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나아줌마가 들려주는 아프리카 옛이야기
씨나 믈로페 지음, 조선정 옮김, 레이첼 그리핀 그림 / 북비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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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방학을 맞아 아이들은 마치 제 세상을 만난 듯합니다. 매일 늦잠은 기본이고 평소엔 보기 힘들었던 애니메이션 영화를 DVD로 골라보는 재미에 폭 빠졌는데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작품을 비롯해서 디즈니 픽사 애니메이션, 토마스 기차, 곰돌이 푸, 파워레인저 등 이십여 개가 넘는 DVD중에서 [키리쿠 키리쿠]는 저와 아이들 모두 좋아한답니다. 체구는 갓난아기처럼 작지만 누구보다 빠르고 영리한 아이 키리쿠가 마녀 카라바에 맞서서 마을에 위험한 일이 생길 때마다 재치를 발휘해서 해결해 나간다는 얘긴데요. 매사에 긍정적인 생각으로 밝게 생활하는 키리쿠도 귀엽고 인상적이지만 그보다 영화전반에 흐르는 음악이나 배경에서 아프리카만의 독특한 분위기가 좋았어요.




<씨나 아줌마가 들려주는 아프리카 옛이야기>도 그래서 반가웠습니다. 집에 있는 아이들 책 중에 이야기 배경이 아프리카인 책은 거의 없어서 저나 아이들이  아프리카의 문화나 이야기, 특히 옛이야기는 그다지 접하기 못했거든요. 책에는 모두 8개의 옛이야기가 수록되어 있는데요. 아프리카 대륙에 위치한 여러 나라 중에서 나미비아, 말라위, 레소토, 스와질란드, 세네갈, 가나, 수단, 에티오피아를 선정해서 해당 나라에서 오래전부터 구전되어 오던 옛이야기를 입말체의 문장으로 들려주고 있습니다.




몇 가지 인상적이었던 이야기를 꼽자면 엄마가 일하는 동안 바다에서 파도를 타며 놀던 놀란들이 어느 날 파도에 밀려 어느 작은 섬으로 들어가 존경받는 유명한 치료사 부부를 만나 성장하여 다시 고향으로 돌아왔지만 엄마가 병을 얻은 누워있자 자신이 갖고 있던 약초로 엄마의 병을 치료하는 이야기(나미비아 <파도소녀 놀완들>)는 집을 떠난 딸이 돌아와 부모의 병을 고친다는 우리의  바리데기 설화와 닮은 듯 했구요. 사이좋은 형제가 사냥을 떠났다가 동생이 흙단지를 발견한 것을 계기로 여인과 아이들, 소와 양, 오리, 닭 같은 여러 가지 가축들이 나오자 형이 질투를 하고 동생을 해치려고 하는(레소토 <마실로와 마실로냐나 형제>)는 우리의 흥부놀부와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가장 인상적인 이야기는 바로 수단의 <지혜로운 어머니 이야기>였습니다. 새로운 술탄이 된 아들에게 어머니가 좋은 친구를 사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강조합니다. 이에 술탄은 장사꾼의 아들과 장군의 아들, 나무꾼의 아들을 차례로 만나고 초대하는데요. 이때 어머니는 매번 달걀 세 개를 내어놓습니다. 달걀 세 개. 이걸로 아들이 초대한 친구가 좋은 친구인지, 나쁜 친구인지 알아보는 건데요. 도대체 어떤 방법을 쓸까요? 그리고 누가 좋은 친구로 술탄과 우정을 나누게 될까요?




지구상에서 두 번째로 큰 대륙, 아프리카의 옛이야기를 만날 수 있는 <씨나 아줌마가 들려주는 아프리카 옛이야기>는 여러 면에서 돋보입니다. 본문에 들어가기에 앞서 기본적으로 아프리카가 어떤 역사와 문화를 가진 곳인지 알려주고요. 각 나라의 옛이야기를 소개할 때도 해당 나라의 역사와 문화, 지리적인 특성에 대해 설명해놓아서 그 나라의 옛이야기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는데요. 그 짧은 설명글을 통해 처음 알게 된 것들도 정말 많았답니다. 그리고 삽화!! 이 책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바로 삽화입니다. 여러 종류의 천과 구슬, 작은 소품으로 장식한 그림에서 이야기의 배경인 아프리카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을뿐 아니라 이야기의 재미도 더해주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어느 나라든 옛이야기를 들려주는 문화가 있는 것 같습니다. 오랫동안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면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은 이야기들. 그중에서 아프리카 대륙에서 전해지는 이야기를 남아공 최고의 이야기꾼인 저자 씨나 믈로페를 통해 만날 수 있답니다. 그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보세요. 신기하고 환상적인 아프리카 이야기에 빠져있다 보면 어느새 그녀가 이렇게 말할 거예요. “코시 코시 이야펠라.”(자, 이제 나의 이야기를 마치겠어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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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버지입니다
딕 호이트.던 예거 지음, 정회성 옮김 / 황금물고기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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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실화입니다.

