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이 꼭 풀어야 할 창의영재 수학 퍼즐 Level 1 - 영재성 계발 도서관
삼성수학연구소 지음, 송선범 그림 / 삼성출판사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수학. 큰아이가 제일 싫어하고 어려워하는 과목이다. 왜 싫어? 하고 물으니 수학은 계산하는 걸 계속 반복해야 하는데 그게 귀찮단다. 이제 초등학교 2학년이, 수학이 암기과목도 암아니고 기껏해야 받아올림, 받아내림을 배우기 시작했는데 계산하는 게 귀찮다니! 의외의 대답이었다. 하지만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도 아니다. 초등학교 입학전에 학습지는 물론이고 학원도 다니지 않았으니 다른 아이에 비해 연산능력이 떨어지고 그러다보니 수학에 흥미를 못 느끼는 건지도 모른다. 이런 아이에게 수학이 얼마나 중요한 학문이고 재밌는 놀이가 되는지 아무리 핏대 높혀 얘기해도 소용없다. 아이 스스로가 시도하고 노력하지 않는한 소 귀에 경 읽기일 뿐이다. 우선 수학이 재미있는 학문이란 걸 일깨워줄 필요가 있다.




<창의영재 수학퍼즐>은 제목대로 여러 가지 퍼즐로 구성된 책이다. 규칙찾기 퍼즐, 그림퍼즐, 도형퍼즐, 복면산퍼즐, 논리추론퍼즐, 창의사고력퍼즐 6가지로 나뉘어 있는데 하나의 퍼즐 속에도 방법과 난이도에 따라 단계가 나뉜다. 규칙찾기 퍼즐을 보면 ‘배열된 수의 규칙찾기’, 벌집 모양의 퍼즐에서 ‘규칙 찾아 수넣기’ ‘규칙 찾아 모양넣기’을 1단계부터 4단계까지 문제가 있는데 저학년인 큰아이는 1,2단계의 문제는 그런대로 풀었지만 3단계의 문제부터는 다소 어려워했다.




두 번째의 그림퍼즐은 그림에서 다른 부분 찾기나 다섯 개의 그림중 같은 그림찾기, 미로찾기, 퍼즐 조각 맞추기, 칠교 그림 맞추기가 있었는데 이 부분은 아이가 무척 재밌게 풀었다. 세 번째의 도형퍼즐은 크고 작은 도형찾기나 거울에 비친 모양, 정사각형 만들기, 성냥개비 퍼즐이 있었는데 처음의 크고 작은 도형 찾기나 거울에 비친 모양은 학교에서 배웠던 부분이라 그런대로 풀었지만 성냥개비 퍼즐은 3단계부터는 어렵다며 고개를 저었다.




네 번째, 복면산퍼즐! 복면산은 수학 퍼즐의 한 종류로 문자를 이용하여 표현된 수식에서 각 문자가 나타내는 숫자를 알아내는 문제다. 정확한 의미를 알고 싶어 검색해보니 숫자를 문자로 나타낸 것이 마치 숫자가 ‘복면을 쓰고 있는 것’과 같다고 해서 복면산이라 이름 지어졌다고 하는데 아이가 제일 어려워했던 부분이었다.




그리고 논리추론퍼즐과 창의사고력퍼즐은 우선 문제에 숨은 뜻을 이해해야 풀 수 있었다. ‘국어를 잘해야 수학도 풀 수 있다’는 말을 들었는데 이 문제들이 바로 그런 유형이었다. 1,2단계의 문제는 옆에서 설명해주고 도와주면 나름대로 이해하고 풀었지만 3단계부터는 역시 어려워, 어려워...를 연발했다.




난이도에 맞춰 단계별로 나뉜 문제를 보니까 학교교과 과정도 연계가 된 것 같다. 하지만 이 한 권의 책을 다 풀었다고 해서 내 아이가 금세 수학을 쉽다. 재미있다고 느끼진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꾸준히 반복해서 풀다보면 가랑비에 속옷이 젖듯 어느새 수학의 재미를 깨닫지 않을까 싶다. 책의 서두에 저자가 말한 것처럼 ‘생각하고 알아가는 즐거움’을 알아갈 것이라고 생각된다.




