핼리혜성과 신라의 왕위쟁탈전
서영교 지음 / 글항아리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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핼리 혜성. 약 75년의 주기로 지구에 접근한다고 알려진 혜성의 출현은 옛사람들에게 불안감을 안겼던 모양이다. <우주의 발견>이라는 책에는 ‘451년, 훈족의 아틸라가 로마군과 야만족의 연합군에게 패배할 때에도 핼리 혜성이 나타났다. 684년에 일어난 역병도 이 혜성의 탓이라고 이야기되었고, 노르망디의 윌리엄 공이 영국을 정복한 1066년의 헤이스팅스 전투 때에도 핼리 혜성이 나타났다. 또 프랑스 국왕이 사망한 1222년에도 나타났다’는 대목이 있다. 밝은 빛을 내며 순식간에 밤하늘을 가르고 지나가는 혜성이 아름답기는커녕 불길한 징조로 여겨지다니.




그런데 <핼리혜성과 신라의 왕위쟁탈전>은 더욱 놀라운 이야기를 쏟아낸다. 바로 핼리혜성의 출현으로 인해 신라에서는 왕위쟁탈전이 벌어졌다는 것. 에이, 설마? 한 나라의 임금이 단순히 혜성이 나타났다고 해서 목숨을 잃거나 자리에서 물러나다니. 선뜻 이해가 되지 않으면서도 왠지 솔깃했다. 그 말의 사실 여부를 떠나서 알고 싶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혜성을 불길하게 여기게 된 원인이 대체 무엇인지.




“기록은 아주 정직합니다” 서두에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혜성은 지구가 태어나기 전부터 존재했는데 중국의 기록을 보면 ‘기원전 1400년부터 기원후 100년까지 338개의 독립적인 혜성 출현을 기록(8쪽)’하고 있는데, 이는 바로 중국인들이 혜성에 대한 ‘공포’를 나타내는 거라고. ‘거대한 혜성이 떠서 왕의 잘못을 경고하고 있다. 만일 왕을 죽이지 않으면 혜성이 지상에 떨어지고 우리 모두가 죽고 만다(9쪽)’고 말이다. 혜성에 대한 공포심을 이용해 혜성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거나 죽음을 당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모든 걸 어처구니없는 일이라고 일축해버릴 순 없다. ‘혜성은 일정한 주기로 지구에 나타나는 자연현상’이라는 건 현대에 와서 알게 된 일이니 하늘을 숭배하고 두려워하는 고대인들에게 혜성은 ‘하늘의 변고’이자 ‘왕실의 변고’를 나타내는 징조로 여겼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책은 크게 5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신라는 융천사의 [혜성가]를 언제 왜 만들었나’에서는 현존하는 최고의 향가 ‘혜성가’에 대해 언제 어떻게 무엇 때문에 지은 것인지 삼국유사의 기록을 토대로 알려준다. 저자는 우선 607년을 전후해서 신라와 신라를 둘러싼 주변국의 상황이 어떠했는지 알려주면서 607년에 핼리혜성이 지구에서 자그마치 100일 동안 관측되었는데 이 대규모의 혜성으로 인해 사람들이 혜성에 공포심과 불안감이 고조되자 이를 민심을 달래기 위해 국가적인 차원에서 노래를 지어서 불렀다. 그것이 바로 ‘혜성가’인데 융천사가 '혜성가'를 부르자 혜성이 없어지고 일본병도 물러갔다고 한다.




이후 책은 [삼국사기]와 [일본서기]의 기록을 비교하여 신문왕 대에 총 3번의  핼리혜성이 나타났는데 그때마다 어떤 일이 일어났으며 신문왕이 어떻게 대처했는지 알려주는데 자신의 목을 조여오는 혜성의 출현으로 신문왕은 보덕국을 희생양 삼아 내란을 조장하기도 했다고 말한다. 또 하늘에 해가 2개 나타나자 월명사가 지어 불렀다는 향가 ‘도솔가’에 대해서도 저자는 2개의 해는 바로 낮에도 관측될만큼 밝은 핼리혜성이 지구를 지나간 것이라며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들을 제시한다.