촬영장면도 실제 상황입니다.

아버지의 이름은 “딕”이고 아들의 이름은 “릭”입니다.




지난해 가을이었습니다. 부모의 역할과 자녀의 학습에 관한 도서관 강좌를 수강했는데요. 그 마지막 시간, 강의 막바지에 선생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여러분이 꼭 보셔야 할 게 있습니다.”고 하시면서 동영상을 보여주셨습니다. ‘이 이야기는 실화입니다....’로 시작되는 5분짜리 동영상을. 아들을 너무나 사랑하여 그 아들이 날개를 활짝 펴고 하늘을 훨훨 날 수 있도록 바람이 되어줬던 아버지의 이야기를 보면서 저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가슴이 벅차오는 무한 감동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 지쳐 그 날의 감동은 점점 빛을 잃어갔고 오래지 않아 기억 속에서 사라지고 말았는데요. 그러다 우연히 발견한 한 권의 책. 휠체어에 탄 남자와 그 휠체어를 밀면서 달리는 사람의 모습을 보는 순간 ‘그 때의 그들’이란 걸 알게 됐습니다. 그들의 이야기가 책으로 출간됐다는 걸.




읽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아니, 꼭 읽어야 했습니다. 몇 달 전 스치듯 봤던 짧은 동영상이 아닌 좀 더 많은 이야기를. 절실하게 원했습니다. 서로를 깊이 사랑하고 굳게 신뢰하는 아버지와 아들, 딕 호이트와 릭 호이트 그들과의 만남을.




운동을 좋아하는 활기찬 청년이 고교시절부터 커플이었던 여인과 결혼을 하고 첫아이를 낳았습니다. 아들이 태어났다는 소식에 아버지가 된 남자는 아들과 함께 캐치볼과 미식축구를 하는 모습을 상상하며 행복에 젖었지요. 하지만 출산을 담당했던 의사로부터 청천벽력 같은 얘길 듣는 순간 꿈은 깨어지고 맙니다. 아들의 출산과정이 순탄하지 못했다는 것. 태아의 목에 탯줄이 감기는 바람에 뇌에 산소공급이 중단되었다는 것. 뇌성마비에 경련성 전신마비라는 심각한 장애 때문에 평생 정상인으로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을. 그리고 이렇게 조언합니다. 아이를 시설에 보내고 잊어버리라고. 아직 젊으니 당신들의 인생을 살라고.




의사는 아들을 포기하라고 했지만 젊은 부부는 아들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장애를 갖고 태어나 소리 내어 울지도, 음식조차 제대로 먹지 못하는 식물인간과 마찬가지의 삶을 살아가겠지만 그래도 사랑스런 아들이기에 그들은 헌신의 노력을 다합니다. 말을 하지 못하는 아들을 위해 대학연구팀의 도움을 받아 ‘의사소통 장치’라는 특수 컴퓨터를 휠체어에 설치했습니다. 이로써 아버지와 어머니, 세 아들은 더디게나마 서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게 됐고 아들은 공립학교에 입학할 수 있게 되었는데요. 또래보다 뒤늦게 학교를 다니게 된 아들은 무척 즐거워했습니다. 그리고 체육교사인 사토리 선생님을 만나면서 그들 가족은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하게 됩니다. 육상선수였지만 불의의 사고로 전신마비가 된 운동선수를 돕기 위한 자선달리기 대회 소식을 접한 아들은 이렇게 전합니다. “아빠. 달리기 대회에 나가고 싶어요. 아빠와 달리고 싶어요.”라고.




처음 출전한 대회에서 휠체어 참가자는 그들이 유일했습니다. 대회 성적이나 순위 역시 좋은 성과를 내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완주해냈다는 것에 기뻐했고 달리고 있을 때 자신은 장애인이 아닌 것 같았다는 아들의 말에 무한한 감동과 행복감을 느꼈습니다. 아버지는 말했습니다. “우리는 앞으로도 계속 함께 달릴 수 있을거야.” 아버지와 아들의 달리기, 팀 호이트의 기나긴 여정은 이렇게 시작되었습니다.




