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라는 것 - 아내들은 알 수 없는 남편들의 본심
와타나베 준이치 지음, 구계원 옮김 / 열음사 / 2008년 4월
평점 :
품절


 

책을 읽기전에 표지부터 살피는 버릇이 있다. 표지그림이나 디자인에서부터 제목, 부제의 문구에서 전달되는 느낌을 포착하곤 하는데 <남편이라는 것> 이 책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표지의 남자가 취하고 있는 포즈부터 애매하다. 단순히 한손으로 턱을 괴고 있는 건지, 말하는 표정인지 정확한 구분이 어렵다. 만약 후자의 경우라면 그는 지금 거짓말을 하고 있다. 사람들의 행동심리 측면에서 보면 말을 하면서 손으로 입을 가리는 건 거짓을 말하고 있는 입을 무의식중에 가리려는 행동이라고 한다. 또 사람의 본심이 드러나는 왼쪽 얼굴이 표지그림엔 오른쪽 얼굴보다 살짝 실룩거린다. 살짝 힘을 주어 긴장감이 느껴지는 왼쪽 눈썹에 입술 끝도 왼쪽으로 살짝 올리고 있다. 미소 짓는 건지, 비웃는 건지 알 수가 없다. 무엇보다 눈에 거슬리는 건 얼굴과 다르게 푸른빛이 도는 손 색깔! 뭐야, 이건. 파충류도 아니고...도대체 무슨 의미야!!




<남편이라는 것> 이 책의 저자는 의학박사이자 에세이스트, <실락원>을 쓴 와타나베 준이치다. 그의 책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주로 의학적인 시각에서 인간의 심리를 예리하게 추적’ 하는 글을 쓰는 작가로 알려져 있다. 그런 그가 이번에 ‘남자’ 특히 ‘남편’에 대해 얘기하겠다고 한다. 남편이라는 존재에 대해 알고 싶은가? YES!!!




저자는 ‘남편이라는 것’에 대해 총 19장, 57(?)개의 항목으로 나누어 샅샅이 파헤치고 있다. 결혼은 왜 하는가...란 의문에 대부분의 남자가 ‘모름지기 남자라면 30까지는 결혼해서 번듯한 가정을 꾸려야 한다’라는 막연하고 일반적인 통념이나 상식에 특히 남자들이 강하게 영향을 받는다(헉, 나도 신랑이 30살일 때 결혼했는데...-0-;;)는 것에서부터 결혼식장에서 달아나는(여자가 결혼식장에서 달아나는 영화는 봤지만 남자도?) 꿈을 꾸는 존재라는 것, 남자가 결혼하고 나서 달라지는 건 여자와 연애할 때의 심리상태와 다르기 때문이라는 것, 남자의 머릿속엔 섹스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상황과 조건만 따라준다면 섹스를 하려고 하는 존재니까 여자들이 이해해야 한다...등 초반부터 다소 충격적인 놀라운 사실, 여자인 입장에선 어이없는 얘기들이 줄줄이 나오기 시작했다.




흔히 영화나 드라마에서 “난 물론 아내를 사랑하지만 그녀도 사랑해. 둘 다 놓치고 싶지 않아” 이런 식의 남자들이 등장하는데 그건 남자가 복수지향적이고 외도하기 쉬운 성향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남편들은 가정지향적인 존재이기도 해서 철새가 돌아오듯 가정으로 돌아오기 쉽지만(남편들의 회귀본능은 연어만큼은 아니더라도 그에 버금가는 수준이기 때문에 언젠가는 자기가 살던 강(가정)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93쪽) 아내들의 외도는 복귀율이 지극히 낮은 편이라 심각하다는 투로 써놓고 있어서 읽기에 다소 거북하기도 했다.




남편이 자신의 친가에 가지는 감정과 처가 식구들에 대한 느낌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남편의 귀가거부증의 원인과 이유를 비롯해 맞벌이를 찬성하지만 남편의 속마음은 아내가 전업주부이기를 바란다는 것, 아내와 대화를 하지 않는 이유는 남자들이 대화에 서툴기 때문이라는 것, 남편이 아내에게서 자신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말을 듣기 싫어하며 남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동시에 가장 큰 고민인 ED(발기부전)의 원인와 대책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또 마마보이(정말 궁금했다)에 대해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거의 모든 남편이 마마보이라고 생각해도 틀리지 않을 것’이라면서 ‘마마보이 기질은 남편이 태어났을 때부터 몸에 익혀온 모태신앙과 같은 것’(232쪽)이기 때문에 무너뜨리려고 하기 보다 마마보이 남편을 애처가로 변신시키라고 조언하고 있다. 그동안 마마보이 성향이 아주 강한 신랑을 보면서 언제나 불만이었다. 어머니로부터 왜 독립, 자립하지 못하는지, 결혼한 아들이 가정을 꾸리고 화목하게 사는 그 자체가 바로 효도라는 걸 남편과 시어머니는 왜 깨닫지 못하는지 답답했다. 내 아들들은 마마보이로 키우지 말아야겠다고 재차 결심하게 됐다.




이 외에도 남편이 아내보다 이혼을 결심하기 못하는 이유는 남자가 고독에 매우 약하기 때문에 진정한 의미의 자립을 하지 못하는데 있다고 하는 것이나 남편에게 찾아오는 초로(初老)기 우울증과 정년퇴직 후의 남편의 삶에 대해 저자는 ‘은퇴 후의 남편을 살릴 것인가 죽일 것인가의 여부는 아내의 손에 달려있다’며 ‘어느 정정한 노부인이 “남편은 대형쓰레기라고들 하지만 그건 틀렸어. 아직 살아있으니까 대형 쓰레기가 아니라 대형 음식 쓰레기야(264쪽)”라고 말해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고 털어놓고 있어서 측은한 마음이 들었다.




일본인 저자가 일본인을 통해 일본인 남편에 대해 적어놓은 책 <남편이라는 것>. 사실 초반엔  ‘ 뭐 이런 책이 다 있어? 여자한테 이해하라고만 하고! 남자도 여자를 좀 이해하려고 노력해보라고!!’ 화를 내며 읽었다. 그러다가 중반쯤부터 ‘음...그래?’ ‘...그렇군’하며 조금씩 기분이 누그러졌다. 대상이 일본인에 국한된 게 아니란 생각이 들면서 어느샌가 책 속에서 언급되는 남편들이 내 남편이 아니길, 미래의 내 아들들이 아니길 간절히 바라며 읽게 됐다.




아는 동생이 이런 얘길 한적이 있다. “내동생 핸드폰에는 즈그 신랑이 ‘내사랑’, 다른 동생은 남편이 ‘내편’, 근데 울신랑은 하도 내 편을 안들어줘서 ‘남~편’임다.” 그땐 ‘정말? 진짜네’하고 웃고 말았지만 지금 생각하면 그냥 웃고 넘길 문제는 아닌듯하다. 남편을 ‘남~편’으로 만들지 않으려면 남편에 대해 좀 더 알 필요가 있다. 그러면 지금보다 훨씬 이해하기도 쉬울 테니까 말이다. ‘우리 남편은 왜 그렇지?’ 고민하는 시간을 이해하는 시간으로 차츰 바꾸어가야겠다.




올해는 우리 부부가 결혼한지 10년째 되는 해다. 결혼 25주년인 은혼식, 50주년인 금혼식을 넘어 부부가 혼인한지 60년째에 자손들이 부모들을 위해 베풀어준다는 회혼례까지 행복한 결혼생활을 꾸려나가기 위해 꼭 필요한 책, 의미있는 독서를 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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