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인 섹스 - 일하는 뇌와 사랑하는 뇌의 남녀 차이
앤 무어.데이비드 제슬 지음, 곽윤정 옮김 / 북스넛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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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거리 여행시 앞좌석 금지!’ 남편이 내게 금지한 것 중의 하나다. 도와준답시고 앞자리에 앉아 지도를 보는 것까지는 좋았다. 문제는 바로 그 다음. 위치나 방향을 미리미리 알려줘야 하는데 “앗, 여기야!” “바로 지금! 여기서 우회전!!!” “아~악, 그냥 지나치면 어떡해!!” 이렇게 난리법석을 떨었더니 남편은 “야,  담부터는 조용히 뒤에 있어라. 이러다 사고나지. 무슨 여자가...사람 정신을 빼놓냐?”한다. 나도 나름 노력했는데 그걸 몰라주다니 너무하잖아.




그뿐이 아니다. 마트에 가선 내가 늑장부린다거나 구입한 물건들 박스에 포장도 할 줄 모른다며 타박한다. 집안청소 할 땐 제대로 정리정돈 못하고 오히려 쌓아놓기만 한다고 투덜댄다. 그러면서 덧붙이는 한마디. “이래서 여자는...차암, 편하겠어” 뭐야뭐! 불만 있음 똑바로 말을 하라고!!




남자와 여자. 왜 이럴까. 어디가 어떻게 다르길래 이렇게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걸까. 남자와 여자의 차이를 알고 싶어서 ‘화성남자, 금성여자’란 책을 읽고 싶었지만 아직 구입도 하지 않았다. 그런 차에 반가운 책을 만났다. <브레인 섹스>.




‘일하는 뇌와 사랑하는 뇌의 남녀 차이’란 부제의 <브레인 섹스>는 한마디로 남자와 여자는 같을 수가 없으니 다르다는 걸 인정하라는 거다. 그렇다면 왜 같은 수가 없는가. 그 이유는 바로 ‘뇌’에 있다고 한다. 부모에 의해서 남자나 여자로 길러지는 게 아니라 태어난다는 것. 어떻게? 유전자적인 성별은 수정시 결정되지만 뇌의 구조는 임신 6주 정도에 판가름난다. 자궁 속의 태아가 남성호르몬의 노출여부에 따라 남자의 뇌를 갖거나 여자의 뇌를 갖게 된다고 한다.




책에서 내가 가장 관심있게 본 것은 4장과 5장이었다. 선천적인 뇌 구조의 차이로 인해 남자아이와 여자아이는 어떤 성장과정을 거치는지 알고 싶었다. 말하는 시기가 여자 아이가 남자 아이보다 빠르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 이유를 몰랐는데, 저자는 그것 역시 여자 아이들의 뇌 구조 때문인데 여자 아이는 남자 아이보다 청각이 상대적으로 발달되어 있어서 읽기 능력도 앞선다는 것이다. 반면에 남자아이는 청각보다 시각 기능이 발달되어 있어서  공간이나 사물을 탐색하는 걸 좋아하며 호기심이 많아 직접 탐험하면서 스스로 알아내는 걸 즐긴다고 한다.




흔히 초등 저학년때 여자 아이들의 성적이 월등하다가 나중엔 남자아이들이 앞서는 이유도 남녀의 뇌 구조의 차이에서 오는 거였다. 그런데도 여자아이보다 학습능력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수많은 ‘정상적인’ 남자 아이들을 ‘질병’으로 오인하여 약이 처방되었다는 대목에서 아들을 키우는 엄마로서 마음이 아팠다. 또 사춘기를 맞은 남녀의 뇌가 급격한 변화를 일으켜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지 갑자기 증가한 호르몬으로 인해 공격성이 나타난 아이들이 어떤 행동을 하는지 알 수 있었다.




저자는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구체적인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호르몬에 의해 남자의 행동을 보이는 여자, 혹은 그 반대의 경우가 있다는 것과 터너증후군을 앓거나 뇌가 발달하는 시기에 필요한 자극을 제대로 받지 못하면 언어능력이 정상적으로 발달하지 못한다는 것, 심각한 스트레스를 받는 임산부에게서 태어난 아이들은 동성애자로 성장할 위험이 높다는 대목은 충격적이었다.