또 내게도 이 책은 좋은 두뇌훈련이 되는 것 같다. 치매를 예방하려면 두뇌를 쓰는 일이나 공부, 활동을 꾸준히 하라고 하니까 아이와 함께 매일 조금씩 즐거운 두뇌활동시간을 가져보면 좋을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남편이라는 것 - 아내들은 알 수 없는 남편들의 본심
와타나베 준이치 지음, 구계원 옮김 / 열음사 / 2008년 4월
평점 :
품절


 

책을 읽기전에 표지부터 살피는 버릇이 있다. 표지그림이나 디자인에서부터 제목, 부제의 문구에서 전달되는 느낌을 포착하곤 하는데 <남편이라는 것> 이 책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표지의 남자가 취하고 있는 포즈부터 애매하다. 단순히 한손으로 턱을 괴고 있는 건지, 말하는 표정인지 정확한 구분이 어렵다. 만약 후자의 경우라면 그는 지금 거짓말을 하고 있다. 사람들의 행동심리 측면에서 보면 말을 하면서 손으로 입을 가리는 건 거짓을 말하고 있는 입을 무의식중에 가리려는 행동이라고 한다. 또 사람의 본심이 드러나는 왼쪽 얼굴이 표지그림엔 오른쪽 얼굴보다 살짝 실룩거린다. 살짝 힘을 주어 긴장감이 느껴지는 왼쪽 눈썹에 입술 끝도 왼쪽으로 살짝 올리고 있다. 미소 짓는 건지, 비웃는 건지 알 수가 없다. 무엇보다 눈에 거슬리는 건 얼굴과 다르게 푸른빛이 도는 손 색깔! 뭐야, 이건. 파충류도 아니고...도대체 무슨 의미야!!




<남편이라는 것> 이 책의 저자는 의학박사이자 에세이스트, <실락원>을 쓴 와타나베 준이치다. 그의 책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주로 의학적인 시각에서 인간의 심리를 예리하게 추적’ 하는 글을 쓰는 작가로 알려져 있다. 그런 그가 이번에 ‘남자’ 특히 ‘남편’에 대해 얘기하겠다고 한다. 남편이라는 존재에 대해 알고 싶은가? YES!!!




저자는 ‘남편이라는 것’에 대해 총 19장, 57(?)개의 항목으로 나누어 샅샅이 파헤치고 있다. 결혼은 왜 하는가...란 의문에 대부분의 남자가 ‘모름지기 남자라면 30까지는 결혼해서 번듯한 가정을 꾸려야 한다’라는 막연하고 일반적인 통념이나 상식에 특히 남자들이 강하게 영향을 받는다(헉, 나도 신랑이 30살일 때 결혼했는데...-0-;;)는 것에서부터 결혼식장에서 달아나는(여자가 결혼식장에서 달아나는 영화는 봤지만 남자도?) 꿈을 꾸는 존재라는 것, 남자가 결혼하고 나서 달라지는 건 여자와 연애할 때의 심리상태와 다르기 때문이라는 것, 남자의 머릿속엔 섹스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상황과 조건만 따라준다면 섹스를 하려고 하는 존재니까 여자들이 이해해야 한다...등 초반부터 다소 충격적인 놀라운 사실, 여자인 입장에선 어이없는 얘기들이 줄줄이 나오기 시작했다.