책을 읽으며 내내 제 자신에게 물음을 던졌습니다. 만약 내가 그들의 입장이었다면 어땠을까...나도 그들처럼 해낼 수 있었을까? 어떤 고난이나 역경이 닥쳐도 이겨낼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도전할 수 있었을까? 부끄럽지만 아마도 결코 쉽지 않았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그들처럼 끝없이 노력하고 도전하려고 하기보다 자신을 힘겹게 하는 현실에 실망한 나머지 한탄의 시간을 보내지 않았을지...




책의 원제는 Devoted. ‘헌신적인’이란 뜻입니다. 사랑하는 아이를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고 헌신의 노력을 다하는 이. 아이의 날개 아래를 받쳐주는 바람이 되어 지금 이순간도 어디선가 달리고 있을 그는 바로 아버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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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미스터리 - 한국전쟁, 풀리지 않는 5대 의혹
이희진 지음 / 가람기획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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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요즘 뉴스나 신문보기가 겁이 납니다. 제가 정치나 시대의 흐름에 대해 문외한이라 잘은 모르지만 대북정세가 예전과 많이 다른 것 같아요. 하지만 우리 한반도를 둘러싼 몇몇 나라의 정세와 분위기에서 왠지 살얼음판처럼 아슬아슬하고 살벌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큰아이는 이러다 전쟁 터지는 거 아니냐고 하지만 전쟁이 어디 그렇게 말처럼 쉽게 일어나는 건가요? 그건 아니잖아요. 물론  제가 전쟁을 직접 경험한 세대는 아닙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살면서 느끼고 알게 된 것은 전쟁만큼 참혹하고 인간을 불행하게 하는 건 없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의문이 드는 것. ‘625전쟁은 왜 일어났나?’하는 겁니다. ‘1950년 6월 25일 일요일 모두가 잠든 이른 새벽, 북한이 선전포고도 않고 38선을 넘어 공격을 감행했다.’는 식의 학창시절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던 틀에 박힌 설명이 아닌 좀 더 구체적이고 자세한 이야기, 그 내막을 알고 싶어지더군요.




그래서 선택한 책이 한국전쟁 60주년을 맞아 특별기획으로 출간된 <625 미스터리>입니다. 이 책은 ‘한국전쟁, 풀리지 않는 5대 의혹’이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크게 5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각각의 장마다 한국전쟁에 관한 의혹들, ‘분단 배경의 미스터리’ ‘의문의 38선’ ‘전쟁 개시와 의혹’ ‘역전. 재역전의 미스터리’ ‘비극적 유산의 이면’에 대해 자세히 다루고 있습니다. 이제야 비로소 625전쟁에 대해 많은 걸 알게 될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책은 첫 대목부터 충격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우리나라가 분단하게 된 데에는 소련의 영향이 가장 컸다고 알고 있었는데, 아니 웬걸? 소련의 참전이 다름아닌 미국의 요구에 의해서였다고 하지 않습니까. 게다가 625전쟁의 전세를 뒤집는 계기가 됐던 인천상륙작전을 지휘한 맥아더 장군이 우리가 알고 있던 그 ‘위대한 맥아더장군’이 아니라는 겁니다. 맥아더는 정의로 똘똘 뭉친 사람이 아니라 정계에 진출하려는 뜻을 품은 야심가였기에 자신을 돋보이게 해 줄 수 있는 기회를 절대 놓치지 않으려했다는 거지요. 우리나라를 남과 북으로 분단하는 38선의 배경도 마찬가집니다. 그저 미국과 소련이 서로 협의하에 이뤄졌다는 기존 지식과는 달리 책에서는 놀라운 사실을 털어놓습니다. 미국이 당시 우리나라의 정세에 대해 어두웠을 뿐만 아니라 먼저 분할점령을 선택했다고. 즉, 사전에 모종의 밀약이 있었다는 겁니다. 특히 마지막장에서 다루고 있는 민간인 대량학살은 정말 소름끼칠 정도로 끔찍합니다. 거기다 미국이 세균전을 감행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는데요. 저자는 사실여부를 확인하는 데는 좀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습니다.




겨울의 초입, 임시수도기념관을 찾았습니다. 625전쟁 당시 부산이 임시수도의 역할을 맡으면서 대통령 관저로 이용되던 곳인데요. 당시의 이승만 대통령의 유품과 함께 한국전쟁 당시의 상황을 알 수 있는 전시물, 피난생활의 애환을 담은 기록사진 등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2층 목조건물로 된 전시관을 둘러보고 영상관에서 한국전쟁 당시의 모습을 담은 짤막한 상영물을 봤는데요. 전쟁의 참상을, 아픔을 온 몸으로 외치는 사람들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습니다.




