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아이들 6 - 인구 경찰이 된 아이들 봄나무 문학선
마거릿 피터슨 해딕스 지음, 이혜선 옮김 / 봄나무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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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며칠 전에 인상적인 기사를 봤습니다. ‘셋째 아이의 울음소리가 커지고 있다’는 기사였는데요. ‘둘만 낳아 잘 기르자’ ‘하나씩만 낳아도 삼천리는 초만원’이라는 표어를 내세운 산아제한의 영향으로 우리나라의 출산율이 급격히 떨어졌는데요. 최근 몇 년 전부터 셋째 아이의 출산율이 조금씩 늘고 있다고 합니다. 셋째 아이부터는 여러 가지 혜택이 주어지는 것도 있지만 그보다 더 큰 이유가 사회적인 인식이 바뀌었기 때문이라고 하더군요. 셋째는 부의 상징이자 부러움의 대상이라는 말도 심심찮게 오가는데요. 그러거나 저러거나 어찌됐든 이 세상에 태어난 아이는 첫째든, 둘째든, 셋째든지 간에 귀중한 보배이자 버팀목이라는 사실은 분명합니다.


그런데 만약 셋째 아이를 금지하는 사회, 셋째 아이의 출산을 불법이라고 처벌을 가하는 나라가 있다면 어떨까요? 아, 물론 지금도 인구증가가 심각한 문제로 대두된 나라에서는 산아제한을 펼치고 있다고 하는데요. 그보다 더욱 심각한 상황을 상상해보세요. 인구경찰을 곳곳에 배치해둬서 셋째 아이가 발각될 경우 그 즉시 처형을 가한다면...어떻게 될까요? 생각만으로도 끔찍하고 소름이 끼치는데요. 마거릿 피터슨 해딕스의 <그림자 아이들>은 바로 이런 셋째 아이의 존재를 거부하는, 인정하지 않는 사회의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작년에 <그림자 아이들 1권, 숨어사는 아이들>이 출간된 이후로 다음이야기가 속속 나와서 최근 드디어 6권에 이르렀습니다.


<그림자 아이들> 시리즈는 매 권마다 등장하는 주인공이 조금씩 변화가 생깁니다. 그에 따라 부제가 붙는데요. 6권의 부제는 ‘인구경찰이 된 아이들’입니다. 그림자 아이들로 하여금 명칭만으로도 두려움에 떨게 만드는 존재가 바로 ‘인구경찰’인데, 그런데 아이들이 인구경찰이 된다고? 이야기가 대체 어떻게 진행되는 걸까? 표지에 짙은 제복을 입은 청년들 가운데 불안한 눈빛을 한 소년. 저 소년이 이번 6권의 실마리가 되는 걸까? 궁금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습니다.


대통령을 몰아내고 인구경찰 본부가 정권을 잡은 5권에서는 그림자 아이들이 더욱 낭떠러지로 내몰리는 상황이 벌어졌지요. 그런 가운데 겁 많고 소심한 소년이었던 트레이가 친구들을 구하기 위해 용기를 내어 인구경찰에 입대하게 됩니다.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굴로 들어가야 한다, 가장 경계해야 될 적일수록 곁에 두고 지켜보라는 속담이 생각났는데요. 이번 6권은 위기가 초절정에 달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깊은 밤, 아이들이 곤히 잠든 시각에 인구경찰이 들이닥치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되는데요. 잠에서 미처 깨지 못한 아이들까지 무턱대로 트럭에 태운 인구경찰은 아이들을 노동수용소로 끌고 갑니다. 노동수용소에 가면 도저히 살아갈 수 없다는 걸 깨달은 마티아스는 퍼시와 알리아의 탈출을 궁리한 끝에 탈출에 성공합니다. 하지만 트럭이 큰 나무와 부딪치면서 트럭에 타고 있던 아이들이 부상을 입게 되는데요. 알리아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알리아를 안전한 곳으로 데려가 치료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마티아스는 당황하고 잠시후 퍼시는 인구경찰의 총에 맞게 됩니다. 두 아이가 모두 심각한 부상을 입자 마티아스는 혼란에 빠지는데요. 다행히 숲속의 오두막집을 찾은 마티아스는 우연히 오두막집의  숨겨진 비밀장소를 발견하기에 이르는데요. 숨겨진 지하실, 비밀의 장소는 대체 무엇을 위해 만들어진 곳일까요? 마티아스는 퍼시와 알리아를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낼까요?


