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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버지입니다
딕 호이트.던 예거 지음, 정회성 옮김 / 황금물고기 / 201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이야기는 실화입니다.
촬영장면도 실제 상황입니다.
아버지의 이름은 “딕”이고 아들의 이름은 “릭”입니다.
지난해 가을이었습니다. 부모의 역할과 자녀의 학습에 관한 도서관 강좌를 수강했는데요. 그 마지막 시간, 강의 막바지에 선생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여러분이 꼭 보셔야 할 게 있습니다.”고 하시면서 동영상을 보여주셨습니다. ‘이 이야기는 실화입니다....’로 시작되는 5분짜리 동영상을. 아들을 너무나 사랑하여 그 아들이 날개를 활짝 펴고 하늘을 훨훨 날 수 있도록 바람이 되어줬던 아버지의 이야기를 보면서 저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가슴이 벅차오는 무한 감동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 지쳐 그 날의 감동은 점점 빛을 잃어갔고 오래지 않아 기억 속에서 사라지고 말았는데요. 그러다 우연히 발견한 한 권의 책. 휠체어에 탄 남자와 그 휠체어를 밀면서 달리는 사람의 모습을 보는 순간 ‘그 때의 그들’이란 걸 알게 됐습니다. 그들의 이야기가 책으로 출간됐다는 걸.
읽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아니, 꼭 읽어야 했습니다. 몇 달 전 스치듯 봤던 짧은 동영상이 아닌 좀 더 많은 이야기를. 절실하게 원했습니다. 서로를 깊이 사랑하고 굳게 신뢰하는 아버지와 아들, 딕 호이트와 릭 호이트 그들과의 만남을.
운동을 좋아하는 활기찬 청년이 고교시절부터 커플이었던 여인과 결혼을 하고 첫아이를 낳았습니다. 아들이 태어났다는 소식에 아버지가 된 남자는 아들과 함께 캐치볼과 미식축구를 하는 모습을 상상하며 행복에 젖었지요. 하지만 출산을 담당했던 의사로부터 청천벽력 같은 얘길 듣는 순간 꿈은 깨어지고 맙니다. 아들의 출산과정이 순탄하지 못했다는 것. 태아의 목에 탯줄이 감기는 바람에 뇌에 산소공급이 중단되었다는 것. 뇌성마비에 경련성 전신마비라는 심각한 장애 때문에 평생 정상인으로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을. 그리고 이렇게 조언합니다. 아이를 시설에 보내고 잊어버리라고. 아직 젊으니 당신들의 인생을 살라고.
의사는 아들을 포기하라고 했지만 젊은 부부는 아들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장애를 갖고 태어나 소리 내어 울지도, 음식조차 제대로 먹지 못하는 식물인간과 마찬가지의 삶을 살아가겠지만 그래도 사랑스런 아들이기에 그들은 헌신의 노력을 다합니다. 말을 하지 못하는 아들을 위해 대학연구팀의 도움을 받아 ‘의사소통 장치’라는 특수 컴퓨터를 휠체어에 설치했습니다. 이로써 아버지와 어머니, 세 아들은 더디게나마 서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게 됐고 아들은 공립학교에 입학할 수 있게 되었는데요. 또래보다 뒤늦게 학교를 다니게 된 아들은 무척 즐거워했습니다. 그리고 체육교사인 사토리 선생님을 만나면서 그들 가족은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하게 됩니다. 육상선수였지만 불의의 사고로 전신마비가 된 운동선수를 돕기 위한 자선달리기 대회 소식을 접한 아들은 이렇게 전합니다. “아빠. 달리기 대회에 나가고 싶어요. 아빠와 달리고 싶어요.”라고.
처음 출전한 대회에서 휠체어 참가자는 그들이 유일했습니다. 대회 성적이나 순위 역시 좋은 성과를 내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완주해냈다는 것에 기뻐했고 달리고 있을 때 자신은 장애인이 아닌 것 같았다는 아들의 말에 무한한 감동과 행복감을 느꼈습니다. 아버지는 말했습니다. “우리는 앞으로도 계속 함께 달릴 수 있을거야.” 아버지와 아들의 달리기, 팀 호이트의 기나긴 여정은 이렇게 시작되었습니다.
책을 읽으며 내내 제 자신에게 물음을 던졌습니다. 만약 내가 그들의 입장이었다면 어땠을까...나도 그들처럼 해낼 수 있었을까? 어떤 고난이나 역경이 닥쳐도 이겨낼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도전할 수 있었을까? 부끄럽지만 아마도 결코 쉽지 않았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그들처럼 끝없이 노력하고 도전하려고 하기보다 자신을 힘겹게 하는 현실에 실망한 나머지 한탄의 시간을 보내지 않았을지...
책의 원제는 Devoted. ‘헌신적인’이란 뜻입니다. 사랑하는 아이를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고 헌신의 노력을 다하는 이. 아이의 날개 아래를 받쳐주는 바람이 되어 지금 이순간도 어디선가 달리고 있을 그는 바로 아버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