얼마전 한국전쟁을 다룬 책으로 출판문화상을 수상한 저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한국전쟁을 직접 증언해줄 분들이 앞으로 10년 정도면 세상을 떠날 것이다. 학계의 분발이 필요하다”고. 사실 책을 읽었음에도 전 아직 모르겠습니다. 무엇 때문에 전쟁이 일어났는지, 그것이 누구를 위한 전쟁이었는지. 그저 더 이상은 이런 아픔, 이런 고통을 불러오는 참혹한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길 바랄 뿐입니다. 이 책이 그 시발점이 될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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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원자 - 세상만사를 명쾌하게 해명하는 사회 물리학의 세계
마크 뷰캐넌 지음, 김희봉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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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가 깔끔하고 독특하네요. 아이콘처럼 표시된 사람이 여럿 흩어져 있는데 그들이 모두 정중앙의 사람과 이리저리 엮으며 선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 모습에서 언뜻 예전에 읽었던 [과학콘서트]란 책의 한 대목이 생각나더군요. ‘케빈 베이컨 게임’이라고 해서 ‘여섯 다리만 건너면 세상 사람들은 모두 아는 사이’라는 걸 증명하면서 이 세상이 여섯 다리만 건너면 서로 다 아는 사이일만큼 좁다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더욱 이 책에는 어떤 내용이 들었을까 궁금해졌어요. 표지만 보면 톡톡 튀는 감성의 글일 것 같지만 ‘세상만사를 명쾌하게 해명하는 사회 물리학의 세계’란 부제가 왠지 묵직하게 다가왔거든요.




모든 물질은 원자로 이루어져 있다는 건 학창시절 수업을 통해 배웠던 내용입니다. 물질을 이루고 있는 기본 구성단위로 더 이상 쪼개어질 수 없는 것이 바로 ‘원자’라고 했는데요. <사회적 원자>라는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이 책은 ‘원자’를 사람과 사회에 적용시켰습니다. 세상의 모든 물질이 원자로 이루어졌듯이 우리 사회도 사람이라는 원자로 이루어졌다는 거죠.




우리 사람이 ‘원자’라고? 정말 독특한 생각이지요. 이론 물리학의 연구하며 과학저술가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 마크 뷰캐넌은 자신의 이론을 전달하기 위해 모두 9개의 장에 걸쳐 설명하고 있습니다. 제일 먼저 ‘사람이 아니라 패턴을 보라’에서 저자는 1970년대 인도가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는 인구증가를 억제하기 위해 강제 정관수술을 시행했던 것을 예로 들었습니다. 마치 전쟁을 선포하는 것처럼 어떤 강제적인 수를 써도 인구는 꾸준히 증가했지만 단 한 지역만은 예외였다고 합니다. 바로 인도 남부의 케랄라였는데요. 놀라운 것은 그 케랄라에서 시행한 것은 산아제한을 위한 가족계획 교육이 아니라 글을 읽고 쓰는, 여성에 대한 교육이었다는 겁니다. 그 결과 세계에서 유일하게 문맹률이 0인 지역이 되었다고 하는데요. 여기서 중요한 것은 바로 산아제한과 여성들의 교육 간에 어떤 관계가 있는지 그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사람보다는 패턴을 봐야 한다는 말합니다. 산이나 산책길에 난 길이나 발자국에서 알 수 있듯이 ‘한 번 흐름이 생기면 다른 사람 역시 이 흐름에 포함되어 흐름은 점점 더 커지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사람들의 패턴이 된다는 겁니다.




저자는 우리 사회가 사람들로 이루어져 있고 사람들의 작용으로 만들어지므로, 사람들을 살펴보고 그들이 어떻게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지 살펴보면 사회를 설명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사람들간의 흐름, 패턴이 어떤 분야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알기 위해서는 사람보다 패턴이 더 중요하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여기서 일정한 패턴을 찾아내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우리 인간이 복잡하고 변덕이 심한데다가 사소한 우연으로 인해 사건의 흐름이 달라지는 경우도 허다하구요. 사람이 주변의 다른 이를 흉내내는 경향이 있어 그로 인해 루머나 소문이 나돌고 핸드폰의 보급속도도 빨라지는 등 사회적 원자인 사람의 특성과 기질에 대해 짚어보고 거기에 작용하는 행동양상에 대해 짚어주는데요. 솔직히 초반, 호기심으로 가득한 상태에서 출발한 책이었지만 그다지 쉽게 와닿지 않았습니다. 사회물리학이라는 개념도 그렇고 세상만사를 명쾌하게 해명한다는 게 다소 무리가 있지 않나 싶을 정도였거든요. 제겐 좀, 아쉬운 독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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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놀이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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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너무 오래 살았다고 생각하지 않소?”

