 '너'로, 다시 '너'와 '나'로 나오면서 우리에게 예전의 일을 알려주기도 하는 듯, 또한 직접 말하는 듯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왜 제목이 『열세 걸음』인지 책의 중후반부에 갔을때에야 우리에게 알려주었다. 러시아의 아주 오래된 아름다운 전설을. 참새는 원래 두 발을 모아 종종 뛰는 짐승인데 병아리처럼 한 발, 한 발 걷는 걸 본 사람이 있다며 한 걸음부터 열두 걸음까지는 천운을 주지만, 열세 걸음을 걷는 걸 보는 순간 열두 걸음의 모든 천운이 악운이 되어버린다는 러시아의 민담을 이야기로 풀어낸 것이다. 때론 아주 현실적이며 때론 아주 환상적인 소설로 나타냈다.

 

 

작가는 중국 역사와 현실을 이처럼 환상적으로 풀어내는 작가였다.

어쩌면 황당하게까지 느껴지긴 했으나 작가는 책 속에서 중국의 현실을 알려주고 있었다. 실제 중국의 교사들이 이처럼 열악한 생활을 하고 있다고 한다. 억압받는 중국인들에게 뭔가 한줄기 바람을 안겨주고 싶어서인지 억압받는 현실을 탈피하고자 사람들의 끊임없이 욕망하는 하는 주인공을 나타내는 글을 써낸 것 같다.

 

 

이 한 권으로 모옌의 문학을 안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그가 말하고자 하는 문학의 개성을 강하게 느꼈다. 독특하면서도 환상적인 문학을 써내는 작가 모옌의 개성이 나타나 있는 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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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한 걸음은 혼자서 가야 한다 - 정진홍의 900킬로미터
정진홍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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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남은 달력 한 장을 보고 있노라면 갖가지 생각이 다 든다.

처음 달력을 받았던 그때를 뒤돌아 본다. 스무살 꽃처녀처럼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달력을 받고, 올해엔 어땠으면 좋겠다는 간단한 계획을 세우며 탁상달력을 이것저것 메모를 한다. 그리곤 한 달, 두 달 이렇게 무심히 지나다 보니 달력을 한 장 남겨놓고 있을 뿐이었다. 그래서 언제부턴가 제대로된 계획을 세우지 않는것 같다. 그저 별일없이 한 해가 지나갔으면 하는 마음이 저절로 든다. 달랑 한 장 남은 달력을 보니 올해도 다 갔구나. 올해에 내가 무얼했을까. 별일없기를 바랬던 한해 였지만 이런저런 일도 있었고, 가족중에서 암수술을 받은 분도 계셨다. 별탈없이가 이렇게 힘들구나 생각하면서 또 한 해가 가는게 그저 안타깝다. 내 개인적으로는 혼자만의 시간을 많이 가져보자고 생각했지만 정작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았나 싶다. 아니면 책만 파고 있거나. 나이듦에 대하여 곰곰히 생각하고 있는 즈음에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우리가 많이 아팠던, 삼십 년 전의 사춘기 시절, 성장통을 알았던 그때에 느꼈던 불안과 두려움을 최근에 새삼 느끼고 있는데 저자는 그것을 사추기의 '정지통'이라고 말해주고 있다. 어쩌면 그렇게도 맞는 말인지. 내가 잘 살아가고 있는 것인가. 나의 삶은 얼마나 남아있는 것일까 고민하고 아파하고 얼마가 남을지도 모르는 삶에 대해 아픔을 겪고 있는 우리는 모두 '정지통'을 앓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삶이 힘들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내가 제일 힘들다고 생각하는데, 이 책을 읽다보면, 나만 힘든게 아니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죽음은 삶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깨닫게 하는 최고의 선생이다. 그런데 요즘 우리 삶에는 죽음이 생략돼 있다. 아니 죽음을 모른다. 그래서 삶에 대한 절실함도 희박하고 삶의 밀도 역시 떨어진다. 삶이 절절하고 차지려면 죽음에 직면해야 한다. 죽음을 배워야 한다.  (61페이지)

 

 

 

 

 

산티아고 900킬로미터를 홀로 걷는 일은 고행의 연속이다.

