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컬렉션 - 내 손안의 도슨트북
SUN 도슨트 지음 / 서삼독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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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여름 이건희 컬렉션이 발표되고 나서 미술애호가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광주국립박물관 전시 소식을 발견하고 반가웠으나 예약하기가 쉽지 않았다. 가고자 하는 일자에 다 매진되어서 마음을 돌려야 했다. 그러다가 광양에 있는 전남도립미술관의 전시 소식을 알게 되어 예약하게 되었다. 그곳에서 실물로 접한 그림들은 감동이었다. 책에서 보는 도판과는 비교할 수 없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직접 미술관으로 향하는가 보다. 김환기, 유영국, 오지호, 천경자 등의 그림에 대한 굉장한 기대를 품고 갔다. 생각보다 전시 품목이 적어 아쉬웠다. 다른 그림들도 보고 싶은 마음이 컸다. 할 수만 있다면 오래전에 간송 미술관에 갔듯 국립 현대미술관을 방문하고 싶어졌다.


 


 

 

SUN 도슨트의 이건희 컬렉션은 그때의 아쉬움을 조금이나마 달래주는 책이었다. 전시를 다 보지 못한 사람들을 위한 도슨트북이다. 이건희 컬렉션에 포함된 그림과 함께 화가의 다른 그림을 설명한 책으로 그림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1전시실은 한국미술 명작을, 2전시실은 서양미술 명작을 구분하여 수록했다.


 



 

 

김환기의 점화도 좋지만, 개인적으로 달항아리 그림이 더 좋다. 매화와 항아리도 좋고, 여인들과 항아리도 무척 좋다. 김환기와 김향안의 러브스토리는 언제 읽어도 아름답다. 실험과 도전정신으로 이루어낸 전면점화의 탄생은 작품의 가치를 한껏 높였다. 한국 화가 중 제일 높은 경매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미술 서적을 탐독해서인지 전체적으로 익숙한 그림들이 많았다. 그렇기에 조금 실망할 수도 있는데, 이건희가 수집한 그림에 초점을 두면 더 의미가 있겠다. 이 글을 쓴 저자도 말한 바와 같이 세계적인 화가의 그림을 보러 굳이 외국에 가지 않아도 된다는 거다. 피카소나 살바도르 달리, 샤갈, 고갱, 르누아르의 그림을 한국의 미술관에서 볼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이 역할을 한 이건희를 간송 전형필과는 비교할 수 없겠지만 중요한 역할을 한 건 사실이다.


 


 

 

그동안 다양한 시각의 미술 서적을 읽었다고 생각했다. 내가 기억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피카소가 한국전쟁의 참상을 그린 그림이 있다는 걸 아는지 궁금하다. 1944년 프랑스 공산당에 입당 후 프란시스코 고야의 작품 180853에서 영감을 받아 한국에서의 학살을 완성했다. 여인들과 어린아이들을 향해 총칼을 겨누고 있는 군인들의 모습이다. 전쟁의 참혹함에 경종을 울린다.


 


 

 

이중섭의 그림을 볼 때면 늘 안타깝다. 지독한 가난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으로 표현된 그림 때문이다. 역동적인 우리 민족의 기상을 나타냈던 소 그림은 우리 민족과 화가 이중섭의 자화상과도 같았다. 다섯 점의 연작 흰소중에서 이건희 컬렉션으로 나온 흰소1972년 이중섭의 첫 유작전에 출품되었다가 오십 년간 이력이 명확하지 않아 학예연구사들이 애타게 찾던 작품이라고 한다. 다양한 형태로 그렸던 를 직접 볼 수 있으면 좋겠다.


 


 

 

오래전에 간송 미술관에서 봄, 가을 전시회를 할 때 김홍도와 신윤복 전시회를 보았다. 책에서만 보던 그림을 실물로 접하고 그 감동이 오래도록 남아 있었다. 진경산수화의 최고봉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와 더불어 이건희 컬렉션 중 매우 귀한 작품인 추성부도도 수록됐다. 김홍도의 그림이야 두말할 필요도 없다.


