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 이야기 - 개정판
얀 마텔 지음, 공경희 옮김 / 작가정신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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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이야기를 어떻게 쓸 것인가. 선택은 그 누구도 아닌 나만이 할 수 있다. 수많은 선택지 앞에서 있는 그대로 사실을 말할 것인가, 누구나 원하는 이야기를 할 것인가. 그 선택 또한 나에게 있다. 인생은 이야기이고, 당신은 당신의 이야기를 선택할 수 있다는 이안 감독의 메시지를 기억할 필요가 있다.

 


오래전 파이 이야기원작 영화와 함께 소설을 읽고 다양한 생각에 잠겼다. 망망대해, 벵골 호랑이와 단둘이 있는 상황에서 그에게 잡아먹힐 것인가, 그를 통제할 것인가의 기로에 서 있는 파이 파텔의 이야기. 영화와 함께 많은 사랑을 받았던 소설의 개정판이 출간되었다.


 


 

 

오래전에 보았던 영화의 장면을 떠올리며 소설을 읽었다. 화면의 잔상이 오래 남아 소설 속에 녹아들었다. 파이와 호랑이가 대치되는 순간, 살기 위해서 방수포 아래에 자기의 자리를 잡았던 호랑이, 그를 피해 뗏목으로 달아났다가 구명보트로 들어오기를 여러 번. 호랑이 또한 파이를 동반자로 받아들였던 거 같다. 고기를 잡아 허기를 달래고, 남은 것은 호랑이에게 던져 주었던 파이는 리처드 파커와의 공생을 기꺼이 선택했다. 리처드 파커는 자기를 지키는 동반자적 존재에 가까웠다. 죽음을 선택하지 않을 용기, 살아갈 용기를 주는 존재였다.


 

파이 파텔은 동물학 전공자이자 종교학 전공자다. 동물원을 했던 아버지에게 배운 것과 좌초된 배에서 살아남아 구명보트에서 하이에나, 얼룩말, 오랑우탄, 리처드 파커와 있으며 그때의 경험을 살려 동물을 돌보고 함께 생활하는 법을 배운다. 인도인인 파이가 힌두교를 떠나 기독교, 이슬람교를 가리지 않고 신을 찾았던 것에서 우리 마음속에 존재하는 신에 대한 생각을 엿볼 수 있다. 태평양에서 먹을 것도 없이 7개월간의 시간을 버텼다면 인간이 하지 않아도 될 모든 행동을 했다고 봐도 옳다. 잡은 동물의 모든 것을 먹을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생각해보면 된다. 그러고 보면 인간이라는 존재는 얼마나 약한 존재인가. 단 며칠만 굶어도 살지 못한다. 바다 생물이든 하이에나 같은 목숨을 위협하는 동물이든 먹을 수밖에 없다. 그래야 살 수 있다.


 

미어캣들의 섬은 비로소 찾은 안식을 뒤엎는 효과를 가져왔다. 그토록 찾아 헤맸던 육지에 미어캣들을 제외한 동물이 없었던 점을 생각해보면 된다. 영화 속에서 수많은 미어캣으로 이루어진 섬을 비추던 장면이 떠오른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은 것의 차이. 죽음의 그림자는 멀리 있지 않았다. 파이가 리처드 파커를 피해 나무 위에 올라가지 않았더라면 절대 알 수 없었을 것이다. 지상낙원이라는 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소설이 가진 이야기와 영화에서 다 말하지 못한 이야기, 행간 속에 숨겨진 여러 의미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생각들은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우리는 생각의 파도에 휩쓸리게 된다. 파이가 벵골 호랑이 리처드 파커와 살아남았던 동물의 이야기와 함께 요리사, 선원, 어머니, 주인공 파이가 나오는 사람 이야기 중 우리 마음속에 들어온 것은 어떤 것인가. 파이가 믿었던 것처럼 우리가 믿고 싶은 것을 믿으면 되지 않을까. 그 선택이 잘못되었든 잘못되지 않았던 우리는 하나의 이야기에서 여러 갈래의 생각과 조우하게 되는 것이다. 그것이 소설을 읽는 사람의 몫이지 않을까.

 


신은 어디에나 있다. 우리 주변에, 혹은 우리 마음속에. 신이 곁에 있지 않다고 삶을 포기했다면 파이 파텔의 이야기는 없었을 것이다. 비록 다른 진실을 품고 있었더라도 우리는 우리가 믿고 싶은 것을 믿으면 된다. 우리의 선택이 중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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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2-05-07 07: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Breeze님 당선 축하드려요~!! 산들산들한 휴일 되시길 바랍니다 ^^

Breeze 2022-05-10 14:39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새파랑님^^

mini74 2022-05-07 07: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축하드립니디 *^^*

Breeze 2022-05-10 14:39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mini님^^

서니데이 2022-05-07 17: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Breeze 2022-05-10 14:40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서니데이님^^

러블리땡 2022-05-08 09: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Breeze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려요 ^^

Breeze 2022-05-10 14:40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러블리땡님^^

강나루 2022-05-08 18: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Breeze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려요.

편안한 밤 보내세요.

Breeze 2022-05-10 14:40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강나루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