배낭가득 물건을 담아 홀로 길을 걷는 길, 누군가와 함께라면 덜 힘들수도 있지만, 오로지 홀로 걷는 길이기에 오롯이 자신과 만나는 길이기도 하다. 멈추어 있는 곳에서 산티아고를 걷는 이들과 잠깐의 담소를 하고, 내 자신보다는 상대방을 아름다운 모습들을 발견하는 일들이 다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이 아니겠는가. 진정한 자신과 조우하고 싶다면 혼자서 여행하라고 권하고 싶다. 누군가와 함께 하는 길이라면 덜 외롭고, 대화를 할뿐 사유에 젖어들지 못하는데 반해 혼자하는 여행은 진정한 나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는 길이며, 사유의 꽃을 피운다. 이것은 혼자 여행 해본 사람들이 알 일이다.

 

 

마지막 한 걸음은 혼자서 가야 한다. 산티아고 가는 길은 누구와 경쟁하며 가는 길이 아니다. 여럿이 함께 가든 혼자 가든 결국에는 자아를 찾아가는 고독한 길이다.  (291페이지)

 

 

저자는 책에서 느림의 미학을 나타냈다.

성질급한 나는 900킬로미터가 실제로 어느 만큼인지 감도 잡히지 않지만 47일간의 여정이었으니 어마어마하게 길다라고만 생각이 든다. 그 힘든 시간들 속에서 빨리 걷지 않는 것에 대해 말했다. 산티아고 길을 걸으며 자신을 만나고자 하는 길에 빠르게 걷는 일은 어쩌면 조금 우스운 일이기도 하다. 되도록이면 느리게 걸으며 자신과 만나며 지나온 삶, 앞으로의 삶에 대해서도 우리는 여유를 갖게 되는 것 같다. 우리 마음속에 깊이 숨겨진 나의 자아를 찾아가는 일이기도 하기에 산티아고를 걷는 것 같다. 그것도 느리게, 아주 천천히. 마치 그 순간, 우리의 삶이 멈춰져 있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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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1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E L 제임스 지음, 박은서 옮김 / 시공사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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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 업무적으로 어딘가를 가던 길에 버스를 탔다.

습관처럼 읽던 책을 챙겼다. 내가 읽던 책은 엄마들의 포르노라 일컫는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라는 책이었다. 버스가 출발하고 난 뒷쪽에 자리를 잡자마자 책을 펴서 읽기 시작했다. 몇 정거장이 지나고 젊은 여성이 타더니 하필이면,,, 내 옆자리에 앉았다. 그 여성은 자리에 앉자마자 휴대폰을 계속 만지작대며 문자나 카톡을 보내는 듯 했다. 책을 펴고 읽는데, 하필이면,,,, 크리스천이 아나스타샤를 물고빨고하는 장면이 나왔다. 책을 창가쪽으로 비스듬히 기울여 읽고 있었지만 왠지 옆에 앉은 여성이 자꾸 신경쓰였다. 내 옆에 누군가 앉아 책을 읽으면 무슨 책인가 건너다 보곤 했던 내 습관을 알기 때문에 더 불편했는지도 모르겠다. 책읽는 나를 신경쓰지도 않는데 나는 그 여자 신경쓰여 결국엔 책장을 덮고 말았다. 뒷 내용이 무척 궁금한데도, 그 호기심을 과감하게 눌러 버렸다. 내가 다른 자리에 갈 수도 없고....

 

 

엄마들의 포르노라는 이 책을 사실 신경도 쓰지 않았다.

