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적 경험의 다양성 - 신의 존재에 관한 한 과학자의 견해 사이언스 클래식 16
칼 세이건 지음, 박중서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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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요근래 밤하늘을 보신 적 있으십니까?” “거기서 별을 몇 개나 보셨습니까?” 얼마전 도서관의 ‘재미있는 우주체험 이야기’라는 강좌를 들었는데요. 강좌를 마악 시작하자마자 선생님께서 이런 질문을 하시더군요. ‘별을 몇 개나 보셨’냐고. 밤하늘에 무수히 많은 별이 있다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인데 난데없이 웬 엉뚱한 질문?...하고 생각하던 참에 함께 강좌를 듣던 지인이 그러더군요. “몇 개 밖에 안 보이던데요.” 엉? 이게 무슨 소리야? 몇 명에게서 비슷한 대답을 들으신 선생님께선 그러시더군요. “그렇죠? 현란한 불빛이 가득한 도시의 하늘에선 별을 찾기가 정~말 힘듭니다. 하지만 아주 외딴 곳, 촛불 하나만큼의 불빛도 없는 곳에 가보세요. 거긴 다릅니다. 거긴...정말, 별이 쏟아집니다.” 그리고 이어진 강의시간 내내 선생님께선 우리 눈에 보이진 않지만 분명 존재하는 밤하늘에 가득한 별을 보여주셨습니다. 별의 탄생과 성장, 죽음 그리고 우리 은하수 너머에 펼쳐진 또 다른 은하수까지.




<과학적 경험의 다양성>을 마악 손에 잡자마자 그때의 강의가 생각났어요.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별의 모습이 담긴 표지 사진을 보며 이 많은 별들 속엔 어떤 세계가 펼쳐져 있을까 알고 싶었습니다. 하늘의 별과 ‘과학적 경험’과 ‘신의 존재’가 대체 어떤 상관관계를 갖고 있을지 궁금했습니다.




‘신의 존재에 관한 한 과학자의 견해’라는 부제가 달린 <과학적 경험의 다양성>은 25년 전인 1985년 글래스고 대학교에서 열린 칼 세이건의 기퍼드 강연을 정리한 책인데요. 인문학자이자 천문학자이며 천체물리학자인 칼 세이건은 아홉 번에 걸친 이 강연을 통해 과학과 종교, 그리고 신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견해들을 하나하나 꺼내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책은 ‘자연과 경이’, 종교와 과학의 관계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됩니다. 저자는 종교라는 영어단어가 ‘함께 묶는다’라는 뜻의 라틴어에서 비롯되었으므로 ‘과학과 종교의 목표는 결국 동일하다’고 믿는다고 털어놓습니다. 다만 종교와 과학이 진리에 접근하는 방식과 무엇이 진리인지 주장하는 방식이 다를 뿐이라는 거지요. 그렇기 때문에 저자는 맑은 밤하늘을 올려다보면서 우리가 누구인지, 어디에 있는지 이해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하는데요. 여러 장의 우주 사진을 통해 광활하고 거대한 우주 공간 속에서 우리는 아주 보잘 것 없는 존재에 불과한데 이런 과정 어디에도 ‘특정한 신학적 결론이 도출되지 않’는다면서 세계의 여러 신화를 비롯해 서양 종교에서 신들이 지닌 문제점을 짚어줍니다. 그렇다고 저자가 신의 존재나 종교 자체를 부정하느냐, 그렇지도 않습니다. 우리 인간들에게 있어 종교가 어떤 부분을 차지하는지, 그로 인해 인간의 삶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대목은 인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서양종교에서 주장하는 신이 이 세상을 창조했다는 주장이나 창조론이나 종교적인 기이한 현상이나 체험 등은 의문이 든다며 왜 그런지 여러 과학적인 증거들을 통해 제시합니다.