 


 

 

정선의 인왕제색도에서 하얀 구름은 하얀색을 칠한 게 아니라 아예 비워둔 것이다. 우리나라 옛 그림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비움의 미학, 여백의 아름다움인 것이다. 그림은 자주 접할수록 그 아름다움을 느낀다. 그림을 알지 못해도 보는 것만으로도 안목을 키울 수 있다. 다양한 그림의 이해, 그림을 보는 안목을 키우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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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ngri 2022-04-22 23: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흠 책속그림을 실제그림으로 볼수있었다니 넘 좋았겠습니다. 김환기 그림은 저도 항아리 ! ㅎㅎ
 
씨앗을 뿌리는 사람의 우화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옥타비아 버틀러 지음, 장성주 옮김 / 비채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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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의 씨앗은 인간이 자연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중요한 것이다. 모든 것이 갖춰져 있는 세상에서 살고 있는 우리는 씨앗의 중요성을 알지 못한다. 종묘상이나 인터넷에서 언제든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씨앗을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해도 현재의 우리는 개의치 않을 것이다. 반면 세상의 종말이 다가온 때,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씨앗부터 챙길 것이다. 작물의 씨앗, 열매의 씨앗, 나무의 씨앗 등을 아주 소중히 보관할 것이다.

 


그리 멀지 않은 미래인 2024년의 미국, 기후변화와 경제위기로 살인이나 강도, 마약, 방화, 강간 등 총성이 끊이지 않는 어느 도시. 장벽 안에 있는 사람들은 먹을 것이 있고 주민들의 보호를 받을 수 있지만, 장벽 바깥은 다른 사람들의 목숨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거나 죽은 사람의 옷을 벗기는 일이 예사다. 먹을 것이 부족해 개들은 사람을 물고 어린아이를 잡아먹는다. 아버지들은 가족을 보호하려 총을 구비해 성년이 되는 자식들에게 총 쏘는 법을 가르친다. 총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안전하지 않다. 언제 공격당할지 모른다.


 


 

 

알갱이로 된 마약을 먹으면 불을 지르고 싶은 증상이 나타나 머리를 밀고 얼굴에 페인트칠한 로들은 불을 지르고 물건을 약탈한다. 부자들의 집만 불태우고 약탈하는 게 아니다. 약해 보이는 여성들, 아이들은 그들의 타겟이 되어 피해를 본다.

 


아버지가 대학교수이자 침례교 목사인 흑인 소녀 로런은 아버지의 하느님보다 자신의 하느님을 더 믿는다. 열다섯 살의 로런은 아버지와 다른 아이들과 함께 총 쏘는 법을 배우러 다닌다. 언제든 지금의 평화와 안온함이 깨질 거로 보여 로런은 비상 배낭(생존배낭)을 준비한다. 무슨 일이 생겼을 때 언제라도 들고 도망갈 수 있도록 말이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갈아입을 옷가지 등을 포함해 작물 씨앗을 챙긴 건 의외였다. 로런은 그때부터 또래 아이들과 달랐다. 세상의 종말을 예상하고 살아남을 방법을 미리 준비했다.

 


로런은 해리와 자라와 함께, 살기 위해 북쪽으로 향한다. 돈은 이 시대에도 아주 중요하다. 돈이 많이 있으면 그것을 훔치려는 사람들 때문에 양말에 나눠 넣어 바지에 꿰매는 식으로 숨긴다. 죽은 사람의 몸을 더듬어 옷가지나 돈을 챙겨 필요한 물건을 사고 교환한다. 움직일 때 혼자보다는 여럿이 함께 움직여야 안전하다. 서로를 보호해줄 수 있으며 돌아가며 불침번을 설 수도 있다. 약탈자가 오면 방어할 수도 있다. 처음에 셋이었던 로런의 공동체는 점점 숫자를 늘려간다. 아이와 여성을 보호하며 총 사용법을 배워 유사시에 도움이 될 수 있게 한다.

 


하나의 공동체로 움직이는 그들의 모습은 미국 드라마 워킹데드의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세상의 종말이 가까워지면 타인의 존재는 적이 될 수도 있는 거 같다. 원하는 장소에 들어가기 위해 싸우고 약탈하는 건 기본이다. 공동체의 일원에게 위험한 일이 생기면 총을 들고 나가 그들을 구한다. 공동체의 힘이 크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트래비스나 나티디바드가 로런의 공동체에 합류하게 된 이유도 스스로 보호하기 위해서였다. 혼자 움직이던 반콜레도 마찬가지다. 혼자서는 위험하다. 특히 어린아이와 여성은 더 위험하다.

