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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넥션 - 생각의 연결이 혁신을 만든다, 세계를 바꾼 발명과 아이디어의 역사
제임스 버크 지음, 구자현 옮김 / 살림 / 2009년 2월
평점 :
품절
커넥션. 영어로 된 책제목을 만날 때마다 당황스럽다. 이건 또 무슨 뜻이야? 검색해보니 이것을 우리말로 적절하게 설명하는 용어가 없다고 한다. 대략 ‘접속’, ‘연결’, 혹은 ‘잇다’란 의미로 사용된다고 한다. 제목이 정확히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없다니...이거 참, 곤란하다. 다행히 부제가 있어 실마리를 제공해준다. 생각의 연결이 혁신을 만든다. 세계를 바꾼 발명과 아이디어의 역사. 오호, 이제야 조금 알 것 같다. 그러니까 이 책은 세계사에 길이 남을 발명과 아이디어에 대해서 말하고 싶은 거로군! 그렇담 뭐가 있나...어디 한번 볼까?
책은 작은 금속 용기의 오작동이 미국과 캐나다 북부 지역에 정전을 불러왔던 사건으로 출발한다. 갑자기 전력이 끊기면서 거리는 마비되고 사람들은 지하에 갇혔으며 활주로의 불이 나가면서 공항도 혼란에 빠져 우회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저자는 이 사건을 통해 현재의 진보된 사회가 얼마나 기술에 의존하고 있는지 꼬집으면서 모든 변화의 원동력이자 방아쇠로 작동되는 혁신에 대해 말한다. 인류 최초의 혁신은 땅을 긁는 도구인 쟁기인데 그 단순한 도구가 인류 역사상 가장 근본적인 발명인 동시에 문명을 탄생시키게 한 방아쇠였다고 한다. 그러면서 최초의 농경 수확은 우리의 삶에 어떤 영향을 줬으며 어떻게 변화시켜 나갔는지 따라가보자고 제의한다.
저자는 인류에게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왔지만 때로 인간의 생명을 위협하기도 하는 발명에 대해 하나씩 짚어나간다. 원자폭탄을 비롯해서 통신과 전화기, 컴퓨터, 현대 생산라인, 비행기, 플라스틱, 로켓, 텔레비전. 이런 발명들이 어떤 아이디어에서 출발해서 어떤 과정으로 어떻게 진행이 됐는지 차근차근 얘기를 풀어나가는데 하나의 발명이 처음 시작된 지점과 마지막 완성 단계를 보면 이럴수가! 너무나 놀랍다.
예를 들어 ‘원자 폭탄’의 경우, 그 발명의 기원을 어디에 닿아있는지 아는가. 놀랍게도 26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터키의 두 강에서 사금이 발견되는 것에 가닿는다. 상상이 되는가. 사금과 원자폭탄이 하나의 뿌리와 열매로 이어져있다는 사실이. 그 자체만으로 봐서는 결코 서로 연결될 수 없을 것 같은 두 가지가 당시 시대적 배경과 상황과 맞물리면서 조금씩 변화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로 이어진다. 그 결과 1945년 최초의 원자폭탄이 히로시마에 투하되기에 이른다.
세계사에 큰 획을 그은 발명과 그 변천사에 대해 알 수 있을 거라고 가볍게 생각하고 책을 읽어나갔다가 큰 낭패를 보고야 말았다. 읽긴 읽었지만 책을 덮고 나면 대체 무슨 내용이었는지 잘 연결되지 않았다. 하나의 발명에 완전히 몰입하지 않고 며칠에 걸쳐 읽었던 게 실수였다. 결코 만만하게 볼 내용이 아니었다. 두 번째는 좀 더 꼼꼼하게 정독을 해나갔다. 필기도구를 준비해 줄을 긋고 메모를 곁들이면서 읽자 어느 정도 감이 잡혔다. 그때 또 한번 놀랐다. 아니, 세상에 이럴수가! ‘생각의 연결이 혁신을 만든다’는 부제가 무슨 의미인지 그제서야 알 수 있었다. 그냥 무심코 넘길 수 있는 사소한 일들이 누군가에게는 아이디어가 되고 실마리를 풀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며 나아가 새로운 혁신을 불러왔다.
‘위기’란 말이 사람들의 입에서 수시로 오르내리는 요즘이다. 계속되는 경기불황을 속시원하게 해결할 수 있는 뾰족한 묘안이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이럴 때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바로 생각의 혁신이 아닐까 한다. 늘 보던 사물도 좀 더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고 생각하며 유추하는 새로운 접근방식. 이런 것들이 모두 하나의 톱니바퀴가 되고 더 나아가 또 하나의 발명, 인류의 역사란 커다란 바퀴를 움직이는 원동력이 되는 게 아닐까.
40여년전 BBC에서 방송됐던 과학 다큐멘터리 <커넥션> 시리즈가 사람들에게 큰 반향을 불러와 후속편까지 제작되었는데 그것을 저자가 한권의 책으로 묶어서 출간한 <커넥션>. 근래 들어 읽은 책 중에 가장 어려운 책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중간중간 흥미를 가질만한 내용도 많았다. 기원전의 도서관이라든가 굴뚝과 독서의 관계...등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것도 많았다. 인류의 변천사나 과학사에 대해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언제든 꼭 한번 일독, 정독해볼 것을 추천한다. 사고의 무한확장을 느낄 수 있다.
이 책을 읽을 때 내 머리에서 자꾸 끼익끼익 소리가 나는 기분이 들었다. 너무 오랫동안 방치했나보다. 한창때만큼은 아니라도 앞으로 또 몇 십 년 돌리려면 기름칠이라도 해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