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이 함께 - 생각하는 그림책 2
제인 시몬스 글.그림, 이상희 옮김 / 청림아이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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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이맘때쯤 초등학교에 입학한 큰아이가 친구를 집으로 데려왔다. 처음이었다. 우리 집에 큰아이의 친구가 놀러온 게. 살짝 당황했지만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아이가 학교생활을 잘 적응하는구나, 단짝 친구도 사귀고...하는 생각에 괜시리 설레었다. 그후로도 집에 곧잘 놀러오는 아이의 친구를 보면서 문득 궁금해졌다. 키가 커서 제일 뒷자리에 앉는 아이가 어떻게 맨 앞자리의 아이와 친구가 될 수 있었을까. 그뿐만이 아니었다. 날 닮아 덤벙대는 큰아이에 비해 그 아이는 똑 부러진다...싶을 정도로 야무졌다. 외모만 아니라 성격도 정반대인 두 아이. 그런데도 좋다고 서로 꼭 붙어다니는 게 참, 용하다...싶었다.


꽃이 핀 들판을 신나게 달려가는 개 두 마리. 뭐가 즐거운지 입이 귀밑에 걸렸다. 생각하는 그림책, <둘이 함께>. 이 책의 표지를 보는 순간 쿡, 하고 웃음이 나왔다. “니들, 뭐가 그렇게 좋은데?”하고 물어보고 싶다...대답해줄래?


<둘이 함께> 이 그림책엔 두 마리의 개가 등장한다. 덩치가 크고 털이 북슬북슬한 복슬이와 작고 깡마른 체구의 땅꼬마. 비 내리는 날 처음 만난 둘은 순식간에 친구가 된다. “안녕”하는 인사에 “안녕”하고 답을 하면서. 그리고 둘은 나란히 산책하거나 깔깔대며 함께 논다.

 

“넌 내가 가장 좋아하는 친구야” 복슬이가 말했어요. “나도 네가 제일 좋아”  땅꼬마도 말했지요. 모든 게 근사했답니다.



그런데 위기가 닥쳤다. 모든 걸 함께 하기에 그 둘은 너무나 달랐다. 높은 언덕도 폴짝 잘 올라가지만 헤엄을 못 치는 땅꼬마와 헤엄은 잘 치지만 높은 곳을 못 올라가는 복슬이. 또 뭐든지 반대였다. 햇볕을 좋아하는 땅꼬마와 뜨거운 햇볕이 싫다는 복슬이, 너무 빠른 땅꼬마와 너무 느린 복슬이. 그 둘은 결국 서로에게 실망하고 토라진다.


늘 함께 있던 친구가 잠깐 곁에 없으면 금방 쓸쓸해지기 마련이듯 그들도 곧 외로움을 느낀다. 어느 때보다도 서로를 그리워하게 된 복슬이와 땅꼬마, 그들은 다시 화해한다. “다시 친구하고 싶어” “나도야”. 그리고 외친다.


“멋진 날씨야” “진짜 멋지다!!”



알록달록 원색의 그림에 귀엽고 사랑스러운 개가 등장해서 통통 튀듯 가볍게 느껴지는 그림책 <둘이 함께>. 이 책은 너무나 다른 둘이 만나 함께 하는 과정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함께’란 말은 둘이 하나가 아니라 더불어, 같이...란 의미도 포함되어 있다고. 자신과 상대방의 다른 점을 서로 탓하기 전에 그걸 인정하고 받아들이면 즐겁고 행복해진다고 말한다.


물론 서로의 다른 점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거, 결코 쉽지 않다. 큰아이도 친구와 잘 놀다가 간혹 다투고 토라진다. 그럴땐 꼭 복슬이나 땅꼬마처럼 “나 이제 @@랑 친구 안하기로 했어.”하고 선언한다. “친구니까 서로 이해하고 양보해 줘야지”하고 애길해도 들은척도 안한다.