<그림자 아이들> 시리즈를 읽을 때마다 많은 의문과 궁금증을 가지고 책장을 덮었는데요. 이번에도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다음의 이야기가 어떻게 진행될까. 그림자 아이들이 행복한 날을 맞게 될까? 너무너무 궁금합니다. 완결편이라는 <그림자 아이들 7권>.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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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짧고 욕망은 끝이 없다 민음사 모던 클래식 55
파트리크 라페르 지음, 이현희 옮김 / 민음사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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쫙 펼쳐든 두 손. 유리에 묻은 물방울을 닦으려는 건가. 무언가를 가리려는 것인가. 무엇을 하려는 건지 도무지 알 수 없다. 하지만 난 왠지 후자의 경우일 것 같다고 생각했다. 이 두 손을 내민 이는 분명 애써 무언가를 가리려고 한다고. 그런데 대체 그게 무얼까.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가 없다. 그뿐이 아니다. 저자가 무얼 말하려고 하는지 도무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짧은 인생을 말하려는 걸까, 끝없는 욕망을 이야기하려는 걸까. <인생은 짧고 욕망은 끝이 없다>. 다소 철학적인 뉘앙스를 풍기는 제목의 책을 손에 쥐고 한창 고민했다.


사실 <인생은 짧고 욕망은 끝이 없다>는 출간소식을 접했을 때부터 호기심이 일었던 책이다. 우선 이 책이 페미나 상을 수상했다는 것부터. 1904년에 창설된 프랑스 문학상인 페미나 상은 12명의 심사위원이 모두 여성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는 ‘남성 권력 위주의 콩쿠르 상에 대적하기’ 위함이었다고 한다. 이것만 보자면 이 소설의 작가 파트리크 라페르는 당연히 여성이겠거니...싶지만 그게 아니다. 남성이다. 이거, 의외인 걸? 그렇담 페미니즘을 이야기하는 책인가? 짐작했지만 그것 역시 잘못된 생각. 루이와 머피라는 서로 다른 두 명의 남자 주인공이 등장하여 그들의 사랑과 욕망에 대해 털어놓는 남자들의 사랑이야기다.


소설은 뜨거운 태양이 내리 쬐는 가운데 자동차 안에서 잠자듯 숨죽이고 있는 남자 루이 블레리오가 한 통의 전화를 받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가 자그마치 2년 동안이나 기다려온, 노라의 전화였다. 마치 존재하지 않는 듯 숨죽이고 있던 그는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동물처럼 순식간에 분주한 일상으로 돌아온다. 한편 머피 블룸데일은 자신의 집에 노라가 없다는 사실을 알고 실망한 나머지 무기력에 빠진다. 노라가 사라진 공간에서 그녀의 흔적을 찾아 헤맨다. 같은 여인에게 매료된 나머지 삶의 활기마저 잃어버린 루이와 머피의 모습에 순간 궁금증이 일었다. 대체 노라는 어떤 여인일까? 얼마나 매력적이길래 두 남자가 이렇게 애타게 그녀를 그리워하는 걸까.


노라는...한마디로 종잡을 수 없는 여인이다. 머피와 사랑을 나누다가도 어느 순간 그에게 등을 돌리고 루이의 곁으로 날아든다. 그러다 또다시 루이를 떠나고 루피를 찾아 나서는데. 사실 루이는 유부남이었다. 이미 아내가 있음에도 그는 노라와의 뜨거운 사랑, 욕망을 저지하지 못했다. 하버드 출신에, 증권중개인으로 성공한 머피도 사정은 비슷했다. 다른 점이 있다면 머피는 금욕적인 성향이 강해서 루이처럼 자신의 욕망을 우선시하지 않는다는 것. 그것이 그가 노라를 사랑하는 방식이었다.


열정적인 루이와 순수한 머피, 그 두 명의 남자 사이를 자유롭게 오가면서 사랑과 열정에 자신을 내던지는 노라. 소설은 이 세 주인공의 사랑과 끊임없는 욕망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독자에게 질문을 던진다. 당신에게 있어 사랑은, 욕망은 어떠하냐고. 나는 이렇소. 이게 나의 생각이요. 하고 명쾌한 답변이 쉽사리 나오지 않았다. 문득 <욕망해도 괜찮아>란 책에서 읽었던 대목이 생각난다. ‘인간의 내면은 아무리 파고 들어가도 끝이 보이지 않는 복잡한 것’이라고. 욕망도 이와 같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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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이 번지는 곳 베네치아 In the Blue 6
백승선 지음 / 쉼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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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물빛 도시가 찾아왔다. <낭만이 번지는 곳, 베네치아>.