흔히 영화나 드라마에서 “난 물론 아내를 사랑하지만 그녀도 사랑해. 둘 다 놓치고 싶지 않아” 이런 식의 남자들이 등장하는데 그건 남자가 복수지향적이고 외도하기 쉬운 성향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남편들은 가정지향적인 존재이기도 해서 철새가 돌아오듯 가정으로 돌아오기 쉽지만(남편들의 회귀본능은 연어만큼은 아니더라도 그에 버금가는 수준이기 때문에 언젠가는 자기가 살던 강(가정)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93쪽) 아내들의 외도는 복귀율이 지극히 낮은 편이라 심각하다는 투로 써놓고 있어서 읽기에 다소 거북하기도 했다.




남편이 자신의 친가에 가지는 감정과 처가 식구들에 대한 느낌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남편의 귀가거부증의 원인과 이유를 비롯해 맞벌이를 찬성하지만 남편의 속마음은 아내가 전업주부이기를 바란다는 것, 아내와 대화를 하지 않는 이유는 남자들이 대화에 서툴기 때문이라는 것, 남편이 아내에게서 자신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말을 듣기 싫어하며 남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동시에 가장 큰 고민인 ED(발기부전)의 원인와 대책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또 마마보이(정말 궁금했다)에 대해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거의 모든 남편이 마마보이라고 생각해도 틀리지 않을 것’이라면서 ‘마마보이 기질은 남편이 태어났을 때부터 몸에 익혀온 모태신앙과 같은 것’(232쪽)이기 때문에 무너뜨리려고 하기 보다 마마보이 남편을 애처가로 변신시키라고 조언하고 있다. 그동안 마마보이 성향이 아주 강한 신랑을 보면서 언제나 불만이었다. 어머니로부터 왜 독립, 자립하지 못하는지, 결혼한 아들이 가정을 꾸리고 화목하게 사는 그 자체가 바로 효도라는 걸 남편과 시어머니는 왜 깨닫지 못하는지 답답했다. 내 아들들은 마마보이로 키우지 말아야겠다고 재차 결심하게 됐다.




이 외에도 남편이 아내보다 이혼을 결심하기 못하는 이유는 남자가 고독에 매우 약하기 때문에 진정한 의미의 자립을 하지 못하는데 있다고 하는 것이나 남편에게 찾아오는 초로(初老)기 우울증과 정년퇴직 후의 남편의 삶에 대해 저자는 ‘은퇴 후의 남편을 살릴 것인가 죽일 것인가의 여부는 아내의 손에 달려있다’며 ‘어느 정정한 노부인이 “남편은 대형쓰레기라고들 하지만 그건 틀렸어. 아직 살아있으니까 대형 쓰레기가 아니라 대형 음식 쓰레기야(264쪽)”라고 말해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고 털어놓고 있어서 측은한 마음이 들었다.




일본인 저자가 일본인을 통해 일본인 남편에 대해 적어놓은 책 <남편이라는 것>. 사실 초반엔  ‘ 뭐 이런 책이 다 있어? 여자한테 이해하라고만 하고! 남자도 여자를 좀 이해하려고 노력해보라고!!’ 화를 내며 읽었다. 그러다가 중반쯤부터 ‘음...그래?’ ‘...그렇군’하며 조금씩 기분이 누그러졌다. 대상이 일본인에 국한된 게 아니란 생각이 들면서 어느샌가 책 속에서 언급되는 남편들이 내 남편이 아니길, 미래의 내 아들들이 아니길 간절히 바라며 읽게 됐다.




아는 동생이 이런 얘길 한적이 있다. “내동생 핸드폰에는 즈그 신랑이 ‘내사랑’, 다른 동생은 남편이 ‘내편’, 근데 울신랑은 하도 내 편을 안들어줘서 ‘남~편’임다.” 그땐 ‘정말? 진짜네’하고 웃고 말았지만 지금 생각하면 그냥 웃고 넘길 문제는 아닌듯하다. 남편을 ‘남~편’으로 만들지 않으려면 남편에 대해 좀 더 알 필요가 있다. 그러면 지금보다 훨씬 이해하기도 쉬울 테니까 말이다. ‘우리 남편은 왜 그렇지?’ 고민하는 시간을 이해하는 시간으로 차츰 바꾸어가야겠다.




