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 없는 세상 - 얼음의 역사부터 지구의 미래까지 인류에게 보내는 마지막 경고
헨리 폴락 지음, 선세갑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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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엎드린 다음 두 앞발을 가슴 앞으로 얌전히 모으고 있는 북극곰. 자세가 참...묘하네...하는 생각이 들어 쿡, 웃음이 나오려다가 북극곰의 표정을 보고 가슴이 뜨끔해졌다. 야생성이나 공격성은 하나도 찾을 수 없는 모습. 시선을 정면으로 향하고 있는 북극곰의 눈이 생기를 잃은 듯, 저 작은 눈에서 커다란 눈물이 뚝 하고 떨어질 것 같아 슬프고 애처롭다. 무엇이 저들을 저토록 힘겹게 하는가.




<얼음 없는 세상>을 통해 처음 만난 헨리 폴락은 지구물리학의 세계적인 권위자로 알려져 있다. 그런 저자가 ‘얼음’에 주목하게 된 것은 ‘쇄빙선이 필요 없을 정도로 녹아내린 북극해’와 ‘거대한 얼음들이 떠다니기 시작한 남극해’를 보면서부터였다. 북극과 남극에 일어나고 있는 커다란 변화, 그것은 곧 지구의 위기를 암시하고 있었다.




‘얼음의 역사부터 지구의 미래까지 인류에게 보내는 마지막 경고’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얼음 없는 세상>은 온난화로 인해 지구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고 지구에서 얼음이 완전히 사라지고 나면 어떤 재앙이 닥치게 될지 생생하게 전해준다. 19세기 초, 탐험대에 의해 남극 대륙이 발견되는 것으로 시작한 책은 탐험대가 광대한 대륙을 탐험하듯 우리에게 얼음에 대해 하나하나 짚어준다. 지구의 극지방인 남극과 북극의 얼음이 같지 않다는 것. 겉으로 드러난 얼음의 크기나 높이, 모습에서부터, 이동 속도, 지질학적인 구조에 있어서 어떤 차이점을 보이는지 설명한 다음 남극대륙을 둘러싼 열강들의 정복 다툼, 이어진 북극 탐험이 누구에 의해 어떤 과정으로 진행되었는지 알려준다. 그리고 얼음이 어떤 성질을 지니고 있는지, 얼음이 지구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지 짚어보고 몇 번이나 반복되는 빙하시대를 거치면서 지구의 환경이 어떻게 변화했으며 그로 인해 인류의 생활방식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알려준다.




그 후 책은 지구 곳곳에 자리하면서 지형의 변화를 가져오고 지구의 온도를 조절하는 등 지구의 생태계에서 중요한 영향을 미치던 얼음이 점차 사라지고 있으며 그것이 곧 지구에 위기와 재앙을 몰고 올 거라고 예측한다. 19세기 후반부터 현재까지 측정한 데이터를 토대로 지구가 따뜻해지고 있으며 그로 인해 나타나는 기후 변화의 증거들을 조목조목 짚어준다. 더불어 온난화가 더 이상 진행되지 않도록 하려면 어떻게 하면 되는지 제시한다.




사실 그동안 지구온난화로 인해 기온이 1도, 2도 상승한다는 걸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저자가 전해주는 현상들을 보면, 또 조만간 다가올 2030년경 지구에서 얼음이 사라졌을 때 벌어질 일들, 전세계에서 물 부족 현상이 일어나고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물에 가라앉게 되는 현상들을 떠올리면 아찔해진다.




이 책을 읽으면서 <투발루에게 수영을 가르칠 걸 그랬어>라는 그림책이 떠올랐다. 남태평양에 위치한 아홉 개의 섬으로 이뤄진 섬나라 투발루. 그곳에 사는 소녀 로자와 ‘투발루’란 이름의 고양이와의 우정을 이야기한 책인데, 로자와 고양이 ‘투발루’가 이별하게 되는 원인이 바로 지구온난화였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해수면이 높아지고 급기야 마당까지 물이 차오르자 로자네는 다른 나라로 이민을 가게 되는데 로자네 가족이 떠나기로 한 날 투발루가 보이지 않는다. 할 수 없이 로자는 떠나는데, 비행기를 타고 내려다본 바닷가에 투발루가 있었다. 창밖으로 멀어지는 투발루를 보며 로자는 슬퍼서 눈물을 흘리고 후회한다. “투발루에게 수영을 가르칠 걸 그랬어!”라고.




<얼음 없는 세상>은 단순히 지구온난화로 인해 나타나는 지구의 변화를 알려주는 책이 아니다. 지구가 우리 인류에게 주는 ‘최후 경고장’이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삶의 터전을 잃고 가족을 잃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우리로 인해 수많은 투발루를 만들어내고 있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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