외계의 지적 생명체에 관해서도 저자는 지금까지 시도되었던 여러 탐구 사례와 현상을 예를 들면서 설명합니다. 외계로부터의 메시지를 비롯해 외계인의 생김새 등을 과학적인 측면으로 접근함과 동시에 종교에서 주장하는 것에 어떤 허점이 있는지 짚어줍니다. 깜짝 놀란 대목도 있어요. 지금까지 내가 알고 있던 우리의 은하의 사진이 실제 지구가 속한 은하가 아니라는 거예요. 우리의 은하를 관찰하고 사진을 찍을 수 있을만큼 적당히 떨어진 거리에 카메라를 보내지 못하기 때문에 우리와 가장 흡사한 은하, 안드로메다자리 M31의 사진으로 대신한다는 거지요.




칼 세이건의 책은 이번의 <과학적 경험의 다양성>이 처음입니다. 호기심에 그의 <코스모스>와 <창백한 푸른 점>을 구입했지만 아직 읽지 않았거든요. 해서 책이 담고 있는 내용을 내가 얼마나, 제대로 이해했는지 모르겠습니다. 물론 저자의 강연은 녹취록이란 걸 실감할 수 없을 만큼 문장이나 내용 전달이 쉽고 리드미컬했지만 또, 책의 후반부에 각 강연마다 저자가 여러 참석자들과의 나눈 질문과 답변이 수록되어 있지만 그래도 왠지 조금 답답했습니다.




며칠 전이었어요. 책의 후반부를 읽을 즈음, 이런 기사를 봤습니다. 미국 하버드대의 저명한 교수가 국내에서 강연을 하는데 그 강연 참가 신청에 엄청난 사람들이 몰려들어서 미국에서조차 깜짝 놀랐다고. 그 기사를 보면서 생각했습니다. 만약 저자인 칼 세이건이 아직도 생존해 있다면 어땠을까. 그리고 그의 강연이 국내에서 이뤄진다면 어떨까. 그랬다면 전 아마 수많은 참가신청자 중에서 내가 뽑히기만을 학수고대하고 있을 겁니다. 틀림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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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 섬길여행 - 도보여행가 유혜준 기자가 배낭에 담아온 섬 여행기
유혜준 지음 / 미래의창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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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비해 여행서적을 접하는 횟수가 늘었습니다. 전 국민의 대부분이 휴가를 떠나는 계절이어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그보다 더 큰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국내든 국외든 이름난 여행지의 아름다운 풍경과 문화, 현지 사람들의 일상을 주로 전하던 여행서적에 요즘은 하나의 ‘테마’가 더해졌습니다. 제주도의 ‘올레길’을 걷는 여행서적이 있는가하면 전국의 이름난 나무를 찾아 떠나는 여행도 있구요. 요트를 타고 땅이 아닌 바다의 백두대간을 따라가는 여행까지...요즘 전 정말 괴롭습니다. 왜냐면 제가 여행가고 싶다고 해서 훌쩍 떠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거든요. 웬만하면 여행서적을 자제해야지 하는데도 자꾸만  눈이 가니 큰일입니다. <남도 섬길여행>도 그랬어요. ‘남도’란 말만으로도(불혹이 넘도록 가보질 못한 저는) 가슴이 두근대는데, 여기에 ‘섬길여행’이라...두 눈이 반짝, 귀가 솔깃해지네요.