핼리혜성과 신라의 왕위쟁탈전이 깊은 관계가 있다고 해서 처음엔 팩션소설처럼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아닐까 했는데, 천만에! 책장이 쉽사리 넘어가지 않았다. 간혹 그림이나 사진자료를 이용해 태양과 핼리혜성, 지구의 관계를 설명하기도 하는데 글로만 읽어서는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아마 이 책과 같은 내용을 주제로 일정기간동안 강연회를 한다면, 그 현장에서 직접 저자의 설명을 듣고 의문점을 질문하고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랬다면 책의 내용을 좀 더 쉽게, 확실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을 거란 생각이 든다.




<핼리혜성과 신라의 왕위쟁탈전> 어렵지만, 그래도 흥미로운 주제임은 틀림없다. 특히 인기리에 방영됐던 <선덕여왕>에 몰입해서 봤다면 이 책의 주장에 귀를 기울여보면 좋을 듯하다. 재미삼아 봤던 드라마의 한 장면이 어떤 연유로 비롯됐는지, 그 역사적인 배경과 상황을 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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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현
김인숙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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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현에 대해 알지 못했다. 지금까지. 학창시절 수업시간때 병자호란에 대해 배운 것이 전부였다. 압록강을 넘어 쳐들어온 청의 대군에 밀려 인조는 강화로 피난하려 했지만 어쩔 수 없이 남한산성으로 피했다는 것. 고립된 성 안에서 계속된 논쟁 끝에 강화론이 우세하여 결국 성문을 열고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다는 것. 땅바닥에 머리를 조아리며 항복하는 인조에게 청은 몇 가지 요구 조건을 내걸었다는 것. 이제 명과의 관계를 완전히 끊고 청에 군신의 예를 갖추고 세자를 비롯한 왕자와 여러 대신의 자제를 인질로 보낼 것...등을 줄을 그어가며 외웠던 기억이 난다. 그 대목에 교과서 어디에도 ‘소현’에 대한 언급은(내 기억력의 한계인지 몰라도) 없었다. 패국의 볼모가 되어 청으로 갈 때 소현의 나이는 몇 살이었는지, 얼마나 오랫동안 나라를 떠나있었는지 알려주지 않았다. 청의 대군의 위력 앞에 조선이 맥없이 무릎을 꿇은 치욕의 역사가 바로 ‘병자호란’이었다.




평생 소현을 모르고 지낼 수도 있었다. 그러나 우연한 기회에 우리 역사에 ‘소현세자’란 인물이 있었음을 알게 되고, 그의 아내 세자빈인 ‘강빈’에 대해서도 알게 됐다. 그때부터였다. ‘소현’과 ‘강빈’이 어떤 인물이며 어떤 삶을 살았을지, 만약 그들이 불행한 죽음을 맞지 않고 좀 더 오랫동안 살았다면, 그래서 조선을 이끌어갔다면 어떻게 됐을지 알고 싶어졌다. 소설 <소현>에서 그동안의 궁금증을 풀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소설 <소현>에서 내 궁금증은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소설이 담고 있는 내용은 소현의 전 생애가 아니라 일부, 패전국의 세자로서 볼모가 되어 청에 머물렀던 시기, 그 중에서도 마지막 2년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런데 그 2년의 기간이 청의 황제였던 홍타이지(누르하치 청태조의 8남, 청태종)가 죽고 나자 도르곤(예친왕)과 하오거(숙친왕)이 새로운 황제가 되기 위한 기싸움(?)을 벌어다 ‘황제의 아들을 세울 것’이란 도르곤의 결단으로 순치제가 보위에 오르고 도르곤은 섭정왕이 된다. 황제보다 더 높은 위치인 섭정왕이 된 도르곤은 중원을 차지하게 위해 수십만 대군을 이끌고 출격하는데 바로 그 전쟁에 소현도 종군한다.