하지만 여기저기서 리뷰를 올리고 또 리뷰를 읽다보니 내용이 무척 궁금해졌다. 강한, 숨길수 없는 호기심에 읽게 된 책. 고등학교 다닐 적에 덜 까칠한 선생님이 수업하실때 교과서 위에 얹어놓고 하이틴 로맨스 소설을 읽고는 했었다. 순진하던 그때, 키스 장면만 나와도 얼굴이 벌개져서는 어찌할 바를 모르던 그때, 매월 나오는 로맨스 시리즈를 거의 다 독파하고는 했었다. 그때도 야하다고 생각하고 표지를 입혀 읽곤 했었는데 E L 제임스의 이 로맨스 소설은 한마디로 적나라했다. 왜 엄마들의 포르노라고 하는지 이해가 되었다. 수위가 높아도 완전 높다. 요즘의 한국 로맨스 소설의 19금 책보다 훨씬 높은 책이다. 남자들이 포르노를 본다면 여자들은 로맨스 소설을 본다는 것.

 

 

책을 읽으면서 뭐 이런 남자가 다 있나 싶었다.

물론 세상엔 별의별 사람이 다 있으니 크리스천같은 사람도 있을수 있겠다.

하지만 막상 크리스천 같은 사람을 만난다면 어떻게 할까. 다비드상처럼 잘생기고, 돈 많고, 눈 한 번 마주치면 사랑에 빠져버리게 되는 마력을 가진 남자라면 아나스타샤처럼 그렇게 속절없이 빠지들고 말것도 같다. 'SM 그쯤이야 뭐' 했다가도 도망가게 되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라면 모든 걸 다 주어도 아깝지 않고 기꺼이 봉사할 수도 있겠지만, 자신의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거부감이 들면, 못하는 건 못하는 거니까. 크리스천이 벌주겠다며 아나를 때릴때의 그 불쾌감이라니,,, 적당히 하면 쾌감이라도 이어질 수 있겠지만, 강한 트라우마로 뒤덮인 크리스천의 그런 행동들이 용납이 되지 않아서, 그 부분을 읽을때 속으로 '이런 미친 놈, 이런 미친 놈'을 연박하며 하마터면 입 밖으로 내뱉을뻔도 했다.

 

 

그럼에도 크리스천을 미워할 수 없는 이유.

여자들의 로망, 숨기고 있었던 욕망을 강하게 끌어내기 때문일 것이다.

그가 발산하는 미친 마력에 속절없이 빠져들고 말것이다. 우리가 비밀스럽게 꿈꾸었던 섹슈얼리티를 실현시켜주는 남자니까. 그가 손 하나 까딱하면 달려갈지도 모르니까 자신의 마음을 다잡아야 할지도 모른다. 보는 사람마다 얼굴이 붉어지고 눈에 하트가 뿅뽕거릴만큼 잘생긴 남자니까. 또한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비싼 아우디 같은 걸 선물이랍시고 마구 뿌려대는 남자잖나. 아직 결혼을 하지 않는 사람들보다는 알것 알만큼 아는 여자들인 엄마들이 더 열광하는 이유일 것이다. 거부하고 싶으면서도 도저히 거부할 수 없는 내용이다.

 

 

로맨스 소설이기에 크리스천이 사랑스러운 아나스타샤를 만나 많이 변화되는 모습을 보일거라 예상이 된다. 그러므로 1부인 이 두 권의 내용보다 다음 내용이 기다려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다음 내용이 너무 읽고 싶다. 엄마들의 포르노인 이 책에 빠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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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이별을 위한 짧은 편지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68
페터 한트케 지음, 안장혁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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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출신의 한 젊은 작가가 종적을 감춘 아내를 찾아 미국에 오게 된 이야기를 다룬 페터 한트케의 『긴 이별을 위한 짧은 편지』을 읽게 되었다. 그가 버스를 타고 아내를 찾아 다니게 되는 과정을 보며 문득 배우 현빈과 탕웨이가 주연했던 영화 '만추'의 이미지가 떠올랐다. 시애틀로 가는 버스안에서 만난 여자, 스쳐가는 사람이지만 어느덧 조금씩 눈에 들어오게되는 감정을 볼수 있었던 영화의 한장면처럼 보이기도 했다.