<남도 섬길여행>은 도보여행가로 알려진 저자가 남도의 섬들을 둘러보면서 겪었던 인상 깊은 일, 사람들, 풍경에 관해 전하고 있습니다. 책은 소치 허련 선생이 낙향하여 기거했다던 운림산방이 있는 진도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무지한 탓에 소치 허련 선생에 대해 무엇 하나 알지 못했지만 사진을 통해 만난 운림산방은 무척 정갈하고 운치가 넘쳤습니다. 이곳을 둘러보며 저자는 어린 시절 외가에서의 추억을 떠올리는데요. 고즈넉함이 가득한 운림산방, 저도 가보고 싶어졌습니다. 소록도도 인상적이었어요. 소록도는 그저 한센인들이 머무는 곳이라고만 알고 있었는데 그곳에 해수욕장이 있다니, 처음 알게 됐답니다. 바닷물이 드나들 때마다 차르르르 소리가 난다는 거제도의 몽돌해수욕장처럼 거금도 바닷가에는 공룡알이 있다고 하는데요. 재미난 건 몽돌해수욕장에선 작은 몽돌 하나라도 가져가지 못하게 했는데, 공룡알은 그렇지 않다는 거예요. 아니, 이게 웬 떡. 해변 가득 널려있는 공룡알 중에서 이쁘고 빛깔 좋은 걸로 한 두 어개 가져와야겠다...싶겠지만 문제는 크기가 너무 크거니와 무게도 무거워서 도저히 가져올 수 없었다니...얼마나 아쉬웠을까요. 이뿐 아니라 [서편제]의 촬영지였던 청산도는 슬로시티로 지정되기도 했는데요. 제주의 올레길처럼 청산도에는 슬로길이 있다는데 어떤 길일지 너무 궁금하구요. 버스가 다닐 만큼 섬이 크지 않아서 버스가 없다는 거문도도 언젠가 꼭 한 번 가보고 싶어요. 그래서 저자가 걸었던 길, 바라봤던 풍경, 만났던 사람들을 직접 내 두 발로 걸으며 바라보고 감탄하고 만나고 싶습니다.




올해는 정말 여행운이 없나 봅니다. 큰아이의 여름방학동안 1박 2일의 짧은 여행을 두 번 계획했지만 한 번도 가질 못했어요. 그때마다 집안 어른이 편찮으시거나 아이가 아팠거든요. “아쉽지만 전 이번에 못가요. 저 대신 제 몫까지 즐겁게 놀고 오세요” 침울한 목소리로 이런 얘길 전하는 제게 지인이 그러더군요. 한 명이라도 빠지면 재미없는데...아쉽다고. 내년엔 더 좋은 데로 가자고. 그래서 제가 그랬죠. “내년엔 있죠....우리 좀 멀리 가요. 남도로. 나 꼭 가보고 싶어!” 내년엔....갈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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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을 위한 추천영화 77편 두 번째 이야기 - 세상을 바라보는 다섯 개의 시선
이승민.강안 지음 / 씨네21북스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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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의 나는 영화를 무척 좋아했다. 많은 영화를 보지는 못했지만 내가 관심 있는 분야의 영화는 바쁘더라도 꼭 시간 내어 보곤 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영화 보는 횟수가 줄더니(어쩌다 나 혼자 심야영화를 보거나) 최근 들어서는 거의 전멸. 얼마전 작은 아이와 본 애니메이션이 가장 최근에 본(도중에 잠깐 졸긴 했지만) 유일한 영화였다. 집에서 횡단보도만 하나 건너면 바로 영화관에 갈 수 있는 최고의 여건인데도 왜일까. 의문이 들었다.




<청소년을 위한 추천영화 77편>는 변호사이면서도 영화광인 이승민씨와 동화작가인 강안씨가 함께 펴 낸 부모와 청소년이 함께 볼 수 있는 영화추천서이다. ‘세상을 바라보는 다섯 개의 시선’이라는 부제처럼 책은 주제에 따라 ‘모든 것이 이제 막 시작되려 합니다’ ‘지금 세상의 어디에선가 누군가 울고 있다’ ‘세상의 왕들은 늙었습니다’ ‘지금 이 가을날을 우리는 함께 걷고 있다’ ‘인생은 멋진 것이다’ 다섯 개의 장으로 나누어 총 77편의 영화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런데 중요한 건 이 책이 단순히 추천영화를 소개하는 차원에서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하나의 영화에 대한 소개글이 끝날 때마다 ‘영화를 읽는 몇 개의 시선들’이라는 코너를 마련해 해당 영화를 보고 나서 토론하거나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생각거리들을 알려준다.