나 역시 아이를 둘이나 낳고 나이가 사십이 넘었지만 상대방의 거슬리는 행동엔 이맛살을 찌푸려지고 목소리가 날카로워진다. 상대를 이해하고 배려하기보다 ‘넌 왜 그런데?’하는 삐딱한 생각이 먼저 비집고 나온다. 하지만 바로 그런 생각이 나 자신을 점점 더 비참하고 끔찍한 지경으로 몰고 간다는 걸 이 그림책을 통해 알게 됐다.


친구와 다툰 다음날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는 언제 그랬냐는듯 싱글벙글한 얼굴로 돌아온다. “@@랑 다시 친구하기로 했어”하고. 나도 아이처럼 좀 더 유연해져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가 성장하는 만큼 나도 조금씩 성숙해졌으면 좋겠다.




자기가 좋아하는 걸 따로따로 하고 놀 때에도...함께 있었어요. 햇살이 쏟아지건 비가 내리건 날마다 근사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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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상과 매혹의 고고학 - C.W.쎄람의 사진으로 보는 고고학 역사 이야기
C. W. 세람 지음, 강미경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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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였더라....큰아이가 5살쯤이었다. 박물관 강좌를 듣기 위해 박물관을 찾았다. 아이를 낳고 기르면서 나 자신이 자꾸 도태되는 느낌에 무작정 신청했었다. 일찌감치 강의 장소인 강당에 앉아 있으려니 가슴은 쿵쾅쿵쾅...저혼자 열심히 뜀박질 했다. 강의내용을 이해할 수 있을까, 내내 잠만 자는 거 아닐까, 듣는 사람이 많이 없으면 어떡하지...별의별걸 다 걱정하는 사이 사람들이 모여들고 강의가 시작됐다.







그날 나는 세 번 놀랐다. 하나, 강의 들으러 온 사람들이 대부분 머리에 하얀 눈이 내린 노인들이었는데 둘, 강의 내용을 나보다 더 잘 이해하고 있었다. 셋, 강의하시는 교수님이 너무나 매력적이었다. <인디아나 존스>의 해리슨 포드를 능가하는 열정으로 목울대를 울리며 혹은 장난치듯 유머러스하게 두 시간 가량 강의하셨다. 그리고 역사와 고고학에 일자무식, 문외한인 내 가슴에 작지만 뜨거운 불을 붙이셨다.







고고학...이라 하면 두꺼운 렌즈의 안경을 쓴 사람이 맨날 무덤이나 땅만 파는 지겹고 고리타분한 학문이라고 여겼던 고정관념이 여지없이 깨졌다. 오히려 고고학이란 하나의 유물이나 유적으로 과거의 삶과 생활을 상상력과 끈기로 되살려내는 매력적인 학문이었다. 해가 저물어가는 이탈리아 폼페이 유적지를 배경으로 한 자줏빛 표지의 책, <몽상과 매혹의 고고학>을 손에 쥐었을 때 가슴이 한참이나 콩콩거렸다.







두툼한 양장본이 무척 고급스런 느낌을 주는 이 책은 ‘신비의 고대세계를 비추는 빛’, ‘영원불멸의 존재를 위하여’, ‘꿈을 캐는 모험가들’, ‘미지의 세계’. 이렇게 네 개의 장으로 나뉘어져 있다. 또 그 각각의 장에 따라 다시 세부적인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1485년 4월 로마의 아피아 가도에서 인부들이 석관 하나를 발굴했다.’로 시작한 1장에서  고고학의 탄생과 비롯해 도매상인이던 하인리히 슐리만이 ‘고고학에 평생을 바치기 위해’  파리에 정착해 발굴가 슐리만으로 거듭나는 과정이 인상적이었다. 2장은 이집트의 스핑크스에서부터 지금까지 발견된 수많은 미라에 대해 다루고 있는데 그 유명한 투탕카멘의 발굴에 얽힌 일화에서 고고학은 발굴자의 운만큼 시간과 경제력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다.