올해는 우리 부부가 결혼한지 10년째 되는 해다. 결혼 25주년인 은혼식, 50주년인 금혼식을 넘어 부부가 혼인한지 60년째에 자손들이 부모들을 위해 베풀어준다는 회혼례까지 행복한 결혼생활을 꾸려나가기 위해 꼭 필요한 책, 의미있는 독서를 했다는 생각이 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퀴즈 지식사냥 - 과학.자연 - 1000가지 퀴즈로 만나는 아주 특별한 백과사전
클리브 기포드 외 지음, 박명옥 엮음 / 청림아이 / 2008년 4월
평점 :
절판


 

표지 가득 커다란 물음표가 그려진 책. 아이들의 머릿속이 아마 이렇지 않을까 싶다. 눈에 보이지 않는 물음표를 머리와 마음에 새기고 사는 아이들은 어른들의 말 한마디도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다. 끝말잇기를 하듯 꼬리에 꼬리를 물고 툭툭 던지는 질문들, 게다가 정해진 분야도 없다. 개에 대해서 물었다가 곧바로 나무가 어쩌구, 날씨가 어쩌구... 왜? 뭣땜에?? 꼭 그래야해???....여기에 일일이 답을 해주는 게 부모의 역할이고 그게 또 최고의 부모이겠지만 나는 그러질 못한다. 중간쯤에 백기를 들고 포기해버린다. “아~유, 엄마도 몰라. 그만해~애.”







1000가지 퀴즈로 만나는 아주 특별한 백과사전 <퀴즈 지식 사냥 / 과학,자연편>. 아이들의 호기심에 끝이 없다는 걸 나타내는 의미일까. 부제에 ‘1000가지’란 대목이 있다. 이 책을 받아든 큰아이는 ‘1000가지’란 대목에서 입을 쩌억 벌리고 감탄사를 연발한다. “우와, 엄마  1000가지나 된데!!. 이야~~!!” 그 옆에서 고개를 끄덕이며 쾌재를 부르는 나. ‘아싸, 난 이제 해방이다!’ 내용도 평소 아이가 궁금해하고 관심있어 하는 분야인 식물이나 동물, 우주, 인체, 날씨, 자연....이 묶여있으니 더 이상 날 귀찮게 하는 일은 없을거라 여겼다.







근데!! 해방은 무슨.... 혹 떼려다 혹 하나 더 붙인다고, 아들의 퀴즈공략이 시작됐다. 개중엔 내가 아는 것도 있었지만 알쏭달쏭하거나 생전 처음, 듣도 보도 못한 것도 많았다. “엄마, 용각류는 목이 길까? 짧을까?” “엉? 용각류? 그게 뭔데? 용각산이란 건 들어본 거 같은데...” “별이 탄생하는 곳을 뭐라고 하~게??” “별이 탄생??? 그런 곳도 있어?” 누가 보면 모자가 마주 보고 앉아서 재미난 만담을 하는 줄 알겠지만 난 진땀을 뺐다. 이럴줄 알았으면 아이 몰래 좀 볼걸....싶었다.







대부분의 백과사전은 하나의 주제나 사물에 대해 여러가지 상식이나 정보를 한데 모아놓는 구성방식이다. 하지만 이 책은 본문에 들어가기 전에 먼저 단계별 퀴즈가 있다. 그 퀴즈에 아이 나름대로 상상력을 동원해 풀고 나면 다음 장의 본문에서 퀴즈의 답을 찾아보는 형식으로 되어있다. 사지선택에 길들여진 나는 이 책의 구성방식이 낯설기만 한데 아이는 오히려 재밌어했다. 신기하게도...또 본문의 그림이 사진이 아닌 세밀화로 되어 있어서 일반 백과사전보다 훨씬 부드럽고 포근한 느낌을 주는 것 같다.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것들도 많다. 거미줄에 건조한 실도 있고 끈적끈적한 부분도 있다는 거나 무리지어 생활하는 범고래는 각 가족별로 고유한 신호를 사용하기 때문에 비슷한 신호를 쓰는 가족을 같은 씨족으로 분류한다는 것, 바다표범 가죽으로 만든 코트를 입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서 새끼바다표범을 보호하기 위해 사람들이 해롭지 않은 염색약을 뿌려준다는 것, 1972년 12월 이후로 아직 달에 간 사람은 없다는 것, 피라니아는 자기보다 큰 것은 잘 먹지 않는다...등. 아이 책을 통해 나의 상식수준도 조금이나마 올릴 수 있었다.







