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0년, 그들이 왔다 - 조선 병탄 시나리오의 일본인, 누구인가?
이상각 지음 / 효형출판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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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9일, 어제였지요. 남아공 월드컵에서 일본과 네덜란드의 경기가 있었습니다. 그때 어느 나라를 응원하셨나요? 선뜻 어느 나라가 이겼으면 좋겠다는 분도 계실 거고 우리나라의 경기가 아니라 안 봤다는 분, 어느 나라가 이기든 경기결과에 그다지 신경쓰지 않았다는 분도 계실 텐데요. 정말인가요? 솔직한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여 보세요. 자신이 어느 쪽을 응원했는지...




우리나라와 일본은 정말 가까운 나라지만 한없이 먼 나라이기도 합니다. 더욱이 올해는 우리에게 있어 치욕의 역사 한일합방이 있은지 꼭 백 년이 되는 해입니다. 강산이 변한다는 10년이 열 곱절만큼 흘렀지만 현재 우리와 일본의 사이는 그다지 달라지지 않은 듯합니다. 우리에게 행했던 만행을 진심으로 사과하라고 요구하지만 일본은 들은 척도 않습니다. 일본에게 우리는 어떻게 보일까요? 어떤 존재로 여겨질까요? 그들이 우리를 침략하고 지배해야겠다고 결심하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요?




<1910년, 그들이 왔다> 재목이 무척 의미심장합니다. 왠지 모르게 가슴이 덜컥 내려앉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이 책이 말하는 ‘그들’이 바로 ‘조선 병탄 시나리오의 일본인’이었습니다. 자, 이제 알아봅시다. 그들이 도대체 누구인지.




<1910년, 그들이 왔다>는 대원군의 쇄국정책으로 나라 문을 꼭꼭 잠그고 있던 우리나라를 어떻게 해서 침략의 야욕을 가지고 병탄(남의 물건이나 다른 나라의 영토를 한데 아울러서 제 것으로 만들다)하게 되었는지, 그 중심에 있었던 인물들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책은 크게 네 부분으로 되어 있지만 실제 내용은 ‘정한을 꿈꾸다’ ‘열도의 침략자들 1,2’ ‘진정 그들은 한국을 사랑했을까’ 세 부분으로 나뉩니다. 책은 먼저 미국의 페리제독이 일본에 개항요구를 하면서 일본은 개항에 대한 찬반양론의 혼란에 빠진 상황을 이야기합니다. 격동의 에도시대를 보내고 막부 봉건 체제를 해체한 일본에 메이지 유신, 새로운 일왕 체제가 시작되면서 서구 열강의 위협으로 벗어나기 위해서는 먼저 그들의 앞선 체제와 기술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여기고 대대적인 사절단을 파견하는데요. 서양의 근대적인 기술을 보고 돌아온 사절단은 ‘정한론’을 둘러싼 논쟁을 벌이다 조선병탈을 목표로 삼기에 이릅니다. 특히 요시다 쇼인. 그는 지금도 논란이 되고 있는 정한론을 합리화한 인물로 조선을 침략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그가 교육을 담당했던 제자들이 모두 조선 병탄의 중심인물로 성장하게 됩니다.




책은 또 놀라운 사실을 전합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조선을 침략했던 핵심인물로 알고 있는 사람으로 이토 히로부미를 꼽았는데, 그가 전부가 아니었다는 겁니다. 그야말로 빙산의 일각. 그 외에도 메이지 무쓰히토, 미개한 주변국을 식민을 통해 문명을 전파하는 거라 주장한 니토베 이나조, 당시 조선의 국모 명성황후 시해를 배후에서 조종한 인물인 이노우에 가오루 등 조선 침탈의 주동자들은 무수히 많았습니다. 물론 조선의 아름다움에 심취한 야나기 무네요시나 일본의 아나키스트 가네코 후미코처럼 조선을 사랑한 일본인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당시 조선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봤으며 진정으로 조선을 사랑한 것인지 의문의 여지가 남습니다.