이를테면 “널 위해서라면 천 번이라도...”이라는 대사에서 울컥 눈물이 쏟아졌던 감동적인 영화 [연을 쫓는 아이]편에서 ‘신분제도는 어떤 이유에서 만들어졌는지’, ‘자본주의 사회에서 신분적 서열’, ‘아미르가 핫산의 아들을 구하러 떠난 이유’나 ‘다른 사람보다 유리한 입장에서 거짓말을 해 본 적이 있는지’, 강물을 향해 공중으로 드리우는 낚싯줄의 부드러운 곡선과 아름다운 절경에 브래드 피트의 신선한 매력이 더해진 [흐르는 강물처럼]에서는 ‘아버지의 교육 방식에 대해’ ‘형제가 서로에게 끼치는 영향’이 무엇인지,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원작소설을 영화화한 [향수]에서 ‘18세기 파리의 생활상과 문화’에 대해, ‘관심과 집착의 차이’처럼 깊고 넓은 사고를 요하는 질문이나 자신의 내면과 가치관을 돌아볼 수 있는 질문을 더했다.  다. 이로 인해 청소년들이 한 편의 영화를 보고 즐기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영화가 다루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좀 더 깊이 생각하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인생이 무엇인지, 진정한 삶은 어떤 것을 말하는지 토론과 대화를 통해 찾아갈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어른도 아니고 아이도 아닌 청소년. 이도 저도 아닌 중간에 끼인 시기이기에 그들의 내면에는 거대한 파도가 끊임없이 몰아치고 있다.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고뇌와 사색과 함께 그 어느 때보다 감성적이면서도 격정적이다. 한마디로 변화무쌍한 시기이기에 청소년기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앞으로의 삶의 방향이 정해진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이 책이 무척이나 고맙다.




정확히 어느 책인지 모르겠다. 그의 집 책장에는 자신이 읽었던 책 중에서 이담에 아이에게 꼭 읽히고 싶은 책을 따로 모아두는 칸이 있다고 한다. 그 대목을 읽으면서 ‘아, 나도 이렇게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책 한 권을 고를 때도 ‘이 책이 과연 내 아이에게도 읽히고 싶은 책인가’ 따져보곤 했는데, 영화도 그렇게 해봐야겠다. 앞으로 몇 년 후면 다가올 내 아이와 함께 볼 수 있는 영화, 과연 얼마나 될까. 책에서 소개한 영화도 좋지만 ‘나와 내 아이,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영화 목록’을 뽑아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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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링 짐 매드 픽션 클럽
크리스티안 뫼르크 지음, 유향란 옮김 / 은행나무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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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옴므파탈’이라고 들어보셨습니까? ‘팜므파탈’의 반대인 ‘옴므파탈’은 수많은 여인들을 단순에 사로잡을 만큼 치명적인 매력을 소유한 남성을 의미하는데요. 얼마전 인기리에 방영된 드라마의 영향으로 ‘옴므파탈’, ‘나쁜 남자 신드롬’이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주인공 남자가 얼마나 매력적이길래 모든 여자를 파탄에 이르게 하나 궁금하지만 텔레비전을 보지 않으니 알 수가 없었어요. 안타깝게도. 근데, 어렴풋이나마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한 권의 소설, <달링 짐>을 통해서요.




소설은 아일랜드 더블린 북쪽의 작은 변두리 마을에서 시작됩니다. 우편배달부인 데즈먼드는 평소처럼 우편물을 배달하고 마지막 우편물을 가지고 어느 집 앞에 이르렀을 때 이상한 낌새를 눈치챕니다. 한동안 집주인을 못 본데다가 우편함에서 왠지 모를 기운과 뭔가 썩는 것 같은 냄새를 맡았거든요. 그리고 발견합니다. 거실 바닥에 쓰러진 시체를. 조용하던 마을은 순식간에 발칵 뒤집어집니다.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집안을 조사하던 경찰과 과학수사대, 경찰견은 곧 또다른 젊은 처녀의 시체를 발견합니다. 그것도 둘이나. 이로서 발견된 시체는 총 세 구. 그들의 신원은 집주인인 모이라 부인과 그녀의 조카인 피오나와 로이진으로 밝혀졌지요. 그런데 가장 중요한 게 남았습니다. 이모인 모이라 부인은 왜 조카들을 감금했을까? 그들을 죽음으로 몰고 간 이유는 대체 무엇이며  죽음의 도가니가 된 그 집에서 탈출한 또 한 명은 누구인가?