3장에선 설형문자의 해독함에 있어 제기되어 오던 문제 읽는 방향에 관해 언급하고 있다.  내가 보기엔 전혀 차이점이 없어 보이는 그 글들이 오른쪽->왼쪽이냐, 왼쪽->오른쪽이냐에 그렇게 수많은 논란이 거듭되어 왔다니...미처 예상치 못했다. 그리고 4장엔 평소 가장 궁금했던 멕스코의 유물과 유적을 다루고 있었다. 특히 중앙아메리카에도 이집트와 유사한 피라미드가 있는데 그것 역시 무덤으로 쓰였을지...추측하는 과정이 정말 흥미로웠다. 하지만 궁금증을 완전히 해소하기엔 다소 내용이나 자료가 부족하지 않나...하는 생각도 들었다. 본문 중에 ‘중앙아메리카의 밀림에는 우리가 아직도 알지 못하는 수많은 신비가 숨어 있다’는 대목이 있었는데 머지않은 미래에 숨겨진 신비가 벗겨지리라 기대해본다.







처음 책을 휘리릭 넘겨볼땐 본문에 수록된 사진이 중간의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이 흑백사진이라 다소 실망했다. 흑백사진으로 유물이나 유적의 모습을 실감할 수 있을까...했는데 책을 읽어가면서 흑백사진이라 여겼던 것 중 대부분이 그림이란 사실을 알게 됐다. 순간 어찌나 놀랐는지...카메라가 발명되지 않은 시점이니 그림으로 기록을 남기는 일이 당연한데도  그 꼼꼼하고 섬세한 그림들에서 고고학을 연구하는 이들의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문자가 없는 시대의 인간의 생활과 역사를 이해하는데 필수불가결한 학문 고고학. 고고학의 발달로 인해 우리는 인류의 기원과 세계 각지의 다양한 문화가 어떤 과정을 거쳐 오늘날에 이르렀는지 알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그 이면엔 조금만 들춰보면 우리는 고고학의 어두운 측면을 만날 수 있다. 이 책에도 그런 내용을 언급하고 있는데 바로 유물이나 유적과 관련해 항상 대두되는 문제, 원형에서 한참 벗어난 복원이라든가 도굴, 지배인에 의한 약탈은 책을 읽는 내내 무척 불편했다.







실제로 박물관 강좌에서 어느 교수님께선 이런 말씀도 하셨다. ‘발굴하기 위해 무덤 속에 들어갔더니 도굴꾼이 다녀가셨는지 @@라면봉지에서부터 나무젓가락, ##파이봉지까지 바닥에 널부러져 있었다’...고. 또 ‘일제시대때 일본 사학자가 하나의 무덤에서 꺼내간 유물이 얼마나 많았는지 수레로 몇 십번을 반복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그 유물이 다 어디로 갔겠어요?’하고 반문하셨던 기억이 난다. 안타까움을 넘어 치가 떨리는 순간이었다.







이 책을 다 읽어갈 즈음 아주 놀라운 기사를 접했다. 이집트와 유럽의 고고학자들이 고대이집트의 스핑크스 석상을 비롯한 새로운 유물들을 발굴했는데 그 주인이 다름아닌 이집트의 파라오 아멘호텝 3세의 부인이자 이집트 여왕인 티위라는 거였다. 인터넷으로 그 짧막한 기사를 읽으면서 무척 설레었다. 언제쯤이면 이번 발굴에 얽힌 일화가 한 권의 책으로 출간될까. 그 전에 이 역사적인 고고학의 현장에 내 발을 디딜 수 있을까.







“상상력은 시의 어머니이기도 하지만 역사의 어머니이기도 하다” 테오도르 몸젠. - 333쪽.









<아래사진> 최근 발견된 이집트의 파라오 아멘호텝 3세의 부인이자 이집트 여왕인 티위의 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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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코끼리
스에요시 아키코 지음, 양경미.이화순 옮김, 정효찬 그림 / 이가서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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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나뭇잎이 조금씩 떨어지는 길을 노란차 한 대가 다가오고 있다. 그런데 차에 탄 사람들의 표정이 제각각이다. 뒷자리에 탄 아이는 입을 헤~ 벌리고 잔뜩 신이 났는데, 앞 조수석의 아이는 팔짱을 끼고 뭐가 못마땅한지 “체..ㅅ.”하고 토라진 듯하다. 그 옆엔 잔뜩 긴장한 표정의 운전자. 운전대 앞으로 바짝 다가앉은 폼이 ‘초보운전’이라는 걸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거기에 짙은 다크서클까지. 몹시 피곤해 보인다. 집에서 쉬지 않고 왜 운전대 앞에 앉은걸까...