 


주인공 로런은 마약중독자인 친엄마의 영향인지 태어날 때부터 초공감증후군이다. 즉 타인의 고통을 함께 느낀다. 더 어렸을 때는 동생 키스가 빨간색을 칠해 놀려도 피를 흘렸었다. 하지만 로런은 강해져야 했다. 일부러 아버지에게 총 쏘는 법을 배우고 다른 사람을 죽이려는 자를 향해 총을 쏠 수 있었다. 살고 봐야 했다. 눈앞에서 타인이 죽어가는 장면에 자신 또한 죽어가는 감각을 느끼는 것. 초공감을 이겨낼 수 있어야 했다.

 


우리는 타인과 더불어 살아간다. 내일의 씨앗을 뿌리기 위해,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무리 지어 살아간다. 인간의 존엄성이 사라진 시대에도 돈은 필요하며, 돈이 많을수록 살아가기가 편하다는 것은 과거를 비롯해 현재와 같다. 오히려 종말이 다가올수록 돈 있는 자들이 이득을 취하는 건 아주 기본적인 상황이다. 그럼에도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다. 오래전부터 무리지어 공동체 생활을 했던 건 이유가 있는 법이다. 그들이 겪어온 지난한 삶에서 한줄기 희망을 보았다. 의지할 수 있었고, 내일을 꿈꿀 수 있었다.


 


 

 

변화는 진실이에요.

변화는 계속 진행되는 거니까요. 모든 것은 어떤 식으로든 변해요. 크기, 위치, 구성, 빈도, 속도, 생각, 뭐든지요. 살아있는 모든 것, 지극히 작은 양의 물질 하나하나,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에너지, 그 모든 것이 어떠한 방식으로든 변화해요. 난 모든 것이 모든 방식으로 변화한다고 주장하는 게 아니라, 모든 것이 어떤 방식으로든 변화한다고 말하는 거예요. (384페이지)

 


로런이 믿는 하느님은 변화의 하느님이다. 살아가는 사람에 따라 방식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듯, 변화는 어떤 방식으로든 진행된다. 그것을 토대로 새로운 세계을 만들 수 있다고 믿었다. 절망적인 상황일수록 강한 생각을 가진 자가 필요하다. 공동체를 이끌어갈 힘이 있어야 했다. 나이와 성별은 중요하지 않다.

 


1993년에 쓴 작품이지만 현재와 다르지 않았다. 세세한 부분만 다를 뿐 전체적인 틀은 비슷하다. 어떠한 삶을 살 것인가, 누구와 함께 살아갈 것인가, 어떤 방식으로 살아갈 것인가. 이것만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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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2-04-19 18: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과 함께 찍은 사진이 예뻐요.
Breeze님, 좋은 하루 되세요.^^

Breeze 2022-04-22 09:13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
 
파이 이야기 - 개정판
얀 마텔 지음, 공경희 옮김 / 작가정신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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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이야기를 어떻게 쓸 것인가. 선택은 그 누구도 아닌 나만이 할 수 있다. 수많은 선택지 앞에서 있는 그대로 사실을 말할 것인가, 누구나 원하는 이야기를 할 것인가. 그 선택 또한 나에게 있다. 인생은 이야기이고, 당신은 당신의 이야기를 선택할 수 있다는 이안 감독의 메시지를 기억할 필요가 있다.

 


오래전 파이 이야기원작 영화와 함께 소설을 읽고 다양한 생각에 잠겼다. 망망대해, 벵골 호랑이와 단둘이 있는 상황에서 그에게 잡아먹힐 것인가, 그를 통제할 것인가의 기로에 서 있는 파이 파텔의 이야기. 영화와 함께 많은 사랑을 받았던 소설의 개정판이 출간되었다.


 


 

 

오래전에 보았던 영화의 장면을 떠올리며 소설을 읽었다. 화면의 잔상이 오래 남아 소설 속에 녹아들었다. 파이와 호랑이가 대치되는 순간, 살기 위해서 방수포 아래에 자기의 자리를 잡았던 호랑이, 그를 피해 뗏목으로 달아났다가 구명보트로 들어오기를 여러 번. 호랑이 또한 파이를 동반자로 받아들였던 거 같다. 고기를 잡아 허기를 달래고, 남은 것은 호랑이에게 던져 주었던 파이는 리처드 파커와의 공생을 기꺼이 선택했다. 리처드 파커는 자기를 지키는 동반자적 존재에 가까웠다. 죽음을 선택하지 않을 용기, 살아갈 용기를 주는 존재였다.