 

번짐 시리즈의 여섯 번째 책이 출간됐다. 사진이 책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약간의 수채화 그림과 글로 이뤄진 책. 그래서 순식간에, 눈 깜짝할 사이에 읽을 수 있는 책.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 아니다, 또 다른 시작일 뿐.

 

올 여름은 여느 때보다 무더운 폭염이 이어졌다. 이미 잠자리에 들었어야할 시간인데도 기온이 떨어지지 않아 밤잠을 설치기 일쑤였다. 내일을 위해 잠을 자야 하는데, 어서 자야 하는데...한참 뒤척이다가 이내 포기하고 거실의 불을 밝혔다. 현실에서는 이 더위를 떨칠 수 없으니 그렇다면 과감하게 맞서주마. 이런 심정으로 책을 집어 들었는데 그럴 때 몇 번이고 펼쳐든 책이 있으니. 바로 <낭만이 번지는 곳, 베네치아>였다.

 

번짐 시리즈에서 언젠가 베네치아를 이야기하겠구나...어느 정도 짐작했다. 지난달 읽었던 <추억이 번지는 유럽의 붉은 지붕>에서 작가는 이야기했다. 물이 흐르듯이 꽃이 피듯이 살아가는 아름다운 사람들의 도시, 베네치아를. 산 마르코 광장에 우뚝 솟은 종탑에 올라 베네치아의 붉은 지붕을 내려다보고 노 젓는 곤돌라를 바라보며 추억과 아쉬움을 남겨두고 왔다고 했다. 그랬는데...이렇게 바로, 금방 베네치아를 만나게 될 줄이야...

 

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과 <오셀로>를 비롯해 수없이 많은 영화와 의 배경이 되었던 전력이 있어서일까. 내게 있어 베네치아는 특별한 존재였다. 궁금한 것이 너무나 많은 나라였다. 그 중 으뜸이 바로 베네치아가 천 년의 세월동안 이어져온 물의 나라, 바다의 도시라는 점. 바다 위에 도시와 나라가 세워졌다는데 그것이 어떻게 가능한가...나로선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상상조차 불가능했다.

 

나와 같은 궁금증을 지닌 이들을 배려해서일까. 저자는 초반에 이렇게 이야기한다. 베네치아는 ‘이민족의 침입을 피해, 생존을 위해 이탈리아인들이 숱한 나무기둥을 박아 그 위에 건설한, 지금도 조금씩 바닷속으로 가라앉고 있다’고. 바닷속으로 조금씩 가라앉는 다니. 놀랍고 충격적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베네치아를 찾는 이들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데 그건 아마도 베네치아가 품고 있는 매력, 이야기 때문이라니...

 

조용하고 평화로운 도시. 차가 없는 도시. 길을 건널 때도 배를 타야하고 집 앞에 자동차 대신 배를 메어두는 독특하고 아름다운 도시, 베네치아를 사진과 글로 만나면서 많은 걸 알게 됐다. 높은 곳을 싫어하던 저자가 용기를 내어 올랐다는 산 마르코의 종탑. 천 년을 꼿꼿하게 서있던 종탑이 예전에 무너졌었단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그때 무너진 벽돌을 그대로 보존했다가 다시 쌓아올렸다는 것이다. 그것도 10년 동안이나. 베네치아 사람들이 자국의 문화유산을 얼마나 사랑하고 보존하려는 의지가 큰지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물이 찰랑대는 운하의 골목을 돌면서 저자는 어린 시절 물난리를 겪었던 일화를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하는 말, 베네치아에는 하수시설이 없단다. 순간, 뭐라고? 했다. 하수시설이 없다고? 해마다 폭우가 쏟아지고 태풍이 지나가면 물난리가 나서 마치 난리가 난 것처럼 동네가 풍비박산이 나는 것을 신문으로 뉴스로 봐왔던지라 저자의 말이 실감나지 않았다. 에이, 설마 그럴 리가..했다. 그런데 진짜란다. 그것이 가능한 이유가 조류가 드나들면서 운하의 물을 끊임없이 새로운 바닷물로 바꿔주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물 위에 배처럼 둥실둥실 떠 있는 것 같은 도시를 누군가의 말처럼 보지 않았을 때보다 보고 나니 더 믿기지 않는다고. 그 비현실감을 나도 경험해보고 싶다. 118개의 섬과 177개의 운하, 그리고 400여 개의 다리가 있다는 베네치아. 물 위에 떠 있는 도시. 베네치아의 뒷골목을 조용히 거닐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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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 아랑전
조선희 지음, 아이완 그림 / 노블마인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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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땐 마냥 동화가 좋았습니다. 착하고 아름다운 공주(소녀)가 고난과 역경을 딛고 잘생긴 왕자를 만나 결혼하여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았다는 이야기를 부러움 가득한 시선으로 읽었습니다. 착한 이가 악행을 저질러 온 이를 물리친다는 우리 옛이야기도 좋았습니다. 하지만 성인이 되어 알게 된 동화와 옛이야기의 숨겨진 이야기, 진실은 어릴 적 제가 알던 것이 아니었어요. 유리구두에 발을 맞추기 위해 딸의 발가락과 발뒤꿈치를 서슴없이 자르는 계모가 있는가하면 팥쥐는 콩쥐를 괴롭힌 벌로 젓갈이 되어 버리는, 그 어떤 것보다 잔혹하고 잔인한 이야기에 소스라치게 놀랐는데요.