노란색 자동차가 그려진 표지에 개나리빛 노란띠지를 두른 책 <노란코끼리>. 이 책은 싱글맘의 가족이야기다. 주인공은 초등학교 5학년 남자아이, 요군이다. 귀여운 여동생 나나와 엄마와 함께 살고 있는데 그 엄마가 좀 특별하다. 여느 엄마와는 달리 덤벙대고 툭 하면 사고치는 통조림 하나를 따는 데도 손가락을 베고야 마는, 실수투성이의 엄마여서 요군은 늘 마음이 불안하다. 그런데 그 엄마가 어느날 갑자기 운전면허를 따겠다고 선포를 했다.




엄마가 운전을 하다니...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 나나가 아직 아기였을 때, 유모차 하나도 제대로 밀지 못해 도랑에 빠진 적도 있지 않은가 말이다. 그런 엄마가 정말로 면허를 딸 수 있을까. 이제 겨우 초등학교 5학년이지만 차라리 내가 어른이 되는 걸 기다리는 편이 더 빠르지 않을까. - 15쪽.




이런 아들의 마음을 알기나 하는지 엄마는 덜컥 자동차부터 구입한다. 샛노란 빛깔의 소형자동차가 ‘노란코끼리’ 같아 마냥 기뻤던 요군. 엄마가 아직 면허도 따지 못했다는 걸 알고서 실망한다. ‘엄마가 정말 면허를 딸 수 있을까?’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엄마는 운전면허를 따고 요군은 기분이 좋아 엄마의 면허증 사진을 ‘지명수배자 같다’며 놀린다. 한껏 의기양양해진 엄마는 바로 아이들과 바다로 향한다. 무사히 바다에 도착해 레스토랑에서 맛있는 스파게티도 먹는다. 하지만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실수투성이 엄마는 기어이 사고를 치고 만다. 차 열쇠를 꽂아둔 채 문을 잠그는 바람에 경찰차가 세 대나 출동하는 소동이 벌어진다.




아빠가 정식 이혼 절차도 밟지 않은 채 다른 여자와 함께 살기 위해 집을 나간 싱글맘 가족. 하지만 그들에게선 어두운 구석이 없다. 언제 어디서 사고를 칠지 예상할 수 없는 덜렁이 엄마와 애어른 같은 아들, 귀여운 막내딸....그들이 펼쳐보이는 생활은 시종일관 유쾌한 일들로 그득하다.




그 속에서 요군은 조금씩 성장하고 있었다. 열한 살 생일날 생일 선물을 가지고 찾아온 아빠가 엄마와 다투고 나서 돌아갈 때, 떠나가는 아빠를 붙잡을 수 없는 자신의 마음, 점점 내 행동이나 마음조차 이유를 설명할 수 없는 일이 늘어가고 있는 걸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이라고 여기는 요군의 모습은 다소 안타까웠다. 어른이 되기엔 이른 나인데 싱글맘이란 가정상황이 어리광 부릴 아이를 일찍 어른스럽게 만드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가족여행으로 떠난 곳에서 엄마의 실수로 차사고가 났을 때 엄마를 위로하려고 애쓰는 요군의 행동은 무척 인상적이었다. “이젠 정말 어엿한 어른이 됐구나!!...하며 어깨를 툭툭 두드려주고 싶은 느낌...




“너, 또 애꾸눈이 됐구나.” 난 일부러 장난기 섞인 말투로 쾌활하게 말했다. 다른 때처럼 엄마에게 짜증을 내거나 핀잔을 줄 생각은 전혀 없었다. 오히려 엄마의 낙천적인 성격이 빨리 발휘되었으면 싶었다. - 243쪽.




