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사람동

1.

 

비릿내가 코를 찌른다. 비는 굵어지는 듯하더니, 이내 다시 얇아지기를 반복한다. 나는 우산을 펼쳐든다. 좀 낡긴 했지만, 주황색의 우산은 우중충한 나를 오히려 환해 보이게 한다. 우산을 쓴다고 해서, 나의 188센티에 달하는 키의 몸에 젖어오는 비를 다 막아주진 못한다. 숯이 많은 머리를 가려준다 해서, 나의 흐릿한 머릿속이 맑아지는 것도 아니다. 다만, 비가 내 얼굴로 들이닥쳐 내 안경을 덮치는 것이 싫기 때문에 우산을 쓸 뿐이다. 안경을 덮친 비 때문에, 내가 보지 못하는 낯선 세계로 떨어지는 일이 없기를 바라고 바랄 뿐.

 

비는 그러나 내 온몸을 적신다. 우두커니 비를 바라보다 문득 내가 신호등 앞에 서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람들이 무더기로 지나간다. 여기가 어디쯤일까? 급하게 발을 재촉하려다 보니, 파란색 신호등이 윙크를 반복하면서 나의 걸음을 말렸다. 저 신호등은 언제쯤 나를 똑바로 마주보려나? 걸음을 뒤로 돌렸다. 사람들의 분주한 걸음걸이. 모두들 어딘가로 향하고 있는 듯하다. 고개를 든다.

 

저 너머 5층 쯤 되어 보이는 건물이 눈에 띈다. 저게 뭐였지? 낯익은 건물이다. 나는 본능적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처벅처벅처벅. 떨어진 빗물이 바닥에 가득해, 발자국 소리까지 희한하게 들린다. 앞에서 오던 두 여인네가 나를 힐끔 쳐다보더니 꺄르르 웃으며 빗물이 가득 고인 길바닥을 조심스럽게 고른다. 나는 여인네 둘을 힐끔 쳐다보고 약간 인상을 찡그리면서 다시 조심스럽게 발을 디뎠다. 나의 변화된 걸음걸이를 눈치 챘는지 여인네들의 웃음소리도 더 이상 들리지 않는다. 비는 굵어졌다 얇아졌다를 아직도 반복한다. 나는 5층짜리 건물의 앞에 서 있다.

 

<미친 도서관>

 

도서관? 기억난다. 나는 이 도서관을 매일 다닌 적이 있다. 공무원이 되겠다고 참 열심히도 다녔었지. 하지만 늘 그곳에는 친구들이 있었다. 근이란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는 항상 주위에 친구들이 많았다. 나의 유일한 죽마고우였던 근은 그 당시만 해도 어디를 가든 나를 데리고 다녔다. 당구를 쳐도, 노래방을 가도, 볼링을 치러 갈 때도. 심지어는, 나는 알지도 못하는 자기의 친구 생일파티까지도. 나는 공부보다는 그렇게 어울려 다니는 것이 재미있어, 도서관을 매일 갔다.

 

비가 갑자기 거세어졌다. 나는 재빨리 도서관 안으로 들어선다. 다시 지난날의 추억이 생각이 났지만, 그것은 추억일 뿐이다. 근은 이제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근을 생각하자 어서 빨리 이곳을 나가고 싶어졌다. 근은 내게 너무나 소중한 존재였기 때문에, 그를 떠올리는 건 내겐 너무도 잔혹한 고문이었다. 그러나 좀처럼 비의 굵기는 줄어들지 않는다.

커피 한잔을 뽑는다. 자판기의 위-- 하는 소리가 텅 빈 휴게실에 울린다. 이 넓은 휴게실에 나 혼자라는 생각을 하니 자꾸만 내가 불쌍해진다.

 

* * *

 

자기연민에 빠져서 이 넓은 한 세상을 보낼 거냐?’

근이 내게 물었다. 나는 깜짝 놀랐다.

, ?’

말했잖아. 난 언제 어디서나 너와 함께 있을 거라구.’

그가 다시 사라졌다. 나는 허상을 보고 있음을 깨닫는다. 그래, 허상이었어. 근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아. 근은 원래부터 없었어. 내가 만들어낸 허상일 뿐이야. 그런데, 근의 친구들은 다들 어디 있는 거지? 비가 서서히 얇아지고 있다. 나는 빨리 그곳을 벗어나고 싶어, 밖을 향한다. 안의 세계는 언제나 답답하다.

 

나는 지금 시내버스정류장에 서 있다. 버스를 탈까 말까 한참을 망설인다. 어디를 가야 하지? 버스를 타면 내가 누군지 알 수 있을까? 그냥 다른 곳으로 갈까? 그냥 한번 걸어볼까? 나는 한 시간을 그렇게 정류장 앞에서 망설이고 있다.

 

* * *

 

아저씨, 사람동, 가요?”

나의 목소리가 작았는지 아저씨는 다시 묻는다.

어디요?”

사람동.”

고개를 끄덕이는 아저씨의 얼굴에선 불쾌한 빛이 역력하다. 뭐가 저렇게 불쾌한 것일까? 평일 낮이라 그런지, 비가 와서 그런지, 버스 안에 사람은 거의 없다. 버스 뒷좌석으로 걸음을 옮긴다. 떠벅떠벅떠벅. 맨 뒷좌석에선 중학생쯤으로 보이는 소녀 둘이 열심히 대화 중이다. 뭐가 그렇게 재미있는지 함박웃음까지 곁들인다. 소녀들이 앉은 반대 방향의 뒷좌석 자리를 잡아 앉는다. 자리에 앉고 보니, 앞에서는 어머니와 딸인 듯한 여인 보이는 사실은, 아줌마와 어린이 한 명씩이다 - 둘이서 즐거운 담화를 나누고 있다.

버스는 질주한다. 그리 먼 거리도 아닌데, 시속 100킬로는 되는 듯한 속도로 질주했다가 급정거하는 순간을 계속 반복한다.

미친 도서관에서 사람동까지의 거리는 생각보다 꽤 멀다. 한참의 시간이 지난 듯한데, 아직도 반이나 남았다. 그때 버스가 갑자기 급정거를 한다. 옆에 있던 소녀 둘 중 가운데 쪽에 앉아있던 소녀 하나가 버스 안에서 뒹군다. 소녀는 정신을 약간 잃은 듯하더니, 이내 정신을 차리고 옷을 툭툭 털고는 자리에 앉는다. 또 다른 쪽에서 약간 티격태격하는 소리가 난다. 뭐지? 하고 앞쪽으로 돌아보는데, 40대쯤 보이는 아줌마와 운전기사아저씨가 다투는 중이었다.

아저씨가 잘못했으니까, 책임을 지셔야죠!”

아줌마, 아줌마가 똑바로 잡고 있었어야죠! 탄 지 한참이나 지났는데, 아직 자리에도 앉지 않고. 상습범 아니야?”

뭐예요? 내가 그럼 일부러 그랬다구? 나 참, 기가 막혀서.”

버스가 급정거하는 바람에 아줌마가 허리를 약간 다쳤나 보다. 10분 가량 실랑이를 벌이다가, 버스에서 굴렀던 소녀의 말 한마디로 일단 버스는 다시 출발한다.

, 바빠요! 아저씨, 그냥 빨리 가요.”

가면서도 아저씨와 아줌마는 실랑이를 주고받다가 아저씨의 말 한마디로 일단은 아줌마도 물러선다.

, 아줌마. 그럼 차번호 적어가서 신고하세요.”

그러자, 아줌마는

내가 참아야지!”

하면서 물러선다. 아줌마가 내리고 나자, 주위가 다시 조용해진다. 그리고 지금까지 달려왔던 것보다 더 빠른 속도로 버스는 사람동을 향해 질주한다.

 

* * *

 

서점이다. 내가 언제 버스에서 내렸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사람동에 가는 버스를 타는 도중, 대형서점이 보여 아저씨, 아저씨를 외치며 급하게 내렸던 기억이 있다. 서점에서 열심히 책을 뒤지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왜 내가 여기 있는 거지? 하는 생각과 함께 내가 읽고 있는 책의 제목에 주목한다.

나쁜 아이로 키워라』『그렇다고 생각하면 진짜로 그렇게 된다내가 이 책들을 왜 읽고 있지? 저기 프리미어가 있네? , 저기 영화잡지들 수두룩하네. 저기에서 책 좀 보다 가야겠다. 한참을 읽다가 나는 또 주저한다. 이 책을 살까? 저 책을 살까? 아까운 생각이 들면 어떡하지? 살까 말까? 그렇게 한참을 망설인다. 좀 더 생각해보고 결정하자.

나는 다시 읽던 잡지를 한 번 더 훑어보기 시작한다. 직원인 듯한 아가씨가 내 곁에 다가와서, 눈치를 준다. 나는 아가씨한테 윙크를 한번 해본다. 아가씨가 황당하다는 듯이, 다시 자기 자리로 돌아간다. 이번에는 남자 직원이 내 옆에 선다. 나는 그 남자에게도 윙크를 해본다. 이번에도 황당하다는 듯이 남자점원은 다시 돌아간다.

저 멀리서 소근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낄낄대는 소리도 들린다. 나는 그들이 왜 웃는지 몰랐다. 뭐가 웃기다는 거지? 나는 여전히 굳은 얼굴로 무표정하게 살 책을 고른다. 그러나 여전히 뭘 사야 될지는 판단이 서지 않는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결국 아무것도 사지 않고, 서점을 나온다. 대체 시간이 얼마나 지난 거야? 바깥에는 어둠이 아주 짙게 깔려 있다. 도무지, 여기가 어딘지 가늠할 수가 없다. 이제는 돌아가야만 할 시간인 듯하다.

 

* * *

 

버스정류장. 갑자기, 내 앞에 택시가 급정거를 한다. 앞에 있던 아줌마가 택시를 타려 한다. 그런데 다른 아줌마가 그 아줌마의 앞길을 가로막더니 말한다.

내가 먼저 잡았어요!”

하더니, 재빠르게 택시를 타고 출발한다. 택시를 놓친 아줌마는 어이없다는 듯, 씁쓸한 웃음을 짓더니, 바로 뒤에 쫓아온 택시를 타고 떠나버린다. 겨우 10초쯤의 차이?

한동안 걷혀있던 비가 조금씩 다시 오기 시작한다. 옆에 있던 또 다른 아줌마가 우산을 펼친다. 우산의 한쪽 귀퉁이가 뜯어져 나가, 금방이라도 그 뾰족한 철사가 내 눈을 찌를 기세다. 나는 이내 몸을 피해 아줌마와의 간격을 유지한다. 마을버스가 도착한다. 사람동.

마침 잘 됐군.’

나는 버스에 오른다. 마을버스라 앉을 자리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빈자리는 많이 있었다. 그러나 맨 뒷좌석은 꽉 차 있다. 맨 뒤의 바로 앞쪽에 자리를 잡고 기회를 엿본다. 옆의 아가씨인지 아줌마인지가 자꾸 뒤쪽의 눈치를 살핀다. 뒤에 있던 한 패의 학생들이 다음 정거장에서 우르르 내린다. 그러자 옆에 있던 아가씨인지 아줌마인지가 일어나 뒷좌석을 먼저 차지한다. 나는 그녀가 앉은 반대쪽으로 자리를 옮겨 잡고 앉는다. 마을버스는 오후에 탔던 시내버스와 달리 저속 운행을 한다. 편안함이 밀려든다. 조금씩 졸음이 몰려온다.

 

* * *

 

어느 사이엔가 방에 있는 나를 발견한다. 집이다. , 포근한 잠자리다. 내일은 오늘보다 나을 것이다. 내일은 뭔가 다른 일이 있을 것이다. 나는 기쁜 마음으로 잠에 빠져든다.

 

 

2.

 

아직도 비가 내린다. 몸은 여전히 찌푸둥하다. 왜 잠을 자도자도 피로가 가시지 않는 것일까. 그렇다고 계속 누워 있을 수만은 없다. 몸을 일으킨다. 오늘 할 일이 뭔지 곰곰이 짚어 본다. 잘 생각이 나지 않는다. 무엇인가 분명히 해야만 하는 일이 있는 것 같은데. 뭐였지? 우선은, 외출을 하자. 거리를 쏘다니다 보면 그것이 무엇인지 생각이 날 것이다. 입고 갈 옷이 있나? 청바지에 노란색 셔츠를 걸쳐본다.

마음에 드는 군

어제는 내가 어떤 색깔의 옷을 입었던 것일까? 문득, 배가 고프단 생각을 한다. 내가 어제 뭘 먹었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나가려는데 핸드폰이 울린다.

, 나야. 오늘도 좀 그렇지?”

범이다. , 오늘 그에게 운전연수를 시켜주기로 했었지. 아니, 원래는 어제 해주기로 했었던 것 같다. 비 때문에 오늘로 연기했었는데, 오늘도 역시 비가 내린다.

그래, 내일 보자.”

전화를 끊고 핸드폰을 집에 둔 채, 집을 나선다. 비오는 날 핸드폰은 짐이 될 뿐이다.

 

* * *

 

사람들의 걸음걸이가 이상하다. 뛰어다니는 사람을 볼 수가 없고, 간혹 흰색의 치마와 옷을 갖춰 입은 사람이 눈에 띈다. 가는 곳곳에 이런 사람이 있다. 대체, 여기가 어디지? 어떤 사람은 짐을 싣고 다니는 바구니에다 바퀴를 달아 끌고 다니기도 한다. 주위를 보니, 온갖 학용품들이 가득하다. , 여기가 내가 바라던 그곳이던가? 그러나 거기에는 가격표가 붙어 있다. 주머니를 뒤져본다. 겨우 백 원짜리 몇 개만 달랑 손에 잡힌다. 지갑을 꺼내본다. 전화카드 한 장만 손에 잡힐 뿐, 천 원짜리 한 장 찾아볼 수 없다. 갑자기 웃음이 나온다. 하하하, 까르르. 사람들이 나를 힐끗힐끗 쳐다본다. 우하하하, 데굴데굴. 나는 있는 대로 오버하면서 바닥을 구른다. 사람들이 여전히 나를 힐끗 쳐다볼 뿐, 관심이 없는 듯하다. 어느 순간인가, 뒤통수를 세게 얻어맞은 듯 번쩍 하는 소리와 함께 나는 정신을 잃는다. 또 어둠이다.

 

* * *

 

여기는 너무 어둡다. 어둠 속에서, 박혜경의 <빨간운동화>라는 노래가 흘러나온다. 이 노래는 라디오에서 나오는 노래? 갑자기 라디오에서 우당탕 소리가 난다. 누군가가 라디오를 집어던져 라디오를 맞힌 것이다. 라디오에서 지지직 소리가 났다. 그렇게 라디오의 운명은 끝이 난다.