 

몇 년 전 우연히 <모던 팥쥐전>을 읽을 때도 그랬습니다. 콩쥐팥쥐와 여우누이, 우렁각시, 선녀와 나뭇꾼 같은 옛이야기를 재해석해서 전혀 새로운 이야기로 탄생한 것을 보면서 잊고 있던 두려움과 공포를 느낌과 동시에 저자의 뛰어난 상상력에 감탄을 했습니다. ‘작가 조선희’를 인식하는 계기도 되었는데요. 얼마전 ‘작가 조선희’의 새로운 작품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에 귀가 솔깃해졌습니다. 제목은 <모던 아랑전>. 제목으로 보나 표지의 분위기로 보나 여러모로 <모던 팥쥐전>을 떠올리게 하는 면모에서 단박에 결정했습니다. 읽자. 읽어야겠다.

 

책에는 ‘영혼을 보는 형사’ ‘스미스의 바다를 헤맨 남자’ ‘버들고리에 담긴 소원’ ‘오소리 공주와의 하룻밤’ ‘오래된 전화’ ‘29년 후에 만나요’ 이렇게 여섯 편의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는데요. 각각의 단편이 시작되기 전에 짤막하게 어떤 옛이야기, 전설을 원형으로 했는지 알려주지 않았다면. 제목만 봐서는 짐작조차 불가능합니다.

 

이를테면 ‘영혼을 보는 형사’. 본문에는 이것이 ‘장화홍련전’을 모티브로 했다는 걸 밝혀 놓았지만 책을 읽다보면 그것이 전부가 아니란 걸 알 수 있습니다. 무언가 또 다른 것이 있다는 말이죠. 10년을 간격으로 개봉하는 영화의 주인공을 했던 배우는 모두 주목을 받는데 그 이유가 놀랍게도 주인공을 했던 이가 이후 3년을 넘기지 못하고 죽는다는 거였습니다. 그렇게 세 편의 영화가 제작되고 네 번째 시리즈에 평범한 청년이 주인공으로 발탁되는데요. 놀라운 건 말을 더듬던 청년이 신기하게도 카메라가 돌아가면 술술 대사를 읊어댄다는 겁니다. 마치 청년 안에 또 다른 인물이 깃들어서 그가 연기를 하는 것처럼. ‘심청전’이 원형이라는 ‘버들고리에 담긴 소원’에서는 세 명의 소녀가 등장하는데요. 친구로 지내던 세 명의 소녀는 자신의 소원을 버들고리 바구니에 넣어 연못에 빠트립니다. 어느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은 소원을 적어야 하고 소원을 적은 세 명 중 한 사람이 죽어야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걸 알지만 소녀들은 멈추지 않습니다. 어차피 사람들은 언젠가 죽을텐데...그때 남은 두 명은 소원을 이룰 수 있으니 상관없다는 식인 거지요. 이후 실제로 한 명의 소녀가 죽습니다. 그러자 남은 두 명은 공포와 두려움에 떨면서도 한편으로 자신의 소원이 이뤄질거라 기대를 합니다. 그러나....