싱글맘. 이혼이나 별거 혹은 사고로 인한 한 쪽 부모의 죽음으로 한부모 가정이 늘고 있다. 그들의 생활은 양쪽 부모가 모두 있는 가정에 비해 무척 어렵고 힘들거라고 막연하게만 생각해왔다. 하지만 그게 나의 편견이고 선입견이었다는 걸 알게 됐다.




하지만 그래도 왠지 조금은 아쉽다. 요군의 아이다운 모습이 보고 싶었는데...“요군, 가끔은 어리광부려도 괜찮아. 네겐 천하무적 사고뭉치 엄마가 있잖아~!!”라고 얘기해주고 싶다.




“엄마는 노란 아기 코끼리를 타고 있을 때면 늘 기분이 좋았단다. 엄마 노릇도 잘 못하고 아내로서도 부족했지만, 복잡한 도로에서 다른 차량의 물결에 섞여 험께 달리다 보면, ‘어때, 나도 남들에게 뒤처지지 않고 잘하잖아.’하는 기분이 들었거든....엄마는 이제 가슴을 펴고 씩씩하게 나아갈거야.’ - 25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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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다메 칸타빌레 19
토모코 니노미야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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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다메의 리사이틀을 뒤로 하고 비에라 선생님을 따라간 치아키. 기분 좋게 취기가 올라 잠든 노다메의 이불 위로 풀~썩! 그 뒤엔? 노다메 앞에 얌전히 무릎 꿇고 앉아 싹싹...ㅎㅎ

하지만 이번 19권엔 단연 타냐가 돋보인다. 쿠로키를 향한 애정이 슬금슬금 올라오면서 여러모로 애를 태운다. 급기야 노다메 방에서 지쳐 잠든 쿠로키에게 기습키스를!!

갈수록 재밌어지는 노다메와 그의 일당들...만화책으로 보면 문득 부러워진다. 누구보다 빛난 음악의 재능을 가진 그들. 그들의 젊음이...

19권이 도착하자마자 부리나케 읽고나니 이젠 목 길~게 늘이는 일만 남았다. 20권은 또 언제 나오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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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멈춰선 파리의 고서점 - 셰익스피어 & 컴퍼니
제레미 머서 지음, 조동섭 옮김 / 시공사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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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에 휙 하니 검은고양이 한마리가 지나간다. 그 뒤로 보이는 책장엔 책이 빽빽하게 꽂혀있고 바닥에도 역시 책이 쌓여있다. 책등 모서리가 낡았으니 새 책은 아닌데 바닥의 카펫 표면이 닳은 걸 보니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다녀간 게 분명하다. 이 파리의 고서점에....그런데 ‘셰익스피어 & 컴퍼니’는 또 뭔가?

<시간이 멈춰선 파리의 고서점> 처음엔 소설인 줄 알았다. 표지에서 느껴지는 묘한 분위기가 고서적을 둘러싼 미스테리가 아닐까?...했었다.

그런데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이 책은 소설이 아니라 저자 제레미 머서가 파리의 고서점, ‘셰익스피어 & 컴퍼니’에 머무는 동안의 생활과 체험에 관한 회고담이다.

“그 서점에 도착한 것은 잿빛 겨울의 어느 일요일이었다.”고 얘기를 시작한 저자는 파리의 전설적인 서점을 어떻게 찾아가게 됐는지 털어놓는다. 산책하다 갑자기 비를 만나 잠시 비를 피할 곳을 찾다가 센강 건너로 노랑과 초록의 서점 간판을 봤노라고. 단체 관광객이 쉴새없이 터트리는 카메라 플래시를 피해 서가 사이를 이러 저리 떠밀려 다니다가 무작정 책 한 권을 집어들었을때 서점의 홍차파티에 초대를 받았다고.