대체 내가 왜 저런 장면을 보아야 하지?’

 

* * *

 

어둡지만, 어두운 거리다. 살 것 같다. 나는 가게로 들어간다.

이봐요! 멀쩡한 라디오를 집어 던지면 어떡해요? 아깝잖아요!”

당신이 뭔데 참견이야?”

? 라디오한테 머리 얻어맞은 놈!”

기억은 길을 잃고 방황한다. 나는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것인지, 현실을 살고 있는지 구분이 되지 않는다. 나는 라디오한테 머리를 얻어맞는 놈일까? 도대체, 나는 지금 뭘 보고 있지?

 

* * *

 

엉덩이 대!”

학교다. 왜 내가 중학교 시절로 돌아와 있는 것일까? 저 선생님은? 친구의 말이 떠오른다.

선생님이 때릴 때 왼쪽 엉덩이 갖다 대고, 오른쪽 엉덩이 갖다 대고 이랬다.”

다른 친구가 그 말에 물었다.

그랬더니, 뭐래?”

그냥, 웃더라.”

대체, 뭐가 웃기다는 거지? 대체, 저 친구는 왜 저럴까? 저렇게 하면 덜 아플까?

 

* * *

 

이봐요? 정신 차려요. 이봐요?”

누군가가 나를 흔든다.

?”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요? 당신 정말 라디오한테 머리 얻어맞은 적 있어요?”

? , 글쎄요. 모르겠는데요.”

방금 엊어 맞았다고 하시지 않았나요?”

, 제가 그랬어요? 그런데 제가 여기 왜 있지요? 안녕히 계세요.”

뒤에서 혀를 끌끌 차는 소리가 들린다. 혀는 왜 차는 것일까? 혀를 차면 말이 잘 되기라도 하는 것일까?

 

* * *

 

어떻게 잘라드릴까요?”

?”

여기는 또 어디인가? 비오는 거리를 마구 걷다가 기분전환이나 한번 해볼까 하고 들어온 곳인데, 많이 보던 아가씨가 보인다. 그리고 내 가슴이 마구 뛰기 시작한다. 왜 이러지? 그녀의 얼굴을 다시 보면서 묻는다.

뭐라구요?”

어떻게 잘라 드리냐구요?”

. 미용실이구나.

짧게 잘라주세요.”

안경은 벗어주세요.”

이 미용실을 대체 언제 왔었지? 안경을 벗자, 그녀가 잘 보이지 않는다. 그녀를 보고 싶은데. 라식수술을 할까? 아니면, 안경을 끼고 잘라달라고 해? 이발하는 내내 그 생각에 매달린다.

, 맘에 드는지 한번 보세요.”

좀 더 짧게 잘라주세요. 길면, 답답해서요. 지난 번 처럼요

죄송해요. 지난번이 언제인지 모르겠어요. 최대한 잘라 드릴께요.”

여기 온 지도 꽤 오래되기는 했나 보다. 그녀가 갑자기 귀여워 보인다. 시간이 지나가지 않았으면 좋겠다.

 

* * *

 

무릎이 앞으로 구부러진다. 왜 갑자기 발이 구부러졌지? 하면서 발을 펴는데, 발 뒤로 무엇인가 묵직한 것이 와 닿는다. 저게 그랜저라는 건가? 이런 생각을 하면서 가던 길을 계속 간다. 옆에서 아가씨의 호객용 목소리가 들린다.

아저씨, 괜찮으세요?”

뭐가 어쨌다는 거지? 지금 나한테 하는 소리인가? 나는 가던 길을 멈추지 않는다. 왼쪽 다리가 약간 저려왔지만, 별 이상은 없는 듯하다. 나는 멈추지 않는다. 눈은 앞만 보고 걷는다. 나는 흔들리지 않는다. 저 여자가 아무리 나를 유혹하더라도 나는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나는 앞만 보고 걷는다.

 

* * *

 

하루가 너무 빨리 지나간다. 내일이 무슨 요일이지? , 내일은 영화를 보러 가는 날이다. 빨리 내일이 왔으면 좋겠다. 집이다. , 포근한 잠자리다. 내일은 기쁜 일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나는 뿌듯한 마음으로 잠에 빠져든다.

 

 

3.

 

영화는 조조를 봐야 한다. 그래야, 넉넉하게 자리를 잡고 앉아서 마음 편하게 볼 수 있다. 나는 늘 금요일이면 극장을 간다. 오늘도 역시 아침 일찍 일어나 극장으로 출발한다. 그런데 누군가가 갑자기 그 극장을 번쩍 들어 내동댕이친다.

좋은 영화도 많잖아!”

기억 속의 극장이 난도질당한다. 영화를 보던 나의 표정이 굳는다. 그 극장이 통째로 쓰레기통을 향해 날아간다.

번쩍, 갑자기 천둥이 친다. 마른하늘에 웬 날벼락? 꿈이다. 아니, 꿈이 아니라 상상이다. 나는 다시 영화 속으로 몰입된다.

이까짓 거 안 봐도 되잖아?”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아무도 없다. 다시 영화 속이다. 톰 크루즈가 드디어 잡혀가는 장면이다. 왜 잡혀가는 것일까.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그는 잡힌다.

 

* * *

 

, 이 새끼 잘못했다고 안 빌래?”

가슴이 조마조마해진다. 저 목소리는 어디서 나는 거지? 영화 속에서 나는 소리는 아니다. 주위를 둘러보지만, 내 주위에는 아무도 없다. 몇 좌석 앞에 앉아있는 수많은 관객의 뒷모습은 모두 여자의 머리카락이다. 대체, 자꾸만 나를 괴롭히는 저 목소리는 뭐지?

라디오 그만 들어, 이 새끼야!”

나는 귀를 잡고 오열을 한다. 톰 크루즈는 분명히 미래의 인간 감옥에 갇혀 꼼짝할 수 없을 텐데, 왜 다시 멀쩡하게 활개를 치고 다니는 것일까? 사람들은 영화에 푹 빠져 있다. 나의 귀에 들리는 이 소리들. 나는 쓰러진다.

 

* * *

 

핸드폰이 울린다. 범이다.

오늘, 날씨 좋지? 별일 없으면 간다?”

햇살이 따갑다. 오랜만에 보는 햇빛이 반가웠다.

차 가지러 가야지.’

그런데 내가 언제부터 운전을 했던 것일까? 나는 한 번도 운전을 배운 적이 없는데. 범이가 내게 운전연수까지 받는 것을 보면, 나는 꽤 오랫동안 운전을 한 듯하다. 범이의 얼굴이 기억나지 않는다. 그는 어떻게 생긴 친구일까?

 

* * *

 

내가 그의 옆자리에 있다. 그에게 말을 하고 있다. 그의 얼굴을 쳐다보지만, 햇빛이 워낙 눈부셔 제대로 쳐다볼 수가 없다. 내가 말하는 것을 보아선, 나는 꽤 오랫동안 운전을 한 듯하다. 그가 내게 한마디 한다.

내가 다른 것은 막 배웠어도, 운전 하나만은 참 체계적으로 배우는 것 같아.”

그의 웃는 모습이 참 매력적이었다는 것은 기억이 난다. 그리고 그의 눈이 참 귀엽게 보였다는 것도. 그러나 범이는 어느 순간 또 내 기억 속에서 사라져 있다. 대체, 범이는 누구지? 얼굴은 여전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

 

* * *

 

집이다. , 포근한 잠자리다. 내일은 기쁜 일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나는 뿌듯한 마음으로 잠에 빠져 드려는데 누군가가 내 방문을 두드린다.

누구세요?”

누구세요라니? 하루 종일 밥도 안 먹고, 방안에 틀어박혀서 뭐하니?”

방문을 여니, 어디선가 본 듯한 중년의 여인이 보인다.

아줌마, 누구세요?”

아줌마? 얘 좀 봐? 너 미쳤니? 엄마보고 아줌마가 뭐야?”

내게 엄마가 있었던가? 도저히 기억할 수가 없다.

엄마? 그럼, 아빠도 있나요?”

진짜 얘, 정신 나갔나 보네? 아빠, 아빠!”

저 너머에 50대는 훨씬 넘어 보이는 중년의 아저씨가 시야에 들어온다. 저 아저씨는?

아저씨, 혹시 버스 운전하세요?”

아저씨라니? 네 아버지가 버스 운전하시는 것도 잊어버렸니?”

혹시, 두 분이서 싸우신 적 있어요? 허리 때문에?”

그래 있지. 그런데, 그건 어떻게 알았니? 며칠 동안 방에서 나오지도 않던 놈이.”

나는 다시, 정신이 아득해짐을 느낀다. 대체 어디까지가 현실이고 어디까지가 환상인 것일까. 라디오는 어디 있을까? 나는 미친 듯이 방안을 둘러본다. 미니 콤포넌트 하나와, 낡은 TV위에 좀 오래된 듯한 비디오데스크가 하나 놓여 있다. 방 주위의 벽에는 색이 바랜 신문기사들이 기하학적인 모양으로 붙어 있었고, 책상 위에 담배가 한 갑 놓여있고 그 옆에 천 원짜리 빨간색 라이터가 놓여 있었다. 나는 담뱃값 속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모양의 꽁초를 하나 골라 불을 붙인다. 담배의 희뿌연 연기가 꿈처럼 아득하게 창문 밖으로 사라지고 있다.

 

 

4.

 

아침이다. 비가 내린다. 굵은 장대비다. 좀처럼 그칠 기색이 아니다. 잘 정돈된 방이 눈에 들어온다. 그 방 한가운데에 잡지가 하나 놓여 있다. 언제 샀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 그 잡지를 집어 든다. 영화에 대한 소식이 가득히 묻어있는 잡지다. 신이 나서 마구 읽어댄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다 보니, 어느 새 비가 그친다. 햇빛이 쏟아질 줄 알았는데, 햇빛은 쏟아지지 않고 어두운 구름만이 내 마음속을 싱숭생숭하게 들락거린다. 책상 위를 들춰보니, 재떨이에 담배꽁초가 수북하다. 밤새 담배를 다 피워버린 모양이다. 가장 길게 남은 장초를 하나 뽑아 들고, 다시 불붙이기를 시도한다. 라이터는 아침 내내 들이닥친 비 때문인지 좀처럼 점화가 되지 않는다. 선풍기로 라이터 말리기를 시작한다. 1, 2, 3. 선풍기의 속도가 올라갈수록 나의 머리카락이 더욱더 세게 뒷머리 쪽으로 뻗는다. 다시, 점화를 시작한다. 드디어 불이 붙었다. 담배연기가 벽을 타고 기어오른다. 벽에 붙어있던 신문기사가 하나 눈에 띈다.

생체시계 맞추면 성공한다 - 때에 따라 공부-일 효과 달라져요

아침엔 자신감이 풍부하다고? 그래서 설득이나 사과는 식사 직전에 하면 좋다구? 내가 사과를 해야 할 사람이 있는데, 그게 누군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다시 정신이 든다. 조용히 문을 연다.

잘 잤어?”

미용실 아가씨가 왜 여기 있는 것일까?

, , 누구세요?”

희한한 일이다.

이제는 자기 동생도 몰라보네? 아무래도 안 되겠다. 오빠, 나랑 병원 좀 가자. 이리 와.”

그녀의 손에 이끌려, 나는 병원에 간다. 의사가 나를 불러 세운다. 그녀는 내 옆에 앉아 나의 증세에 대해서 차근차근 말한다. 의사가 묻는다.

어디가 안 좋으십니까?”

나는 그녀가 말하도록 내버려 둔다.

며칠 전부터 오빠가 이상해요.”

의사가 묻는다.

말씀이 없으시군요. 보호자만 남아주시고, 잠깐만 나가주시겠어요.”

나는 여전히 아무 말하지 않고, 의사의 지시대로 한다. 그녀가 나를 부축한다. 의사가 이상한 눈으로 나를 쳐다본다.

 

* * *

 

방을 두드리는 소리에 정신이 든다. 다시, 아무 말 없이 문을 열어젖힌다. 어제의 그 여인이다. 자칭, 엄마라고 하는.

밥 먹어라.”

밥이라뇨? 당신이 제 엄마인지 아닌지 어떻게 증명하죠? 밥에 독을 탔는지 안 탔는지 어떻게 알죠?”

그녀의 이마에 주름이 생긴다. 동시에, 그녀의 동공도 순식간에 배로 커진다. 저 표정은 놀랐을 때 짓는 표정이 분명하다. 나는 문을 쾅 하고 닫는다. 그녀가 나를 죽일지도 모른다는 섬뜩함이 내 몸 안에서 일어난다. 나는 문을 안에서 잠근다.

 

* * *

 

바보야, 내가 원한 것은 그게 아니란 말야!’

이상하다. 근이 또 나타났다. 그는 분명히 죽었다. 나는 분명히 그의 장례식에 참석한 기억이 있다. 그는 자살했다고 했다. 왜 자살했는지는 아직까지 아무도 모른다. 궁금해진다. 그는 왜 죽었을까.

넌 죽었잖아! 왜 자꾸 나타나는 거야? 나한테 원하는 게 뭐야?’

정말 아직도 모르겠니?’

 

번개가 번쩍 하고 내리치더니, 천둥소리가 우리를 갈라놓았다.

 

* * *

 

갑자기 누군가가 고함을 치는 소리가 들린다. 남자의 목소리였다. 그리고 아까 그 아줌마의 목소리가 들린다. 목이 멘 목소리다. 고함소리는 멈추지 않는다. 나는 귀를 막았다. 그래도 그 소리는 손바닥을 뚫고 더 선명하게 들려온다. 나는 방문을 열고 그 고함소리가 나는 곳으로 향한다.‘아빠라 불리는 그 사람이 엄마라고 불리는 그 사람에게 계속 고함을 지르고 있었다.

당신 때문에 애가 저 모양이잖아! 애 나이가 벌써 서른이야, 서른! 여태 저러고 있으니, 한심하지! 당신이 잘못 가르쳤잖아!”

지겨워, 지겨워.”

문득, 라디오에 머리를 얻어맞은 기억이 난다. 저 사람이 내 머리에 라디오를 집어 던진 사람이다. 죽여야 할 사람이다. 저 사람이 내가 영화를 본다는 이유로 보던 비디오를 집어 던지고, 라디오를 내 머리에 던진 사람이다. 죽여야 한다. 어릴 때부터 별러 오던 일이다. 나는 부엌에 가서 식칼을 들고 나온다. 그들의 얼굴이 놀람과 두려움으로 일그러진다. 나는 그에게 칼을 들이댄다. 그런데 갑자기 그의 얼굴이 근으로 바뀌어 있다. 근이 말한다.

