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이별을 위한 짧은 편지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68
페터 한트케 지음, 안장혁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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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출신의 한 젊은 작가가 종적을 감춘 아내를 찾아 미국에 오게 된 이야기를 다룬 페터 한트케의 『긴 이별을 위한 짧은 편지』을 읽게 되었다. 그가 버스를 타고 아내를 찾아 다니게 되는 과정을 보며 문득 배우 현빈과 탕웨이가 주연했던 영화 '만추'의 이미지가 떠올랐다. 시애틀로 가는 버스안에서 만난 여자, 스쳐가는 사람이지만 어느덧 조금씩 눈에 들어오게되는 감정을 볼수 있었던 영화의 한장면처럼 보이기도 했다.

 

 

작가 페터 한트케는 1966년 전통극 형식에 대항하는 희곡 『관객모독』을 발표하여 연극계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한다. 『관객모독』이라는 연극을 제목만 들어봤을뿐 연극을 보지는 않았지만 커다란 이슈가 되었다는 건 접한것 같다. "문학의 존재 근거는 언어 그 자체이지 인물이나 대상에 대한 인식에 있지 않다" 라고 하며 전통적 문학 양식과 접근 방법론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제기했다고 한다.

 

 

나는 『긴 이별을 위한 짧은 편지』를 통해 한 인간의 발전 가능성과 그 희망을 서술하여 했다. - 페터 한트케

 

 

책의 주인공인 젊은 작가는 아내가 묵었을 만한 호텔을 다니며 찾아다닌다.

홀로 호텔에 누워있으며 그는 곧잘 혼잣말을 한다. 과거속을 떠돌아다니며 아내인 유디트를 기억하며 점점 불안해 한다. 그는 오래전의 친구인 클레어와 클레어의 딸과 함께 여행을 하며 아내를 찾아다닌다. 아내의 흔적을 발견하면서 자신에게 해를 가하는 유디트의 모습들을 발견해 낼수 있었다. 그리곤 이제 다시 홀로 유디트의 흔적을 찾아다닌다.

 

 

짧은 편지를 써놓고 사라져버린 아내 유디트. 그녀를 찾아 다니며 긴 이별을 하게 된다는 이 책은 심상하게 다가오지 않았다. 가벼운 로맨스 소설처럼 생각했지만, 아내를 찾아 다니며 혼잣말을 하는 그의 모습은 전혀 심상하지 않았다. 그는 미국에서 아내를 찾아 여행할때 읽었던 고트프리트 켈러의 『녹색의 하인리히』라는 책을 읽었다. 그는 책을 읽어가며 다른 시대의 인물을 통해 현재를 반복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이었다. 『녹색의 하인리히』에서 하인리히처럼 경험이 쌓일때마다 현명한 판단을 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완성할 수 있을거라는 생각을 했다. 하인리히를 자기화시켰다고 해야할까.

 

 

왜 유디트에게는 지금처럼 아무런 거리낌 없이 친절하게 대해주지 못했을까?  (171페이지)

 

 

평소 이야기할때 '나'인 것도 '우리'라고 표현할 때가 많다.

'우리'라는 말에서 여러 갈래에서 하나로 어우러짐을 뜻하는 말이기도 한 '우리'라는 말.

이 책에서는 '나'인 개인에서 '우리'라는 표현을 나타내고 있다. 끊임없이 자신과 혼잣말을 하며 과거와 현재의 불안함을 느꼈던 그가 이제는 누군가와 편하게 대화를 하고 있었다. 자기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 보고 진정한 자유로움을 느끼게 되었다.

 

 

쓸쓸하면서도 아련한 느낌이 들게 했던 영화 '만추'의 이미지가 이 책의 주인공의 여정과 함께 하는 내용과 함께 오버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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