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면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 삶을 풍요롭게 하는 인문적 글쓰기 아우름 37
박민영 지음 / 샘터사 / 2019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글을 쓰면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박민영]

 

이제 알았쓰글쓰는 이가 지켜야 할 최소한의... 

 

1.

 

책을 너무 아까워하지 말아야 합니다. 책을 장식용으로 서재에 꽂아 넣으려면 깔끔해야겠지만, 그렇지 않고 내 머릿속에 꽂아 놓으려면 이렇게 밑줄 긋고 메모하면서 보는 것이 좋습니다. 나의 밑줄과 메모가 바글바글한 책은 세상에 한 권밖에 없는 '내 책'입니다. 그것은 누구를 줘서도 안 되고, 잃어버려도 안 됩니다. 그 책은 필자의 생각만 담겨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생각도 함께 적힌 '공저'나 다름없습니다.

내 메모가 중심이 되고, 밑줄 그은 내용이 인용되거나 참고가 되면 어떻게 될까요? 필자의 책에서 '내 저서'로 변합니다. 여기에 글쓰기의 비밀이 있습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밑줄 긋고 메모하기 전에는 필자의 저서입니다. 이 책은 시중에 나와 있는 동명의 책들과 다를 바 없는 원 오브 뎀 one of them'입니다. 그러나 이 책에 밑줄을 긋고 메모를 하면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온리 원 only one'이 됩니다. 메모를 중심으로, 밑줄 그은 내용들을 들러라 삼아 글을 쓰면마인 mine'이 됩니다. 이런 단계를 거쳐 남의 저서가 내 저서로 역변됩니다.

- p.67

 

최근에 들은 어떤 강의에서 강사님은 직접 해보지 않고는 자기 것이 될 수 없다, 그러므로 직접 해봐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그렇다. 책 쓰는 작업은 직접 해 봐야 한다. 하나의 책을 내 것으로 만들어놓고 그것을 통해 자기 글을 쓰는 작업. 이것이 글쓰기의 기본 조건이다. 그래서 요즘 나는 최대한 책을 아끼지 않는 작업을 하고 있다. 최대한 필기를 할 수 있는 대로 해대고 있다. 물론, 그렇게 시작한 것이 얼마 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문제이긴 하지만. 요즘은, 천천히 읽을 책과 빨리 읽을 책을 구분하여 천천히 생각하면서 읽을 책들에는 최대한 밑줄과 여백에다 그 글에 대한 생각을 떠올리면서 정리해 나가는 작업을 해 나간다. 그렇게 했을 때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저 강사님께서 강조하신 말씀. 해봐야 안다!

 

 

2.

 

쉽게 답할 수 있는 문제라면 애초부터 책으로 쓸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책에는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 제시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그 방향이 문제 제기 그 자체에 내포되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어찌 보면 사족인 셈이지요.

절망적인 문제가 있음을 알았다면 독자가 그 문제를 인식하고 절망하게 하는 것이 작가의 역할입니다. 역설적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제대로 된 절망 속에서 희망이 생겨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설프게 희망과 대안을 말하는 것이 실은 절망적 상황을 직시하지 않고 회피하는 경우도 많고요. 그것이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킵니다.

- p.112

 

제대로 된 절망 속에 희망이 있다. 책은 가끔 절망적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절망을 통해서 얻게 되는 카타르시스. 그것이 바로 책이 목적하는 바가 아닐까. 책에서 해결책을 얻을 수 있다면 그것은 책이 아니라 정책일 것이다. 그렇다면, 책을 쓸 때도? 아마 그렇겠지. 책을 쓰는 사람은 생각을 많이 해야 한다는 것이 그런 것일 것이다. 해결책은 우리 모두가 그 책을 토론하는 가운데서 얻어질 테니까.

 

 

3.

 

글을 쓸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자기 위치에서 생각하고 글을 써야 자기만의 관점, 문제의식, 입장, 가치관이 투영됩니다. 그런 글은 필연적으로 독자에게 호불호 혹은 시비의 감정을 불러일으킵니다. 그런 글은 독자가 동의하는 경우는 물론이고, 동의하지 않는 경우에도 좋은 지적 자극을 줍니다.

객관적이라는 미명하에 자신의 관점, 문제의식, 입장, 가치관이 없거나 잘 보이지 않는 글은 굳이 읽거나 쓸 필요가 없습니다. 저도 이런 글은 읽다가 그만둡니다. 투자하는 시간에 비해 얻는 것이 적고, 얻는다 해도 기껏해야 생기 없는 지식이나 감상일 뿐이니까요. 필자의 관점, 문제의식, 입장, 가치관이 잘 보이지 않으니, 열독하고 싶은 마음 자체가 생기지 않습니다.

 

- pp.117~118

 

이제 조금씩 내가 어떤 글을 써야 할지 감이 잡히기 시작한다. 나는 글의 기본도 모르고 그동안 글을 쓰겠다고 설쳐왔구나, 라는 통렬한 반성! 나의 가치관도 제대로 정립되지 않고 나의 관점도 세우지 않은 채 글을 써왔구나! 글에 ""가 없다면 그 글은 죽은 것이다, 라는 깨달음. 그동안은 ""가 없어야 한다고 알아왔는데, 그것은 잘못된 생각이었구나! 그렇지 맞아, 적어도 내가 생각하는 방향만큼은 있어야 글에 일관성과 가치가 부여되지 않을까.

 

 

4

.

사람들은 흔히 내가 아는 것'을 그냥 쓰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렇게 해도 글은 됩니다. 그러나 좋은 글은 되지 못합니다. 일반적으로 ‘내가 아는 것'은 독자도 안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독자는 바보가 아니니까요. 글이란, 글을 쓰려고 모은 자료를 분석하면서 알게 된 것을 쓰는 것입니다. 내가 본래 몰랐는데 알게 된 것을 써야, 독자들도 '이거 읽을 만한데'하는 반응을 보입니다.

- p.140

 

글을 쓰기 위해서는 최대한의 자료가 필요하고, 또한 나만의 관점, 나만의 가치관이 필요하다. 그래, 이제 알았쓰. 내가 어떻게 글을 써야 할지

 

오늘도 새로운 무언가를 알기 위해 고군분투 중인 나에게 칭찬의 말을 건넨다. 나 자신을 좀 더 사랑하기로. 나 자신을 좀 더 소중하게 여기기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