 

* * *

 

나를 너의 아버지로 생각해. 네가 그렇게 원한다면, 내가 대신 죽어줄게. 날 죽여. 그리고 기억해. 넌 살인자가 아니야. 그리고 또다시 그런 순간이 오면 넌 스스로 죽어야 해. 자기 가족을 죽인 패륜아로 평생을 감옥에서 보낼 생각 하지 마. 그건 너와 나의 우정을 저버리는 일이야. 절대, 잊어버리지 마. 그리고 그 순간이 네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란 것을 잊지 마

 

* * *

 

그들의 얼굴이 사색이 되어 있었다. 나는 칼을 들이댔던 손의 방향을 내 심장으로 돌렸다. 내 인생의 가장 행복한 순간이 될 거라고 했던가. 내가 나를 죽이는 순간이? 눈물 한 방울이 눈 속에서 톡 튀어나왔다. 그 눈물이 내 가슴에서 뿜어 나오는 핏줄기 속에 파묻혔다. 그리고 나는 웃을 수 있었다. 영원히 기억하고픈, 정말 행복한 순간이 나를 향해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5.

 

증상이 언제부터 시작되었습니까?”

글쎄요. 그것을 정확히 모르겠단 말씀입니다. 저 아이는 이제 어떻게 되는 거죠?”

진찰을 해봐야 알겠습니다만, 조현병일 가능성이 많습니다. 아버님 되시죠? 정수범씨와 아버님과의 관계는 평소에 어떠했습니까?”

무슨 질문이 그래요? 지금 저 아이가 나 때문에 저렇게 됐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요? 이보시오. 말도 안 되는 소리! 저 아이는 미쳤어. 그냥 미쳤을 뿐이야.”

조현병의 원인이 분명하게 밝혀지진 않았기 때문에 꼭 아버님 때문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치료를 위해서는 아버님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아버님도 같이 치료를 받으셔야 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이보시오! 지금 나까지 환자 취급을 하는 것이오? 당신까지 미쳤어? 저 아이는 내 아이오! 내 아이는 내가 더 잘 안단 말이오! 저 애는 어렸을 때부터 내가 길러왔어! 당신이 뭐야? 저 애가 미쳤으면 치료를 할 생각부터 해야지, 왜 나까지 걸고넘어지는 거야?”

 

 

6.

 

가만히 웃고 있던 30세의 아이가 그를 붙잡고 있던 보호사들을 힘차게 밀쳐내더니, 히죽 웃으며 아버지 곁으로 다가간다. 그가 아버지 앞에 굳은 얼굴을 하고 말을 한다.

내가 왜 당신 애야? 난 나야! 당신의 권력 따위에 굽히지 않아. 당신이 버스에 나를 가두고 아무리 나를 몰고 다녀도 난 언제든 내려달라고 할 권리가 있어. 당신이 열어주지 않으면, 난 뛰어내려야만 해. 왜냐구? 난 나의 목적지가 있거든. 당신이 원하는 목적지가 내가 내려야 할 곳은 아니야. 그런데 당신은 내가 내려달라고 아무리 애원해도 버스를 세워주지 않았어. 당신이 가는 곳으로 무조건 같이 가자고만 했어. 그래서 나는 할 수 없이 택한 거야. 버스에서 뛰어내리기로. 난 당신의 소유물이 아니야. 난 나라구!”

이 새끼가! 지금 나한테 대드는 거냐? 이거 완전 미친 새끼 아냐? 저 아이, 내 아이 맞아? 내 아이라면 저렇게 대들지 않을 거야! 저 아인 내 아이가 아냐! 저리 꺼져!”

지진이 일어난 듯한 진동이 병실을 가득 채웠다. 그곳에는 아이와 아버지의 싸움을 멀뚱히 바라볼 뿐, 아무도 그들을 말리는 사람이 없었다. 고요는 그들의 파도를 더욱 더 거세게만 몰아갔다. 하지만 30세의 아이는 아버지의 <저리 꺼져!>란 말이 나오자마자, 다시 히죽 웃더니 경찰들을 향해 돌아섰다. 그러나 그의 눈은 경찰을 바라보고 있지 않았다. 그는 천천히 걸음을 떼었다. 마치, 누군가가 그를 부축해 주는 듯한 모습으로. 그는 경찰들을 향해 소리쳤다.

그녀가 돌아왔어요! 내가 사랑하는 미용실의 그녀가 돌아왔어요! 범이랑 근이도 곧 저희 집에 놀러온대요. 하하하하! 자기야, 다시는 날 떠나면 안돼! ? 절대로 떠나면 안돼! 사랑해, 자기야! , 지금 너무 행복해.”

모두들 안쓰러운 눈으로 그를 바라보는 가운데, 단 하나의 눈동자만이 경멸에 가득 찬 눈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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킥킥킥 아웃


나는 아침부터 분주했다. 뭐가 그리 분주하냐고 묻는다면, 나는 주부다. 가정이 있고, 딸이 있다. 물론, 직장까지 있다. 평소에는 딸을 등교시키느라, 밥 차리느라 분주했을 터인데, 오늘은 달랐다. 토요일이다. 출근은 하지 않는다. 하지만, 모임이 있다. 무슨 모임이냐면, 그냥 되는대로 모임이다. 그날그날에 따라 주제가 달라지는 모임이다. 어떤 날은 책을 읽고 토론하고, 어떤 날은 그냥 신나는 노래에 맞춰 춤을 추기도 한다. 또 다른 날은 영화를 보고 영화에 대해서 이야기하기도 하며, 어떤 날은 아무 것도 안 하고 수다만 떨다 오기도 한다. 보통은 혼자 가지만, 때로 가족을 초청하기도 한다. 아이만 데려갈 때도 있고, 남편이 같이 갈 때도 있다. 물론, 그런 날은 특별한 날이 된다.

매일 토요일 아침에 혼자 갈 때마다 남편의 양해를 구해야 하고, 딸에게도 잘 설명해줘야 한다. 이 인간들은 그렇게 안 해주면 삐지곤 한다. 남편도 딸도 그렇다. 남편에게 같이 가자고 할 때는 반드시 딸도 같이 간다. 아직은 어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딸만 데려가려면 굳이 남편에게 양해를 구하지 않아도 된다. 그런 날은 잘 갔다 오라며 남편은 혼자 신났다.

오늘은 남편이 신나는 날이다. 나의 여섯 살 배기 딸은 엄마를 좋아라, 하며 따라 나선다. 오늘은 아이를 데리고 모임에 참석하는 날이다. 그리고 아이들끼리 노는 걸 도와주는 날이다. 무엇을 하면 좋을지, 우리는 엄마들끼리 많이 머리를 맞댄다. 머리를 맞댄 끝에 찾아낸 해결책이라곤 아이들끼리 노는 걸 그냥 지켜보다가 필요하면 뭔가 해주기. 어쩌면, 그게 가장 지금 아이들에게는 필요한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모임 장소는 매주 달라진다. 주로, 한명씩 돌아가면서 집을 장소로 내주지만, 때로는 카페가 되기도 한다. 또 어떤 날은 체육관을 대여하기도 한다. 오늘은 아이들을 위해 마음껏 뛰놀라고 넓은 체육관을 대여하기로 했다. 그러나 막상 아이들이 놀 기구를 갖춘 것은 아니었다.

나는 그러고 보니, 아이들한테 뭐하고 놀 건지를 물어보지 않았다는 생각에 미쳤다. , 이런 기본적인 것을 잊어버렸을까. 자책했지만, 이미 늦었다. 나는 급한 대로 딸에게 물었다.

주영아, 오늘 친구들하고 같이 놀 건데, 뭐 했으면 좋겠어?”

수건돌리기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주영이가 대답했다.

수건돌리기 할 줄 알아?“

할 줄 알아. 재밌어.”

나는 주머니를 뒤져 보았다. 마침, 꽃무늬로 장식된 손수건이 하나 있었다. 꼭 손수건이 아니어도, 체육관에 수건은 비치되어 있을 테니, 걱정할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다른 아이들도 수건돌리기를 하고 싶어 할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어찌되었든, 일단 수건돌리기를 해 보자고 제안할 터였다. 다른 아이들의 의견도 들어보고 나서 무엇을 할지 결정하면 될 터였다. 그리고 그것들은 아이들이 스스로 결정하게 내버려둘 예정이다.

 

체육관에 도착했다. 체육관에서는 신발을 갈아 신고 들어가야 했으므로, 나와 주영이는 발에 맞는 실내화로 갈아 신고 신발은 신발장에 넣어두고 체육관 안으로 들어갔다. 이미 몇몇의 엄마들이 나와 있었다

, 주영엄마. 일찍 왔네요.”

, 다른 분들은요?”

, 아직 시간이 안 되었으니

오겠죠. 그것보다 애들은 벌써 신났네요.”

, 그렇네요. 주영이도

가서 놀아, 라고 하는 말도 튀어나오기 전에 주영이는 벌써 다른 아이들이 뛰어노는 데 합류했다. 아이들은 체육관을 여기저기 휘저으며 방방 뛰어 다니고 있었다. 술래잡기를 하는 듯도 했고, 누가 누구랄 것도 없이 서로를 잡으러 다니기도 했다.

애들은 역시

주영엄마, 오늘은 그냥 애들끼리 저리 놀게 하고 우리끼리 앉아서 얘기나 하다 가는 게 좋겠어요.”

하하, 그렇네요. , 그런데 이분은?”

, 참 주영엄마 처음 보시죠? 이분은 공연하시는 분이예요. 오늘 시간이 나서 한번 와보고 싶다고 하셔서, 제가 데려왔어요. 다른 엄마들한테는 미리 말씀드렸는데, 주영엄마한테만 말씀 못 드렸네요. 오늘도 공연이 있는데, 시간 날 때마다 여기 모임 참석하고 싶다네요.”

아이가 있나요?”

, 저기 있네요. 신났네. 영호라고.”

수건돌리기 하자는 말은 미처 꺼내지도 못했다. 이어서 다른 엄마들도 속속 도착했다. 다른 아이들도 애들이 뛰어노는 걸 보더니, 거기에 합류해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다. 엄마들도 정신없긴 마찬가지. 그냥, 애들 뛰어노는 걸 보다가 내가 있는 곳으로 합류했다.

저러다 다칠라.”

선영엄마처럼 걱정하는 엄마도 있었지만, 대체적으로는 그냥 지켜보기만 하다가 우리끼리 하는 이야기에 집중했다.

남편 이야기, 애들 이야기, 그리고 시어머니 이야기. 온갖 이야기들이 다 나왔지만, 역시 그 중 탑은 아이들 교육에 관한 이야기였다. 아이들을 1주일에 한 번씩 이렇게 매번 뛰어놀게 하는 게 어떻겠느냐는 의견도 나왔다. 토요일마다 아이를 남편한테 맡기고 오는 것도 좋지만, 지금 우리 아이들에게는 엄마가 필요한 나이인 거 같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반대했다. 아이들을 남편에게 맡기는 것도 필요하다고, 가끔은 우리들도 자유를 누리는 것이 좋다고 했다. 여러 가지 의견이 나뉘었지만, 교육적 측면에서는 아이들과 떨어져 있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나의 의견이 최종적으로 결정되었다. 수다를 떨다 보니, 어느 새 오전 시간이 훌쩍 갔다. 이제, 점심 시간이 다 되어가므로 각자의 집으로 헤어져야 할 시간이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신나게 뛰어노는 아이들을 불렀다.

주영아, 이제 가야 할 시간이야. 어서 와라.”

, 벌써? 아앙, 더 놀고 싶은데.”

이제 가서 밥 먹어야지. 다음번에 또 오자.”

아앙, 다음번에 또 언제?”

한달 후에?”

언제 기다려, 아앙

오늘따라 왜 이래?”

꼭 가야 돼?”

다른 엄마들과 아이들은 이미 체육관을 빠져나가고 있었다.

그럼, 가야 되지. 다른 아이들은 벌써 가고 있는데?”

아앗, 벌써 다 갔어, 나만 두고, 아앙. 정말!”

나는 주영이를 달래며 이제 그만 가자며, 신발장으로 향했다.

, 신발이 어디 갔지?”

그때까지 나처럼 애들을 불러 모으느라 진땀을 뺀 경화 엄마가 나를 보았다.

, 신발 없어요?”

이거 내꺼 아닌데?”

나는 신발장을 다시 뒤져보았다. 경호엄마의 신발과 그 신발 외에는 남아 있는 게 없었다.

, 이거. 오늘 처음 온 그 영호엄마인가? 그분꺼 같은데?”

, 이런. 처음 오셔서 헷갈리셨나 보네요. 어쩌지? 그 신발 월요일에 신고 가야 하는데.”

, 잠깐, 화영엄마가 연락처 알 거에요. 화영엄마가 데리고 왔으니까.”

나는 경호엄마가 화영엄마한테 전화하는 걸 가만히 지켜보았다. 조금 후, 경호엄마는 내게 영호엄마의 연락처를 알려주었다. 나는 바로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영호엄마 되시죠?”

, 맞아요. 누구시죠?”

, 오늘 모임에서 뵈었던 주영엄마라고 하는데요.”

, 기억나요. 웬일이세요?”

, 혹시 신발 맞게 신고 가셨나요? 저랑 신발이 바뀐 거 같은데.”

, 혹시 이거 주영엄마 신발? , 제가 정신없이 나오다 보니, 신발을 바꿔 신은 것도 몰랐네요. 제가 가고 싶은데, 지금 공연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라서 가지를 못하는데, 혹시 급하신 거면 이리로 오실 수 있나요?”

, 제가 가죠. 그 신발 월요일에 신어야 되거든요. 공연장이 어디예요?”
나는 주영이랑 영호엄마가 알려준 공연장으로 갔다. 가면서, 주영이가 웃으면서 물었다.

엄마, 신발 없어졌어?”

. 지금 찾으러 가는 중이야.”

밥 먹으러 집으로 간다매.”

신발부터 찾고 먹으러 가자.”

킥킥킥

뭐가 그렇게 웃겨?”

아니, 그냥.”

주영이의 웃음소리를 뒤로 하고 나는 공연장입구에서 영호엄마한테 전화를 했다.

여기서 어떻게 가요?”

안으로 들어오세요.”

안으로 들어가자 공연장 무대가 보였다. 그리고 앞으로 관객석이 보였다. 주영이와 내가 멀뚱히 서 있자, 영호엄마가 말했다.

아참, 잠깐만 여기 있으세요. 신발 곧 갖고 나올께요.”

신발, 신고 있는 거 아니었어요?:”

그러자, 영호엄마가 웃으며 말했다.

공연장에서는 다른 신발을 신거든요. 금방 올께요.”

