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이 함께 - 생각하는 그림책 2
제인 시몬스 글.그림, 이상희 옮김 / 청림아이 / 2008년 2월
평점 :
품절


 


작년 이맘때쯤 초등학교에 입학한 큰아이가 친구를 집으로 데려왔다. 처음이었다. 우리 집에 큰아이의 친구가 놀러온 게. 살짝 당황했지만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아이가 학교생활을 잘 적응하는구나, 단짝 친구도 사귀고...하는 생각에 괜시리 설레었다. 그후로도 집에 곧잘 놀러오는 아이의 친구를 보면서 문득 궁금해졌다. 키가 커서 제일 뒷자리에 앉는 아이가 어떻게 맨 앞자리의 아이와 친구가 될 수 있었을까. 그뿐만이 아니었다. 날 닮아 덤벙대는 큰아이에 비해 그 아이는 똑 부러진다...싶을 정도로 야무졌다. 외모만 아니라 성격도 정반대인 두 아이. 그런데도 좋다고 서로 꼭 붙어다니는 게 참, 용하다...싶었다.


꽃이 핀 들판을 신나게 달려가는 개 두 마리. 뭐가 즐거운지 입이 귀밑에 걸렸다. 생각하는 그림책, <둘이 함께>. 이 책의 표지를 보는 순간 쿡, 하고 웃음이 나왔다. “니들, 뭐가 그렇게 좋은데?”하고 물어보고 싶다...대답해줄래?


<둘이 함께> 이 그림책엔 두 마리의 개가 등장한다. 덩치가 크고 털이 북슬북슬한 복슬이와 작고 깡마른 체구의 땅꼬마. 비 내리는 날 처음 만난 둘은 순식간에 친구가 된다. “안녕”하는 인사에 “안녕”하고 답을 하면서. 그리고 둘은 나란히 산책하거나 깔깔대며 함께 논다.

 

“넌 내가 가장 좋아하는 친구야” 복슬이가 말했어요. “나도 네가 제일 좋아”  땅꼬마도 말했지요. 모든 게 근사했답니다.



그런데 위기가 닥쳤다. 모든 걸 함께 하기에 그 둘은 너무나 달랐다. 높은 언덕도 폴짝 잘 올라가지만 헤엄을 못 치는 땅꼬마와 헤엄은 잘 치지만 높은 곳을 못 올라가는 복슬이. 또 뭐든지 반대였다. 햇볕을 좋아하는 땅꼬마와 뜨거운 햇볕이 싫다는 복슬이, 너무 빠른 땅꼬마와 너무 느린 복슬이. 그 둘은 결국 서로에게 실망하고 토라진다.


늘 함께 있던 친구가 잠깐 곁에 없으면 금방 쓸쓸해지기 마련이듯 그들도 곧 외로움을 느낀다. 어느 때보다도 서로를 그리워하게 된 복슬이와 땅꼬마, 그들은 다시 화해한다. “다시 친구하고 싶어” “나도야”. 그리고 외친다.


“멋진 날씨야” “진짜 멋지다!!”



알록달록 원색의 그림에 귀엽고 사랑스러운 개가 등장해서 통통 튀듯 가볍게 느껴지는 그림책 <둘이 함께>. 이 책은 너무나 다른 둘이 만나 함께 하는 과정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함께’란 말은 둘이 하나가 아니라 더불어, 같이...란 의미도 포함되어 있다고. 자신과 상대방의 다른 점을 서로 탓하기 전에 그걸 인정하고 받아들이면 즐겁고 행복해진다고 말한다.


물론 서로의 다른 점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거, 결코 쉽지 않다. 큰아이도 친구와 잘 놀다가 간혹 다투고 토라진다. 그럴땐 꼭 복슬이나 땅꼬마처럼 “나 이제 @@랑 친구 안하기로 했어.”하고 선언한다. “친구니까 서로 이해하고 양보해 줘야지”하고 애길해도 들은척도 안한다.


나 역시 아이를 둘이나 낳고 나이가 사십이 넘었지만 상대방의 거슬리는 행동엔 이맛살을 찌푸려지고 목소리가 날카로워진다. 상대를 이해하고 배려하기보다 ‘넌 왜 그런데?’하는 삐딱한 생각이 먼저 비집고 나온다. 하지만 바로 그런 생각이 나 자신을 점점 더 비참하고 끔찍한 지경으로 몰고 간다는 걸 이 그림책을 통해 알게 됐다.


친구와 다툰 다음날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는 언제 그랬냐는듯 싱글벙글한 얼굴로 돌아온다. “@@랑 다시 친구하기로 했어”하고. 나도 아이처럼 좀 더 유연해져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가 성장하는 만큼 나도 조금씩 성숙해졌으면 좋겠다.




자기가 좋아하는 걸 따로따로 하고 놀 때에도...함께 있었어요. 햇살이 쏟아지건 비가 내리건 날마다 근사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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