절친한 단짝 친구처럼 모든 걸 다 줄 것처럼 살갑게 굴다가도 어느새 180도로 돌변해선 안방까지 내놓으라며 협박하는 일본. 그들과 우리의 사이에는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골이 패여 있는 것 같습니다. 제아무리 강력한 접착제도 소용없습니다. 그들과 우리는. 그렇다고 일본과 우리나라가 따로 동떨어져서 살아갈 수 있느냐. 그것도 아닙니다. 지구촌이 점점 좁아지고 있는 이 시대엔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들을 미워하고 증오하는 시간을 이제 그들을 알아가는 시간으로 돌려야 합니다. 그들이 어떤 과정으로 우리를 자신들의 발아래 두고 지배하려 했는지 세세히 알아야할 시점이 왔습니다. 지난 백 년 동안 전혀 변하지 않은 일본, 앞으로 백 년이 흘러도 변할 수 있을까요? 백 년 전 치욕의 과거가 되풀이되지 않으려면 이제 우리가 변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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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낭독 훈련 실천 다이어리 - 전3권 (책 + MP3 CD 1장) - 하루 20분 영어 낭독 훈련 실천 다이어리
박광희. 캐나다 교사 영낭훈 연구팀 지음 / 사람in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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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세상에. 아직도 영어학원을 안 보낸다는 거예요?” “내년엔 문법 들어가야 하는데...?” “시험에서 2개 틀리면 반에서 바닥 못 면한다던데...” “다른 학원비 모두 영어학원으로 돌려요.” “맞아요! 요즘은 무조건 영어에 올인해야 된다니까요!”




정확히 언제부턴지 모르겠습니다만. 큰아이 친구 엄마들 만나는 게 꺼려집니다. 뜨악한 표정으로 절 바라보는 시선들이 솔.직.히. 두렵습니다. 영어에 사활을 건 사람들. 아이를 A학원에 보냈다가 뭔가 부족한 것 같다고 B학원으로 옮기고 그러다가도 원어민 선생이 좋다는 C학원으로 바꾸는, 그런 시대에 저와 아이가 살고 있습니다. 분위기가 이러하니 ‘모국어를 습득한만큼 영어나 외국어도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하는 전 그야말로 원시인인 셈입니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가진 건 아무것도 없이 고집만 센 무대뽀의 용감무쌍한 엄마라고 하더군요.




사실, 전 영어를 못합니다. 정말정말 못합니다. 학창시절 영어는 아무리 공부해도 점수가 나오질 않았어요. 망설임없이 포기해버렸습니다. 하지만 그때 그래선 안되는 거였어요. 영어공부를 접지 말아야 했습니다. 어려워도, 당장 점수가 안 나와도 꾸준히 밀고 나가야 했습니다. 그랬다면 대학졸업 후 취업시험을 칠 때도 고생하지 않았겠지요. 제 인생도 어쩜 달라졌을지 모릅니다.




그래서 제 아이는 영어를 포기하지 않도록, 밑바닥 독에 물 붓기라고 여기지 않도록 해야겠다고 마음 먹었어요. 허나 제 마음과는 달리 지금 큰아이는 영어를 가장 어려워합니다. 유아때부터 영어유치원을 다닌 것을 시작으로 줄곧 영어학원을 다니는 아이들에 비해 자신의 영어실력이 부족하다고 느끼고 한껏 의기소침해 있습니다. 오죽했음 영어 없는 나라에서 살고 싶다는 얘길 할까요. 이럴 때 제게 아이의 영어공부를 코치할 수 있는 실력이 있었다면, 상황이 달라졌을 겁니다. 조금 부족하다고 느낄지언정 아이가 자신감을 잃지는 않았겠지요. <영어 낭독 훈력>은 아이보다 제가 먼저 훈련하기 위해 보게 된 책입니다. 엄마인 제가 직접 해보고 나서 아이에게 어떻게 해야 할지, 요령이나 방법을 일러줘야겠다고 생각했거든요. 영어공부를 저와 아이가 함께 하는 것도 의미있겠다 싶어서요.