 

 

작가 페터 한트케는 1966년 전통극 형식에 대항하는 희곡 『관객모독』을 발표하여 연극계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한다. 『관객모독』이라는 연극을 제목만 들어봤을뿐 연극을 보지는 않았지만 커다란 이슈가 되었다는 건 접한것 같다. "문학의 존재 근거는 언어 그 자체이지 인물이나 대상에 대한 인식에 있지 않다" 라고 하며 전통적 문학 양식과 접근 방법론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제기했다고 한다.

 

 

나는 『긴 이별을 위한 짧은 편지』를 통해 한 인간의 발전 가능성과 그 희망을 서술하여 했다. - 페터 한트케

 

 

책의 주인공인 젊은 작가는 아내가 묵었을 만한 호텔을 다니며 찾아다닌다.

홀로 호텔에 누워있으며 그는 곧잘 혼잣말을 한다. 과거속을 떠돌아다니며 아내인 유디트를 기억하며 점점 불안해 한다. 그는 오래전의 친구인 클레어와 클레어의 딸과 함께 여행을 하며 아내를 찾아다닌다. 아내의 흔적을 발견하면서 자신에게 해를 가하는 유디트의 모습들을 발견해 낼수 있었다. 그리곤 이제 다시 홀로 유디트의 흔적을 찾아다닌다.

 

 

짧은 편지를 써놓고 사라져버린 아내 유디트. 그녀를 찾아 다니며 긴 이별을 하게 된다는 이 책은 심상하게 다가오지 않았다. 가벼운 로맨스 소설처럼 생각했지만, 아내를 찾아 다니며 혼잣말을 하는 그의 모습은 전혀 심상하지 않았다. 그는 미국에서 아내를 찾아 여행할때 읽었던 고트프리트 켈러의 『녹색의 하인리히』라는 책을 읽었다. 그는 책을 읽어가며 다른 시대의 인물을 통해 현재를 반복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이었다. 『녹색의 하인리히』에서 하인리히처럼 경험이 쌓일때마다 현명한 판단을 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완성할 수 있을거라는 생각을 했다. 하인리히를 자기화시켰다고 해야할까.

 

 

왜 유디트에게는 지금처럼 아무런 거리낌 없이 친절하게 대해주지 못했을까?  (171페이지)

 

 

평소 이야기할때 '나'인 것도 '우리'라고 표현할 때가 많다.

'우리'라는 말에서 여러 갈래에서 하나로 어우러짐을 뜻하는 말이기도 한 '우리'라는 말.

이 책에서는 '나'인 개인에서 '우리'라는 표현을 나타내고 있다. 끊임없이 자신과 혼잣말을 하며 과거와 현재의 불안함을 느꼈던 그가 이제는 누군가와 편하게 대화를 하고 있었다. 자기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 보고 진정한 자유로움을 느끼게 되었다.

 

 

쓸쓸하면서도 아련한 느낌이 들게 했던 영화 '만추'의 이미지가 이 책의 주인공의 여정과 함께 하는 내용과 함께 오버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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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꽃, 눈물밥 - 그림으로 아프고 그림으로 피어난 화가 김동유의 지독한 그리기
김동유 지음, 김선희 엮음 / 비채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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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좋아하는 내게 새로운 화가를 알게 된다는 건 커다란 기쁨이다.