 

파이 파텔은 동물학 전공자이자 종교학 전공자다. 동물원을 했던 아버지에게 배운 것과 좌초된 배에서 살아남아 구명보트에서 하이에나, 얼룩말, 오랑우탄, 리처드 파커와 있으며 그때의 경험을 살려 동물을 돌보고 함께 생활하는 법을 배운다. 인도인인 파이가 힌두교를 떠나 기독교, 이슬람교를 가리지 않고 신을 찾았던 것에서 우리 마음속에 존재하는 신에 대한 생각을 엿볼 수 있다. 태평양에서 먹을 것도 없이 7개월간의 시간을 버텼다면 인간이 하지 않아도 될 모든 행동을 했다고 봐도 옳다. 잡은 동물의 모든 것을 먹을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생각해보면 된다. 그러고 보면 인간이라는 존재는 얼마나 약한 존재인가. 단 며칠만 굶어도 살지 못한다. 바다 생물이든 하이에나 같은 목숨을 위협하는 동물이든 먹을 수밖에 없다. 그래야 살 수 있다.


 

미어캣들의 섬은 비로소 찾은 안식을 뒤엎는 효과를 가져왔다. 그토록 찾아 헤맸던 육지에 미어캣들을 제외한 동물이 없었던 점을 생각해보면 된다. 영화 속에서 수많은 미어캣으로 이루어진 섬을 비추던 장면이 떠오른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은 것의 차이. 죽음의 그림자는 멀리 있지 않았다. 파이가 리처드 파커를 피해 나무 위에 올라가지 않았더라면 절대 알 수 없었을 것이다. 지상낙원이라는 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소설이 가진 이야기와 영화에서 다 말하지 못한 이야기, 행간 속에 숨겨진 여러 의미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생각들은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우리는 생각의 파도에 휩쓸리게 된다. 파이가 벵골 호랑이 리처드 파커와 살아남았던 동물의 이야기와 함께 요리사, 선원, 어머니, 주인공 파이가 나오는 사람 이야기 중 우리 마음속에 들어온 것은 어떤 것인가. 파이가 믿었던 것처럼 우리가 믿고 싶은 것을 믿으면 되지 않을까. 그 선택이 잘못되었든 잘못되지 않았던 우리는 하나의 이야기에서 여러 갈래의 생각과 조우하게 되는 것이다. 그것이 소설을 읽는 사람의 몫이지 않을까.

 


신은 어디에나 있다. 우리 주변에, 혹은 우리 마음속에. 신이 곁에 있지 않다고 삶을 포기했다면 파이 파텔의 이야기는 없었을 것이다. 비록 다른 진실을 품고 있었더라도 우리는 우리가 믿고 싶은 것을 믿으면 된다. 우리의 선택이 중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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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2-05-07 07: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Breeze님 당선 축하드려요~!! 산들산들한 휴일 되시길 바랍니다 ^^

Breeze 2022-05-10 14:39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새파랑님^^

mini74 2022-05-07 07: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축하드립니디 *^^*

Breeze 2022-05-10 14:39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mini님^^

서니데이 2022-05-07 17: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Breeze 2022-05-10 14:40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서니데이님^^

러블리땡 2022-05-08 09: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Breeze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려요 ^^

Breeze 2022-05-10 14:40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러블리땡님^^

강나루 2022-05-08 18: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Breeze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려요.

편안한 밤 보내세요.

Breeze 2022-05-10 14:40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강나루님^^
 
타인의 집
손원평 지음 / 창비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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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 소설의 장점은 하나의 이야기를 깊이 파고들 수 있다는 거고, 단편 소설이 가진 특징은 한 작가의 다양한 시선을 마주할 수 있다는 거다. 작가의 다른 작품의 변주를 만날 수도 있고, 확장된 버전의 우리 미래를 엿볼 수 있다. 우리는 작가의 다양한 이야기를 읽으며 우리 사회가 이처럼 변하고 있다는 걸, 작가의 시선 속에 주어진 사회의 한 단면을 엿보게 된다.

 


여덟 편의 단편은 모두 우리 주변과 연관되어 있다. 근미래의 상황도 우리가 앞으로 마주할 세계를 담았고, 집에 관한 거든 가족에 관한 이야기든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담았다. 작품 모두를 음미하며 작가가 가진 스토리텔링에 감탄했다.