의문투성이 사건으로 마을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여러 가지 추측을 내어 놓고 경찰도 그럴싸한 단서조차 발견되지 않은 상태여서 사건은 서서히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잠들게 됩니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로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됩니다. 우체국의 우편물 분류실에서 일하던 니알이 배달 불능 우편물을 모아두는 통에서 우편물 하나를 발견하는데요. 발신인의 이름이 바로 살해당한 처녀, 피오나의 이름이 적혀 있었습니다. 두근대는 가슴을 가까스로 진정시키며 니알은 노트를 펼칩니다. 그리고 피오나가 이모의 감시를 피해 남겨둔 이야기를 통해 자신들이 왜 죽음에 이르게 됐는지 알게 되지요. 자신들의 고향인 캐슬타운비어에 나타난 매력적인 청년 짐. 떠돌이 이야기꾼인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피오나 자신은 물론 모이라 이모, 여러 여인들이 매료되었지만 그것은 곧 모두를 파멸에 이르게 한 위험한 사랑이었다는 것을.




피오나가 매력적인 떠돌이 이야기꾼 짐에 매료되듯이 니알은 피오나의 이야기에 빠져듭니다. 로이진이 남긴 또 한 권의 노트엔 어떤 내용이 담겼을까? 급기야 그는 피오나의 고향, 캐슬타운비어로 그녀들의 흔적과 사건에 숨겨진 의문을 찾아 떠나게 되는데...




수많은 여자를 파멸로 몰고 가는 치명적 매력의 소유자로 ‘짐’과 그에게 매료된 여인들의 이야기 <달링 짐>. 소설은 세 가지의 이야기, 피오나와 로이진이 남긴 이야기와 의문의 사건을 추적해가는 니알의 이야기, 떠돌이 이야기꾼 짐이 들려주는 쌍둥이 왕자의 전설이 서로 맞물려 있는데요. 피오나와 자매들이 자신들을 파괴하는 짐을 궁지로 몰아넣고 총과 칼을 들이밀면서도 ‘왕자가 그녀를 사랑할 것인가, 아니면 죽일 것인가’ 알고 싶었던 것처럼 나도 짐의 이야기가 어떤 결말을 보일지 궁금했어요. 그리고 마지막 순간에 드러난 짐의 이야기에 숨은 반전까지.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벌어지는 이야기는 시간적 배경이 현대라는 것, 한여름의 무더위까지도 잊을 만큼 몽환적이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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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0-08-16 0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옴므파탈도 있었군요. 치명적 매력의 소유자라 아...주변에 그런 사람이 당체 있어야 말이죠. ㅎ
여름을 시원하게 해줄 소설이네요.
 
불편해도 괜찮아 - 영화보다 재미있는 인권 이야기
김두식 지음 / 창비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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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하게 언제였는지 모르겠다. 동화 읽는 어른의 지역모임에서 <십시일反>이란 책을 만났다. 만화라기에 아무런 부담없이 펼쳐들었다. 그런데, 시작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세상의 절반을 차지했음에도 남성에 비해 홀대받는 여성을 비롯해 지방대 출신자. 장애인, 동성애자...들을 이야기하는 책. ‘10인의 만화가가 꿈꾸는 차별 없는 세상’이란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여태까지 보던 만화와 사뭇 다른 내용과 전개. 그리 길지 않은 단편이 수록된 만화를 읽으면서 내내 마음이 부대꼈다. 하지만 한편으론 속이 후련했다. 그래, 이런 생각, 나도 해봤는데...아마, 다른 사람도 했을거야. 소리내어 말하지 않았을 뿐이지...