어느 날 갑자기 걸려온 의문의 전화. 그것이 모든 일의 시작이었다. 느닷없이 걸려온 전화로 인해 그가 그동안 쌓아온 부와 명예, 평화로운 일상, 승리자로서의 삶은 금이 가기 시작하고 언제 깨어질지 모르는 살얼음판이 되고 말았다.




황복만. 건실한 기업의 사장인 그에게는 비밀이 있었다. 자신도 잊고 있을만큼 깊숙한 내면에 꼭꼭 묻어두고 30년 가까이 숨겨둔 비밀. 얼굴을 바꾸고 고향도, 이름까지 버리면서 외면하고자 했던 과거. 바로 ‘배점수’로서의 삶이었다. 그의 가족은 오랜 옛날 큰 벼슬을 지내고 큰 부를 축적한 신씨 가문에 대를 이어 노비였다. 종놈의 자식으로 천대받고 억눌리며 살아야 했다. 그런 어느 날  신씨 집안의 장남인 병철이 그의 여동생에게 폭행을 가하는 모습을 보고 그는 병철에게 반죽음이 되도록 주먹을 날린다. 어린 동생에게 몹쓸 짓을 하기에 휘두른 주먹이었지만 그에게 돌아온 것은 정신이 까무룩 해지도록 지독한 몽둥이 뜸질과 집에서 쫓겨나는 거였다. 농삿일이 아닌 대장일을 배워 대장장이로 살아가는 그는 초등학교 선생인 방 선생을 만나면서 삶의 갈림길에 들어선다.




방 선생 역시 과거엔 종놈의 자식이었지만 그의 아버지가 상전의 아들 대신 살인누명을 쓴 대가로 종살이를 면하게 되었다. 하지만 아버지가 감옥생활 중에 중병을 얻어 세상을 뜨면서 유언으로 공부를 하라는 말을 남기자 그 영향인지 황복만을 비롯한 무지한 이에게 글과 숫자를 가르치며 조직을 구성하기에 이른다. 그는 사람들에게 혁명을 일으켜 양반 같은 지주 계급을 처치하여 가난한 노동자와 농민이 잘 사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고 소리쳤다. 이후 황복만은 인민위원회의 부위원장이 되어 신씨 일족의 남자들에게 날카로운 창을 휘두르며 몰살시키는 폭행을 일삼는다. 그 일로 인해 그의 아내는 몰매를 맞아 죽고 어린 아들은 그때의 충격으로 치유할 수 없는 정신적 장애를 입기에 이른다. 가족의 불행도 무릅쓰고 혁명을 일으켰지만 그들 조직은 결국 쫓기는 신세가 되어 깊은 산으로 숨어들고 그 와중에 조직에서 나와 몸을 숨긴 황복만은 자신의 과거를 세상에서 완전히 지워버리기로 결심한다.




그렇게 간신히 황복만으로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 번듯하게 성공했건만 30년이 지나서 자신의 목을 조여오는 의문의 남자는 과연 누구이며 복만의 아들 형민에게도 전화를 걸어 아버지 황복만의 과거를 고하는 그의 목적은 도대체 무엇인가. 그리고 황해도가 아닌 전라남도 보성의 회정리로 아버지의 과거를 찾으러 간 형민이 목도하게 될 진실은 무엇일까.




의문의 남자에게 걸려온 전화를 시작으로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이야기가 진행되는 소설은 몰입하여 속도를 내어 읽어갔다. 하지만 소설 속에 벌어진 사건과 수많은 등장인물들이 모두 우리의 아픈 과거의 역사를 고스란히 안고 있었기에 읽는 내내 불편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가난한 것이 한이 되어 그것을 폭력으로 풀어내고 그것이 또 다른 복수를 불러오는 이야기는 안타까움이자 슬픔이었다. 아픈 과거의 역사를 만나고 책장을 덮은 내게 한 문장이 다가온다.




죄는 무엇인가. 세월이 이렇게 길게 흘렀는데도 죄는 그대로 남기 마련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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