 


 

 

4월의 눈을 읽으며 관계와 가족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상대방에게 책임 전가를 하는 것과 자신의 마음을 제대로 들여다보길 두려워하는 게 우리의 자화상인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이를 잃는다는 것, 큰 상처고 고통이다. 아이 때문에 부부가 헤어지는 경우는 허다하다. 서로의 고통을 아는 만큼 상처도 큰 법인지 각자의 아픔에 겨워하는 것 같다. 사람은 아픔이 있기 마련이다. 헤어질 위기에 처한 부부에게 먼 나라 핀란드에서 온 손님은 버거우면서도 둘을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지 않았나. 치유의 시간을 갖기도 전에 이별이 먼저라 고통의 시간이 오래가는지도 모르겠다.


 

작가의 장편 아몬드를 떠올리는 작품이 있었다. 아몬드의 윤재를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었던 작품으로 상자 속의 남자는 사람을 구한다는 것. 그 이후의 일이 어떻게 될지 모르면서 뛰어드는 사람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일종의 선한 사마리아인의 이야기라고 해도 좋겠다. 우리 사회가 자기밖에 모르는 집단 이기주의로 변했다고 해도, 여전히 한쪽에서는 다른 사람을 구한다는 것을 알게 하는 따뜻함이었다.


 

싸우는 부부 뒤로 아장아장 도로를 걸어가는 아이에게 오는 트럭을 향해 달렸던 형은 식물인간 상태로 누워있다. 그런 형을 바라보는 남자의 마음이 짐작된다. 구해줬던 아이의 부모에게 무얼 바라는 건 아니었지만 서운한 건 서운했다. 만약 다시 그 상황으로 간다면 형은 어떤 선택을 할까. 자기는 절대 그러지 못할 거 같다. 모녀로 보이는 여자 둘에게 칼을 들고 달려간 어떤 남자와 유리창 너머로 무심하게 바라보는 남자애가 있었으니 그가 아몬드의 윤재라는 걸 무심코 떠올린다. 이 장면 속에 자신을 가두었던 남자가 어린 소녀의 권유로 누군가를 살리는 일에서 형에게 질문했던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


 

작가는 또 노인 문제와 이민자에 대한 생각을 말한다. 어쩐지 그리스 로마 신화를 떠올리게 되는 아리아드네의 정원이라는 작품이다. 근미래의 우리 자화상을 바라보게 한다. 과도한 노인들 때문에 설 자리가 없는 젊은이들이 반기를 든다. 가족 같은 것과 진짜 가족은 다른 거다. 하지만 유사가족이라는 단어도 있지 않은가. 오히려 진짜 가족보다 더한 감정을 나눌 수 있는 게 유사가족 제도이기도 하다. 젊었을 적 많은 걸 누렸던 사람들은 과거를 잊지 못하고, 공격적이었던 사람들도 나이가 들면 방어적이 되어간다. 젊은 사람들에게 자신도 과거에 그랬다고 알려주고 싶지만 절대 이해하지 못할 거라는 걸 떠올린다.


 


 

 

표제작이기도 한 타인의 집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세입자의 세입자가 된 오늘의 청년들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누구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공간이 누구에게는 간절한 공간이 된다는 걸 말하는 작품이었다. 비록 적은 돈이지만 자기만의 공간이 있다는 거로 얼마나 위안이 되는가. 특히 개인 화장실은 삶의 질을 높인다. 같은 집에 사는 재화 언니에게 끝내 화장실을 내주지 않았던 자기만의 공간 확보였다. 그것만큼은 지키고 싶었으리라.

 


아무래도 영화감독이기도 한 작가의 영향인지 영화적인 스토리였다. 영화로 만들어도 좋을 소설,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소재, 우리의 미래를 한 번쯤 예상해볼 수 있는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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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 좋아하는 악당들의 행성
곽재식 지음 / 비채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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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 사람이라고는 나 혼자만 존재한다면 기분이 어떨까. 외롭지 않을까, 라는 우려가 먼저 들지만, 그 세계에 적응하다 보면 오히려 다른 사람과 공존해야 하는 게 더 곤란해질지도 모르겠다. 오직 한 사람뿐인 지구에서 자기조차 인공적으로 만들어졌을 수도 있는 진실 앞에서 한번쯤 우울해지지 않을까. 지구에서 단 한 사람만 존재하게 된 이유는 다른 데 있지 않다. 결혼한 부부가 한 사람만 자녀를 낳다가 그것도 힘들어해 낳지 않게 되면서 일어난 결과다. 아이를 낳지 않는 현재 상황에 맞물려 우리의 미래를 예견할 수 있는 잔잔한 재미가 있었다.