적의 나라에 볼모로 끌려간 소현에게 있어 청이 강력해짐은 곧 조선으로의 영구 환국이 멀어짐을 의미하기에 소현은 염원했을 것이다. 청이 기력을 잃기를. 명이 흥하여 청을 멸하기를. 그러나 현실은 소현의 바램을 저버렸다. 중원을 놓고 벌인 전쟁에서 청이 명을 이기고 더욱 강성해졌다. 그러는 사이, 조선의 임금 인조와 세자 소현과의 사이는 점차 멀어져갔다. 소현이 적의 땅에 너무 오래 있었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러다 오랜 볼모생활을 끝내고 소현세자는 봉림대군과 환국했지만 조선에서의 삶을 오래 이어가지 못하고 끝내 숨을 거두고 만다.




소현세자의 죽음을 두고 학질이냐 인조에 의해 살해된 것이냐를 두고 의견이 분분했기에 나 역시 궁금했다. 그런데 저자는 소현의 죽음에 관해서는 그다지 이야기하지 않았다. 그저 적국에 볼모로 잡혀있는 소현의 외로움과 아픔, 약소국 조선에 대한 그리움, 아버지이기 전에 임금인 인조에 대한 슬픔이 어떠했는지 전해준다. 무엇보다 소현이 그 모든 것을 뛰어넘고 이겨낼 수 있을만큼 강하지 못했음이 아니, 그가 이루려고 했던 조선의 미래를, 그의 가슴에 품었던 조선에 대한 사랑을 채 펼쳐보이지 못한 것이 안타까웠다. 소현의 아픔과 외로움, 슬픔이 책장 밖으로 밀려나와 내게도 스며드는 것 같았다.




소현 세자에 대해 많은 걸 알지 못했지만 적어도 그의 일면을 만난 것 같아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럼에도 난 아직 갈증을 느낀다. 조금 더, 조금만 더 소현을 알고 싶다. 그의 삶을, 그의 아픔을, 그의 사랑을. 아마도 한동안은 그와의 만남을 기대하며 이런저런 책을 뒤적이게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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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니치 코드
엔리케 호벤 지음, 유혜경 옮김 / 해냄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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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니치 코드. 책의 제목을 듣고 가장 먼저 떠올린 것은 댄 브라운의 <다빈치 코드>였다. 루브르 박물관에서 벌어진 살인사건. 이에 종교기호학 교수인 랭던과 살해된 박물관장의 손녀이자 암호전문가 소피가 함께 프랑스와 영국, 이탈리아를 오가며 사건의 뒤에 숨겨진 비밀을 파헤치는 이야기였는데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그림에 숨겨진 비밀과 의미도 흥미로웠지만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템플기사단, 프리메이슨, 시온수도회, 오푸스데이...처럼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야기에 시간가는 줄 모르고 책 속에 빠져들었다.




그래서 <보이니치 코드>에는 어떤 이야기가 숨어있을까. 많은 이에게 알려지지 않은 역사의 미궁, 미스터리를 어떻게 이야기로 풀어낼까. 궁금했다. 하지만 가장 큰 의문은 바로 ‘보이니치 코드’가 과연 무엇인가 하는 거였다.




MSㅡ408. 암호문서. 15세기 혹은 16세기 암호로 보이는 밝혀지지 않은 언어로 쓰인 과학서 혹은 마술서. 200쪽이 넘는 책에서 수정한 부분이나 지운 곳이 단 한 곳도 없이 암호로 적어 넣은, 완벽함이 두드러지는 책. 이게 바로 ‘보이니치 코드’라고 한다. 내용도 하나의 정해진 주제나 소재에 대해 서술하는 것이 아니라 식물학, 천문학, 인물, 약초 등 다양해서 더욱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데 문제는 이 책에 기록된 문자를 지금까지 어느 누구도 완벽하게 풀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보이니치 필사본에 숨은 겹겹이 싸인 의문...은 무엇인가. 과연 누가 풀어낼 수 있을 것인가.




