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착한 밥상 이야기 - 거친 밥과 슴슴한 나물이 주는 행복
윤혜신 지음 / 동녘라이프(친구미디어)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표지를 보자마자 순간 꿀꺽~! 군침이 넘어간다. 대나무 채반에 올려진 거친 잡곡밥에 짭짤한 강된장, 무를 얄팍하게 썰어넣은 맑은 국. 화려하지 않고 소박한 밥상인데도 불구하고 보자마자 갑자기 시장기가 돈다. 염치불구하고 나도 한자리 끼고 싶어진다.
<착한 밥상 이야기>의 저자 윤혜신의 이력은 독특하다. 표지의 사진만 보면 시골에서 태어나 줄곧 살아온 듯한데, 그의 출생지는 아니나다를까 서울. 그런 그녀가 태어나서 40여 년간 살아온 서울을 뒤로 하고 당진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시골 밥집 아줌마가 되었다. 텃밭에 야채와 채소를 기르고 산으로 들로 다니며 온갖 나물을 캐어서 소박한 밥상을 차리고 싶다는 소망을 갖고 있어서일까. 윤혜신의 삶이 정말 궁금해진다. 왜? 무엇 때문에?
책은 ‘몸이 살아나는 밥상이야기’, ‘윤혜신이 권하는 소박한 음식 이야기’, ‘시골식당 미당 이야기’, ‘그리운 사람들 이야기’ 이렇게 네 부분으로 나뉜다. 그 나물에 그 밥을 먹는 게 우리 몸에 제일 좋다고 말문을 연 저자는 지금 우리의 먹거리가 어느 지경에 이르렀는지 꼬집는다. 그러면서 야한 음식을 좋다고 권한다. 우리의 미각을 매혹시키는 맛, 달콤하고 부드러운 음식보다는 씁쓸하고 거친 음식을 먹어야 된다는 것이다. 과일이나 채소도 흠집 하나 없이 매끈하고 반질반질 윤이 나는 것보다 좀 작고 못 생기고 벌레 먹은 것에 진정한 생명이 담겨 있다며 ‘야한 음식을 먹고 야한 사람이 되자’며 말한다.
우리가 매일 먹는 음식은 단지 배가 고파서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먹는 것 이상의 그 무엇이 있다고 한다. 배를 불리기도 하지만 우리의 마음과 영혼. 삶을 따스하고 풍요롭게 하는 천사의 음식이라며 생명을 살리는 여덟 가지 밥상을 권한다. 제 땅, 제철에 난 음식을 먹고 껍질을 벗겨 속살만 먹는 게 아닌 전체식을 하며 소금이나 설탕, 백미, 조미료, 식용유, 밀가루, 우유 등의 칠백 식품은 절대 먹지 말 것, 화학비료를 사용한 음식보다 좀 비싸도 유기농 식품을 먹을 것, 당뇨나 고혈압 같은 생활습관병을 방지하기 위해 밥이나 김치, 된장, 나물처럼 우리가 예전부터 먹어왔던 것을 먹을 것, 비닐이나 유리, 페트병에 든 가공식품을 피할 것, 복잡한 요리과정은 오히려 영양소를 파괴하니 간단히 요리해먹을 것, 음식이 내 몸이 되는 신비함을 느낄 수 있도록 천천히 즐겁게 감사하는 맘으로 먹을 것. 사실 그동안 읽었던 책을 통해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었지만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 삶의 시작’이라는 저자의 말이 더 큰 공감을 불러왔다.
그리고 우리가 음식하기 위해 갖가지 재료로 요리하는 과정인 까고 씻고 썰고 졸이고 삭히는 일련의 과정이 우리의 삶과 비슷하다는 대목은 인상적이었다. 솔직히 지금까지 무수히 반복해서 음식을 만들었지만 저자와 같은 생각을 해보지 않았다. 그저 오늘은 뭘 해먹지? 뭘 먹어야 배불리 잘 먹었다고 할까? 피곤하고 귀찮은데 그냥 배달시켜 먹을까? 하는 게 가장 큰 고민이었기에 갑자기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은 300쪽이 채 안되지만 읽을거리가 알차다. 저자의 어린 시절 추억이나 지금 살고 있는 당진의 이웃들 이야기에서부터 수많은 컬러 사진, 본문 곳곳에 수록된 소박하고 착한 음식들의 레시피까지 정말 다양하다. 조리과정이 무척 단순해서 쉬워 보이지만 이런 음식일수록 오히려 더 어려운 것 같다. 틈나는 대로 만들어보고 나만의 ‘손맛’을 느낄 수 있는 음식을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차려주고 싶다. 숨 쉴 틈 없이 빠르게 돌아가는 일상 속에서 여유를 찾고 싶을 때 읽으면 좋은 책이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