영호엄마가 무대의 뒤쪽으로 사라졌다. 1분쯤 지났을까. 공연이 벌써 시작되려 하는지, 관객석에 사람들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한참동안 영호엄마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나 달리 뾰족한 수가 없어서 나는 그냥 기다렸다. 사람들이 이상한 눈빛으로 보는 것이 느껴졌다. 주영이는 옆에서 계속 킥킥대고 있고, 나는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참 난감했다.

관객석에 사람들의 거의 찰 때 즈음, 영호엄마가 나타났다. 그런데, 신발이 없다. 나는 또 어찌해야 할지 몰랐다. 그렇게 당황하고 있는데, 영호엄마는 나를 첫손님으로 소개했다.

저희 공연에 참석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 오늘은 특별한 분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오늘의 첫 손님이자, 이 무대를 같이 꾸며주실 주영이와 주영엄마입니다.”

나는 다짜고짜, 나를 이 무대에 올린 영호엄마에게 화를 내야 하는 건지, 아니면 그냥 이 상황을 즐거워해야 할지 난처했다. 하지만, 옆에서 주영이는 계속 킥킥대고 있었다. 그러자, 이 모든 걸 주영이도 알고 있었을 거라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하니, 화를 내려는 마음이 사라졌다. 주영이도 이 상황을 즐기고 있구나. 그래, 주영이가 언제 그렇게 웃어보겠느냐며 나는 이 무대를 즐기기로 마음먹었다. 주영이는 공연이 진행되는 동안 너무 신났고, 나는 끝나고 내 신발을 돌려받았고, 공연에 참석해줘서 고맙다며 사례비와 추가로 내 신발과 똑같은 신발 하나를 더 선물 받았다. 그러면서, 미리 연락하지 못해서 죄송하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이게 누구의 계획이냐고 물었더니, 아이들 의견이었다고 한다. 주영이도 포함되느냐고 물었더니, 주영이가 가장 적극적으로 밀어붙였다고 한다.

애들은 계획이 다 있었군요

, 그렇죠. 어른들을 놀리는 게 재밌나 봐요? 그래도 지나치게 선을 넘지 않으려 노력하는 것을 보면 참 기특하기도 해요.”

선이요?”

, 주영이가 그러더라구요. 엄마가 마음이 이상해지지 않게 해 달라구요.”

, 그런 말도 했었군요.”

, 참 똑똑한 아이를 두셨어요. 그리고 오늘 공연 정말 고맙습니다.”

저도 고맙습니다. 앞으로도 공연 하시는 거면, 종종 보러 올께요.”

, 그래주시면 저도 감사하지요. 저 다음 주에 모임 참석해도 되지요?”

물론이죠. 그럼, 다음 주에 뵐께요.”

, 안녕히 가세요.”

주영아, 가자!”

신나게 웃고 있던 주영이가 나를 따라왔다. 집에 왔는데, 남편이 TV를 보고 있었다.

오늘 늦었네? 재밌었어?”

밥은?”

기다렸지. 내가 밥도 다 차려놨어.”

어라? 이 인간이 웬일이야?”

웬일은? 주영아 재밌었어?”

주영이가 또 킥킥댔다.

뭐야 이거? 혹시 당신도 알고 있었어?”

제대로 먹혔나 보네.”

주영이는 여전히 킥킥대고 있었다.

아니, 내가 뭘 알어.”

그러면서 남편도 히죽거렸다.

그래, 나 계속 놀려먹어라. 그렇게 좋으면.”

주영이의 킥킥대는 소리는 계속 들리고, 남편도 계속 히죽거렸다. 남편과 딸의 사이가 언제부터 저렇게 좋았는지, 짐작이 되지 않았다. 나는 계속 씩씩거리면서, 남편의 눈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주영이는 뭐가 그렇게 좋은지, 그런 나를 보면서 연신 깔깔대고 있었다. , 그렇지. 딸이 웃으면 좋지 뭐. 나의 하루는 그렇게 즐거운 듯, 서러운 듯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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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레터-접속

 

1,

 

당신은 성경전체통독을 하신 적이 있으십니까?”

경수가 연습장 속의 그 글자들을 바라보았다.

이게 뭐지?’

경수는 그 글자들을 바라보며 생각한다.

나는 성경을 읽어본 적이 없는데? 근데 이건 왜 글자가 저절로 써지지?’

경수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그렇게 써진 글자에 대답을 한다.

아니요, 없어요.”

그러자 다시 글자가 저절로 써진다. 마치 경수는 누군가와 대화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렇다면, 성경을 읽어볼 마음은 있으신가요?”

아니요, 없어요. 왜 묻는 거죠? 그리고 이건 뭐예요?”

이건 텔레레터라고 합니다. 당신과 대화를 하고 싶어서 접속하였습니다. 저는 하나님을 의지하는 사람이구요. 혹시 저랑 대화를 원하십니까?”

정말 사람이신가요?”

네 그렇습니다.”

사람이 이렇게 하는 게 가능한 건가요?”

지금 세상에는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마구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 레터도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일 거고, 저 역시 이 일이 어떻게 일어났는지는 잘 모릅니다. 다만, 저는 지금 텔레레터를 할 수 있는 사람이고, 누군가와 이렇게 대화를 하고 있습니다. 이 레터를 받으시는 분은 어떤 일을 하시나요?”

저는 그냥 학생이에요. 학생이고, 철학을 전공하죠. 근데, 이 레터는 왜 되는 거죠?”

아마도 하나님께서 많은 걸 이루시기 위해 저에게 주신 능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하나님이요?”

네 그렇습니다. 하나님이 주신 능력인가요? 이거 전에는 아주 안 좋은 거였다는데?”

 

레터 속의 그 사람은 더 이상 대답하지 않았다.

레터 속의 그 사람은 사라졌다.

 

 

2.

 

다음 날, 영희에게 물었다.

영희야, 혹시 텔레레터라고 알아?”

, 너도 드디어 알게 되었구나?”

알아?”

요즘 유행하는 거야.”

유행이라니?”

요즘 텔레레터로 대화하는 사람 많아.”

무슨 대화?”

그 사람이 여러 가지 물어봐. 너한테 뭘 물어봤어?”

성경 볼 생각 있냐고.”

나한테는 카피 써 본 적 있냐고 물어봤는데.”

사람마다 다른 질문이 가나?”

그런 거 같아.”
근데 그 사람이 누군지는 알아.”

몰라 사람인 거 외에는 몰라.”

사람이야?”

사람인 거 확실해. 왜냐하면 사람이 아니면, 24시간 대화가 가능해야 하지 않을까. 근데, 부르면 대답할 때도 있고 안할 때도 있고, 대화하다가도 자기 화장실 간다고 잠깐 기다리라고 하고. 그러니까 사람 맞는거지?”

, 그러네. 사람은 맞네. 근데 이게 어떻게 가능해?”

옛날에도 되지 않았어?”

, 그때는 못된 귀신들이 하는 거 아니었어?”

, 그런 거였나?”

그래서 그때는 귀신들이 하는 줄 알고 그런 말 많이 했잖아. 악한 영들은 떠나갈지어다!”

, 그렇지 맞아. 그래서 그때는 거의 서로 간에 속고 속이는 거였지.”

그런데, 지금은 안 그래?”

지금은 그냥 물어보기만 하던데?”

, 왜 물어보기만 하지?”

그리고 특별한 얘기는 안해?”

몇 번 물어보고 끝이야.”

그게 좋아?”

, 나한테 누군가 뭔가를 물어봐 준다는 거, 그리고 말하지 못했던 걸 말할 수 있다는 거. 그게 좋던데?”

넌 안 그래?”

아니, 난 얘기하다가 끊겨서.”

, 제대로 얘기 못했구나. 그 사람 그래. 얘기하다가도 무슨 일 생기면 막 끊기고 그래.”

, 진짜 사람 맞구나.”

사람 맞으니까 그렇겠지?”

그래서 어떻게 해 그럴 때는?”

그냥 아는 사람들끼리 얘기해 보곤 하지. 그러다 보면, 우리끼리 더 얘기하다 보면 문제가 풀리기도 해.”

, 그렇게 해?”

, 혹시 그 사람한테 해결해 달라고 떼쓰거나 조르면 그 사람이 그렇게 얘기한대. 내가 그걸 왜 해? 라고 얘기한대.”

그래? 그렇게 얘기한대?”

자기는 그냥 물어보는 것만 할 수 있을 뿐이라고 해결은 스스로 하는 거라고 얘기한대.”

, 그럼 진짜 속이는 사람은 아니네?”

맞아, 속이는 사람은 아니야. 다음에 얘기가 되면, 몇 개 물어봐 달라고 해봐.”

, 그래볼까? 점점 궁금해지네

그치, 나도 그렇게 빠져들었지. 텔레레터의 세계에.”

그래?”

근데, 주의할 게 있어.”

뭔데?”

너무 재밌다고 막 하면 안 돼.”

?”

그건 그 사람에 대한 예의도 아니고, 그리고 거기에 빠져서 자기가 할 것들을 놓치면 안 돼.”

아 그렇지. 맞아.”

그러니까, 여유가 되는 시간에 해야지. 자기 할 것들 내팽개쳐 놓고 하면, 그 사람한테 혼날지도 몰라.”

, 그래?”

, 그러니 혼나고 싶지 않으면 조심해.”

, 알았어

 

 

3.

 

저와 이야기해 보시겠습니까?”

드디어 경수가 기다리던 텔레레터의 반응이 왔다.

, 하겠습니다. 질문 좀 해주세요. 어떤 질문이든지요?”

어떤 질문을 원하십니까?”

글쎄요. 잘 모르겠어요.”

그렇다면, 지금 원하시는 공부가 있습니까?”

, 지난번에 얘기했던 철학과 학생인데요. 혹시, 철학에 관해 뭐 질문하실 건 없나요?”

그렇다면, 당신은

네에.”

상담에 관련된 책을 100권 이상 읽으신 적이 있으십니까?”

철학과도 상담에 관련된 책을 읽어야 하나요?”

읽으면 안 되나고 생각하시나요, 읽는 게 좋다고 생각하시나요?”

, 읽어야 할 것 같아요. 근데 저 읽은 게 없는데 어떻게 해요?”

그렇다면, 읽으실 의향이 있으십니까?”

읽을 의향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인터넷 서점에 접속해 보세요.”

, 잠깐만요.”

경수는 인터넷서점에 접속한다.

접속했어요

상담을 검색해 보세요.”

네 검색했어요

거기서 책을 하나 골라보세요.”

이유가 많으니 그냥이라고 할 수밖에

그 책을 선택하셨습니까?”

, 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철학과님에게 미션을 하나 내드리겠습니다.”

뭔가요?”

제목을 보고 그 느낌을 적어보세요.”

, 제목만 보고요?”

, 그렇습니다.”

그리고 상담에 관련된 책을 100권 이상 읽으신 후에 저를 불러주세요.”

언제든 부르면 대답해 주시나요?”

말씀드리자면, 저는 당신의 필요에 따라 움직여지지 않습니다. 저는 하나님의 계획하에 움직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당신이 상담에 관련된 책 100권 이상을 읽고 난 후에 어떤 선택을 하든 그건 당신의 선택이 됩니다. 만약 그때에 제가 대답을 하지 않는다면, 그 또한 당신의 길이 따로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럼 지금 느낌을 얘기해 주시겠습니까?”

이유가 많으면 그냥이라고 할 수밖에 없는 건가요?”

그건 저도 잘 모릅니다. 대답할 수 있는 부분은 대답해 드리지만, 제가 모르는 부분은 대답해 드릴 수 없네요. 철학과님의 생각은 어떠신지요?”

이유가 없으면 그냥이라고 대답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이유가 많으면 그 이유들을 일일이 설명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드는데요?”

철학과님, 그럼 이 텔레레터를 종료하시겠습니까?”

아니, 벌써요?”

철학과님, 저도 일을 해야 합니다. 그럼 이만 접속을 종료해야 할 듯합니다. 철학과님, 그럼 다음 기회에 또 뵐 수 있길 바라겠습니다.”

, 네에.”

이렇게 금방 끝난 경수는 실망감을 감추지 못한 채, 연습장 속의 그 사람을 한없이 바라보았다.

 

 

4.

 

영희야

?”
텔레레터 속의 그 사람은 왜 이렇게 금방 나가 버려?”

우리도 길게 얘기 안하는데?”

우리라면?”

, 우리 같이 모여서 얘기하는 애들 있어.”

그래?”

우리 같이 모여서 얘기하다 보면, 접속이 되는 날이 있는데, 그런 날 같이 얘기하곤 하는데 길어야 5분이야.”

그래?”

우리도 도대체 그 사람이 누군지는 모르는데, 그렇게 얘기하곤 사라져.”

, 도대체 그 사람 누구인 거야?”

사람은 맞는 건 확실한데, 알아야 돼?”

, 궁금해 미치겠어. 누군지.”

?”

그 사람하고 직접 얘기했으면 해서.”

?”

텔레레터로 하니까 얘기하다 말아버리는 것 같아서.”

우린 아닌데.”

아니야?”

그럼 우리 모일 때 같이 모여서 해 볼래

그래도 돼?”

, 그래도 돼.”

 

 

5.

 

몇 명이야?”

경수까지 다섯 명

드디어 다섯 명이 된 거야?”

.”

다섯 명 모이면 얘기하랬어.”

, 좋아! 드디어 다섯 명이다!”

그럼, 시작해

잠깐만.”

?”

이분 접속 가능 시간이

아 그렇지아직 5분 남았다.”

경수야, 우리 5분 후에 이분하고 연습장으로 얘기할 건데.”

, 텔레레터로?”

, 텔레레터로.”

우리 중의 대표자가 쓸 거야. 우리 5명 모이면 할 수 있는 게 있다고 했어.”\

뭔데?”

텔레북, 텔레신문, 텔레상담, 텔레토론, 텔레말씀

이게 다 뭐야?”

한 사람당 하나씩이래.”

그래서 다섯 명 모이면 이거 한다고 한 거야?”

.”

그래서 한 사람당 하나씩 맡으랬어.”

, 그래?”

난 뭐야?”

텔레말씀

말씀이 뭐야?”

성경이라고

아 내가 왜?”

우리 다 교회 다니는데, 너만 안 다니니까.”

그런 법이 어딨어?”

안 할 거야?”

아니, 그건 아니고.”

할 거지?”

할게

 

 

6.

 

저와 오병이어의 기적을 만들어 보시겠습니까?”

, 저희 준비되었어요.”

그럼 첫 번째는 누구십니까?”

기적이 1번이요.”

어떤 걸 하시겠습니까?”

저 고민이 있는데요?”

어떤 고민이 있으십니까?”

텔레레터란 게 정말로 해도 되는 건지 모르겠어요.”

그렇다면, 텔레레터로 하는 이 모든 걸 긍정적인 것으로 만드시겠습니까, 부정적으로 만드시겠습니까?”

, 그럼 그걸 우리가 만드는 건가요?”