이 책의 주인공은 예수회 학교에서 물리를 가르치는 신부 엑토르. 그는 ‘보이니치 리스트’로 불리는 인터넷 단체에 가입하여 몇 몇의 회원과 함께 보이니치 필사본을 해석하며 지내는데, 어느 날, 정원의 벽에 누군가가 보이니치 언어로 ‘아킬레우스의 분노가 네게 임하리라’고 낙서를 하고 사라지는 일이 벌어진다. 예사롭지 않은 일임을 직감한 엑토르에게 어느날 한 여인이 찾아온다. 자신을 왈도라고 밝힌 그녀의 이름은 후아나 피사로. ‘보이니치 리스트’에서 ‘요아나’라고도 불린다면서 자신이 알 수 없는 누군가에게 협박을 받고 있다고 털어놓는다. 캠브리지 대학교의 천문 우주학자인 존과 만나 잠시 피신해 있을 거라던 그녀는 떠나면서 엑토르에게 보이니치 필사본의 비밀 정보가 들어있는 디스켓과 봉투를 건넨다.




한편, 엑토르가 속한 예수회 학교도 위기를 맞는다. 시에서 학교를 몰수하여 철거한 다음 그 자리에 주차장을 세우겠다는 것이다. 이에 수도원장은 엑토르를 이끌고 학교 지하의 숨겨진 미로에 데려간다.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옛 로마의 유적지의 가치를 공개하면 학교가 몰수되는 일을 막을 수 있을 거라는 추측에서였다. 엑토르는 후아나가 건넨 디스켓을 통해 보이니치 필사본의 해석해나가는 동시에 학교 지하 시설에 숨겨진 의문을 풀기 시작한다. 얼마 후 엑토르는 옛 도서관 사서였던 신부가 남긴 밀봉된 봉투를 발견하고 더 나아가 그것이 곧  보이니치 필사본의 의문과 연결되어 있다는 걸 깨닫게 되는데....




역사적 사실을 기초로 했지만 그래도 팩션 소설이라고 너무 만만하게 여겼던 걸까. 보이니치 필사본에 대해 품었던 궁금증을 풀기 위해 필사본이 제작됐던 당시의 역사적인 배경과 상황을 하나하나 추적해 나가는데 그 과정을 읽어가는 건 결코 쉽지가 않았다. 우선 튀코 브라헤와 요하네스 케플러의 관계도 의문투성이였으며, 루돌프 2세 등 보이니치 필사본과 관련해 역사적인 실존 인물들이 속속 등장하는데 인류의 등장을 두고 창조론과 진화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것처럼 중세엔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라고 믿었던 종교계에 맞서서 과학계가 팽팽한 대립관계를 이루고 있었다. 역사적 사실과 픽션의 경계가 어디쯤인지 가늠하며 이야기에 빠져들기보다 저자가 풀어내는 천문학적인 지식을 따라가며 이해하는 것만도 급급했다.




‘보이니치 필사본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루돌프 2세와 천체물리학자들의 치열한 암드’ ‘예일대 도서관에 잠들어 있는 보이니치 필사본. 이제 그 비밀의 문이 열린다!’라는 표지의 문구에 사실 잔뜩 기대를 했다. 호기심이 눈이 반짝 떠지고  눈동자가 순간적으로 커지는 느낌이 들 정도로 스릴 넘치는 이야기가 펼쳐지지 않을까...했는데, 픽션 소설인지 천문 물리학에 관한 전문지식을 알려주는 책인지 알 수 없어 한참 서성이며 헤맨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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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사랑해도 될까요?
제임스 패터슨.가브리엘 샤보네트 지음, 조동섭 옮김 / 밀리언하우스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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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사랑해도 될까요?” 처음엔 제목이 참 이상하다 했어요. 순간, 이런 텔레비전 광고가 생각나더군요. 쓰러진 연인을 감싸 안은 남자가 하늘을 쳐다보며 “우리, 그냥 사랑하게 해 주세요!”라며 울부짖던 광고였는데, 왠지 인상에 남았어요. “지금, 사랑해도 될까요?” “우리, 그냥 사랑하게 해 주세요!” 분명 다른 문장인데 왠지 닮았다는 느낌이 들어요. 사랑하는 이에 대한 애절함, 간절함이....