 

옛이야기의 어디서, 어떤 대목에서 이 이야기의 씨앗이 싹트게 됐을까...처음엔 나름 짐작하면서 읽었지만 그것 역시 점차 잊게 되더군요. 그만큼 전혀 다른, 새로운 이야기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본문의 중간중간 삽입되어 있는 그림이 공포스런 분위기를 한껏 살려서인지 책 읽는 도중에 수시로 소름이 돋았구요. 잠자던 중에 화장실을 찾았다가 무심코 거울을 보고 깜짝 놀라기도 하는 후유증을 겪기도 했지만 극심한 폭염 속에 잠시나마 더위를 잊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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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복 세이초 월드
마쓰모토 세이초 지음, 김경남 옮김 / 모비딕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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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말, 마쓰모토 세이초를 처음으로 만났다. 국내에서 ‘미미여사’라고 불리며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는 미야베 미유키가 다른 미스터리 작가의 작품을 선별을 맡은 단편집이 있다 해서 눈길을 끌었는데 그 작가가 바로 마쓰모토 세이초였다. 궁금하던 차에 마침 출간된 <제로의 초점>을 읽었지만 기대가 커서인지 이 작품이 왜 사회파 추리소설의 거장이라는 마쓰모토 세이초의 대표작이라고 하는지 공감할 수가 없었다. 흡족할만한 첫 만남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실망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더 궁금해졌다. 대체 어떤 글을, 이야기를 쓰는지 알고 싶었다.


그런 차에 최근 다시 한 권의 책을 만났다. 제목은 <잠복>, 마쓰모토 세이초 단편 미스터리 걸작선의 첫 번째 책으로 표제작인 ‘잠복’을 비롯해 ‘얼굴’ ‘귀축’ ‘투영’ ‘목소리’ ‘지방신문을 구독하는 여자’ ‘일 년 반만 기다려’ ‘카르네아데스의 널’ 이렇게 모두 여덟 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대부분의 추리소설이 사건의 해결을 위해 트릭이나 숨겨진 단서를 찾는데 많은 부분을 할애하는데 <잠복>은 달랐다. 사건이 왜 일어나게 됐는지 당시 상황이나 동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이런 걸 사회파 추리소설의 대표적인 형식이라고 한다.


이를테면 가장 먼저 수록되어 있는 ‘얼굴’의 주인공. 그는 개성 있는 얼굴로 주목받기 시작한 연극배우인데 과거 자신이 저지른 범죄, 관계를 가진 술집 여종업원이 임신을 하자 살해했던 것을 떠올린다. 누구나 한 번만 보면 기억하는 개성적인 얼굴이 연기생활에 큰 발판이 되지만 족쇄가 된다는 걸. 이에 남자는 자신의 과거, 얼굴을 기억하고 있는 인물을 정리하는 수순을 밟기 시작한다. 표제작인 ‘잠복’에서는 강도 살인 사건의 범인이 옛 연인을 찾을 거라고 추측한 형사가 옛 연인의 집에서 잠복하면서 벌어지는 일, 감시당하는 인물의 상황과 일상을 이야기한다. 그런가하면 ‘귀축’은 전직 접대부인 첩의 세 아이를 학대하는 주인공의 아내와 아내에게 떠밀려 아이들을 한 명씩 버리는 우유부단한 남자의 이야기는 동화 ‘헨젤과 그레텔’이나 옛이야기 ‘장화 홍련’을 떠올리게 했다. ‘지방신문을 구독하는 여자’는 지방신문을 구독 신청한 여자가 뜬금없이 해지 통보를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인데 글을 쓰는 작가들의 상상력과 추리력을 짐작해볼 수 있었다.


이렇게 저자는 작품 속에서 범인이 얼마나 악랄한 범죄를 저질렀으며 그것을 수사팀이 어떻게 추적하는지 강조하지 않는다. 그보다 오히려 사건을 범한 범인, 주인공이 처한 상황과 그가 어떤 심리상태인지를 전달하는데 주력한다. 지금까지 읽었던 추리소설이나 스릴러, 미스터리 소설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어서 ‘이게 무슨 미스터리야’라고 생각되기도 하지만 저자가 독자에게 전하고 싶었던 것이 인간의 복잡한 심리였다면 충분히 이해가 된다.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 속은 모르는 법이니까.


마쓰모토 세이초와의 두 번째 만남은 장편과 단편이라는 차이점이 있긴 했지만 일단 성공적이었다. 다만 이야기 곳곳에 술집 여종업원이나 외도에 대한 대목이 있어서 마음에 걸린다. 물론 출신의 비밀이나 불륜, 외도는 막장 드라마에서도 단골 메뉴이고 또 일간지에서 심심찮게 만날 수 있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쾌하진 않았다. 등장인물을 좀 더 다양하게 할 수도 있었을텐데...라는 생각도 들고.


여하튼 마쓰모토 세이초. 그는 좀 더 만나고 싶은, 알아낼 것이 많은 작가임은 분명하다. 앞으로 그의 작품이 계속 출간된다니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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