캐나다의 지방지 사회부 기자였던 저자는 살인이나 강간, 폭행 같은 잔혹한 사건으로 하루하루를 채워나가고 있었다. 따뜻한 인간성과는 점점 거리가 멀어지는 생활은 그를 도덕적 타락의 길로 몰아넣었고 급기야 한 범죄자에게 “뒤를 조심하라”는 협박까지 받게 된다. 갑작스레 닥친 생명의 위협. 공황상태에서 두려움에 떨던 그는 서둘러 자신의 모든 걸 정리하고 파리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저축보다 비싼 자동차를 몰면서 매일밤 술과 음식으로 흥청거렸던 그의 지갑은 파리에 도착하자마자 금세 바닥을 드러냈다. 겨우 일주일치 방값밖에 남지 않은 최악의 상황...을 그는 책에서 이렇게 얘기하고 있다.

......무슨 일인가 일어나기를 기다렸다. 내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할지 징후가 나타나기를 바랐다. 노트르담 앞에서 엄청난 빗줄기를 만났을 때 나는 그런 산책을 하고 있던 중이었다. - 28쪽.

우연히 운명적인 장소를 만난 제레미. 그는 고서점의 주인인 조지의 배려로 서점 한켠에 자리를 잡는다. “이야기가 더 필요하네. 더 길게 쓰게.....여기서 자네 자서전을 마치게. 원할 때까지 있어도 좋아.”

이렇게 ‘셰익스피어 & 컴퍼니’ 고서점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파리를 가보지 못한(파리는 커녕 유럽 근처에도 가보지 못한) 나로선 예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고서점에서 잠자리를 해결할 수 있다니....꿈처럼 환상적이었다.

 

2000년 1월, 내가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에서 차를 마실 때쯤에는, 조지가 자기 서점에서 4만 명이 자고 갔다고 말할 즈음이었다. 그가 자랄 때 고향 샐럼의 인구보다 더 많은 수였다. 그곳을 방문한 뒤 나 역시 그 다음 사람이 되고자 했다. - 50쪽.

사실 난 ‘셰익스피어 & 컴퍼니’란 서점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됐다. 제임스 조이스의 소설 <율리시스>가 실비아 비치의 지원에 의해 초판본을 출간할 수 있었다니. 게다가 앙드레 지드, 헤밍웨이 같은 최고의 작가들에게 사랑을 받았던 ‘셰익스피어 & 컴퍼니’가 자신을 서슴없이 완전하고 절대적인 공산주의자라 일컫는 조지 휘트먼이란 미국인에 의해 다시 되살아날 수 있었다는 게 놀라웠다.

꿈을 꾸듯 책장을 넘기면서도 난 수시로 펜과 수첩을 찾았다. 본문 내용 중에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책의 제목들을 적기 위해서였다. 읽고 있는 책에서 미처 읽지 못한 책을 만나는 게 이번처럼 즐거웠던 적은 없었다. 낯선 여행지에 막  도착한 날, 밤새도록 여행할 장소를 찾아 여행안내책자를 물색하는 기분이 들었다. 저자가 이 책의 차례에 왜 ‘새로운 우주의 발견, 혹은 블랙홀’이라고 썼는지 그 이유를 어렴풋이나마 알 듯 했다.

언젠가 파리를 찾게 되는 날, 센 강변에서 노랑과 초록의 간판을 찾아보리라.  오래되고 낡은 서점 ‘셰익스피어 & 컴퍼니’의 문을 열고 들어가 구석진 서가 사이를 헤매고 다니면 혹 헤밍웨이의 숨결을 느낄 수 있을까.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에서 조지와 함께한 시간은 나를 바꿔놓았다. 내가 떠난 삶에 대해 의문을 품게 했으며,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에 대해 고민하게 했다. 이제 나는 앉아서 타자를 치며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한다. 인생은 정반합의 변증법적 과정이다. - 318쪽.


 



 

책을 읽고 나서 인터넷을 뒤져 찾아낸 <셰익스피어 & 컴퍼니> 의 사진.

이 곳 어디에 대체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머물 공간이 있었을까....수수께끼다.

해답은 찾아내려면....

직접 가 볼 수밖에....

덤>> 이 서점이 배경이 됐다던 영화의 한장면....

멋지다!! 저 석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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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비뫼 2008-03-28 0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정말 괜찮을 거 같아요. ^^*

몽당연필 2008-03-28 0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엇, 은비뫼님....이 책 못 보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