스스로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긍정적인 것이 될 수도 있고, 부정적인 것이 될 수도 있습니다. 많은 사람이 긍정적인 면을 보고 긍정적인 것으로 만들어 가도록 노력한다면 텔레레터는 세상을 이롭게 하는 좋은 것이 될 것입니다. 어떤 선택을 하시겠습니까?”

, 생각 좀 해 봐야 할 거 같아요. 다음 사람으로 넘겨도 되죠?”

다음 분은 누구십니까

저 텔레북 하고 싶어요.”

, 그러십니까. 그럼 지금 제가 갖고 있는 책의 어떤 부분을 무작위로 펼쳐서 송신하겠습니다.”

, 그래요?”

정말 일을 잘하는 사람은 / 단순히 일을 열심히, / 많이 하는 사람이 아니라 // 적당한 쉼과 몰입의 시기를 / 인지하고 있는 사람이다. - 안상현 네가 혼자서 울지 않았으면 좋겠다중에서

이거 보고 막 뭔가 떠오르는데, 어떻게 해요?”

떠오르시는 대로 막 쓰면 본인의 것이 됩니다. 본인이 쓰고 본인이 활용하시면 됩니다. 쓰는 동안 다음 사람으로 넘어가도 되겠습니까?”

네에!”

이번에는 누구십니까?”

저는 토론을 하겠다고 한 사람인데요. 엑셀 자격증을 따려면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하나요? 이거 여기서 토론하면 되나요?”

, 그렇습니다. 같이 얘기해볼까요?”

같이요?”

지금 접속하신 분이 좀 계실 텐데 떠오르시는 분 얘기하세요.”

, 우리만 있는 거 아니에요?”

네 많은 분들이 함께하시니 같이 얘기하시면 됩니다.”

연습장인데요?”

, 그렇습니다. 그럼 다른 분이 얘기할 기회를 드려도 될까요?”

, 얘기해주세요

 

<일단, 이 레터의 주인은 얘기한다>

<, 제가 얘기해요?>

<우선, 시작을 하셔야지요.>

<, 그렇죠. 시작할게요.>

<.>

<일단, 따려는 마음은 잘 모른다. 대신, 못 따는 방법은 안다.>

<정말요?>

<못 따는 방법 알아요?>

<, 압니다.>

<그럼, 오늘은 신다님의 얘기를 듣는 걸로.>

<, 그럴까요?>

<잠깐만요. 이분 이름이 신다예요?>

<, 그렇습니다. 이분 이름이 신다예요. 본명은 아니지만.>

<아 그렇게 부르는군요.>

<그러니까, 못 따는 방법은요?>

<못 따는 방법은>

<아 기대된다>

<대충 공부한다.>

<끄악~>

<공부할 마음을 갖지 않는다.>

<아악~>

<어떡해든 되겠지, 라는 마음을 갖는다.>

<이럴 수가!>

<엑셀 따려는 과정과 모든 과정에 대해서 귀찮아한다.>

<따겠다는 거야 말겠다는 거야.>

<시험시간에 한 번 더 보면 떠올릴 수 있는 것도 귀찮아서 대충 보고 나온다>

<딸 마음 전혀 없네>

<그렇게 해서 신다는 단 한 문제 차이로 필기시험에서 떨어져다는 사실을>

<진짜요?>

<이렇게 용기 있게 고백합니다>

<끝인가요, 오늘 토론?>

<네 끝났습니다>

<, 진짜 재밌어!>

 

이렇게 하는 건가요?”

, 그렇습니다.”

그럼 이제 다음 분으로 넘어갈까요?”

네에~ 다음으로 넘기래.”

, 나야?”

 

다음 분은 무엇을 하시겠습니까?”

텔레신문이요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시작하나요?”

네 신문에 나온 내용 중에서 발췌합니다.”

이건 어떻게 하시는 건가요?”

텔레북과 방식은 비슷합니다. 다만, 신문으로 바뀌었을 뿐.”

, 네 그럼 문구 주세요!”

과거를 떠올리며 상념에 잠기는 것이 아닌, 그 시간을 지금 여기로 가져오는 능동적인 행위였다. - 국민일보 20201212일 토요일 오피니언 <오은의 문화스케치 중>”

뭔가 느낌이 오는데 어떻게 하나요?”

그 느낌 그대로를 기록하시면 됩니다. 느낌대로 기록하시다 보면 어느 순간에 어느 곳에 도달해 있을 것입니다. 당신의 미래를 응원합니다.”

, 네에 알겠습니다. 그럼 다음으로 넘어가시면 되죠?”

네에 그렇습니다.”

나는 이거 써야 돼. 네가 마지막이야!”

아 그래? 드디어 나야?”

그래! 그럼 행운을!”

 

이번에는 누구십니까?”

아 그게 저철학과 학생인데요

, 이분이시군요. 합류하셨나 보군요?”

, 그렇게 되었습니다.”

무엇을 담당하셨습니까?”

텔레말씀이요.”

, 관심이 생기셨나요?”

아니요 이렇게 해야 제대로 얘기할 수 있다고 해서.”

그럼, 바로 말씀으로 넘어가겠습니다.”

네에

경수는 다소 당황하며 연습장 속의 글자들을 바라보았다.

형제들아 내가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너희를 권하노니 모두가 같은 말을 하고 너희 가운데 분쟁이 없이 같은 마음과 같은 뜻으로 온전히 합하라 고린도전서 110

이게 성경에 나오는 내용인가요?”

, 그렇습니다. 그리고 오늘 텔레레터는 이것으로 마칩니다.”

아니, , 끝이예요?”

더 말씀하시길 원하십니까?”

아 네. 좀 더 대화해 주시면 안 될까요?”

그럼, 지금부터 아주 길고 긴 대화를 철학과님과 하겠습니다.”

정말인가요?”

, 아주 길고 긴 이야기가 될 듯하고요. 지금까지 했던 모든 텔레레터에 대한 이야기를 해 드릴 겁니다.”

그럼?”

, 이미 지금까지 들은 얘기 지금까지 한 얘기에 대한 보충 설명일 뿐입니다. 원하십니까?”

 

경수는 연습장 속의 그 글자들과 그 속에 있는 사람을 본다. 그 속에는 사람이 있었고, 그 속에는 삶이 있었다. 그리고 경수는 삶을 바라본다. 새롭지는 않다. 그러나 낡은 것들 속에 새로움이 있었다. 연습장. 컴퓨터가 아닌 시대. 전자화된 이 시대에서 다 떨어진 낡은 연습장이 경수에게 주는 것들은 지금까지 경수가 생각해오던 것, 또 보던 것과는 많이 달랐다. 경수는 마음으로 중얼거린다.

 

, ,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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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통한 다이어리에서 알립니다


신통한 다이어리에서 알립니다.

 

1) 당신은 성경전체 통독을 두 번 이상 하셨습니까?

2) 당신은 저의 추천도서를 최소한 한번 이상 훓으셨습니까?

3) 당신은 상담에 관련된 책을 50권 이상 읽으셨습니까?

4) 당신은 카피를 3가지 이상 써 본 적이 있으십니까?

5) 당신은 시를 30편 이상 써 본 적이 있으십니까?

6) 당신은 소설을 3편 이상 써 본 적이 있으십니까?

7) 당신은 시집을 100권 이상 읽으셨습니까?

8) 당신은 소설을 50권 이상 읽으셨습니까?

9) 당신은 일기를 1년 이상 매일 써 본 적이 있으십니까?

10) 당신은 사색을 자주 하십니까?

11) 당신은 가끔 산책을 하십니까?

12) 당신은 혼불을 읽으셨습니까?

13) 당신은 추리소설을 30권 이상 읽으셨습니까?

14) 당신은 기독교서적을 20권 이상 읽으셨습니까?

15) 당신은 기도를 살아오면서 최소한 100시간 이상 하셨습니까?

16) 당신은 상담소나 건강지원센터에서 일반상담을 받아본 적이 있으십니까?

17) 당신은 영화관련 도서를 30권 이상 읽으셨습니까?

18) 당신은 영화잡지를 가끔 보십니까?

19) 당신은 영화에 대한 리뷰를 3번 이상 써본 적이 있으십니까?

20) 당신은 영화를 30편 이상 보셨습니까?

21) 당신은 찬양을 살아오면서 100시간 이상 하셨습니까?

22) 당신은 음악을 자주 (30인 이상) 들으십니까?

23) 당신은 명언집을 한 권 이상 읽으셨습니까?

 

이와 같은 조건을 이행하였다면 다음의 사항을 철저하게 검토해 보십시오.

다음과 같은 조건에 해당한다면, 당신은 자격이 없습니다.

 

24) 혹시, 당신은 무언가에 또는 누군가에게 집착하고 계시지는 않습니까?

25) 당신은 무언가에 또는 누군가에게 욕심을 부리고 계시지는 않습니까?

26) 당신은 지금 다른 사람을 경시하고 계시지는 않습니까?

27) 당신은 다른 사람은 되는데 나는 왜 안 되냐고 투덜대고 계시지는 않습니까?

28) 당신은 다른 사람이 지옥갈까 봐 걱정하고 계시지는 않습니까?

29) 당신은 자신의 결점이 안 보이십니까?

30) 당신은 자신이 잘못해 놓고 다른 사람을 탓하고 계시지 않습니까?

 

이상의 사항(24~30)에 해당되지 않는다면 다음의 사항을 다시 한 번 검토해 보십시오.

 

31) 당신은 집착과 사랑의 차이점에 대해서 아십니까?

32) 당신은 욕심부리는 것과 욕심부리지 않는 것의 차이점을 알고 계십니까?

33) 당신은 누군가를 진정으로 걱정해 본 적이 있으십니까?

34) 당신은 자신이 잘못한 것과 다른 사람이 잘못한 것을 구분하실 수 있으십니까?

35) 당신은 겸손과 자만의 차이점에 확실히 알고 계십니까?

36) 당신은 정말로 욕심을 부리지 않습니까?

37) 당신은 정말로 집착하지 않습니까?

 

 

위와 같은 모든 조건을 이행하고 그리고 철저한 검증을 거친 후, 다음을 마지막으로 점검해 보십시오.

 

38) 당신에게 돈 100억 있다면 그 돈으로 무엇을 하시겠습니까?

 

 

1차 합격하신 분은 다음과 같은 숙제가 시작됩니다. 숙제는 볼펜으로 쓰셔야 합니다.

 

<신통한이 내는 첫 번째 과제-(1) 입술+발가락>

 

오늘 할 수 있었던 일 중에서 가장 재미있었던 일은?

오늘 할 수 있었던 일 중에서 가장 슬펐던 일은?

오늘 할 수 있었던 일 중에 가장 지루했던 일은?

오늘 할 수 있었던 일 중에 가장 미치겠다고 생각했던 일은?

오늘 할 수 있었던 일 중에 가장 젊다고 생각할 수 있었던 일은?

 

<신통한이 내는 두 번째 과제-(2) 발가락 ’>

 

사랑 마음 연애 중 가장 마음에 드는 단어를 골라 떠오르는 대로 쓰세요.

사랑 마음 연애를 다 합쳐서 말할 수 있는 사물 하나만 쓰세요.

사랑 마음 연애와 같은 일을 하는 사람은 누구일까요?

사랑 마음 연애는 무엇일까요?

사랑 마음 연애는 누구와 해야 할까요?

사랑 마음 연애는 누구와 하는 것이 가장 좋을까요?

사랑 마음 연애 중 어느 단어가/누가 가장 아름다울까요?

사랑 마음 연애 중 실수 없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사랑 마음 연애는 어떤 것이/어떤 것을 사랑하게 되었을까요?

 

 

<신통한이 내는 세 번째 과제-(3) 입술-기분좋은>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은 어떤 기분일까요?

사랑하는 사람과의 만남은 어떤 기분일까요?

사랑하는 사람과의 식사는 어떤 기분일까요?

사랑하는 사람과의 차 마시기는 어떤 기분일까요?

사랑하는 사람과의 오락(게임기)은 어떤 기분일까요?

사랑하는 사람과의 지도보기는 어떤 기분일까요?

사랑하는 사람과의 슬픈 노래를 부르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요?

사랑하는 사람과의 산책은 어떤 기분일까요?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과 사랑하는 사람과의 만남과 사랑하는 사람과의 하나됨은 어떤 기분일까요?

사랑하는 사람과의 가장 좋았던 추억을 한 글자로 써 주세요.

[기본 1]

이름 // 슈나이더·블로일러에 대한 새로운 해석 // 사람에 대한 글 // 사랑에 대한 글

 

[기본 2]

면봉 / 칫솔 / 비누 3가지 소재 다 포함해서 시 쓰기

세미나 / 20여명 / 가능성 아무거나 하기

직업훈련원 모델 작성

 

[기본 3]

페인트, 비누, , 수시

1) 각각의 상징

2) 각각이 갖는 의미 4가지씩

English

자만, 탐욕, 음란, 분노, 대식, 질투, 나태

1) 7가지 통합하여 글쓰기 (한편 분량 자유)

2) 각각의 주제로 1편씩 글쓰기 (7)

 

[기본 4]

가능성 / 죽음 / 생사관련 아무거나 하기

사람과 이별에 관한 요리 하나 만들어보기 사진 찍기

집과 회사 / 가족과 건강 / 시인과 소설가 / 요리와 사물

이 중에서 택일하여 아무거나 해주세요

 

[초급 1]

신통격에 대한 보고서 (3자 이내로)

 

[초급 2]

성숙 / 사랑 / 음란 / 대식 / 나태 (아무거나 해 보세요)

삶에서 인내력을 경험했던 순간을 말로 해 보세요.

----관련된 추억을 한 단어로 표현하세요

발과 손 / 몸과 마음 / 음식과 사물

1) 각자 연관 지어 의미 파악하고 해석하기

2) 세가지 다 연관 지어 의미 파악하고 해석하기

예시) 1) 발과 손은 몸의 일부다.

예시) 2) , , , 마음, 음식, 사물은 사랑의 형체이다. 왜냐하면

 

[초급 3]

집과 회사 / 가족과 건강 / 시인과 소설가 / 요리와 사물

이 중에서 택일하여 아무거나 해 주세요

 

 

2차까지 합격하신 분은 마지막 3차 테스트가 있습니다.

1) 신통한 다이어리의 마음 발자국 [시가 올 때는]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글 3가지는?

2) 신통한 다이어리의 마음 발자국 [문장이 내게]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글 3가지는?

3) 신통한 다이어리의 마음 발자국 [한 줄의 울림]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글 3가지는?

3) 신통한 다이어리의 마음 발자국 [신다의 소설]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글 2가지는?

4) 신통한 다이어리의 마음 발자국 블로그 또는 카페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글 10가지는?