<영어낭독훈련, 실천 다이어리>는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눠집니다. 1단계는 사진보고 설명하는 Picture Telling, 2단계 미운 오리새끼, 잭과 콩나무, 신데렐라 같은 동화읽기 Tale Telling, 3단계 빨강머리 앤, 모비 딕, 제인 에어 같은 소설 읽기 Novel Telling. 그리고 각 단계는 다시 Listen ㅡ> Listen & Repeatㅡ>Shadowspeak ㅡ>Read Aloud ㅡ>Wrap-Up. Speak 이렇게 5가지 순서로 진행됩니다. 예를 들어 1단계에서 레고로 만든 카메라나 재밌는 쇼핑, 신호등, 자전거 타기 같은 사진의 설명글을 오디오로 들으면서 끊어 읽는 부분에 /표시를 하고, ‘낭독코치의 족집게 조언’에서 발음이나 끊어 읽기, 이어 읽는 연음에 주의해서 설명글과 오디오를 들으며 따라 말하기, 다음엔 설명글 없이 오디오만 들으며 말하기, 오디오 없이 설명글만 보며 말하기, 마지막에는 설명글의 빈칸을 채워넣는 건데요. 한 개의 글마다 2일씩해서 총 50개의 글(혹은 동화나 소설)을 읽는 걸 매일 20분씩 총 100일 동안 낭독훈련을 하고 나면 ‘영어로 입이 열리는’ 걸 경험할 수 있다고 합니다.




제 영어가 부족하기 때문에 책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구체적으로 말하긴 어렵습니다. 처음엔 20분이 아니라 30분, 40분이 걸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매일 꾸준히 반복하다보면 영어에 대한 두려움을 줄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영어 낭독 훈련, 실천 다이어리>의 가장 큰 장점은 각 단계가 분권이 되어 있다는 건데요. 전 그걸 다시 하루 이틀 분량으로 뜯어서 공부하면 영어공부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눈과 귀, 손가 함께 수고해야 성과를 거둘 수 있는 게 바로 영어입니다. 처음엔 문장을 따라 읽는 것만도 벅차겠지만 매일 반복해서 훈련하다보면 어느새  영어문장을 자연스럽게 낭독하는 자신을 발견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요. 그럼 아이에게 더욱 자신있는 엄마가 되겠지요. 그 의미있는 첫걸음에 이 책이 큰 도움이 될거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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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악원, 우주의 선율을 담다 - 처음으로 읽는 조선 궁중음악 이야기
송지원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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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실에서 텔레비전을 몰아내고 잠궈버린지 7년째에 접어들었다. 이쯤이면 텔레비전 없이 지내는 생활에 완전히 익숙해진 셈이다. 하지만 때론, 후회가 밀려든다. 엄마라면 꼭 봐야 할 것 같은 육아 프로그램, 내가 좋아하는 다큐멘터리, 특히 역사와 관련된 프로그램을 못 본다는 것이 정말 아쉬웠다. 물론 각 방송사의 홈페이지에서 다시보기를 클릭하면 된다는 걸 알지만 그렇게까지 하기엔 내가 너무 게으르다는 게 문제다. 이번에 만나게 된 책 <장악원, 우주의 선율을 담다>를 읽으면서도 그랬다. ‘MBC 사극 ’동이‘도 모르는 진짜 장악원 풍경’이란 띠지의 문구를 보면서 대체 드라마에는 어떤 내용이 나오는 걸까. 아니, 그보다 ‘장악원’이 어떤 곳인지 알고 싶었다.




<장악원, 우주의 선율을 담다>는 ‘처음으로 읽는 조선 궁중음악 이야기’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조선의 궁중음악에 대해 알려준다. 하지만 처음부터 ‘바로 이것이 조선의 궁중음악이요’라며 직접적으로 들이밀지 않는다. 그러기보다는 먼저 당시 궁중음악을 담당했던 기관인 ‘장악원’에 대한 얘기부터 꺼낸다.