반면에 아쉬운 점도 있다. 문제나 본문의 내용에 언급된 구체적인 동물이 본문에 사진이나 그림으로 소개되어 있지 않는 경우가 있었다. 예를 들어 ‘개’에 관한 질문 중에 ‘핏불테리어’나 ‘로트와일러’ ‘스패니얼’ 같은 개가 언급이 되고 있는데 그림이나 사전이 없어서 어떻게 생긴 개인지 알 수가 없었다.







또 제본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 반양장이 양장에 비해 가볍고 가격도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에 책장이 부분적으로 벌어지거나 뜯어지기 쉬운 단점이 있다. 이 책은 반양장의 단점을 확연히 보여줬다. 아이가 여러번 반복해서 본 탓도 있지만 펼쳐진 책장의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보려고 아이가 조금 힘을 줬는지 중간이 쩍! 하고 갈라졌다. 부분부분 테이프로 간신히 고정을 시키긴 했지만 앞으로는 어찌될지, 아마 상태가 더 나빠질 게 틀림없다.







한 권의 책을 성인은 한번, 어쩌다 두 세번 반복해서 보지만 아이들은 그렇지 않다. 유아기 아이들이 그림책을 보고 또 보고 자꾸 봐서 책장이 너덜해지는 것처럼 학령기, 초등학교 다니는 아이들 역시 마찬가지다. 아이들이 여러번 반복해서 보는 책은 제본에 좀 더 세심하게 신경을 써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다음에 출간되는 책에선 이런 단점들이 보완되었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막 피어난 작은 꽃을 보고 살짝 미소짓는 남자가 그려진 <작은 남자>. 에릭바튀 철학그림책의 네 부분, 관계 / 자아 / 성장 / 세계관 중에서 ‘자아’에 해당하는 그림책이다.

 

 

깜깜한 밤, 작은 남자는 바위에 기대어 앉아 꼼짝도 하지 않는다. 눈을 감고 있어서 잠자나?...싶지만 그런 것 같지도 않다. 어둠이 사라지고 태양이 비치는 한낮에 그는 주군가 자기에게 입맞춤을 해주는 꿈고 가끔씩 바위에 볼을 비빈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난 작은 남자는 사방이 깜깜한 밤이란 사실에 잠깐 어리둥절해한다. 하지만 아침이 되었을 땐 활짝 핀 꽃향기를 맡는가하면 물속에 온몸을 담그고 헤엄을 치기도 한다. 또 잘 익은 열매는 따먹기도 하고 자신의 곁에 날아온 새의 재잘대는 노래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향기로운 꽃내음와 달콤한 과일, 아름다운 새소리, 찰랑이는 물....이 모든 것들의 아름다움을 온몸과 마음으로 느낀 작은 남자는 행복감에 충만해진다. 춤추고 노래한다.

 

 

그러나 행복은 오래가지 않고 곧 우울해진다. 자신의 모습의 너무 이상하다고 여긴 것. 이런 날 누가 좋아하고 사랑해줄까?....자신감을 잃은 작은 남자는 자신이 있었던 바위로 돌아온다. 그리고 그곳에서 꿈을 꾸고 있는 사람, 작은 여자를 만난다. 작은 남자는 그녀에게 입맞춤을 해준다. 처음으로.

