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꽃, 눈물밥 - 그림으로 아프고 그림으로 피어난 화가 김동유의 지독한 그리기
김동유 지음, 김선희 엮음 / 비채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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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좋아하는 내게 새로운 화가를 알게 된다는 건 커다란 기쁨이다.

나는 새로운 화가를 알게 되었다. 이중그림으로 커다란 센세이션을 일으킨 작가. 또한 홍콩의 크리스티 경매에서 국내의 현존하는 화가 중 최고가를 기록한 작가. 김동유 이다. 앤디 워홀이 그린 마릴린 먼로의 그림이 각인되어 있는 상태에서 마오 주석의 작은 그림들을 이미지화해서 커다란 마릴린 먼로의 그림이 되는 기법, 즉 픽셀 모자이크 회화기법이자 이중그림을 보며 그 신기함을 감추지 못했다. 알고 있는 인물들의 새로운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을 보고 새로운 그림을 알아가는 기쁨이 컸다. 또한 이런 이중그림을 그린 화가, 김동유가 들려주는 그의 이야기가 좋았다.

 

 

세상의 부적응자가 되어도 좋았다. 유령처럼 세상 밖으로 쫓겨나 자신만의 공간에 갇혀 살아도 캔버스를 채울 수만 있다면 그것으로 족했다. 아무리 사는게 고달파도 내가 끝까지 포기할 수 없는 것은 역시 캔버스를 채우는 일이었다. 나는 그림을 그릴 때만 실존했다. 마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임을 알면서도 그 사랑을 포기할 수 없었던 유령처럼 그림에 대한 애착과 미련 또한 그러했다. (프롤로그 중에서)  

 

 

화가 김동유, 그는 50만 원의 생활비로 가족이 축사에서 살면서 그림만 그렸던 그때, 힘들었던 그때를 늘 기억했다. 그래서 물감을 꼭 짜서 쓰게 되고, 물감을 갈라 끝까지 사용할 정도로 절약해서 쓰는 습관을 버리지 않았다. 그가 이중그림을 그렸던 이유,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알려진 까닭에 작품의 페이스로 발탁했다고 했다. 그림을 보는 이들에게 사라진 이미지를 다시 불러오게 하고 각기 다른 추억을 건네주는 것이다. 우리를 추억에 젖게 하고 그들이 마치 환생한 듯한 느낌을 받게 하는 그림인 것이다. 비록 책이지만 그의 이중그림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젊은 나이에 유명을 달리했던 마릴린 먼로와 아픈 삶을 살았던 빈센트 반 고흐의 생을 들여다보는 듯 했다. 또한 영화 '로마의 휴일'에서의 오드리 햅번의 아름다움이 영원히 살아있는듯한 느낌을 가질수 있었다. 작가는 우리들에게 그런 추억들을 선사하고 싶었나 보다. 

 

 

Marilyn Monroe & Mao Zedong,  2007 Oil on Canvas

 

 

 Audrey Heopburn & Gregory Peck, 2008 Oil on Canvas

 

 

어찌보면 내작업 또한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인물들의 이미지를 가지고 와서 다시 한번 풀어놓는 과정이다. 이중그림을그릴수록 내 머릿속에 남는 것은 의외로 죽음이 아니라 영원에 대한 소망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160페이지)

 

 

 Van Gogh & Marilyn Monroe, 2005 Oil on Canvas

 

 

 

지독하기 그림만 그리던 그의 마음을 알아주기라도 한듯 그의 그림이 홍콩의 크리스티 경매에 작품을 출품하게 되면서 그는 유명해졌다. 묵묵히 그림만 그림만 그리던 그의 진가를 비로소 알아준 것이다. 폐교에서 그림을 그렸고, 낡은 축사를 개조한 집에서 살았던 그의 힘든 삶에 여명이 비치기 시작했다.

 

 

그가 그림을 그리는 모습을 사진속에서 보니 자기 키보다도 훨씬 큰 캔버스 앞에서 작은 사진들을 색칠하고 있는 모습, 아침부터 저녁까지 쉬지 않고 그림을 그리는 그의 모습에서 나는 경건함까지 느꼈다. 죽은 사람의 모습을 그림으로 그렸지만 우리에게 그리움을 느끼게 해주는 그의 그림이 참 좋았다. 그의 그림 그리는 이야기를 하는 삶까지도 좋았다.

 

눈물로 피어낸 그림들이 꽃을 활짝 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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