이제 인정하자. 남자와 여자. 결코 같을 수가 없다. 같아서도 안된다. 뇌의 구조가 나와 같은 남편과 산다고 생각해보라. 이것보다 더한 악몽이 있을까. 이것 하나만 기억하자. 서로 다르기에 더욱 매력적인 존재다. 남자와 여자는.




참, 책에는 자신의 뇌성별을 알아보는 검사가 있어서 남편과 해봤다. 구체적으로 어떤 결과가 나왔는지 말 할 수 없지만 끝난 후 서로 마구 놀려줬다는 것만 밝힌다. “세상에 빵점이 뭐야? 빵점이” “얼씨구, 그럼 너는? 그런 점수도 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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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밥상 이야기 - 거친 밥과 슴슴한 나물이 주는 행복
윤혜신 지음 / 동녘라이프(친구미디어)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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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를 보자마자 순간 꿀꺽~! 군침이 넘어간다. 대나무 채반에 올려진 거친 잡곡밥에 짭짤한 강된장, 무를 얄팍하게 썰어넣은 맑은 국. 화려하지 않고 소박한 밥상인데도 불구하고 보자마자 갑자기 시장기가 돈다. 염치불구하고 나도 한자리 끼고 싶어진다.




<착한 밥상 이야기>의 저자 윤혜신의 이력은 독특하다. 표지의 사진만 보면  시골에서 태어나 줄곧 살아온 듯한데, 그의 출생지는 아니나다를까 서울. 그런 그녀가 태어나서 40여 년간 살아온 서울을 뒤로 하고 당진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시골 밥집 아줌마가 되었다. 텃밭에 야채와 채소를 기르고 산으로 들로 다니며 온갖 나물을 캐어서 소박한 밥상을 차리고 싶다는 소망을 갖고 있어서일까. 윤혜신의 삶이 정말 궁금해진다. 왜? 무엇 때문에?




책은 ‘몸이 살아나는 밥상이야기’, ‘윤혜신이 권하는 소박한 음식 이야기’, ‘시골식당 미당 이야기’, ‘그리운 사람들 이야기’ 이렇게 네 부분으로 나뉜다. 그 나물에 그 밥을 먹는 게 우리 몸에 제일 좋다고 말문을 연 저자는 지금 우리의 먹거리가 어느 지경에 이르렀는지 꼬집는다. 그러면서 야한 음식을 좋다고 권한다. 우리의 미각을 매혹시키는 맛, 달콤하고 부드러운 음식보다는 씁쓸하고 거친 음식을 먹어야 된다는 것이다. 과일이나 채소도 흠집 하나 없이 매끈하고 반질반질 윤이 나는 것보다 좀 작고 못 생기고 벌레 먹은 것에 진정한 생명이 담겨 있다며 ‘야한 음식을 먹고 야한 사람이 되자’며 말한다.




우리가 매일 먹는 음식은 단지 배가 고파서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먹는 것 이상의 그 무엇이 있다고 한다. 배를 불리기도 하지만 우리의 마음과 영혼. 삶을 따스하고 풍요롭게 하는 천사의 음식이라며 생명을 살리는 여덟 가지 밥상을 권한다. 제 땅, 제철에 난 음식을 먹고 껍질을 벗겨 속살만 먹는 게 아닌 전체식을 하며 소금이나 설탕, 백미, 조미료, 식용유, 밀가루, 우유 등의 칠백 식품은 절대 먹지 말 것, 화학비료를 사용한 음식보다 좀 비싸도 유기농 식품을 먹을 것, 당뇨나 고혈압 같은 생활습관병을 방지하기 위해 밥이나 김치, 된장, 나물처럼 우리가 예전부터 먹어왔던 것을 먹을 것, 비닐이나 유리, 페트병에 든 가공식품을 피할 것, 복잡한 요리과정은 오히려 영양소를 파괴하니 간단히 요리해먹을 것, 음식이 내 몸이 되는 신비함을 느낄 수 있도록 천천히 즐겁게 감사하는 맘으로 먹을 것. 사실 그동안 읽었던 책을 통해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었지만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 삶의 시작’이라는 저자의 말이 더 큰 공감을 불러왔다.




