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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링 짐 ㅣ 매드 픽션 클럽
크리스티안 뫼르크 지음, 유향란 옮김 / 은행나무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옴므파탈’이라고 들어보셨습니까? ‘팜므파탈’의 반대인 ‘옴므파탈’은 수많은 여인들을 단순에 사로잡을 만큼 치명적인 매력을 소유한 남성을 의미하는데요. 얼마전 인기리에 방영된 드라마의 영향으로 ‘옴므파탈’, ‘나쁜 남자 신드롬’이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주인공 남자가 얼마나 매력적이길래 모든 여자를 파탄에 이르게 하나 궁금하지만 텔레비전을 보지 않으니 알 수가 없었어요. 안타깝게도. 근데, 어렴풋이나마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한 권의 소설, <달링 짐>을 통해서요.
소설은 아일랜드 더블린 북쪽의 작은 변두리 마을에서 시작됩니다. 우편배달부인 데즈먼드는 평소처럼 우편물을 배달하고 마지막 우편물을 가지고 어느 집 앞에 이르렀을 때 이상한 낌새를 눈치챕니다. 한동안 집주인을 못 본데다가 우편함에서 왠지 모를 기운과 뭔가 썩는 것 같은 냄새를 맡았거든요. 그리고 발견합니다. 거실 바닥에 쓰러진 시체를. 조용하던 마을은 순식간에 발칵 뒤집어집니다.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집안을 조사하던 경찰과 과학수사대, 경찰견은 곧 또다른 젊은 처녀의 시체를 발견합니다. 그것도 둘이나. 이로서 발견된 시체는 총 세 구. 그들의 신원은 집주인인 모이라 부인과 그녀의 조카인 피오나와 로이진으로 밝혀졌지요. 그런데 가장 중요한 게 남았습니다. 이모인 모이라 부인은 왜 조카들을 감금했을까? 그들을 죽음으로 몰고 간 이유는 대체 무엇이며 죽음의 도가니가 된 그 집에서 탈출한 또 한 명은 누구인가?
의문투성이 사건으로 마을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여러 가지 추측을 내어 놓고 경찰도 그럴싸한 단서조차 발견되지 않은 상태여서 사건은 서서히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잠들게 됩니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로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됩니다. 우체국의 우편물 분류실에서 일하던 니알이 배달 불능 우편물을 모아두는 통에서 우편물 하나를 발견하는데요. 발신인의 이름이 바로 살해당한 처녀, 피오나의 이름이 적혀 있었습니다. 두근대는 가슴을 가까스로 진정시키며 니알은 노트를 펼칩니다. 그리고 피오나가 이모의 감시를 피해 남겨둔 이야기를 통해 자신들이 왜 죽음에 이르게 됐는지 알게 되지요. 자신들의 고향인 캐슬타운비어에 나타난 매력적인 청년 짐. 떠돌이 이야기꾼인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피오나 자신은 물론 모이라 이모, 여러 여인들이 매료되었지만 그것은 곧 모두를 파멸에 이르게 한 위험한 사랑이었다는 것을.
피오나가 매력적인 떠돌이 이야기꾼 짐에 매료되듯이 니알은 피오나의 이야기에 빠져듭니다. 로이진이 남긴 또 한 권의 노트엔 어떤 내용이 담겼을까? 급기야 그는 피오나의 고향, 캐슬타운비어로 그녀들의 흔적과 사건에 숨겨진 의문을 찾아 떠나게 되는데...
수많은 여자를 파멸로 몰고 가는 치명적 매력의 소유자로 ‘짐’과 그에게 매료된 여인들의 이야기 <달링 짐>. 소설은 세 가지의 이야기, 피오나와 로이진이 남긴 이야기와 의문의 사건을 추적해가는 니알의 이야기, 떠돌이 이야기꾼 짐이 들려주는 쌍둥이 왕자의 전설이 서로 맞물려 있는데요. 피오나와 자매들이 자신들을 파괴하는 짐을 궁지로 몰아넣고 총과 칼을 들이밀면서도 ‘왕자가 그녀를 사랑할 것인가, 아니면 죽일 것인가’ 알고 싶었던 것처럼 나도 짐의 이야기가 어떤 결말을 보일지 궁금했어요. 그리고 마지막 순간에 드러난 짐의 이야기에 숨은 반전까지.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벌어지는 이야기는 시간적 배경이 현대라는 것, 한여름의 무더위까지도 잊을 만큼 몽환적이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