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을 위한 추천영화 77편 두 번째 이야기 - 세상을 바라보는 다섯 개의 시선
이승민.강안 지음 / 씨네21북스 / 2013년 3월
평점 :
절판


 

 

예전의 나는 영화를 무척 좋아했다. 많은 영화를 보지는 못했지만 내가 관심 있는 분야의 영화는 바쁘더라도 꼭 시간 내어 보곤 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영화 보는 횟수가 줄더니(어쩌다 나 혼자 심야영화를 보거나) 최근 들어서는 거의 전멸. 얼마전 작은 아이와 본 애니메이션이 가장 최근에 본(도중에 잠깐 졸긴 했지만) 유일한 영화였다. 집에서 횡단보도만 하나 건너면 바로 영화관에 갈 수 있는 최고의 여건인데도 왜일까. 의문이 들었다.




<청소년을 위한 추천영화 77편>는 변호사이면서도 영화광인 이승민씨와 동화작가인 강안씨가 함께 펴 낸 부모와 청소년이 함께 볼 수 있는 영화추천서이다. ‘세상을 바라보는 다섯 개의 시선’이라는 부제처럼 책은 주제에 따라 ‘모든 것이 이제 막 시작되려 합니다’ ‘지금 세상의 어디에선가 누군가 울고 있다’ ‘세상의 왕들은 늙었습니다’ ‘지금 이 가을날을 우리는 함께 걷고 있다’ ‘인생은 멋진 것이다’ 다섯 개의 장으로 나누어 총 77편의 영화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런데 중요한 건 이 책이 단순히 추천영화를 소개하는 차원에서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하나의 영화에 대한 소개글이 끝날 때마다 ‘영화를 읽는 몇 개의 시선들’이라는 코너를 마련해 해당 영화를 보고 나서 토론하거나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생각거리들을 알려준다.




이를테면 “널 위해서라면 천 번이라도...”이라는 대사에서 울컥 눈물이 쏟아졌던 감동적인 영화 [연을 쫓는 아이]편에서 ‘신분제도는 어떤 이유에서 만들어졌는지’, ‘자본주의 사회에서 신분적 서열’, ‘아미르가 핫산의 아들을 구하러 떠난 이유’나 ‘다른 사람보다 유리한 입장에서 거짓말을 해 본 적이 있는지’, 강물을 향해 공중으로 드리우는 낚싯줄의 부드러운 곡선과 아름다운 절경에 브래드 피트의 신선한 매력이 더해진 [흐르는 강물처럼]에서는 ‘아버지의 교육 방식에 대해’ ‘형제가 서로에게 끼치는 영향’이 무엇인지,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원작소설을 영화화한 [향수]에서 ‘18세기 파리의 생활상과 문화’에 대해, ‘관심과 집착의 차이’처럼 깊고 넓은 사고를 요하는 질문이나 자신의 내면과 가치관을 돌아볼 수 있는 질문을 더했다.  다. 이로 인해 청소년들이 한 편의 영화를 보고 즐기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영화가 다루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좀 더 깊이 생각하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인생이 무엇인지, 진정한 삶은 어떤 것을 말하는지 토론과 대화를 통해 찾아갈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어른도 아니고 아이도 아닌 청소년. 이도 저도 아닌 중간에 끼인 시기이기에 그들의 내면에는 거대한 파도가 끊임없이 몰아치고 있다.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고뇌와 사색과 함께 그 어느 때보다 감성적이면서도 격정적이다. 한마디로 변화무쌍한 시기이기에 청소년기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앞으로의 삶의 방향이 정해진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이 책이 무척이나 고맙다.




정확히 어느 책인지 모르겠다. 그의 집 책장에는 자신이 읽었던 책 중에서 이담에 아이에게 꼭 읽히고 싶은 책을 따로 모아두는 칸이 있다고 한다. 그 대목을 읽으면서 ‘아, 나도 이렇게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책 한 권을 고를 때도 ‘이 책이 과연 내 아이에게도 읽히고 싶은 책인가’ 따져보곤 했는데, 영화도 그렇게 해봐야겠다. 앞으로 몇 년 후면 다가올 내 아이와 함께 볼 수 있는 영화, 과연 얼마나 될까. 책에서 소개한 영화도 좋지만 ‘나와 내 아이,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영화 목록’을 뽑아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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