이 책의 주인공은 제인이라는 소녀입니다. 세 번의 결혼을 한 아름다운 엄마와 단 둘이 생활하지만 제인은 외롭지 않습니다. 마이클이라는 다정하고 멋진 상상의 친구가 있거든요. 제인에게 있어 마이클은 단순한 말벗 이상이었습니다.  매주 일요일마다 마이클과 함께 커다란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얘기하고 주중엔 함께 집에서 학교로, 다시 학교에서 집으로 걸어가는 시간이 제인은 무엇보다 행복했습니다. 그런데 제인이 예상치 못했던 일이 일어나고 맙니다. 상상의 친구에게는 지켜야할 규칙이 있었어요. 자신이 맡은 아이가 아홉 살 생일이 지나면 헤어져야 한다는 거였습니다. 마이클은 말합니다. 자신이 떠나고 나면 제인은 자신을 기억하지 못할 거라고...그저 아련한 느낌만 남을 거라고...말이지요. 그렇게 제인과 마이클은 헤어집니다.




그리고 23년이 지나...9살의 제인은 삼십대 초반의 여성이 되었습니다. 자신의 어린 시절, 상상의 친구 마이클과의 이야기를 연극으로 만들어 제작하면서 제인은 성공한 현대여성이 되었지요. 거기다 아름다운 엄마와 매력적인(다분히 이기적인) 애인 휴, 남들이 원하는 조건을 모두 갖추고 있음에도 그녀는 자신이 행복하지 않다고 여깁니다. 오히려 언제나 외로움을 느낍니다. 어린 시절, 상상의 친구였던 마이클을 그리워하며 지냅니다. 마이클이 함께 있을 땐 자신감이 넘쳤는데 그가 떠난 이후엔 왠지 자신감을 잃고 위축되고 있다는 걸 느끼지요.




그러던 어느날, 제인은 마이클을 다시 만나게 됩니다. 자신이 떠나고 나면 기억하지 못할 거라던 마이클의 얘기와는 다르게 제인은 마이클을 바로 알아봅니다. 마이클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아니, 마이클은 우연히 길에서 제인을 발견한 이후 한동안 그녀의 주변을 서성입니다. 어린 제인이 잘 지내는지 마이클도 언제나 마음이 쓰였거든요. 그러던 차에 우연히 같은 장소에서 마주치게 된 제인과 마이클. 두 사람은 처음엔 다소 머뭇거리지만 이내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하지만 마이클은 제인과의 재회가 어쩌면 불행의 전조일지 모른다고 여기는데...




현실 속의 사람과 어린 시절 상상의 친구가 만나 사랑을 나눈다...처음엔 그게 가능한 일일까? 허무맹랑한 판타지 소설 아냐? 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어린 시절 소녀와 상상의 친구로 만난 제인과 마이클이 헤어진 이후에도 줄곧 서로를 그리워하다 다시 만났을 땐 허무맹랑해도 좋아. 이들에게 해피엔딩을...하고 바라게 됐답니다. 가슴에 따스함을 가득 안겨주는 러브 스토리 덕분에 저도 가슴 두근대는 행복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사춘기 소녀처럼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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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 없는 세상 - 얼음의 역사부터 지구의 미래까지 인류에게 보내는 마지막 경고
헨리 폴락 지음, 선세갑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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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엎드린 다음 두 앞발을 가슴 앞으로 얌전히 모으고 있는 북극곰. 자세가 참...묘하네...하는 생각이 들어 쿡, 웃음이 나오려다가 북극곰의 표정을 보고 가슴이 뜨끔해졌다. 야생성이나 공격성은 하나도 찾을 수 없는 모습. 시선을 정면으로 향하고 있는 북극곰의 눈이 생기를 잃은 듯, 저 작은 눈에서 커다란 눈물이 뚝 하고 떨어질 것 같아 슬프고 애처롭다. 무엇이 저들을 저토록 힘겹게 하는가.