그리고 우리가 음식하기 위해 갖가지 재료로 요리하는 과정인 까고 씻고 썰고 졸이고 삭히는 일련의 과정이 우리의 삶과 비슷하다는 대목은 인상적이었다. 솔직히 지금까지 무수히 반복해서 음식을 만들었지만 저자와 같은 생각을 해보지 않았다. 그저 오늘은 뭘 해먹지? 뭘 먹어야 배불리 잘 먹었다고 할까? 피곤하고 귀찮은데 그냥 배달시켜 먹을까? 하는 게 가장 큰 고민이었기에 갑자기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은 300쪽이 채 안되지만 읽을거리가 알차다. 저자의 어린 시절 추억이나 지금 살고 있는 당진의 이웃들 이야기에서부터 수많은 컬러 사진, 본문 곳곳에 수록된 소박하고 착한 음식들의 레시피까지 정말 다양하다. 조리과정이 무척 단순해서 쉬워 보이지만 이런 음식일수록 오히려 더 어려운 것 같다. 틈나는 대로 만들어보고 나만의 ‘손맛’을 느낄 수 있는 음식을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차려주고 싶다. 숨 쉴 틈 없이 빠르게 돌아가는 일상 속에서 여유를 찾고 싶을 때 읽으면 좋은 책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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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9-04-27 0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내 고향이 당진이라서, 이 책 호감이 가는데요~ ^^

은비뫼 2009-05-02 2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고픈데 이 서평을 읽으니 더 배가 고프네요. ^^ 손맛을 느끼는 음식이 정말 중요한 거 같아요. 시켜먹거나 사먹는 음식보다는 되도록이면 만들어 먹어야겠어요.
 
신화드라마 한 장으로 보는 지식 계보도 1
최복현 지음 / 풀로엮은집(숨비소리)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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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기억난다. 몇 년 전 우리나라에 그리스로마신화 광풍이 불었다. 토마스 불핀치의 그리스로마신화를 만화로 제작한 그 책의 독자는 주로 초등학생이었는데 당시 그 책을 읽지 않으면 아이들끼리 대화가 되지 않을 정도였다. 나도 외우기 힘든 신들의 이름을 채 10살도 되지 않는 아이들이 줄줄 외는 걸 보고  충격을 받았던 적이 있다.




한 장으로 읽는 그리스 신화 계보도 <신화 드라마>를 손에 들고 또 기대를 한다. 도전할 때마다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접어야 했던 그리스 신화!! 이제 제대로 읽어볼 수 있을까.




먼저 책날개에 소개된 저자의 최복현의 이력을 보고 놀라웠다. 주경야독으로 학자의 길에 들어서서 무엇보다 ‘인문학의 대중화’에 주력해왔던 그가 ‘까다롭고 복잡한 그리스 신화의 세계를 보다 단순화하고 신화에 쉽게 접근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에서 <신화 드라마>를 집필했다. 너무나 많은 신들, 이리저리 서로 얽혀있는 신들의 관계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보이겠다며 그리스 신화의 세계로 초대했다. 




책은 크게 3장으로 나뉜다. 1장 ‘신화의 발견’에서는 본격적인 그리스 신화를 다루기에 앞서 먼저 신이 무엇인지, 인간이 왜 신이란 존재를 만들었는지 얘기한다. 세계의 여러 신화 중에 우리가 유독 그리스 신화를 좋아하는 이유는 그리스 신들이 우리 인간과 흡사하다는 점에 있다며 그리스 신들은 인간과 비슷한 모습을 하고서 우리들처럼 사랑과 시기, 질투, 미움 같은 감정을 느끼고 심지어 약점까지도 닮아있다고 한다. 또 신화엔 4가지 종류가 있다는 것에서부터 그리스 신화를 읽기 전에 알야둬야할 몇 가지 사항, 신의 이름이 어떤 어미로 끝나는지에 따라 남신인지 여신인지 구분할 수 있다는 것과 신의 이름에 담긴 의미와 그리스 신화의 전체 틀을 간략하게 알려주고 있다.