 

 

처음 이 책을 읽었을땐 솔직히 당황했다. 도대체 무슨 내용이지? 뭘 봐야 하지?

 

 

얼마나 지났을까. 한동안 생각날 때마다 이 책을 펼쳐보고 나서야 어렴풋이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수수께끼 같던 그림의 비밀이 조금씩 풀렸다.

 

작은 남자는 꽃향기를 맡고 헤엄을 치고 열매를 먹고 새소리를 들을 때마다 그의 몸에선 작은 변화가 생긴다. 자연에서 느낄 수 있는 느낌, 행복이 무지개모양으로. 혹은 물결모양, 열매모양, 꽃넝쿨처럼 조금씩 차오른다.  

 

 



 

하지만 자기 혼자만이 느끼고 즐기는 행복은 때로 슬픔과 외로움을 느끼게 한다. 지금의 이 행복을 누군가와 함께 느끼고 싶어. 나누고 싶어. 나와 함께 행복의 꽃을 피울 사람, 누구 없나요?...찾게 된다.

 

 

작은 남자는 그런 사람을 찾는다. 자신이 가진 행복을 작은 여자에게 전해주고 나눠준다. 그러자 그가 조금씩 가꿔온 행복의 꽃이 드디어 꽃망울을 터트린다.

 

 



이렇게 어려운 책을 어떻게 아이가 읽지? 이 느낌을 아이가 제대로 느낄 수 있을까?...하고 품었던 의문들이 나의 노파심에서 비롯됐다는 걸 알게 됐다.

 

 

아이는 어른인 나에 비해 순수하다. 우연하다. 자신이 느낀 자연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고자 하는 욕구가 강하다. 그래서 조금만 신이 나고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른다. 책 속의 작은 남자 같다.

 

 

아이의 내면에 기쁨과 행복감이 넘실넘실 차올라야 아이의 무궁무진한 잠재력도 꽃을 피울 수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내 아이가 주위의 모든 사물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밝은 눈을 가지고 작은 것에서부터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열린 마음을 지닌 사람으로 성장했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사라져가는 것들 잊혀져가는 것들 - 그때가 더 행복했네 사라져가는 것들 잊혀져가는 것들 1
이호준 지음 / 다할미디어 / 2008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계단처럼 층층이 올라간 논둑길을 허리 굽은 할머니가 지팡이를 짚고 걸어가는 표지 사진 을 한참 들여다봤다. 여긴 어딜까. 요즘 같은 세상에 도대체 어디에 이런 정경이 남아있을까. <사라져가는 것들 잊혀져가는 것들>이란 책 제목 그대로다. 우리가 못 느끼는 사이에 조금씩 사라지고 잊혀져가는 것들을 저자인 이호준님이 전국을 돌아다니며 사진으로 찍어서 책 한권에 담았다. 그런 풍경들을 한데 모으면서 저자는 ‘그때가 더 행복했네’란 부제를 붙였다. 왜 지나간 옛 시절, 그때를 더 행복했다고 하는지 궁금했다.

 

 

책은 ‘청보리에 일렁이던 고향풍경’ ‘ 연탄. 등잔, 그 따뜻한 기억’, ‘술도가. 서낭당이 사라진 뒤’, ‘완행열차와 간이역의 추억’ 4개의 부분으로 나누어 모두 40개의 추억과 풍경을 풀어놓았다. 그 중엔 저자가 자신의 추억과 경험담이 담긴 것도 있지만 여행이나 취재, 혹은 가까운 이에게서 들었던 얘기를 사진과 함께 전하고 있다.

 

 

각각의 내용이 연결성이 없기 때문에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한달음에 읽기보다 틈나는대로 손에 들고 펼쳐지는 부분을 읽어도 좋다. 어떤 부분을 읽어도 재미와 감동을 느낄 수 있는데 그 이유는 이 책의 서술방식에 있다. 저자가 자신의 추억담을 천편일률적으로 들려주는 게 아니라 내용이나 소재, 장소에 따라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주인공(?)이 다르다.

