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1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E L 제임스 지음, 박은서 옮김 / 시공사 / 2012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낮에 업무적으로 어딘가를 가던 길에 버스를 탔다.

습관처럼 읽던 책을 챙겼다. 내가 읽던 책은 엄마들의 포르노라 일컫는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라는 책이었다. 버스가 출발하고 난 뒷쪽에 자리를 잡자마자 책을 펴서 읽기 시작했다. 몇 정거장이 지나고 젊은 여성이 타더니 하필이면,,, 내 옆자리에 앉았다. 그 여성은 자리에 앉자마자 휴대폰을 계속 만지작대며 문자나 카톡을 보내는 듯 했다. 책을 펴고 읽는데, 하필이면,,,, 크리스천이 아나스타샤를 물고빨고하는 장면이 나왔다. 책을 창가쪽으로 비스듬히 기울여 읽고 있었지만 왠지 옆에 앉은 여성이 자꾸 신경쓰였다. 내 옆에 누군가 앉아 책을 읽으면 무슨 책인가 건너다 보곤 했던 내 습관을 알기 때문에 더 불편했는지도 모르겠다. 책읽는 나를 신경쓰지도 않는데 나는 그 여자 신경쓰여 결국엔 책장을 덮고 말았다. 뒷 내용이 무척 궁금한데도, 그 호기심을 과감하게 눌러 버렸다. 내가 다른 자리에 갈 수도 없고....

 

 

엄마들의 포르노라는 이 책을 사실 신경도 쓰지 않았다.

하지만 여기저기서 리뷰를 올리고 또 리뷰를 읽다보니 내용이 무척 궁금해졌다. 강한, 숨길수 없는 호기심에 읽게 된 책. 고등학교 다닐 적에 덜 까칠한 선생님이 수업하실때 교과서 위에 얹어놓고 하이틴 로맨스 소설을 읽고는 했었다. 순진하던 그때, 키스 장면만 나와도 얼굴이 벌개져서는 어찌할 바를 모르던 그때, 매월 나오는 로맨스 시리즈를 거의 다 독파하고는 했었다. 그때도 야하다고 생각하고 표지를 입혀 읽곤 했었는데 E L 제임스의 이 로맨스 소설은 한마디로 적나라했다. 왜 엄마들의 포르노라고 하는지 이해가 되었다. 수위가 높아도 완전 높다. 요즘의 한국 로맨스 소설의 19금 책보다 훨씬 높은 책이다. 남자들이 포르노를 본다면 여자들은 로맨스 소설을 본다는 것.

 

 

책을 읽으면서 뭐 이런 남자가 다 있나 싶었다.

물론 세상엔 별의별 사람이 다 있으니 크리스천같은 사람도 있을수 있겠다.

하지만 막상 크리스천 같은 사람을 만난다면 어떻게 할까. 다비드상처럼 잘생기고, 돈 많고, 눈 한 번 마주치면 사랑에 빠져버리게 되는 마력을 가진 남자라면 아나스타샤처럼 그렇게 속절없이 빠지들고 말것도 같다. 'SM 그쯤이야 뭐' 했다가도 도망가게 되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라면 모든 걸 다 주어도 아깝지 않고 기꺼이 봉사할 수도 있겠지만, 자신의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거부감이 들면, 못하는 건 못하는 거니까. 크리스천이 벌주겠다며 아나를 때릴때의 그 불쾌감이라니,,, 적당히 하면 쾌감이라도 이어질 수 있겠지만, 강한 트라우마로 뒤덮인 크리스천의 그런 행동들이 용납이 되지 않아서, 그 부분을 읽을때 속으로 '이런 미친 놈, 이런 미친 놈'을 연박하며 하마터면 입 밖으로 내뱉을뻔도 했다.

 

 

그럼에도 크리스천을 미워할 수 없는 이유.

여자들의 로망, 숨기고 있었던 욕망을 강하게 끌어내기 때문일 것이다.

그가 발산하는 미친 마력에 속절없이 빠져들고 말것이다. 우리가 비밀스럽게 꿈꾸었던 섹슈얼리티를 실현시켜주는 남자니까. 그가 손 하나 까딱하면 달려갈지도 모르니까 자신의 마음을 다잡아야 할지도 모른다. 보는 사람마다 얼굴이 붉어지고 눈에 하트가 뿅뽕거릴만큼 잘생긴 남자니까. 또한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비싼 아우디 같은 걸 선물이랍시고 마구 뿌려대는 남자잖나. 아직 결혼을 하지 않는 사람들보다는 알것 알만큼 아는 여자들인 엄마들이 더 열광하는 이유일 것이다. 거부하고 싶으면서도 도저히 거부할 수 없는 내용이다.

 

 

로맨스 소설이기에 크리스천이 사랑스러운 아나스타샤를 만나 많이 변화되는 모습을 보일거라 예상이 된다. 그러므로 1부인 이 두 권의 내용보다 다음 내용이 기다려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다음 내용이 너무 읽고 싶다. 엄마들의 포르노인 이 책에 빠져버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