2장 ‘그리스 신들의 탄생과 계보’에서 드디어 본격적인 신화, 신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 책에서 저자는 여러 신화들과 다른 견해를 내놓는다. 카오스는 단순히 혼돈의 상태가 아니라 ‘태초의 신’이었다는 것이다. 1세대 신으로 카오스에서 2세대 신인 대지의 신 가이아와 하늘의 신 우라노스가 나왔으며 그들이 결합해서 거인 신들이 탄생했으며 3세대 신에 이르러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제우스를 비롯한 올림포스의 12신이 등장한다. 그리고 제우스와 그의 형제자매들의 자손인 4세대 신에서부터 인간이 탄생한다. 프로메테우스가 진흙을 빚어 인간을 만든 것도 모자라 불까지 전하자 제우스는 분노하여 인류 최초의 여자인 판도라를 만들고 그녀로 하여금 온갖 질병과 불행, 절망을 퍼뜨리게 하여  인간들을 혼란과 고통에 빠지게 한다.




끝으로 3장 ‘신의 후예가 세운 인간의 나라’에서는 아테네 왕가를 비롯해 탄탈로스 왕사, 헤라클레스 왕가, 레다 가의 왕가, 트로이 왕가 등의 계보를 살펴보면서 그들이 인간의 세계와 역사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얘기한다. 신들이 정략적으로 개입하면서 벌어진 트로이 전쟁의 전개과정에 대해서도 알려주고 있다.




<신화 드라마> 이 책이 지금까지 출간된 수많은 그리스 신화 관련책과 다른 점은 바로 이러저리 복잡하게 얽혀있는 그리스 신들의 관계를 한 장의 그림으로 정리한 부록 ‘한 장으로 보는 그리스 신화 계보도’다. 그리스 신들의 가계도를 여러 가지 색깔을 사용해서 표시해두어 책을 읽을 때 옆에 두고 비교해가며 읽으면 이해하기 쉽도록 구성되어 있다.




다만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책에 수록된 그림의 크기가 너무 작다는 것이다. 본문의 내용에 따라 전면 혹은 양면에 그림을 수록하고 때로 부분적으로 확대하였다면 책을 보는 재미가 더했으리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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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저드 베이커리 - 제2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창비청소년문학 16
구병모 지음 / 창비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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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인 <완득이>를 구입하고 아직 읽지도 못했는데 어느새 2회 수상작이 출간됐다. 제목은 ‘위저드 베이커리(wizard bakery)’  마법사 빵집? 마법의 빵집? 제과점 이름 한번 독특하다. 도대체 무슨 빵을 팔길래 ‘마법’이란 말을 넣었을까.




알고보니 이 제과점, 온라인으로도 주문을 받네?! wizardbakery.com. 눈엣가시 같은 사람에게 먹이는 ‘악마의 시나몬 쿠키’부터 실연의 상처를 빨리 잊도록 도와주는 ‘브로큰 하트 파인애플 마들렌’, 학교나 회사에 가기 싫을 때 또 하나의 내가 대신 가주는 ‘도플갱어 피낭씨에’, 짝사랑하는 이가 자신에게 사로잡히도록 해주는 ‘체인 월넛 프레첼’, 누군가를 저주할 수 있는 ‘마지팬 부두인형’, 시간을 되돌려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타임 리와인더 쿠키’까지. 없는 게 없다. 일반 쿠키보다 턱없이 비싼 가격이지만 주문만 하면 된다. 단, 주의할 게 있다. 재료가 무엇인지 알 수 없을뿐더러 자신이 누군가에게 행한 것으로 인해 영향이 자신에게도 돌아올 수 있으며 어떤 일이든 제과점에 책임을 물을 수 없다거다. 그쯤이야 뭐...하고 생각된다면 바로 접속해보시라. 당신의 바램, 때로는 위험한 소망까지도 이뤄질 터이니...




어릴적 엄마에 의해 버림받았던 소년은 엄마의 자살후 아빠가 재혼하면서 새엄마와 의붓누이와 함께 생활하게 된다. 요즘 세상에 전처부인의 아이 구박하는 계모는 없다지만 소년의 새엄마 배선생은 아니었다. 충격으로 말을 더듬는 소년을 은근히 구박하고 옴짝달싹 못하게 한다. 온가족이 둘러앉는 식탁에조차 함께 하는 것이 불편해진 소년은 빵으로 끼니를 대신한다.