 

 

소심한 소년이 참외서리에 대한 일화를 털어놓는가하면(원두막) 좀 모자란 대장장이 조씨의 아들 만복이와 친구인 아이의 눈을 빌어 대장장이가 쓸모없는 쇳덩이를 괭이나 칼로 만드는 광경을 보여주기도 하고(대장간) 총각선생님과 마을 누나의 결혼담(보리밭), 부지런한 바우영감이 몇 년동안 일한 새경 대신 받은 산자락을 다랭이논으로 만드는 고단한 광경(다랑논), 너른 바다에서 노는 게 질린 악동 멸치들이 엄마 멸치 몰래 밀물을 타고 들어와 숨바꼭질하다가 어부의 뜰채에 잡히기도 하고(죽방렴) 오줌싸개 아이가 키를 머리에 쓰고 이웃집에 소금 얻으러 가서 망신을 당하고(키질) 산만한 덩치에 힘이 장사인 선생님은 학교의 유일한 악기인 풍금 치는 게 서툴러 음악시간마다 아랫배가 아픈데 그걸 알기나 하는지 아이들은 킥킥 웃기만 했다고(풍금) 털어놓고 있다.

 

 

하나의 소재나 풍경에 따라 가슴에 와닿는 느낌도 달랐다. 사라져가는 시골의 풍경이나 정경은 도시에서 나고 자란 내게도 아쉬움과 안타까움으로 다가오고 누구나 어렵던 보릿고개 시절, 배고픔에 허덕이던 때의 추억은 가슴 한켠에 아릿한 슬픔과 아픔을 남기고 어린 시절의 놀이나 동네를 떠올리게 하는 대목에선 그리움이 밀려오기도 했다.

 

 

<사라져가는 것들 잊혀져가는 것들> 이 한 권의 책을 정말 쉬엄쉬엄 읽었다. 찐쌀을 입안 가득 넣고 불려서 천천히 꼭꼭 씹어먹듯 조금씩 한 두 개 꼭지씩 읽어나갔다. 그리고 오늘 책장을 덮으면서 떠오른 생각은 ‘그래, 그때 참 행복했지’. 살아온 세월동안 일어난 모든 일을 기억할 수 없듯이 시간이 흐르면서 우리 주위에서 하나씩 둘씩 사라지고 잊혀져가는 것. 어찌보면 당연한 이치인지도 모른다. 그렇게 우리의 시야에서 뇌리에서 사라지고 있는 것이기에 오히려 더 그리워하는지도 모른다.

 

 

이 땅 위에서 사라져가는 것들을 기록해야 한다는 짐 같은 지고 살아온 저자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그 짐이 얼마나 무거웠을까. 다시는 볼 수 없는 것들을 촉촉이 젖은 눈으로 바라보고 그것들을 하나둘 사진으로 찍고 기록한 저자가 너무나 고맙다. 덕분에 인정사정 봐주지 않고 지나가버리는 시간의 회오리 속에서 잠시나마 숨을 돌릴 수 있었다. 지금 내가 살아가는 이 시간도 십년, 혹은 이십년 후엔 그리운 날들이 될거란 생각을 하니 손에 힘이 들어가고 괜시리 설렌다. 내 아이들에게 언제든 돌아가고픈 푸근한 고향을 만들어줘야겠다.

 

 

* 지난 4월 시댁에서. 구비구비 돌아가는 골목길이 이곳엔 아직도 남아있다. 햇살이 좋은 한낮이면 골목마다 놀러나온 아이들의 떠드는 소리가 모처럼의 낮잠을 방해한다. 하지만 이 풍경도 곧 사라지게 된다. 몇 년전에 재개발이 확정되서 올해말이나 내년초가 유효기간인 이 풍경을 할아버지 할머니 손에 이끌려 찾아간 구멍가게에서 사온 과자 한봉지의 추억을 내 아이는 언제까지 기억할 수 있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