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피어난 작은 꽃을 보고 살짝 미소짓는 남자가 그려진 <작은 남자>. 에릭바튀 철학그림책의 네 부분, 관계 / 자아 / 성장 / 세계관 중에서 ‘자아’에 해당하는 그림책이다.

 

 

깜깜한 밤, 작은 남자는 바위에 기대어 앉아 꼼짝도 하지 않는다. 눈을 감고 있어서 잠자나?...싶지만 그런 것 같지도 않다. 어둠이 사라지고 태양이 비치는 한낮에 그는 주군가 자기에게 입맞춤을 해주는 꿈고 가끔씩 바위에 볼을 비빈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난 작은 남자는 사방이 깜깜한 밤이란 사실에 잠깐 어리둥절해한다. 하지만 아침이 되었을 땐 활짝 핀 꽃향기를 맡는가하면 물속에 온몸을 담그고 헤엄을 치기도 한다. 또 잘 익은 열매는 따먹기도 하고 자신의 곁에 날아온 새의 재잘대는 노래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향기로운 꽃내음와 달콤한 과일, 아름다운 새소리, 찰랑이는 물....이 모든 것들의 아름다움을 온몸과 마음으로 느낀 작은 남자는 행복감에 충만해진다. 춤추고 노래한다.

 

 

그러나 행복은 오래가지 않고 곧 우울해진다. 자신의 모습의 너무 이상하다고 여긴 것. 이런 날 누가 좋아하고 사랑해줄까?....자신감을 잃은 작은 남자는 자신이 있었던 바위로 돌아온다. 그리고 그곳에서 꿈을 꾸고 있는 사람, 작은 여자를 만난다. 작은 남자는 그녀에게 입맞춤을 해준다. 처음으로.

 

 

처음 이 책을 읽었을땐 솔직히 당황했다. 도대체 무슨 내용이지? 뭘 봐야 하지?

 

 

얼마나 지났을까. 한동안 생각날 때마다 이 책을 펼쳐보고 나서야 어렴풋이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수수께끼 같던 그림의 비밀이 조금씩 풀렸다.

 

작은 남자는 꽃향기를 맡고 헤엄을 치고 열매를 먹고 새소리를 들을 때마다 그의 몸에선 작은 변화가 생긴다. 자연에서 느낄 수 있는 느낌, 행복이 무지개모양으로. 혹은 물결모양, 열매모양, 꽃넝쿨처럼 조금씩 차오른다.  

 

 



 

하지만 자기 혼자만이 느끼고 즐기는 행복은 때로 슬픔과 외로움을 느끼게 한다. 지금의 이 행복을 누군가와 함께 느끼고 싶어. 나누고 싶어. 나와 함께 행복의 꽃을 피울 사람, 누구 없나요?...찾게 된다.

 

 

작은 남자는 그런 사람을 찾는다. 자신이 가진 행복을 작은 여자에게 전해주고 나눠준다. 그러자 그가 조금씩 가꿔온 행복의 꽃이 드디어 꽃망울을 터트린다.

 

 



이렇게 어려운 책을 어떻게 아이가 읽지? 이 느낌을 아이가 제대로 느낄 수 있을까?...하고 품었던 의문들이 나의 노파심에서 비롯됐다는 걸 알게 됐다.

 

 

아이는 어른인 나에 비해 순수하다. 우연하다. 자신이 느낀 자연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고자 하는 욕구가 강하다. 그래서 조금만 신이 나고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른다. 책 속의 작은 남자 같다.

 

 

아이의 내면에 기쁨과 행복감이 넘실넘실 차올라야 아이의 무궁무진한 잠재력도 꽃을 피울 수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내 아이가 주위의 모든 사물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밝은 눈을 가지고 작은 것에서부터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열린 마음을 지닌 사람으로 성장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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