<얼음 없는 세상>을 통해 처음 만난 헨리 폴락은 지구물리학의 세계적인 권위자로 알려져 있다. 그런 저자가 ‘얼음’에 주목하게 된 것은 ‘쇄빙선이 필요 없을 정도로 녹아내린 북극해’와 ‘거대한 얼음들이 떠다니기 시작한 남극해’를 보면서부터였다. 북극과 남극에 일어나고 있는 커다란 변화, 그것은 곧 지구의 위기를 암시하고 있었다.




‘얼음의 역사부터 지구의 미래까지 인류에게 보내는 마지막 경고’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얼음 없는 세상>은 온난화로 인해 지구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고 지구에서 얼음이 완전히 사라지고 나면 어떤 재앙이 닥치게 될지 생생하게 전해준다. 19세기 초, 탐험대에 의해 남극 대륙이 발견되는 것으로 시작한 책은 탐험대가 광대한 대륙을 탐험하듯 우리에게 얼음에 대해 하나하나 짚어준다. 지구의 극지방인 남극과 북극의 얼음이 같지 않다는 것. 겉으로 드러난 얼음의 크기나 높이, 모습에서부터, 이동 속도, 지질학적인 구조에 있어서 어떤 차이점을 보이는지 설명한 다음 남극대륙을 둘러싼 열강들의 정복 다툼, 이어진 북극 탐험이 누구에 의해 어떤 과정으로 진행되었는지 알려준다. 그리고 얼음이 어떤 성질을 지니고 있는지, 얼음이 지구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지 짚어보고 몇 번이나 반복되는 빙하시대를 거치면서 지구의 환경이 어떻게 변화했으며 그로 인해 인류의 생활방식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알려준다.




그 후 책은 지구 곳곳에 자리하면서 지형의 변화를 가져오고 지구의 온도를 조절하는 등 지구의 생태계에서 중요한 영향을 미치던 얼음이 점차 사라지고 있으며 그것이 곧 지구에 위기와 재앙을 몰고 올 거라고 예측한다. 19세기 후반부터 현재까지 측정한 데이터를 토대로 지구가 따뜻해지고 있으며 그로 인해 나타나는 기후 변화의 증거들을 조목조목 짚어준다. 더불어 온난화가 더 이상 진행되지 않도록 하려면 어떻게 하면 되는지 제시한다.




사실 그동안 지구온난화로 인해 기온이 1도, 2도 상승한다는 걸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저자가 전해주는 현상들을 보면, 또 조만간 다가올 2030년경 지구에서 얼음이 사라졌을 때 벌어질 일들, 전세계에서 물 부족 현상이 일어나고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물에 가라앉게 되는 현상들을 떠올리면 아찔해진다.




이 책을 읽으면서 <투발루에게 수영을 가르칠 걸 그랬어>라는 그림책이 떠올랐다. 남태평양에 위치한 아홉 개의 섬으로 이뤄진 섬나라 투발루. 그곳에 사는 소녀 로자와 ‘투발루’란 이름의 고양이와의 우정을 이야기한 책인데, 로자와 고양이 ‘투발루’가 이별하게 되는 원인이 바로 지구온난화였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해수면이 높아지고 급기야 마당까지 물이 차오르자 로자네는 다른 나라로 이민을 가게 되는데 로자네 가족이 떠나기로 한 날 투발루가 보이지 않는다. 할 수 없이 로자는 떠나는데, 비행기를 타고 내려다본 바닷가에 투발루가 있었다. 창밖으로 멀어지는 투발루를 보며 로자는 슬퍼서 눈물을 흘리고 후회한다. “투발루에게 수영을 가르칠 걸 그랬어!”라고.




<얼음 없는 세상>은 단순히 지구온난화로 인해 나타나는 지구의 변화를 알려주는 책이 아니다. 지구가 우리 인류에게 주는 ‘최후 경고장’이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삶의 터전을 잃고 가족을 잃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우리로 인해 수많은 투발루를 만들어내고 있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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