책은 크게 ‘1장 조선시대 음악가들의 희노애락 - 장악원 풍경’, ‘2장 알고 보면 재밌는 궁중음악 상식 -예와 악의 앙상블’, ‘3장 조선의 대표 음악가 10인의 고군분투기 - 새로 쓰는 악인열전’, ‘4장 기로 완성하는 예 - 이야기가 있는 악기열전’ 4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나이 70세 이상의 문신을 예우하기 위해 설치한 기로소에 숙종이 입소하는 걸 경축하는 잔치가 벌어지는 광경을 묘사하는 것으로 시작한 책은 조선시대의 음악기관이었던 장악원의 활동에 대해 얘기한다. 조선시대에 있어 악은 예와 함께 중요시되는 의례의 하나였기에 왕실에서 제사를 지내거나 여러 명목으로 잔치를 벌일 때, 혹은 왕이 활쏘기를 할 때도 장악원의 음악인이 동원되었다고 한다. 수시로 벌어지는 행사에서 연주하기 위해 음악인들은 평소 철저한 연습이 반드시 필요했다. 정기적인 연습일수를 정해두고 시험을 쳐서 성적이 좋지 않을 경우엔 태형을 가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음악인들에 대한 대우가 그리 좋지 않아서 그야말로 박봉에 허덕이는 최하극빈자였다는데 이 점이 안타까웠다. 만약 당시 이들이 자신의 일에 보람과 자긍심을 느낄 수 있는 환경이었다면 그들의 전통과  궁중음악에 대한 현대인의 인식과 이해도가 달라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기억에 남는 건 당시엔 국상을 당하면 음악을 연주할 수 없도록 법전에도 규정되어 있지만 청나라 사신이 칙서를 가지고 왔다는 걸 이유로 장악원 전악이 음악을 연주했는데 당시 숙종의 마음이 어떠했을지...차마 음악을 들을 수 없어 잠시 자리를 비웠다는 대목에서 알 수 있었다. 또 세종 때 중국에서 ‘노래 부르는 계집아이 30명’을 요구하여 그 인원을 채우기 위해 애쓰고 먼 이국땅으로 떠나기 전에 위로연을 여는 장소에서 대성통곡하였다는 대목이 있었는데 이 모두가 힘없는 나라의 백성이기에 겪는 고통과 설움이 아니었을까.




<장악원, 우주의 선율을 담다>를 통해 우리의 음악, 그것도 궁중에서 연주되었던 음악과 당시 음악인에 대해 모르던 것들을 알게 되는 유익한 기회를 가졌다. 또 팝송이나 클래식과 같은 서양음악에 비해 능청능청 늘어지고 때로 긴박하게 내달아가는 우리 가락의 멋과 아름다움에 대해, 그에 사용되는 악기에 대해서까지 설명을 해줘서 우리의 전통악기에 대해서도 알게 됐다. 하지만 본문에서 친절하게 설명해 준 우리의 궁중음악을 직접 귀로 들을 수 없었다는 점이 마음에 걸린다. 우리 음악의 흥취를 느낄 수 있는 CD를 제작해서 책에 첨부하였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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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덱의 보고서
필립 클로델 지음, 이희수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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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공 월드컵으로 인해 잠잠해지긴 했지만 요근래 ‘서울 불바다’라는 말이 인터넷과 일간지상에 종종 등장하곤 했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에서 한 나라의 수도를 불바다로 만들겠다는 발언이 나오다니. 더구나 올해는 한국전쟁 60년을 맞는 해. 한국전쟁 당시 자신의 목숨을 희생하면서까지 조국을 지켰던 학도병들의 실화를 다룬 영화가 개봉되었고 얼마전엔 오랫동안 종군기자로 활약하던 이가 전쟁터가 아닌 외진 망루에서 전쟁 벽화를 그리며 살아가는 내용을 담은 소설도 읽었다. 전쟁을 직접 겪어보지 않은 나로선 이렇게 영화나 소설로 접하는 게 전부이지만 그럴 때마다 전쟁이 얼마나 참혹한지, 그로 인해 사람들이 받는 상처와 고통이 얼마나 큰지 새삼 느끼게 된다.




<브로덱의 보고서>. 제목만 보고 처음엔 소설이 아닌 사회현상이나 세태를 고발하는 형식의 글일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검은 형체의 인간이 검은색  굵은 눈물방울을 뚝뚝 흘리며 타자기를 두드리는 모습이, 바로 그 사람을 언제라도 움켜잡을 것처럼 손바닥을 쫘악 편 표지그림이 호기심을 자아냈다. 이 사람이 보고서를 쓰는 인물, 브로덱인가? 그렇다면 그가 쓰는 보고서는 대체 뭐에 관한 거지?




‘내 이름은 브로덱이고 그 일과 무관하다.’ 책은 이렇게 시작하고 있다. ‘그 일’과 자신은 절대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걸 몇 번이나 반복해서 말한다. 아니, 무슨 일인지도 말 안했으면서 무조건 난 아니라고 발뺌하다니...뭘 모르는구만. 강한 부정은 긍정이라는 걸 모르나? 언뜻 삐딱한 생각이 들지만 한편으론 더욱 궁금해진다. 도대체 ‘그 일’이 어떤 일이기에, 얼마나 큰 비밀이 숨겨져 있는걸까.