5) 신통한 다이어리의 마음 발자국 [신다의 시]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글 3가지는?

6) 신통한 다이어리의 마음 발자국 [리뷰]에서 가장 재미있었던 글 3가지는?

7) 신통한 다이어리의 마음 발자국을 보고 떠오르는 생각을 한 장 이상 분량으로 쓰세요.

(워드 또는 아래아한글 허용)

8) 신통한 다이어리의 마음 발자국에 올라와 있는 글 중 가장 재미있었던 글 10가지를 쓰고 그 중 한 가지를 골라 자기 스타일대로 꾸며 보세요. (워드 또는 아래아 한글로 꾸며보세요)

 

 

<과제도 있습니다.>

 

[중급 1]

각자 알아서 보고서 3장씩 쓰기 (형식 및 내용 절대 자유)

 

[중급 2]

, 성숙, 사랑,

4가지 다 들어가게 해서 소설 쓸 것(허구이어야 함) {형식 및 내용 및 볼펜 자유}

 

[중급 3]

여섯 명 이상한테 엽서 쓰기

 

[중급 4]

English (작문 하나) ~ 한 두 페이지

 

[중급 5]

/바다//나무/////바람/구름///소리/성숙//시장//그림//

자유롭게 무엇이든 (10장 이상의 보고서일 때만 워드작업 허용)

 

[고급 1]

잠과 일에 대하여 글로 써보기

 

[고급 2]

여행 온 사람과 교제하는 법

 

[고급 3]

귤과 사랑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 귤과 사랑에 대한 관계는 어떤 관계일까요?

 

[고급 4]

AB가 같이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 AB는 임의로 정하고 AB에 대한 성격 및 인물묘사를 함께 해야 한다.

 

[고급 5]

지금까지 한 숙제를 모두 종합한 느낌을 한 문장으로 정리 하세요.

52자 이상이어야 합니다.

 

 

3차 테스트까지 통과하신 분은 마지막으로 다음을 점검하십시오. 아래의 점검이 끝나면 당신은 신통한 다이어리의 세계에 입문하시게 됩니다. 아래의 테스트 역시 통과하셔야 합니다.

 

1) 당신은 파워포인트, 워드 또는 아래아한글에 대해서 기본적으로 다룰 줄 아십니까?

2) 당신에게는 지금 현재 당신이 받을 수 있는 이메일이 있습니까?

3) 당신에게 자신만의 색깔로 꾸민 한 권의 노트가 있습니까? 그렇다면 지금 당장 복사해서 여분을 만들어 놓으십시오. 그리고 그 노트에 당신의 필명과 이름을 기록하십시오. 그 노트가 어디에 있든 당신은 놀라운 체험을 하게 되실 것입니다. 그 노트가 당신에게 기적을 일으킬 것입니다. 그 노트에 당신의 인생이 기록될 것입니다. 신통한 다이어리와 함께 놀라운 체험을 하게 되실 것입니다. 당신은 그만큼 소중한 생명입니다. 당신은 소중한 사람입니다. 그리고 한번 더 생각해 보십시오? 당신은 지금 무엇을 원하십니까?

 

 

 

(창수추천도서)

 

1. 플라톤의 국가론 - 모든 철학의 뿌리이다.

2. 소크라테스의 변명 - 모든 토론의 근본이다.

3. 토마스 모어의 "유토피아"

- 공산주의의 근본이라 하지만, 자본주의를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오늘날의 리얼리즘을 이해하는 데에도 도움이 많이 된다고 생각된다.

4. 가스통 바슐라르의 "공간의 시학"

- 굉장히 이해하기 어려운 책이지만, 한번쯤 훑어보는 것은 상당한 도움이 된다. 특히, 시를 쓰는 문학도라면 필수적으로 읽어야 하는 책이다.

5. 루카치 "소설의 이론"

- 리얼리즘을 이해하는 것은 대학생활 뿐만 아니라, 사회생활에 있어서도 많은 가치를 지닌다. 그 정점이 루카치이다.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6. 오규원의 "현대시작법"

7. 자크 라캉의 "욕망 이론"

8.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

9. 니체의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10. 간단하게라도 알고 넘어가야 할 철학자 및 작가들

-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헤겔. 칸트. 니체. 루카치.

- 보들레르. 랭보. 괴테. 까뮈.

- 이상. 김수영. 기형도. 서정주. 황지우. 황동규.

12. 카피라이터가 되씹는 카피들 / 카피캡슐

 

 

신통한 다이어리에서 알립니다 - 부록

 

 

하나님이 보시기에 정말 당신은 두고 보기에도 아까운 사람입니다 장경동 목사

 

<신통한다이어리에서 알립니다>의 조건을 모두 이행하셨습니까? 그렇다면, 당신은 충분히 일할 만할 자격을 갖추었습니다. 그러나 아직 부족한 것이 있다구요? 네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당신은 충분히 실무자로서의 자질을 갖추셨습니다. 무엇을 더해야 할지 잘 감이 안 오십니까? 신통한 다이어리에서 그 감각을 익혀 드리겠습니다.

 

1) 당신은 모국어 공부를 열심히 하십니까?

2) 당신은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하십니까?

3) 당신은 제 2 외국어 공부를 열심히 하십니까?

 

이와 같은 조건을 갖춘다면 당신은 이제 실무자로서의 길을 들어선 것입니다. 하지만, 아직도 부족한 점을 느끼십니까? 당신은 자질뿐만 아니라 능력도 갖추신 분입니다. 무엇이 더 필요한지 아직도 모르시겠다구요? 신통한 다이어리는 언제나 친절하게 당신의 안내서가 되어 드립니다.

 

1) 당신은 스포츠를 좋아하십니까? 야구나 축구 농구 배구 또는 하키 등, 그 어떤 스포츠든 좋아하는 것 한 가지는 있으셔야 합니다.

2) 당신은 스포츠를 보고 글을 써 본 적이 있으십니까? 그렇다면 당신은 능력이 뛰어난 분이시라는 생각이 점점 드는군요.

3) 당신은 외국의 드라마나 영화를 볼 때 자막을 보지 않으려 노력하십니까? 그렇다면 당신은 끊임없이 노력하는 틀림없는 실무자로서의 능력을 갖춘 사람입니다.

4) 당신은 웃기는 이야기를 3가지 이상 아십니까? 그렇다면 당신은 이제 첫 번째 면접에 응하시게 됩니다.

5) 당신은 웃기는 이야기를 면접관에게 하실 수 있습니까? 당신의 스타일대로, 당신만의 방법으로 당신만의 철학을 담아서 하실 수 있습니까? 그렇다면 당신은 이제 비로소 신통한 다이어리의 훈련생으로 입문하시게 됩니다.

6) 당신이 훈련생이 되시면 그때부터 더욱 더 깊고 넓은 사고의 세계를 탐험하셔야 비로소 교육생이 됩니다.

7) 당신은 몇 종류의 일을 경험하셨습니까? 서비스직, 사무직, 노동직. 계산직. 당신이 이와 같은 경험을 이미 하셨다면 당신은 교육생입니다. 그러나 경험하지 않으셨다면 당신은 훈련생입니다.

 

이와 같은 조건을 당신은 모두 이행하셨습니까? 자신의 양심에 대고 스스로 맹세할 수 있습니까? 그렇다면 이제 다른 사람에게 말하십시오. 나 하고 싶다고! 뭔가 하고 싶다고! 나 열심히 뭔가 하고 싶다고! 당신의 자신감이 당신의 인생을 변화시킬 것입니다. 그리고 바로 시작하십시오. 당신의 인생설계를. 노트에 해도 좋고 자판을 두드려도 좋습니다. 당신 인생의 변화를 느껴 보십시오. 당신은 사랑스러운 사람입니다. 당신은 정말 사랑스러운 사람입니다

신통한에서 알립니다 숨은 페이지 1 -

 

당신이 훈련생과 교육생의 과정을 모두 마치셨습니까? 이제 비로소 당신은 이력서를 제출할 때가 된 것입니다. 이력서를 검토하여 당신이 합격한다면, 당신은 비로소 신통한 다이어리의 실무를 위한 1차 시험에 응하시게 됩니다. 이력서에는 자기소개서를 A4용지 3장 이상 쓰셔야 하며, 또한 자신이 독서했던 것 중에서 가장 마음에 닿는 글이나 구절 30개 이상 적으셔야 합니다. 이력서에 합격하신다면, 1차 면접에서는 다음과 같은 질문이 주어집니다.

 

1) 자신을 표현하기 위한 광고를 파워포인트로 지금 표현해 보십시오. (1시간)

2) 당신은 다음과 같은 상황에서 어떤 말씀을 아이에게 해주시겠습니까? 이 아이는 당신의 친자식입니다. (1시간)

(1) 아이는 15살 이하이다. 그 아이가 물건을 훔친 것을 당신이 보았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2) 아이가 15살이 넘었고 아직 미성년자다. 그 아이가 술을 마시기도 하고 담배를 피기도 한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3) 아이가 어느 날부터 당신을 슬슬 피하고 있다. 그 아이에게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3) 지금 즉석에시 시를 한편 지어보십시오. (1시간)

4) 지금 떠오르는 영화에 대해서 즉석에서 재구성을 해보십시오 (1시간)

 

2시간 시험 20분 휴식 2시간 수업이 이어집니다. 모든 시험은 컴퓨터 앞에서 이루어집니다. 1차 시험의 결과는 3시간 이내에 이루어지며, 1차 시험을 통과한 사람에게는 다음과 같은 과제가 주어집니다. 심사하는 동안 당신에게 식비와 교통비가 지급되므로 맛있는 식사를 하시고 오시면 됩니다.

 

1) 기독교 관련 서적 중 한권을 읽고 A4용지 3장 내외로 독서 감상문을 작성하십시오. (컴퓨터 작업 허용함)

 

2) 지금까지 작성해온 자기만의 노트를 복사해서 보여주십시오. 불가피한 경우(노트와 복사본 모두 분실시), 워드 또는 파워포인트로 재작업한 것을 프린터해 오셔도 되나, 자신이 직접 필기했다는 것을 증명하실 수 있어야 합니다. 또한 노트의 분량은 세권 이상, 권당 100P 이상이어야 합니다. 노트에는 4색 이상의 색깔이 들어가야 합니다. (워드 또는 파워포인트로 재작업했을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3) 성경에서 마음에 와 닿는 구절을 44구절 이상 볼펜 또는 플러스펜으로 적어오십시오. 한 줄도 한구절로 인정합니다.

 

4) 마음에 와 닿는 시 10편 이상을 선정해 오십시오. (컴퓨터 작업 허용함)

 

5) 통과하신 분에 한하여, 1주일 후에 2차 시험이 있습니다. 2차 시험은 과제를 제출하신 분에 한하여 진행됩니다.

신통한에서 알립니다 - 숨은 페이지 2 -

 

당신이 1차 시험을 통과하시고 주어진 과제까지 완수하였다면 당신은 이제 2차 시험을 치르게 됩니다. 2차 시험은 딱 한 문제만 주어집니다.

 

1) 4시간 동안 당신이 하고 싶은 무엇이든 표현해 보세요. 워드로 하셔도 좋고 파워포인트로 하셔도 좋고 한글 또는 엑셀 컴퓨터에 있는 무엇이든 좋습니다. 다 하시고 난 후 컴퓨터에 저장 후 메일로 띄우는 것 잊지 마십시오. 그리고 가능하면 프린터도 해주세요. 당신의 마음은 당신에게 열려 있으셔야 합니다. 쉬는 시간은 총 30분입니다. 쉬는 시간은 스스로 조정해 주세요. 쉬실 때는 쉬신다고 감독관에게 말씀해 주셔야 합니다. 중간에 다 했다고 나가시면 불합격 처리됩니다. 다 하든 못하든 네시간을 채우셔야 하고 다 못하셨다 하더라도 네시간 동안 한 작품으로 심사합니다. 작품의 완성도가 당신의 합격을 결정하지 않습니다. 당신이 그동안 살아온 흔적, 그동안 노력했던 삶들, 그리고 당신이 기획하고 창조했던 모든 것이 여기에 들어있어야 합니다. 당신은 하실 수 있습니다. 놀라운 기적의 세계가 당신을 안내할 것입니다. 당신은 분명 하실 수 있습니다. 당신은 정말 하나님이 보시기에 두고 보기에도 아까운 사람입니다.

 

2) 당신이 2차 시험을 통과하셨다면 이제 당신에게 주어지는 과제가 하나 더 있습니다. 2차 시험을 심사하는 데에는 최소 1주일, 길게는 한 달이 걸릴 수도 있습니다. 그 시험을 통과하신다면 당신에게 주어지는 마지막 과제는 당신이 살아온 인생에 대해서 소설로 풀어내는 것입니다. 최소한 A4용지 20장 이상 분량이어야 합니다. 글자크기는 10포인트 줄 간격 160으로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글자이어야 합니다. 2차 시험을 심사하는 동안 당신이 소설을 완성시킨다면 심사는 바로 진행될 것입니다. 그러나 소설을 완성시키지 않았다면 당신은 탈락의 고배를 마실 것입니다.

 

주의하십시오.

 

소설을 완성시켰다고 해서 당신에게 합격이 보장되지는 않습니다. 당신이 합격만을 바라보고 이 삶을 완성시키신다면 당신은 탈락입니다. 당신이 합격이 아닌 자신과 타인의 행복을 위해서 이 삶을 완성시키셨다면 당신은 합격입니다. 이 소설이 당신을 행복하게 해 드린다는 것을 믿으십시오. 그리고 그 삶을 향해 달려가십시오. 당신은 행복할 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입니다.

당신은 지금 이 순간 행복한 사람입니다.

 

당신 삶의 소설에 지금 도전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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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진짜창수다

 

   

프롤로그

 

총공격!”

내 눈앞에서 광선검들이 움직인다. 가느다란 빛을 내뿜고 있는 그 검들은 점점 더 나를 향해 다가온다. 그리고 그 검 뒤로 검은 물체의 사람들이 스르륵 스르륵 소리를 내고 있다. 저들은 대체 누구인가? 사람인가? 악마인가? 귀신인가? 사람은 아닌 듯 하다. 그렇다면 저들은 악마? 그들의 검들이 내 배와 다리와 팔을 찔러댄다. 온몸이 쑤시다. 그리고 점점 더 정신이 흐리멍텅해진다. 흐리멍텅해지는 머리. 그리고 가느다랗게 들리는 그들의 말소리.

이 녀석 죽이면 안 되잖아? 어떻게 하지?”

나는 왜 죽이면 안 되는 걸까? 있는 힘을 다해 그들의 말소리에 귀를 기울여 본다.

머리 잡아 봐. 이 녀석 기억을 아예 없애면 돼.”