그런데 어느날 일이 벌어진다. 여동생 무희의 속옷에서 핏자국을 발견한 배선생이 딸에게 누가 그랬냐며 추궁하니 견디다못한 무희가 소년을 지목한다. 순식간에 여동생을 성추행한 10대 문제아가 되버린 소년은 자신의 누명을 밝힐 사이도 없이 도망친다. 누구에겐가 쫓겨서 급한 마음에 뛰어든 제과점, 위저드 베이커리. 빵을 구워내는 오븐에 숨는 것까지는 좋았는데 그 오븐이 바로 또다른 공간으로 이어지는 입구라면 어떨까. 당장 갈 곳이 없어 머물게 된 제과점의 정체가 바로 마법사의 제과점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평범한 소년이라면 당장 밖으로 뛰어나가 “여기 좀 보세요. 이상한 빵 만들고 있어요.”하며 동네방네 떠들고 다니겠지만 소년은 그럴 수 없는 처지다. 그런 소년을 제과점의 점장과 파랑새는 말없이 자신만의 방식으로 보듬어준다. 그런 보살핌에 보답이라도 하고 싶었던 건지 한 달에 한번 보름에 하룻동안 꼬박 잠을 자야하는 점장이 항의하러 찾아온 여자 손님 때문에 잠에서 깨어나는 바람에 몽마에 시달리자 소년은 자신이 그 고통을 대신한다. 그걸 안 점장은 소년에게 니가 참견할 일이 아니라며 야단을 치지만 그것 역시 자신을 염려해서라는 걸 소년은 느낀다. 그러던 어느날 배선생이 부두인형을 주문한 걸 알게 되는데...




천륜을 저버린 갖가지 일들이 벌어지는 요즘이어선지 책에서 소년이 겪는 일들은 그다지 충격적이지 않았다. 그보다 학창시절 배웠던 작용 반작용처럼 위저드 베이커리에서 만든 마법의 빵이나 과자를 누군가에게 사용하면 부메랑처럼 반드시 자신에게도 그 힘의 여파가 돌아온다. 그럼에도 골려줄 생각으로, 고민도 하지 않고 사용해서 끝내 자살하고 마는 여학생의 사연은 가슴이 아팠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소년이 고개를 숙인 채 줄곧 눈앞에서 사라지기를 기다렸던 배 선생의 슬리퍼와 달리 점장의 슬리퍼는 천천히 소년에게로 다가와 그의 어깨를 다독이는 장면이었다. 괜시리 핑 눈물이 맺혔다. 소년이 이런 순간을 얼마나 기다렸을까. 점장이 아닌 아빠와 배선생이 자신에게 다가와 어깨를 쓰다듬어 주는 걸....




‘당신에게도 되감고 싶은 시간이 있습니까?’라고 책은 묻는다. 물론 있다. 지금까지 40여년을 살아오면서 되감고 싶은 시간이 어찌 없겠는가. 하지만 ‘타임 리와인더 쿠키’를 주문하고 싶지는 않다. 내 눈앞에 놓여있다면 상황은 달라질지 모르겠지만 내가 되감은 시간의 여파가 몇 배 부풀려져서 닥쳐온다는데 어찌...그저 소년처럼 나의 과거와, 현재와 어쩌면 올 수도 있는 미래를 향해 달릴뿐....




마법의 제과점이란 독특한 소재에 판타지와 미스터리를 적절히 가미된 흥미로운 성장소설이었다 맛깔난 문장으로 책에 완전몰입하게 만든 저자가 궁금했다. 책 말미의 후기에서 알 수 있을까 기대했지만 점장과의 대화로 진행되는 후기에서 저자는 오히려 의문을 남기고 독자의 궁금증을 더 크게 부풀리게 한다. 구병모. 그녀의 차기작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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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9-04-27 0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내용이었군요~~ 궁금했는데~~~ 결국은 보게 되겠죠? 창비청소년문학이니까~ ^^
 