브로덱이 말하는 ‘그 일’을 간단하게 말하자면 이렇다. 전쟁은 끝났지만 전쟁의 상처와 혼란이 완전히 사그라들지 않은 때, 사방이 숲으로 둘러싸인 외딴 마을에 낯선 이가 찾아온다. 마을 사람들은 그를 ‘타인’이란 의미로 ‘안더러’라 불렀는데 마을에서 한동안 머물던 그가 어느날 갑자기 사라지는 일이 벌어진다. 그러자 마을 사람들은 브로덱에게 지금까지의 일을 기록으로 남기라고 말한다. 글을 쓸 줄 아는 사람은 너 밖에 없다면서. 그후 브로덱은 보고서를 쓰기 시작한다. 시장을 비롯해 마을 사람들을 찾아다니면서 그간의 일을 조사하자 사람들은 그를 친절하게 대하면서도 왠지 괴리감을 느끼는 행동을 한다. 있지도 않은 일, 존재하지 않는 것을 찾아내려고 애쓰지 말라는 경고와 함께.




이쯤 되면 궁금증은 더욱 커진다. 안더러는 대체 누구였을까. 왜 이 마을에 왔으며 어떤 특별한 목적이 있었던 걸까. 그 안더러를 마을 사람들은 왜 살해했을까. 그리고 ‘그 일’의 보고서를 왜 브로덱에게 일임했을까. 책을 읽는 내내 이런 의문들이 머리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책은 브로덱이 보고서를 써가는 과정을 그대로 따라가는 동시에 그의 과거를 보여준다. 브로덱이 어떻게 해서 마을에서 지내게 됐는지, 전쟁이 한창일때 오떤 일이 벌어졌고 그로 인해 브로덱은 어떤 고통을 당해야 했는지...낱낱이 드러낸다. 그리고 안더러가 마을 사람들에 의해 죽임을 당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드러나게 되는데...




한 권의 소설을 이토록 오래 잡고 있기는 정말 드문 일이다. 소설의 내용이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난해거나 복잡한 건 결코 아니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책장을 넘기기가 쉽지 않았던 건 아마도 ‘그 일’의 이면, 어둠에 가려진 사건의 진실, 마을 사람들 모두를 불안에 떨게 했던 진실을 만나기가 불편했던 것 같다. 사람들이 낯선 이방인을 대할 때 호기심과 신선한 자극을 느끼기도 하지만 그가 위험한 존재란 생각이 들 경우엔 지금까지의 태도에서 돌변해서 무리지어 공격할 수도 있다는 사실, 인간의 내면 깊숙한 곳에 존재하는 공포와 폭력성을 마주치기가 두려웠다.




이 책을 읽으며 문득 영화 <도그빌>과 <모든 것이 밝혀졌다>란 소설이 떠올랐다. 자신들의 마을에 찾아온 낯선 이에게 인간은 얼마나 잔인해질 수 있는지 얼마나 추악하고 무자비한 폭력을 가할 수 있는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때로 낯선 이들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일도 서슴지 않는 모습이 충격적이었는데 <브로덱의 보고서>를 통해 그때의 느낌, 기분들이 되살아나는 것 같았다. 필립 클로델. 그를 이 작품을 통해 처음 만났다. 그렇기에 하나의 작품만으로 그를 평가할 수는 없다. 그가 펼쳐보인 세계는 단번에 읽어내고 파악하기엔 무리가 있다. 그의 또다른 작품을 만나거나 이 책을 다시 읽어야할 것 같다. 그것도 조만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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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 미스터리 해결사 과학 시크릿
이진산.강이든 지음 / 삼양미디어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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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인의 축제, 월드컵이 남아공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첫 번째 상대로 그리스를 맞은 태극전사들의 모습을 지켜보신 분들, 아마 모두들 손에 땀을 쥐었을 거예요. 쾌적한 헬스클럽에서 달리는 것만도 힘든데 기후나 환경이 우리와 판이하게 다른 나라에서 경기시간 내내 종횡무진 뛰어다니는 거. 얼마나 힘들까요. 우리 선수들, 정말 대단합니다. 그런데 이거 아세요? 월드컵에서 우리 대표팀이 입은 유니폼의 재료가 바로 음료수 페트병이래요. 폐 페트병을 녹여서 실을 뽑아내어 그 실로 옷감을 만들고 국가대표 유니폼을 제작했는데요. 2ℓ 페트병 8개 정도면 유니폼 1벌을 만들 수 있다고 합니다. 일상 속에서 늘 접하는 평범한 패트병이 최첨단 유니폼으로 변신하다니. 과학의 힘은 정말 놀랍죠? 