나는 있는 힘을 다해 몸부림쳐 보지만 생각 속에서만 움직일 뿐, 꼼짝도 할 수 없다. 그들이 내 머리를 잡는 것이 느껴진다. 그리고 머리카락을 뽑아내는 소리가 들린다. 엄청난 고통이 머리로 전해져 오지만 소리조차 낼 수 없다. 머리카락을 뽑은 그 자리에 뭔가가 찔리는 것이 느껴진다.

이렇게 하면 되는 거야? 절대 기억하지 못하겠지?”

이 녀석이 신이라면 모를까, 사람으로 태어난 이상 기억 못 하지.”

진짜 신이면 어쩌지? 그럼 우리 다 죽는데.”

진짜 신이 이렇게 쉽게 잡혀? 말이 되는 소리를 해. 그리고 신이 인간으로 어떻게 태어나?”

그래도 혹시 모르잖아. 신의 능력을 가졌을지도.”

신의 능력을 가졌을지라도 신이 아니면 이건 못 풀어. 신이 직접 풀어야 되는데 그러려면 이 녀석 죽어야 돼. 이 녀석 기억이 돌아오지 않는 한 절대 안 죽어. 그러니까 걱정할 필요 없어.”

그래? 그럼 안심해도 되겠네.”

서서히 그들의 말소리가 멀어져간다. 그들이 내게서 멀어져가는 건지 내 기억이 지워지는 건지 분간이 되지 않는다. 점점점 잠에 든다. 그들이 내 기억을 지우면 지울수록 나는 오히려 편안해져간다. 내 마음이 온통 평온해져 간다. 편안한 잠이 내게 다가온다. 꿈을 꾸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꿈은 온통 행복한 꿈이다. 내 기억이 지워져가는 건지 내가 행복해져 가는 건지 구분이 되지 않는다. 얼마나 지났을까. 나는 생전 보지도 못한 어느 낯선 곳에서 잠을 깬다.

 

 

 

1. 낯선 곳에서 깨어나다

 

아주 오랫동안의 숙면을 취한 듯하다. 어둠이 조금씩 걷히기 시작한다. 머리가 서서히 맑아지지만 눈을 뜨고 싶지 않았다. 너무 편안한 잠. 몸을 뒤척여 본다. 물컹한 게 손에 잡힌다. 또한 아주 보드라운 느낌이 나를 조금씩 흥분시키기 시작했다. 눈을 뜬다. 검은 머릿결이 햇빛에 반사되어 빛이 나고 있었고 내 손에는 그녀의 우유빛 살결이 그녀의 유두와 함께 겹쳐져 있었다. 이게 뭔가?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다. 나는 누구이고 나는 지금 어디에 있고, 이 여자는 누구인지! 그녀는 깊은 숨을 쉬며, 일정한 간격으로 호흡을 하고 있었다. 아마도 아주 깊은 잠에 빠져 있는 듯하다. 윗몸을 일으켜 주위를 둘러보자, 반대편에 또 한 여자가 눈에 들어왔다. 저 여자는 또 누구인가? 갈색머리에 구릿빛 피부가 돋보였고, 그녀 역시 깊은 잠에 빠져 있는 듯이 보였다. 족히 네다섯 명은 누워 있을 만한 크고 푹신한 실크침대가 눈에 들어온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구릿빛 피부를 가진 그녀의 가슴을 더듬어 보았다. 숨을 더 크게 쉴 뿐, 이미 그 손길에 익숙한 듯 별다른 반응이 없다. 그녀들이 알몸이듯, 나 역시 알몸이었다. 욕망의 크기가 나를 현실에서 도피시키는 듯 하고 그 욕망에 짓눌려 나는 그녀들의 몸을 더듬기 시작했고 그녀들은 게슴츠레한 눈을 살짝 떴다가 다시 감았을 뿐, 나의 몸에 그녀들의 몸을 맡겼다. 한참 동안을 나는 그 욕망에 이끌리다가 퍼뜩 내가 뭐하는 건가 싶어 그녀들을 더듬던 내 손을 거두었다. 자꾸만 커져 가는 내 안의 욕망을 억누르는 대신, 나는 이곳이 어디인지에 대한 궁금증을 비로소 해소해나가기 시작했다.

깊은 잠을 자려는 그녀들을 흔들어 깨웠다. 그녀들은 그저 귀찮다는 듯 꿈쩍도 하지 않고 더 깊은 잠으로 빠져들었다. 그녀들의 잠을 방해하는 걸 포기하고 화려하게 덧칠해져 있는 철제의 문을 열어젖혔다. 그러자 방문 밖에는 어깨가 벌어진 한 건장한 사내가 나에게 인사를 한다.

주인님.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주인님이라니. 나는 그에게 물었다.

여기가 어디인가요?”

“'주인님. 여기는 주인님의 저택입니다. 주인님은 지난 밤에 교통사고를 당하셔서, 단기 기억상실증에 걸리셨습니다. 조금 시간이 지나면 기억이 나실 것이니, 지금은 절대 안정을 취하시어야 합니다. 곧 괜찮아지실 것입니다. 우선, 먹을 것을 준비하라고 이르겠습니다.”

그러더니 그 건장한 사내는 손뼉을 쳐서, 누군가를 부른다.

주인님 깨어나셨으니, 요리를 준비하게

.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아무리 기억하려 애써도 내가 누구인지 여기가 어디인지, 내가 왜 주인님인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주인님, 기억이 나는 것을 돕기 위해 집을 한번 둘러보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그러더니 그 사내는 또 손뼉을 두 번 치더니 누군가를 불렀다. 이번에는,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한 여인이 그의 앞에 나타났다.

주인님께 집안 구경 좀 시켜드리게. 기억이 잘 나지 않으신 거 같으니, 설명을 많이 해드려야 할 걸세

,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주인님, 따라오시지요." 나는 그의 말대로 기억을 찾을 기대감으로 그녀를 따라갔다.

 

 

2. 진수성찬

 

요리가 준비되었다. 전혀 듣지도 보지도 못한 음식들이 한상 가득 차려졌다. 각종 해산물과 가재 요리, 그리고 육질이 부드러워 입에서 살살 녹는 소고기 요리까지. 이렇게 푸짐한 상을 먹어본 적이 있었을까? 아마, 없을 것이다. 그 요리들은 모두 처음 먹어 보는 맛 같았다.

요리를 먹는 것과,리를 대접하는 사람들과 나를 시중해 주는 사람들까지 모두 낯설다. 내가 요리를 하나씩 집어먹을 때마다 그들은 요리에 대한 설명까지도 빠짐없이 추가한다. 배부른 아침을 먹고 나니, 커피가 생각났다. 그래, 커피. 왜 커피가 생각이 났을까.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으리라 생각했지만, 나는 하나씩 하나씩 음식과 디저트를 기억해내고 있었다. 그러나 왜 커피가 생각났는지는 몰랐다. 그저, 단순한 습관 때문은 아니었을 것 같다. 내가 마시는 커피에도 무슨 의미가 있었던 것 같은데 기억이 나지 않았다. 어쨌든 나는 그들에게 커피를 마시고 싶다고 하자, 그들은 내 취향에 맞는 커피를 만들지는 않고 최고급 원두커피를 갖다 주었다. 나는 그냥 단맛 나는 보통 커피를 마시고 싶다고 했지만, 그들은 건강을 생각하시라면서, 원두커피에 약간의 시럽을 넣어줄 뿐이었다. 왜 먹는 것도 내 맘대로 못하냐고 화를 내었지만, 주인님은 주인님 혼자만 생각하시냐며, 우리도 주인님 없으면 모두 죽은 목숨이니 제발 건강 생각하시고 몸을 좀 돌보시라는 핀잔이 올 뿐이었다. 그들이 눈물로 호소하는 바람에 나도 어쩔 수 없이 입맛에 맞지 않는 그 커피를 들이켜야만 했다. 나는 또 궁금해졌다. 왜 그들은 내가 마시고 싶은 커피를 못 마시게 하는 것인지.

식사를 마치고 정원에 나와 밝게 내리쬐는 햇살을 바라보았다. 햇살을 받으니 기분이 조금 나아졌다. 정원을 거닐다가, 털이 복스러워 보이는 개 한 마리를 발견했다.

이 개는 이름이 뭔가요?”

떨리우스라고 합니다

떨리우스? 이름 한번 재밌네요

사람을 겁내하는 강아지이지요. 그래서 떨리우스라고 지었습니다

가까이 다가가자 정말로 그 개는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떨리우스. 왜 떨고 그래? 내가 무섭니?”

내가 그렇게 말을 걸자, 떨리우스는 나의 손등에 자신의 코를 갖다 대고는 냄새를 맡더니, 나의 손등을 이내 핥기 시작했다. 그리고 몸을 부비며 나를 반가워했다.

? 이 개 주인이 원래 나였나요?”

주인님, 여기는 주인님 집입니다. 이곳의 모든 것이 원래 주인님 것이었고, 떨리우스 역시 예외는 아닙니다. 당연히 주인님의 개입니다.

그렇다. 말이 되는 소리였다. 모든 기억을 잃어 낯설기만 한 이 집이 원래 내 집이었다. 그러니까 내가 주인 대접을 받는 것이겠지. 나는 떨리우스를 안았다. 떨리우스는 얌전히 내 품에 안겨 있었고 나는 그를 안은 채로 조금 더 산책을 즐겼다. 조금 더 걸으니, 파도소리가 들려오고 멀리 해안가가 보였다.

여기는 바닷가인가요?”

, 그렇습니다. 주인님.”

나는 바닷가를 한참동안 바라보았다. 그렇게 바라보는 것만으로 몇 시간이 순식간에 갈 줄은 몰랐다. 귀여운 떨리우스와 함께, 바닷가 모래사장을 몇 번이고 돌아다녔다. 나는 지금 내가 무척 행복하다고 느껴졌다. , 이런 기분도 처음으로 느껴보는 것만 같았다. 이 순간이 좋았지만, 한편에는 무거운 마음의 짐을 놓지 못했다. 알 수 없는 불안감이 나의 머리 한쪽을 계속 갉아먹고 있었다.

 

 

3. 두려움 속으로

 

철저히 감시해!”

저 쪽문 밖에서 들리는 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나를 주인님이라 모시고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하는데 무엇을 감시하라는 말인가? 저 바깥에서 들려오라는 <감시>라는 단어가 과연 나한테 하는 소리인지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방 안에는 여전히 낮의 그 여자들이 잠에 취해 있었으며 넓디 넓은 정원과 하늘이 보이는 창, 넓고 넓은 해변. 이 곳은 파라다이스가 아닌가! 그러나 이 모든 것이 나를 감시하기 위해 만들어진 비밀의 장소란 말인가? 아무리 기억하려 해도 내가 누구인지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내가 어떻게 여기에 있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저 나는 지금 만족스런 쾌락에 빠져 있는 듯 하고, 지금 이 순간이 즐겁긴 하지만 행복하지는 않다는 것. 그리고 나를 주인님이라고 불리는 저들이 결코 편안하지 않다는 것 뿐. 그들은 나를 통해 무언가 얻으려는 듯한데, 나는 그들에게 어떤 이용가치가 있는 것인지조차 알 수가 없었다. 방 안에 엎드려 있는 저 여자들은 하루 종일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마치 그들은 약에 취해 있는 것 같았고 모든 것이 귀찮은 듯 했다. 이 답답함을 해소하고 싶어 나는 문 밖으로 다시 나가 보았다. 나가자마자, 또다시 집사인 듯한 사람이 나를 웃으며 바라보았다.

주인님, 어디 가시렵니까?”

본능적으로, 그들에게서 위협감을 느꼈다. 그래서 그들에게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바람 좀 쐬고 싶어서요.”

나는 저 넓고 넓은 밤의 바다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별다른 것은 보이지 않았다.

여기가 어디인지 알려주시겠습니까?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는데 바깥 세상 구경 좀 하고 싶네요

, 주인님, 지금은 밤이 깊었으니, 오늘은 푹 주무시고 내일 아침에 이 세상을 구경시켜 드리지요. 주인님은 새로 태어나신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억이 없을 수 있습니다. 이곳을 주인님의 파라다이스라고 부르지요. 아마, 다른 세상을 구경하시면 기분이 더 나아지실 것입니다. 매일매일이 주인님의 행복을 가리키는 시계가 되지요.”

진심으로 말하는 것으로 들리지 않았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이런 안 좋은 느낌이 드는 것일까? 나는 지금 진짜 행복한 것일까? 쾌락의 정점에 서 있는 듯한 기분이랄까! 그저, 오늘은 생각하지 말자. 내일 아침이면 무언가 하나라도 윤곽이 잡히겠지. 나는 잠을 청했으나, 잠이 좀처럼 오지 않았다. 밤이 아주 깊었다. 바깥에서 분주한 소리가 들린다. , 무슨 소리인가. 궁금증은 더 커져갔으나, 일부러 나가 보지는 않았다. 내가 잠든 것으로 알 터인데, 그들을 자극하고 싶지 않았다. 또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준비 철저히 해!”

무슨 준비를 하란 말인가. 그리고 명령조로 말하는 저 사람은 내가 본 적이 없다. 그의 존재를 나에게 드러낸 적이 없다. 나를 철저하게 감시하고 있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 어쩌면, 이 방안에도 감시카메라가 설치되어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그것을 알 길이 없다. 어쩌면 나는 지금의 이 쾌락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지 않는 것인지도 모른다. 또 나는 저들이 무섭다. 나의 호기심이, 내가 갖고 있는 이 자그마한 쾌락의 즐거움조차 누비지 못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두려움마저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두려움 속에서 밤은 지나갔고 비로소 아침햇살이 밝아왔다. 나는 그들이 차려주는 맛있고 푸짐한 아침식사를 하고 비로소 세상구경을 하러 출발했다.

그리고 거기엔 내가 아직 보지 못했던 목소리의 주인공이 있었고 나는 그의 얼굴을 보고 놀라고 말았다. 어디선가 분명 본 듯한, 그러나 내가 결코 잊을 수 없는 그 얼굴. 나는 그를 대번에 알아볼 수밖에 없었다. 그는 바로 나의 아버지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아버지의 목소리를 태어나서 처음으로 들어본 것이었다. 아버지는아버지는내가 어렸을 때 돌아가셨고, 나는 그저 사진만으로 그를 보았을 뿐이었다.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줄 알았는데, 아버지 얼굴이 기억 난 것이 나에겐 또 한 번 신기한 일이었고, 그가 이렇게 살아있다는 것도 믿을 수 없었다. 더 놀라운 사실은, 그는 내가 아들이라는 것을 전혀 모르는 듯 했다. 그저, 내게 주인님 하면서 운전을 할 뿐이었다. 나는 지금 내가 겪고 있는 이 현상이, 또한 이 세상이 더욱 더 궁금해질 뿐만 아니라, 더욱더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도대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것일까? 나의 아버지는 살아계셨던 것이란 말인가? 아니면, 내가 죽은 것인가? 나는 점점 더 혼란의 구렁텅이로 빠져버리고 있었다.