담장 속의 과학 - 과학자의 눈으로 본 한국인의 의식주
이재열 지음 / 사이언스북스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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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 때마다 우리 부부는 작은 실랑이를 한다. 한옥에서 지내본 경험이 전무한 난 한옥체험을 하자하고 신랑은 “거긴 취사가 안돼” “그런데선 밤에 떠들고 못 논다” “화장실이 푸세식일걸?”하는 이유를 대며 반대한다. 결과는 언제나 나의 패배. 질 거 뻔히 알면서도 매번 한옥을 고집하는 내가 신랑은 이해할 수 없는지 도대체 이유가 뭐냐고 물었다. 난 비오는 여름날 대청마루에 누워 처마에서 낙숫물 떨어지는 소리를 듣고 겨울엔 문창살을 사이에 두고 마당에 함박눈이 사락사락 내리는 기분을 느껴보고 싶다고 했다. 그랬더니 푸하하 웃더니 한마디 덧붙인다. 어렸을 때 외가가 한옥이라 지내봤는데 좋은 거 하나도 없더라고. 여름엔 벌레들이 달려들고 겨울엔 엄청 춥다고. 칫, 그런 거라도 좋으니 난 한번 지내봤음 좋겠네!!




어릴 때부터 줄곧 도시에서만 자라 시골의 정취를 느껴보지 못해선지 시골이나 옛것에 대한 막연한 그리움을 품고 있다. 휴가나 제사때, 아니면 언제든 무작정 찾아가도 반겨주는 고향이 내게도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과학자의 눈으로 본 한국인의 의식주’란 부제가 붙은 이 책은 ‘주(住), 마음 속에 품은 집’ ‘식(食), 우리 몸을 채우는 먹을거리’ ‘의(衣), 우리를 감싸안는 옷’ 3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전개되는 순서 때문인지 책을 읽으면서 왠지 잊고 있던 고향을 방문하는 기분이 들었다.




넓은 들판을 가로질러 마을을 찾아가면서 우리의 마을이 주로 자리잡는 지형, 바람을 막아주고 물을 주는 ‘장풍득수’, 뒤는 산이요 앞으로 물이 흐르는 ‘배산임수’에 대해 얘기하고 마을에 다다라서는 마을의 입구를 알리는 동시에 길손에게 휴식의 공간이 되어주는 당산나무에 어떤 의미가 있고 어떤 역할을 하며 뭐라고 불리는지, 주로 느티나무를 당산나무로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살펴본다. 큰 몸체로 마을을 지켜주는 당산나무에 머물렀던 시선은 이제 고향집으로 향한다. 높게 쌓아올린 도심의 담과 달리 흙과 돌멩이로 쌓아올린 낮은 담장 사이로 언뜻 눈에 들어온 그리운 집으로 발걸음을 옮기며 저자는 우리의 옛 담장은 안과 밖, 너와 나의 것을 경계를 짓고 가르지 않는 자연의 일부라고 말한다.




그리고 집안에 들어서서는 마당에는 기후와 방위를 고려해서 나무를 심었으며 자연의 순리를 거스르지 않았음을 상기하고 앞마당과 뒷마당의 온도 차이로 대청마루에 신선한 바람이 부는 옛 집의 구조는 대기의 순환현상을 잘 이용하는 등 자연과 기후에 적응할 수 있는 집을 지어 살았다고 한다. 문턱이 있고 없고에 따라 숨은 의미를 비롯해 사랑채와 안채의 역할, 부엌 아궁이에 불을 지피는 행위 등 우리의 옛 집 곳곳엔 자연을 거스르거나 환경을 헤치지 않으면서 생활했던 옛 조상들의 지혜를 만날 수 있어서 감탄하게 됐다.




그리고 식(食)에서는 우리의 김치과 간장 된장 같은 미생물이 빚어내는 우리의 먹거리에 어떤 과학이 숨어있는지, 장을 담글 때 고추와 숯을 넣는 이유와 의미에 대해 살펴보고 의(衣)에서는 모시, 삼베를 비롯해 자연염색에 대해 알아봤는데 염색함으로써 더욱 질겨진다는 제주도의 갈옷이 인상적이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잊고 있던 고향집을 찾아가 푸근하게 편안하게 지내다 온 기분이다. 저자가 얘기한 우리 옛 집의 우수함과 과학적 원리, 거기에 숨은 조상들의 지혜는 시간이 지나면 금방 잊혀지겠지만 집 안에서 사람이 편안하게 살 수 있어야 담장 밖의 사람들과 좋은 인간관계를 맺으며 살 수 있다는 한 줄의 문장은 오래도록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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