 


SF소설의 특성이 멀지 않은 우리의 미래를 유추해볼 수 있다는 것과 이런 세계면 어떨까 즐거운 상상을 해볼 수 있다는 거다. 작가의 10편의 소설은 우리가 주변에서 있음 직한 인물들을 표현했고, 공감하는 부분도 있었다.


 


 

 

기억 밖으로 도주하기의 결말이 놀라웠다. 갇힌 곳에서 도망친 사람이 떠오르는 기억 속 그녀에게로 가닿는 부분이었다. 미래의 어느 공간, 자신을 기억해내려는 한 인물의 고뇌를 엿보는 것 같았는데 손목에 매달린 리본 하나가 우리 주변의 누군가를 보는 것만 같았다. 주름과 검버섯이 가득한 손, 그 손에서 느껴지는 쓸쓸함 혹은 슬픔. 우리가 맞이하여야 할 미래일 거 같아 씁쓸해졌다.

 


누구나 이런 경험 하나쯤 있지 않을까. 슈퍼 사이버 뱅크 120에서처럼 갑자기 주어진 시간 안에 업무 처리를 해야 하는 것. 웹에서 하는 일이 너무도 적나라하게 펼쳐져 킥킥거리며 웃었다. 얼마 전 기억이 떠올랐다. 국민연금 가입 내역을 볼 수 있다는 알림이 와 어플을 깔고 로그인을 하던 중 잘되지 않아 몇 번이고 이메일 주소와 비번을 적었었다. 자주 쓰는 이메일 주소가 아니어서 헤맨 거였는데 얼마 뒤 해당 사이트에서 메일 하나가 도착했다. 본인일 경우 비번을 바꾸라는 내용이었다. 이 단편도 내가 겪은 내용이 아닐까 생각했었다. 회원가입하기 위해서 브라우저, 시스템 오류, 보안프로그램 설치, 재부팅 하다 보면 시간이 훌쩍 지난다. 물론 120분 안에 서류 발급해서 제출해야 하는데 시간은 빠듯하다. 시간 안에 제출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웃긴 게 전화 받은 사람이 업무 담당자가 되어 해결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박사가 헤매는 과정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기에 공감하며 읽었다.

 


사람과의 관계가 어려운 요즘이다. 직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서로 의견이 엇갈리면 상당히 불편하다. 판단이라는 단편과 같은 일이 전혀 없다고 보기 어렵다. 옮겨서 입사한 새 직장에 출근한 지 이틀째인 김 대리의 태도에 대하여 말하는 이 과장의 목소리는 전혀 함께 근무하고 싶지 않은 사람의 목소리다. 고개만 까딱했다며, 말이 끝도 없이 이어진다. 친근한 웃음을 지으면서 인사 안 했다고 말이다. 이 과장이 어떤 마음으로 말했을지 짐작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김 대리가 그 말을 듣고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예상하지 못했나. 선배랍시고 상사랍시고 이 과장처럼 사람을 대한다면 일하고 싶지 않은 회사인 것만은 분명하다.


 


 

 

그렇지만, 좀 더 세심히 연구해보면 이 빵 속에 사람이 굉장히 중요하게 여기는 아직 알려지지 않은 신비로운 성질이 포함되었을 수도 있다는 것이 학계의 최신 이론이다. (21페이지, 빵 좋아하는 악당들의 행성중에서)

 


표제작인 빵 좋아하는 악당들의 행성은 사람이라는 생물체를 탐사하는 보고서다. 자신에게 필요한 산소와 에너지를 담고 있는 몸속의 붉은 액체를 별 이유 없이 다른 사람에게 나누어 주는 것을 보고 탐구하는 외계생명체다. 그 원인을 빵에서 찾는데 빵에 특별하고도 신비로운 성질이 있을 거라는 이야기다. 헌혈에 대한 작가의 기발한 시선을 볼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더불어 헌혈의 중요성을 알리는 내용이었다.


 

독자는 소설을 재미있게 읽으며 마음속으로 헌혈을 생각할 수 있고, 우리의 늙음을, 인구 감소를, 대형 로봇 제작을 의뢰인 기관에서 나온 사람에게 맞춰야 하는 개발자들의 애환을 엿볼 수 있었다. 때로는 삶의 애환을, 때로는 즐거움과 재미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소설이었다. 작품을 읽어야 새로운 작가를 알게 되는 것 같다. 곽재식 작가의 위트와 유머 그리고 상상력을 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앞으로의 작품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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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2-04-07 12: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우
이런 많은 메시지!
이 책 담아갑니다~

Breeze 2022-04-07 13:14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