나는 새로운 화가를 알게 되었다. 이중그림으로 커다란 센세이션을 일으킨 작가. 또한 홍콩의 크리스티 경매에서 국내의 현존하는 화가 중 최고가를 기록한 작가. 김동유 이다. 앤디 워홀이 그린 마릴린 먼로의 그림이 각인되어 있는 상태에서 마오 주석의 작은 그림들을 이미지화해서 커다란 마릴린 먼로의 그림이 되는 기법, 즉 픽셀 모자이크 회화기법이자 이중그림을 보며 그 신기함을 감추지 못했다. 알고 있는 인물들의 새로운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을 보고 새로운 그림을 알아가는 기쁨이 컸다. 또한 이런 이중그림을 그린 화가, 김동유가 들려주는 그의 이야기가 좋았다.

 

 

세상의 부적응자가 되어도 좋았다. 유령처럼 세상 밖으로 쫓겨나 자신만의 공간에 갇혀 살아도 캔버스를 채울 수만 있다면 그것으로 족했다. 아무리 사는게 고달파도 내가 끝까지 포기할 수 없는 것은 역시 캔버스를 채우는 일이었다. 나는 그림을 그릴 때만 실존했다. 마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임을 알면서도 그 사랑을 포기할 수 없었던 유령처럼 그림에 대한 애착과 미련 또한 그러했다. (프롤로그 중에서)  

 

 

화가 김동유, 그는 50만 원의 생활비로 가족이 축사에서 살면서 그림만 그렸던 그때, 힘들었던 그때를 늘 기억했다. 그래서 물감을 꼭 짜서 쓰게 되고, 물감을 갈라 끝까지 사용할 정도로 절약해서 쓰는 습관을 버리지 않았다. 그가 이중그림을 그렸던 이유,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알려진 까닭에 작품의 페이스로 발탁했다고 했다. 그림을 보는 이들에게 사라진 이미지를 다시 불러오게 하고 각기 다른 추억을 건네주는 것이다. 우리를 추억에 젖게 하고 그들이 마치 환생한 듯한 느낌을 받게 하는 그림인 것이다. 비록 책이지만 그의 이중그림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젊은 나이에 유명을 달리했던 마릴린 먼로와 아픈 삶을 살았던 빈센트 반 고흐의 생을 들여다보는 듯 했다. 또한 영화 '로마의 휴일'에서의 오드리 햅번의 아름다움이 영원히 살아있는듯한 느낌을 가질수 있었다. 작가는 우리들에게 그런 추억들을 선사하고 싶었나 보다. 

 

 

Marilyn Monroe & Mao Zedong,  2007 Oil on Canvas

 

 

 Audrey Heopburn & Gregory Peck, 2008 Oil on Canvas

 

 

어찌보면 내작업 또한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인물들의 이미지를 가지고 와서 다시 한번 풀어놓는 과정이다. 이중그림을그릴수록 내 머릿속에 남는 것은 의외로 죽음이 아니라 영원에 대한 소망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160페이지)

 

 

 Van Gogh & Marilyn Monroe, 2005 Oil on Canvas

 

 

 

지독하기 그림만 그리던 그의 마음을 알아주기라도 한듯 그의 그림이 홍콩의 크리스티 경매에 작품을 출품하게 되면서 그는 유명해졌다. 묵묵히 그림만 그림만 그리던 그의 진가를 비로소 알아준 것이다. 폐교에서 그림을 그렸고, 낡은 축사를 개조한 집에서 살았던 그의 힘든 삶에 여명이 비치기 시작했다.

 

 

그가 그림을 그리는 모습을 사진속에서 보니 자기 키보다도 훨씬 큰 캔버스 앞에서 작은 사진들을 색칠하고 있는 모습, 아침부터 저녁까지 쉬지 않고 그림을 그리는 그의 모습에서 나는 경건함까지 느꼈다. 죽은 사람의 모습을 그림으로 그렸지만 우리에게 그리움을 느끼게 해주는 그의 그림이 참 좋았다. 그의 그림 그리는 이야기를 하는 삶까지도 좋았다.

 

눈물로 피어낸 그림들이 꽃을 활짝 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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