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니치 코드
엔리케 호벤 지음, 유혜경 옮김 / 해냄 / 2010년 3월
평점 :
품절


 

 

 

보이니치 코드. 책의 제목을 듣고 가장 먼저 떠올린 것은 댄 브라운의 <다빈치 코드>였다. 루브르 박물관에서 벌어진 살인사건. 이에 종교기호학 교수인 랭던과 살해된 박물관장의 손녀이자 암호전문가 소피가 함께 프랑스와 영국, 이탈리아를 오가며 사건의 뒤에 숨겨진 비밀을 파헤치는 이야기였는데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그림에 숨겨진 비밀과 의미도 흥미로웠지만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템플기사단, 프리메이슨, 시온수도회, 오푸스데이...처럼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야기에 시간가는 줄 모르고 책 속에 빠져들었다.




그래서 <보이니치 코드>에는 어떤 이야기가 숨어있을까. 많은 이에게 알려지지 않은 역사의 미궁, 미스터리를 어떻게 이야기로 풀어낼까. 궁금했다. 하지만 가장 큰 의문은 바로 ‘보이니치 코드’가 과연 무엇인가 하는 거였다.




MSㅡ408. 암호문서. 15세기 혹은 16세기 암호로 보이는 밝혀지지 않은 언어로 쓰인 과학서 혹은 마술서. 200쪽이 넘는 책에서 수정한 부분이나 지운 곳이 단 한 곳도 없이 암호로 적어 넣은, 완벽함이 두드러지는 책. 이게 바로 ‘보이니치 코드’라고 한다. 내용도 하나의 정해진 주제나 소재에 대해 서술하는 것이 아니라 식물학, 천문학, 인물, 약초 등 다양해서 더욱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데 문제는 이 책에 기록된 문자를 지금까지 어느 누구도 완벽하게 풀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보이니치 필사본에 숨은 겹겹이 싸인 의문...은 무엇인가. 과연 누가 풀어낼 수 있을 것인가.




이 책의 주인공은 예수회 학교에서 물리를 가르치는 신부 엑토르. 그는 ‘보이니치 리스트’로 불리는 인터넷 단체에 가입하여 몇 몇의 회원과 함께 보이니치 필사본을 해석하며 지내는데, 어느 날, 정원의 벽에 누군가가 보이니치 언어로 ‘아킬레우스의 분노가 네게 임하리라’고 낙서를 하고 사라지는 일이 벌어진다. 예사롭지 않은 일임을 직감한 엑토르에게 어느날 한 여인이 찾아온다. 자신을 왈도라고 밝힌 그녀의 이름은 후아나 피사로. ‘보이니치 리스트’에서 ‘요아나’라고도 불린다면서 자신이 알 수 없는 누군가에게 협박을 받고 있다고 털어놓는다. 캠브리지 대학교의 천문 우주학자인 존과 만나 잠시 피신해 있을 거라던 그녀는 떠나면서 엑토르에게 보이니치 필사본의 비밀 정보가 들어있는 디스켓과 봉투를 건넨다.




한편, 엑토르가 속한 예수회 학교도 위기를 맞는다. 시에서 학교를 몰수하여 철거한 다음 그 자리에 주차장을 세우겠다는 것이다. 이에 수도원장은 엑토르를 이끌고 학교 지하의 숨겨진 미로에 데려간다.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옛 로마의 유적지의 가치를 공개하면 학교가 몰수되는 일을 막을 수 있을 거라는 추측에서였다. 엑토르는 후아나가 건넨 디스켓을 통해 보이니치 필사본의 해석해나가는 동시에 학교 지하 시설에 숨겨진 의문을 풀기 시작한다. 얼마 후 엑토르는 옛 도서관 사서였던 신부가 남긴 밀봉된 봉투를 발견하고 더 나아가 그것이 곧  보이니치 필사본의 의문과 연결되어 있다는 걸 깨닫게 되는데....




역사적 사실을 기초로 했지만 그래도 팩션 소설이라고 너무 만만하게 여겼던 걸까. 보이니치 필사본에 대해 품었던 궁금증을 풀기 위해 필사본이 제작됐던 당시의 역사적인 배경과 상황을 하나하나 추적해 나가는데 그 과정을 읽어가는 건 결코 쉽지가 않았다. 우선 튀코 브라헤와 요하네스 케플러의 관계도 의문투성이였으며, 루돌프 2세 등 보이니치 필사본과 관련해 역사적인 실존 인물들이 속속 등장하는데 인류의 등장을 두고 창조론과 진화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것처럼 중세엔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라고 믿었던 종교계에 맞서서 과학계가 팽팽한 대립관계를 이루고 있었다. 역사적 사실과 픽션의 경계가 어디쯤인지 가늠하며 이야기에 빠져들기보다 저자가 풀어내는 천문학적인 지식을 따라가며 이해하는 것만도 급급했다.




‘보이니치 필사본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루돌프 2세와 천체물리학자들의 치열한 암드’ ‘예일대 도서관에 잠들어 있는 보이니치 필사본. 이제 그 비밀의 문이 열린다!’라는 표지의 문구에 사실 잔뜩 기대를 했다. 호기심이 눈이 반짝 떠지고  눈동자가 순간적으로 커지는 느낌이 들 정도로 스릴 넘치는 이야기가 펼쳐지지 않을까...했는데, 픽션 소설인지 천문 물리학에 관한 전문지식을 알려주는 책인지 알 수 없어 한참 서성이며 헤맨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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