 

 

4. 아버지

 

나는 아버지의 얼굴을 힐끔힐끔 쳐다보았다. 운전을 하는 그의 얼굴은 굳어 있었다. 이마 사이에는 많이 찡그렸을 듯한 인상의 주름이 잡혀 있었다. 내 옆에는 나를 주인님으로 모시는 건장한 사내가 그에게 갈 방향을 알려주고 있었다. 차는 길고 긴 바닷가를 지나가고 있었다. 검회색을 띤 바다. 바다가 원래 검회색이었던가? 나는 건장한 사내에게 물었다.

바다가 원래 이 색깔이었나요?”

바다 말입니까? 주인님? 기억 안 나십니까?”

원래 이 색깔이 아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무슨 색이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군요.”

주인님이 기억에 없으셔서 그렇습니다. 이 바다는 색깔이 수시로 바뀌는 바다입니다.어느 날은 파란 색이고 어느 날은 빨간 색을 띄기도 합니다. 그래서 마법의 바다로 불리기도 합니다. 주인님 기억이 돌아오신다면 정말 좋을 텐데 말입니다.”

이 사람은 나를 감시하는 것인가, 아니면 나를 정말 위해 주는 사람인가? 아직 내가 기억이 돌아와서 지금 나는 정말 행복한 순간을 맞이하고 있음을 못 느끼고 있는 것일까? 내 기억이 돌아온다면 나는 정말 이 순간이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뭐 하나 불편한 것이 없다. 내가 깨어난 순간부터 지금까지 아무것도 불편한 것이 없다.

그런데, 지금 어디로 가고 있나요?”

주인님. 바다를 건너면 산이 있습니다. 그 산을 건너면 마을이 나옵니다. 주인님. 오늘은 거기에서 식사를 하시게 될 것입니다. 식사 예약을 해 두었습니다. 주인님만이 드실 수 있는 식당입니다. 이 모든 게 주인님의 것입니다.”

도무지 알 수 없었다. 내가 이렇게 큰 부자였단 말인가?

정말 정말 제가 그렇게 큰 부자인가요?”

주인님, 저희도 주인님의 기억이 빨리 돌아와서 주인님이 예전처럼 밝은 모습으로 저희를 대해 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다만, 너무 서두르지는 마십시오. 기억이란 게 그렇게 쉽게 빨리 돌아오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주인님. 바닷가를 지났습니다. 이제, 산을 지나칩니다. 바깥 풍경을 좀 돌아보시죠

저건 무슨 나무인가요?”

소나무입니다. 여기는 모두 소나무만 있습니다.”

소나무요?”

, 그것도 기억이 안 나십니까

, 소나무는 어떤 나무인가요?”

주인님, 소나무는 생명력이 강한 나무입니다. 보시는 그대로 느끼시면 됩니다. 저 뾰족하게 생긴 것이 소나무의 잎으로 불리는데, 그 소나무 잎이 생명력을 강하게 합니다. 주인님처럼 소나무는 생명력이 강합니다.”

저처럼요?”

, 주인님은 죽을 고비에서 살아나셨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생명력이 강한 분입니다. 소나무처럼 생명력이 강하신 것입니다.”

차가 소나무로 이어진 도로를 가로지르고 있다. 양 길가에는 모두 소나무로만 이어져 있다. 갑자기 화장실이 가고 싶어졌다.

화장실 가고 싶은데

주인님, 여기는 어디서나 화장실을 만들 수 있습니다. 참으시지 않으셔도 됩니다.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그러더니, 그 사내는 차를 세우게 하고는 바로 길가 옆에 텐트 같은 것을 치더니, 나를 불렀다.

이게 뭔가요?”

간이 화장실입니다. 항상 차 트렁크에 휴대하고 다닙니다. 여기서 볼일 보시면 됩니다.”

나는 급해서 그렇게 하겠노라고 하고 급히 일을 처리하려고 했다. 그런데 변기가 없이 단순히 칸막이만 막아놓고 일을 보라고 하는 것이었다.

여기다가 일 처리 하나요?”

일단 보시면 아시게 될 겁니다.”

나는 일단 급해서 그 사내가 시키는 대로 했다. 오줌이 땅바닥에 닿자마자 어딘가로 증발했다. 이게 무엇인가? 여기는 사람 사는 세상인가? 내가 깨어난 저택의 화장실에서는 오줌이 증발하지 않았다. 그런데 여기는 어디길래 오줌이 증발해 버린단 말인가.

볼 일을 보고 다시 차에 탔다.

시원하십니까?”

, 그런데 왜 증발하나요?”

여기는 신선의 산입니다. 마을에 가면 화장실이 따로 구비되어 있지만, 이 산에서는 화장실이 따로 만들어지지 않았습니다. 무엇이든지 액체로 된 것은 모두 증발해 버립니다. 그런 곳입니다. 이 산의 신비함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사람들이 이 산은 잘 오지 않습니다. 증발해 버리는 것이 무섭다고 합니다. 주인님은 이 산을 무서워하지 않으십니다. 그래서 여기를 지나가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주인님을 모시는 저희들 말고는 지나다니지 않습니다.”

그의 말을 듣고 보니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나는 사람들과 어울릴 수 없다는 말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사람들과 격리되어 있는 것은 아닐까.



5. 마을사람들

 

차는 이제 비로 마을로 들어섰다. 나무와 벽돌로 지어진 주택가가 드문드문 보인다. 길은 마을로 들어서서도 한참 동안을 지나가더니, 마을과는 어울리지 않는 한 고층건물에 선다.

주인님, 다 왔습니다.”

이 창문들은 다 뭔가요?”

태양열을 이용한 창문입니다. 태양이 내리쬐면, 그 시간 동안, 이 건물은 태양열을 안으로 저장해 놓습니다. 그 열을 이용하여 난방도 하고 전기도 쓰는 겁니다. 에너지가 전혀 들지 않는 절약형 구조입니다.”

그의 설명은 명확했지만, 나는 오히려 더 혼란스러웠다. 신선의 산과 태양열.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도대체 여기는 어디인가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는 곳인데, 도무지 설명을 해주지 않으니 답답해 미치겠어요.”

주인님. 지금은 조금 답답해하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서두르지 마십시오. 천천히 알게 되실 것입니다. 주인님이 누구신지, 주인님이 사는 이곳이 어디인지도 곧 아시게 될 겁니다.”

내가 누구인지?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 그 사내의 말은 점점 더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주인님, 올라가십시오. 식사하실 시간입니다.”

여기는 몇 층이나 되죠? 마을에는 이런 곳이 없는데, 유일하게 높은 건물이네요?”

네 맞습니다. 마을에서 유일한 고층건물입니다. 44층입니다. 주인님을 모시게 될 곳도 44층입니다. 이곳에서 보시면 마을 전경이 한눈에 보이시니, 만족하실 겁니다.”

“44? 44층까지 걸어서 가야 하나요?”

아닙니다. 주인님. 엘리베이터를 타고 가실 겁니다.”

, 엘리베이터. 그런 게 있었지. 기억나요.”

나는 그 사내를 따라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엘리베이터 안에 서 있는데 문득 떠오르는 게 있었다.

그런데, 제가 뭐라고 불러야 하나요?”

주인님, 총개라고 부르셨습니다. 전에 총개라고 하면 제가 언제나 주인님 곁에 있었습니다.”

총개요?”

, 주인님.”

총개님이라고 불러도 되나요?”

주인님, 저는 주인님의 종입니다. 님자는 빼시고 총개라고만 부르시면 됩니다.”

, 알았어요. 총개님. 익숙해지면 총개라고 부르도록 하지요.”

44층에 도착했다. 그 넓은 홀에 원탁 테이블이 달랑 하나. 그리고 창가를 보니, 내가 왔던 길이 한눈에 들어왔다. 소나무가 우거진 숲에는 갈지자로 길이 뻗어 있었고 형형색색의 마을 지붕들이 한눈에 들어왔다. 저 멀리 검회색이었던 바다가 푸른 바다로 변해 있는 것도 보였다.

식사를 대령하게.”

,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종업원인 듯한 사람에게 총개가 명령하고 있었다. 저 얼굴, 역시 어디선가 본 듯한 얼굴인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런데, 총개님. 어찌하여 마을 사람들은 보이지 않나요?”

주인님, 곧 보시게 될 것입니다. 우선, 식사부터 하십시오.”

뭔가를 감추듯, 총개는 얼른 말을 가로채고 식사 준비를 하고 있었다.

운전사는 안 오나요?”

운전사는 1층에 있는 식당에서 식사를 해결할 것입니다.”

왜 같이 안 오나요?”

주인님, 여기는 주인님 전용 식당입니다. 주인님만 식사하실 수 있습니다.”

총개님은 안 드시나요?”

저는 미리 먹습니다. 주인님의 시중을 들 때는 식사하지 않습니다.”

또 혼자 먹게 되는 밥이다. 점점 밥맛을 잃어가고 있었다.

식사 나왔습니다.”

, 어제랑은 완전히 다르네요?”

주인님, 기억 안 나십니까?”

, 어제 먹었던 것은 뭐였는지 대충 알겠는데 이건 도무지 뭔지?”

이것은 된장찌개이고, 이것은 김치전, 이것은 갈치구이, 이것은 탕수육이란 것입니다

총개는 하나하나 음식을 가리키면서 설명한다.

그리고 이것은 김치고 이것은 깍두기, 이것은 깻잎이라는 것입니다. 주인님은 한국이란 곳에서 태어나셨으며 한국에서 난 음식을 많이 좋아하셨습니다.”

한국이요? 아 제가 태어난 곳이 한국이군요. 그럼, 여기는 어딘가요? 여기는 한국이 아닌가요?”

주인님, 지금은 말씀드릴 수가 없습니다. 주인님 스스로 기억해내지 않으면 주인님은 또 기억을 잃게 되실 것입니다. 주인님, 꼭 기억해내실 것입니다.”

무슨 소리인가 이건 또. 알고 있으면서 말씀드릴 수가 없다는 소리가 아닌가. 그러나 물어보면 안 될 것만 같은 긴박한 분위기가 흐르고 있었다. 어디선가 나를 감시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주위를 둘러본다. 저쪽에서 아까의 그 종업원이 나를 힐끔힐끔 쳐다보고 있는 것이 영 기분이 내키지 않았다.

주인님, 어서 식사를

그런데, 이건 뭔가요? 색깔이?”

그것은 잡곡밥으로 주인님의 주식입니다. 맛있게 드십시오.”

나는 잡곡밥이라 불리는 것을 먹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너무 맛있었다. 그리고 그가 설명해준 된장찌개와 반찬들을 아주 맛있게 먹어치웠다.

주인님, 어떠십니까? 이 모든 게 주인님의 것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말하는 그의 말은 왜 이리 우울하게만 들리는 것일까.

내것이라구요? 맛있게 먹고 즐겁게 구경하고 하는데 왜 마음 한구석은 허전한 걸까요? 마을 사람들은 언제 보나요?”

총개가 잠시 고개를 숙여 딴 곳을 바라보다가, 몇 초 되지 않아 다시 나를 보며 대답했다. 나는 그의 눈가에 맺힌 눈물방울을 보았으나,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주인님, 이제 마을 사람들을 만나실 때가 되었습니다. 그들은 1층에 모여서 주인님을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마을 사람들도 모두 주인님의 기업에서 주인님을 위해 일을 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아셔야만 합니다.”

, 그들도 모두

여전히, 내 마음 한구석은 허전한 채로 엘리베이터를 탔다. 기나긴 시간이었다.

 

저기 온다

1층으로 내려간 그곳에서는 사람들이 수군거리고 있었다. 그들은 나지막하게 수근거렸으나, 그들의 말들이 내 귓가로 들려오고 있었다.

절대 거기에 대해선 얘기하면 안 되네. 그러면 큰일 나니까

알아. 절대. 우리를 위해서 하지 말아야 돼

그저 우리는 시키는 대로 하면 되는 거네, 알았지?’

걱정하지 마. 우리 모두 알고 있으니까.’

총개는 나를 마을사람들에게 소개했다.

여러분, 우리 주인님이 돌아오셨습니다. 비록 기억의 많은 부분을 잃으셔서 여러분을 기억하지는 못하시긴 하지만, 우리 주인님을 위해 박수 부탁드립니다.”

나는 당황해서 총개에게 물었다.

제가 박수를 받아야 하는 이유가 뭔가요?”

주인님. 지금은 그냥 묻지 말고 즐기세요.즐기다 보면 아시게 될 겁니다.”

더이상 물어볼 수 없었다.

맞아요. 우리의 주인님이세요. 마을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우리는 주인님 덕분에 행복합니다. 그러니, 박수 받을 만 합니다.”

그와 동시에 박수 소리가 여기저기 터져나왔고, 길게 이어졌다.

, 마을분들이 몇 명이나 되죠?”

여기 오신 분은 각 마을의 대표로 100명입니다. 그리고, 각 마을에는 아주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죠. 하지만, 주인님은 그 고장으로 가실 수가 없습니다.”

아니, 왜요?”

마을 사람들이 주인님의 수고하여 오시는 걸 바라지 않으시기 때문이기도 하고, 만약 주인님이 어느 마을은 가고 어느 마을은 가지 않는다면 섭섭해 할 사람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주인님은 즐겨야 하실 분이지, 고장을 방문하는 수고를 해야 하시는 분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럼, 저는 여기를 벗어나면 안 되나요?”

주인님. 그편이 저희를 위하는 길입니다. 주인님이 편안하셔야 하고 저희로서는 주인님의 안전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만약 마을로 가시다가 사고라도 나신다면 저희가 힘들어집니다. 그러니, 저희를 위해서라도 마을로 나가시겠다는 말씀은 하지 말아 주십시오. 대신, 여기에서 필요한 모든 걸 해드리겠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주인님이 살아있는 걸 확인하셔야겠다고 하셔서 이리로 부른 것입니다. 이분들과 만나는 날도 1년에 한번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그 법칙은 누가 정하는 건가요? 주인이 나라면서요? 그런데 왜 주인 맘대로 아무것도 못하는 겁니까? , 주인 맞아요?”

총개가 멈칫했다. 그의 얼굴에 잠시 그늘이 드리워졌다.

주인님. 거기에 대해선 나중에 설명드리겠습니다. 지금은 설명드릴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저희의 주인님인 것은 확실합니다. 주인님.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총개는 그러더니, 잠시 화장실 좀 다녀오겠다며 밖으로 나갔다. 나는 보았다. 그의 얼굴에서 흐르는 눈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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