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코끼리
스에요시 아키코 지음, 양경미.이화순 옮김, 정효찬 그림 / 이가서 / 2008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노란 나뭇잎이 조금씩 떨어지는 길을 노란차 한 대가 다가오고 있다. 그런데 차에 탄 사람들의 표정이 제각각이다. 뒷자리에 탄 아이는 입을 헤~ 벌리고 잔뜩 신이 났는데, 앞 조수석의 아이는 팔짱을 끼고 뭐가 못마땅한지 “체..ㅅ.”하고 토라진 듯하다. 그 옆엔 잔뜩 긴장한 표정의 운전자. 운전대 앞으로 바짝 다가앉은 폼이 ‘초보운전’이라는 걸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거기에 짙은 다크서클까지. 몹시 피곤해 보인다. 집에서 쉬지 않고 왜 운전대 앞에 앉은걸까...




노란색 자동차가 그려진 표지에 개나리빛 노란띠지를 두른 책 <노란코끼리>. 이 책은 싱글맘의 가족이야기다. 주인공은 초등학교 5학년 남자아이, 요군이다. 귀여운 여동생 나나와 엄마와 함께 살고 있는데 그 엄마가 좀 특별하다. 여느 엄마와는 달리 덤벙대고 툭 하면 사고치는 통조림 하나를 따는 데도 손가락을 베고야 마는, 실수투성이의 엄마여서 요군은 늘 마음이 불안하다. 그런데 그 엄마가 어느날 갑자기 운전면허를 따겠다고 선포를 했다.




엄마가 운전을 하다니...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 나나가 아직 아기였을 때, 유모차 하나도 제대로 밀지 못해 도랑에 빠진 적도 있지 않은가 말이다. 그런 엄마가 정말로 면허를 딸 수 있을까. 이제 겨우 초등학교 5학년이지만 차라리 내가 어른이 되는 걸 기다리는 편이 더 빠르지 않을까. - 15쪽.




이런 아들의 마음을 알기나 하는지 엄마는 덜컥 자동차부터 구입한다. 샛노란 빛깔의 소형자동차가 ‘노란코끼리’ 같아 마냥 기뻤던 요군. 엄마가 아직 면허도 따지 못했다는 걸 알고서 실망한다. ‘엄마가 정말 면허를 딸 수 있을까?’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엄마는 운전면허를 따고 요군은 기분이 좋아 엄마의 면허증 사진을 ‘지명수배자 같다’며 놀린다. 한껏 의기양양해진 엄마는 바로 아이들과 바다로 향한다. 무사히 바다에 도착해 레스토랑에서 맛있는 스파게티도 먹는다. 하지만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실수투성이 엄마는 기어이 사고를 치고 만다. 차 열쇠를 꽂아둔 채 문을 잠그는 바람에 경찰차가 세 대나 출동하는 소동이 벌어진다.




아빠가 정식 이혼 절차도 밟지 않은 채 다른 여자와 함께 살기 위해 집을 나간 싱글맘 가족. 하지만 그들에게선 어두운 구석이 없다. 언제 어디서 사고를 칠지 예상할 수 없는 덜렁이 엄마와 애어른 같은 아들, 귀여운 막내딸....그들이 펼쳐보이는 생활은 시종일관 유쾌한 일들로 그득하다.




그 속에서 요군은 조금씩 성장하고 있었다. 열한 살 생일날 생일 선물을 가지고 찾아온 아빠가 엄마와 다투고 나서 돌아갈 때, 떠나가는 아빠를 붙잡을 수 없는 자신의 마음, 점점 내 행동이나 마음조차 이유를 설명할 수 없는 일이 늘어가고 있는 걸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이라고 여기는 요군의 모습은 다소 안타까웠다. 어른이 되기엔 이른 나인데 싱글맘이란 가정상황이 어리광 부릴 아이를 일찍 어른스럽게 만드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가족여행으로 떠난 곳에서 엄마의 실수로 차사고가 났을 때 엄마를 위로하려고 애쓰는 요군의 행동은 무척 인상적이었다. “이젠 정말 어엿한 어른이 됐구나!!...하며 어깨를 툭툭 두드려주고 싶은 느낌...




“너, 또 애꾸눈이 됐구나.” 난 일부러 장난기 섞인 말투로 쾌활하게 말했다. 다른 때처럼 엄마에게 짜증을 내거나 핀잔을 줄 생각은 전혀 없었다. 오히려 엄마의 낙천적인 성격이 빨리 발휘되었으면 싶었다. - 243쪽.




싱글맘. 이혼이나 별거 혹은 사고로 인한 한 쪽 부모의 죽음으로 한부모 가정이 늘고 있다. 그들의 생활은 양쪽 부모가 모두 있는 가정에 비해 무척 어렵고 힘들거라고 막연하게만 생각해왔다. 하지만 그게 나의 편견이고 선입견이었다는 걸 알게 됐다.




하지만 그래도 왠지 조금은 아쉽다. 요군의 아이다운 모습이 보고 싶었는데...“요군, 가끔은 어리광부려도 괜찮아. 네겐 천하무적 사고뭉치 엄마가 있잖아~!!”라고 얘기해주고 싶다.




“엄마는 노란 아기 코끼리를 타고 있을 때면 늘 기분이 좋았단다. 엄마 노릇도 잘 못하고 아내로서도 부족했지만, 복잡한 도로에서 다른 차량의 물결에 섞여 험께 달리다 보면, ‘어때, 나도 남들에게 뒤처지지 않고 잘하잖아.’하는 기분이 들었거든....엄마는 이제 가슴을 펴고 씩씩하게 나아갈거야.’ - 251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