사실 아침에 일어나서 깊은 밤 잠자리에 들기까지 우리의 일상은 모두 과학과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우리는 냉장고 문을 열고 시원한 물 한 잔을 마시거나 식후 디저트로 상큼한 과일을 먹을 때, 무더위를 식히기 위해 친구들과 수영을 하고 차가운 음식을 전자레인지로 데울 때, 놀이공원에서 아찔한 롤러코스터를 탈 때...이 모든 현상에 과학이 숨어있습니다. 한마디로 우리는 과학과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인 거죠. 그런데 그걸 미처 느끼지 못했다구요? 그렇다면 <과학 시크릿>을 주목해주세요. 우리 일상 속에 숨은 과학적 미스터리를 단번에 해결해줄 미스터 Lee가 있으니까요!




‘생확 속 미스터리 해결사’라는 부제의 책은 6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우리 생활 속에 숨어있는 과학적인 원리들을 화학, 물리, 생물, 지구과학 분야로 나누어서 설명하고 있습니다. 먼저 어릴 때 엄마에게서 무수히 듣다가 이제 내가 아이들에게 매일 반복하는 말, “빨리 냉장고 문 닫아! 전기세 많이 나간다”라는 말이 그냥 빈말이 아니라는 것. 공기는 찬 공기가 더운 공기보다 무겁기 때문에 오랫동안 냉장고 문을 열어놓으면 그만큼 냉장고의 찬 공기가 빠져나와 온도가 올라가니까 그걸 다시 차갑게 만들기 위해 전기가 소모된다는 거지요. 그러면서 요즘 대부분의 가정에서 사용하는 김치 냉장도가 일반 냉장고와 달리 문을 위로 여는 방식으로 되어 있는데 그게 바로 찬 공기가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라는군요.(이담에 김치냉장고 장만할 때 참고해야겠어요.) 또 과일의 단맛을 내는 과당이 알파형, 베타형 두 종류가 있어서 냉장보관 했을 때 더 맛있는 과일이 있는가하면 파인애플이나 바나나, 망고 같은 열대과일은 상온에서 보관해야 더 맛있다고 해요. 요즘 한창 제철인 수박도 시원하게 먹으려고 냉장보관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수박은 상온에 뒀을 때 우리 몸에 좋은 성분의 함량이 더 많아진데요. 그러니까 먹기 한 두 시간 전에 잠깐 냉장고에 넣어두는 게 좋다고 합니다. 이뿐 아니라 뚱뚱한 사람이 물에 더 잘 뜨는 원리는 부력이 물에 닿는 표면적과 관계가 있다는 것과 안경은 시력교정의 효과가 전부이기 때문에 안경을 쓰면 그때부터 시력이 점점 더 나빠진다는 이야기가 그야말로 ‘카더라’통신이라고 하네요. 큰아이가 난시여서 안경을 쓰는 게 은근히 마음에 걸렸는데, 6개월마다 시력검사와 렌즈교체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학창시절 공부하느라 머리 싸맸던 과학의 모든 과목들이 총출동 했습니다만 책의 내용은 그리 어렵지 않았어요. 여러 경로를 통해 제가 이미 알고 있는 것들도 많았구요.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나쁜 공기 때문에 두통과 피로를 느낄 수 있다(부지런히 청소하고 환기시켜야겠어요.)는 거나 도로 위의 스키드마크가 곧 과속의 증거가 된다(남편에게 상기시켜할 듯)는 건 처음 알게 됐답니다. 특히 기억에 남는 건 식물 중에 공기 정화 능력이 뛰어난 친환경적인 식물이 있다는 거예요. 전자파 차단에 선인장이 좋다는 건 알았지만 집중력 향상에 도움을 주는 식물이 있다니, 놀랍네요. 파키라와 보스턴줄고사리! 큰아들을 위해 얼른 장만해둬야겠어요. ^^




과학! 해도해도 어렵고 무조건 외워야 하는 골치 아픈 학문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그렇다면 이제 <과학 시크릿>을 만나보세요. 일상 속에서 늘 접하는 과학적 원리들을 미스터 Lee가 쉽고 재미있게 알려줄 테니까요. 아이와 함께 보시면 더욱 좋다는 거, 잊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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