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이 번지는 곳 베네치아 In the Blue 6
백승선 지음 / 쉼 / 2012년 7월
평점 :
품절


파란 물빛 도시가 찾아왔다. <낭만이 번지는 곳, 베네치아>.

 

번짐 시리즈의 여섯 번째 책이 출간됐다. 사진이 책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약간의 수채화 그림과 글로 이뤄진 책. 그래서 순식간에, 눈 깜짝할 사이에 읽을 수 있는 책.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 아니다, 또 다른 시작일 뿐.

 

올 여름은 여느 때보다 무더운 폭염이 이어졌다. 이미 잠자리에 들었어야할 시간인데도 기온이 떨어지지 않아 밤잠을 설치기 일쑤였다. 내일을 위해 잠을 자야 하는데, 어서 자야 하는데...한참 뒤척이다가 이내 포기하고 거실의 불을 밝혔다. 현실에서는 이 더위를 떨칠 수 없으니 그렇다면 과감하게 맞서주마. 이런 심정으로 책을 집어 들었는데 그럴 때 몇 번이고 펼쳐든 책이 있으니. 바로 <낭만이 번지는 곳, 베네치아>였다.

 

번짐 시리즈에서 언젠가 베네치아를 이야기하겠구나...어느 정도 짐작했다. 지난달 읽었던 <추억이 번지는 유럽의 붉은 지붕>에서 작가는 이야기했다. 물이 흐르듯이 꽃이 피듯이 살아가는 아름다운 사람들의 도시, 베네치아를. 산 마르코 광장에 우뚝 솟은 종탑에 올라 베네치아의 붉은 지붕을 내려다보고 노 젓는 곤돌라를 바라보며 추억과 아쉬움을 남겨두고 왔다고 했다. 그랬는데...이렇게 바로, 금방 베네치아를 만나게 될 줄이야...

 

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과 <오셀로>를 비롯해 수없이 많은 영화와 의 배경이 되었던 전력이 있어서일까. 내게 있어 베네치아는 특별한 존재였다. 궁금한 것이 너무나 많은 나라였다. 그 중 으뜸이 바로 베네치아가 천 년의 세월동안 이어져온 물의 나라, 바다의 도시라는 점. 바다 위에 도시와 나라가 세워졌다는데 그것이 어떻게 가능한가...나로선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상상조차 불가능했다.

 

나와 같은 궁금증을 지닌 이들을 배려해서일까. 저자는 초반에 이렇게 이야기한다. 베네치아는 ‘이민족의 침입을 피해, 생존을 위해 이탈리아인들이 숱한 나무기둥을 박아 그 위에 건설한, 지금도 조금씩 바닷속으로 가라앉고 있다’고. 바닷속으로 조금씩 가라앉는 다니. 놀랍고 충격적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베네치아를 찾는 이들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데 그건 아마도 베네치아가 품고 있는 매력, 이야기 때문이라니...

 

조용하고 평화로운 도시. 차가 없는 도시. 길을 건널 때도 배를 타야하고 집 앞에 자동차 대신 배를 메어두는 독특하고 아름다운 도시, 베네치아를 사진과 글로 만나면서 많은 걸 알게 됐다. 높은 곳을 싫어하던 저자가 용기를 내어 올랐다는 산 마르코의 종탑. 천 년을 꼿꼿하게 서있던 종탑이 예전에 무너졌었단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그때 무너진 벽돌을 그대로 보존했다가 다시 쌓아올렸다는 것이다. 그것도 10년 동안이나. 베네치아 사람들이 자국의 문화유산을 얼마나 사랑하고 보존하려는 의지가 큰지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물이 찰랑대는 운하의 골목을 돌면서 저자는 어린 시절 물난리를 겪었던 일화를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하는 말, 베네치아에는 하수시설이 없단다. 순간, 뭐라고? 했다. 하수시설이 없다고? 해마다 폭우가 쏟아지고 태풍이 지나가면 물난리가 나서 마치 난리가 난 것처럼 동네가 풍비박산이 나는 것을 신문으로 뉴스로 봐왔던지라 저자의 말이 실감나지 않았다. 에이, 설마 그럴 리가..했다. 그런데 진짜란다. 그것이 가능한 이유가 조류가 드나들면서 운하의 물을 끊임없이 새로운 바닷물로 바꿔주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물 위에 배처럼 둥실둥실 떠 있는 것 같은 도시를 누군가의 말처럼 보지 않았을 때보다 보고 나니 더 믿기지 않는다고. 그 비현실감을 나도 경험해보고 싶다. 118개의 섬과 177개의 운하, 그리고 400여 개의 다리가 있다는 베네치아. 물 위에 떠 있는 도시. 베네치아의 뒷골목을 조용히 거닐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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