<헌법의 풍경>, <불멸의 신성가족> 등 그간 법과 관련한 책을 출간해 온 저자는 이번에 인권을 가지고 우리 곁으로 왔다. 책은 ‘청소년’, ‘성소수자’, ‘여성과 폭력’, ‘장애인’, ‘노동자의 차별과 단결’, ‘병역거부’, ‘검열’, ‘인종차별’, ‘제노싸이드’ 모두 아홉 개의 장에 걸쳐 인권과 국제적인 문제로 구성되어 있다. 각 장의 주제만 보면 왠지 골치 아프고 까다로운 내용일거란 생각이 들지만 실제 속 내용은 경쾌한 분위기로 전개된다. 인권과 경쾌함? 왠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단어의 조합인데, 실제 그걸 가능하게 한 것은 바로 ‘영화보다 재미있는 인권 이야기’라는 부제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이 책의 모든 내용에 ‘영화’가 곁들여져 있어서이다. 우리 사회를 비롯해 전세계적으로 존재하는 각종 인권의 문제들을 그 자체만 전하는 것이 아니라 그와 관련한, 혹은 확장하여 생각해볼 여지를 지닌 영화들을 함께 얘기함으로써 인권에 대한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 있다.




청소년 인권을 다룬 1장 [네 멋대로 해라]의 예를 들어보면 저자는 자신의 딸의 예를 빌어 설명한다. 어느날 갑자기 부모의 권위에 도전하는 것으로 시작한 딸의 반항을 통해 모든 인간에게는 일생동안 쓰고 죽어야 하는 ‘지랄’의 총량이 정해져 있다는 ‘지랄 총량의 법칙’이란 것을 알게 된다. 그 후에는 딸이 아무리 이해할 수 없고 이상한 행동을 하더라도 그게 다 자신에게 주어진 ‘지랄’을 쓰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나니 마음이 편해지더라고 털어놓는다. 이런 이야기들을 저자는 드라마 ‘네 멋대로 해라’, 영화 ‘날아라 펭귄’ ‘발레교습소’와 같은 작품을 소개하면서 저자는 좋은 조건을 가진 아이들의 조기유학 성공담 때문에 수많은 평범한 아이들과 부모들이 병들어 가고 있다며 경각심을 불러 일으킨다. 여성의 인권, 여성과 폭력을 다룬 3장의 ‘빰따귀로 사랑 표현하기’도 인상적이었다. 자신이 강의하다 실수로 건넨 성차별적인 발언을 시작으로 저자는 우리 사회 문화전반적으로 얼마나 폭력이 만연해 있는지, 폭력의 위험에 여성이 얼마나 노출되어 있는지 짚어준다. 그 일례로 저자는 ‘빵따귀’ 때리는 걸 꼽으면서 이런 얘길 한다. ‘누군가 저에게 다큐멘터리를 제작할 기회가 있다면, 먼저 최근 10년간 한국 드라마에서 따귀 때리는 장면만 모두 모아서 보여준 뒤 그 문제점을 지적해보고 싶습니다. 이 다큐멘터리의 초반 10분 동안은 그냥 아무 설명 없이 따귀 장면만 계속 보여주겠습니다. 짝, 짝, 짝, 짝……(97쪽)’




‘불편해도 괜찮아.’ 처음엔 책제목이 지닌 의미가 무얼까 궁금했다. 사회의 약자들, 그들이 받는 수많은 차별과 불합리한 대우를 접하면서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다. 부당하고 불편한 이야기는 불편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당연하고 또 그래야 한다는 것. 학교나 직장, 혹은 가정에서 불편한 환경이나 여건이 있으면 그것을 나아지도록 개선하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처럼 인권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나와 내 가족, 이웃의 누군가, 혹은 알지 못하는 누군가가 처한 부당한 환경은 모두가 함께 나서서 개선하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것. 그래야 우리 사회도 앞으로 한걸음 발전할 수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책에 관한 책을 읽을 때 내가 읽지 못한 책을 만나면 내용을 이해할 수 없어 답답하지만 앞으로 내가 만나야할 책을 알게 되어 반갑기도 한데 이 책에서도 그랬다. 내가 미처 보지 못한 드라마와 영화들. 내가 꼭 읽어봐야 할 작품들을 만날 수 있어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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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09 00:45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