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후 세상 - 개인의 삶과 사회를 바꿀 33가지 미래상
중앙일보 중앙SUNDAY 미래탐사팀 지음 / 청림출판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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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새해가 밝았다. 날은 어제에서 오늘로 이어졌을 뿐이지만 그 의미는 확연히 다르다. 껑충 뛰어오른 물가 때문에 이번 겨울은 여느 때보다 춥게 느껴지는 요즘 여러 신문사와 방송에서 2011년을 마무리하고 2012년을 전망하는 기사가 보니 새해엔 여러 면에서 달라지긴 역시 마찬가지인 것 같다. 살림살이가 갈수록 팍팍해질 거란 생각에 저절로 한숨이 나왔다. 올해 치러질 총선과 대선, 두 번의 선거가 우리의 삶을 얼마나 바꿔놓을 수 있을지...솔직히 기대 반, 걱정 반이다. 오늘이 어떻게 마무리될지, 내일이 어떻게 시작될지 어느 누구도 장담할 순 없지만 그래도 궁금했다. 다가올 세상이 어떻게 달라질지, 우리의 미래가 어떤 모습일지.


‘개인의 삶과 사회를 바꿀 33가지 미래상’이란 부제를 단 <10년 후 세상>은 중앙일보의 일요판 신문인 ‘중앙SUNDAY’ 창간 4주년을 맞아 특별기획으로 진행한 '10년 후 세상'을 엮은 것으로 우리의 일상과 가치관, 문화 등이 과학기술의 발달로 인해 앞으로 어떻게 달라질지 그 변화를 예측해놓은 책이다. 때문에 저자가 한 명이 아니다.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최재천 교수를 비롯해서 정재승, 김동욱, 김혜영, 전상인 등 각계의 전문가들이 10년 후의 달라질 우리의 삶에 대해 이야기한다. 책은 크게 ‘건강과 웰빙’ ‘가정과 사회’ ‘문화와 교육’ ‘첨단기술’ ‘소셜미디어’ ‘환경과 에너지’ ‘글로벌 세상’ 이렇게 일곱 개의 챕터로 나누어 각각의 주제에 관한 세부적인 내용이 수록되어 있다.


33가지의 트랜드(추세 혹은 경향) 중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을 몇 가지 꼽자면 줄기세포를 통해 파킨슨 같은 병도 치료할 수 있다는 것이다. 몇 년 전 둘째 아이를 출산하면서 성장앨범이 아닌 제대혈보관을 선택했던 나로서는 이 줄기세포를 통한 불치병, 난치병 치료는 무엇보다 반가운 소식이었다. 큰아이의 관심사인 ‘로봇’에 관한 대목도 있었는데 가장 중요한 점은 인간과 로봇의 관계가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거였다. SF 영화나 소설에서 자주 거론됐던 것처럼 인간과 로봇이 팽팽하게 대립할 것인가, 인간을 도와주고 보조하는 역할이 될 것인가...정말 의문이다. 하지만 미래엔 결혼제도가 사라질 거라는, 아니 큰 변화를 맞게 될 거라는 대목은 충격이었다. 그러잖아도 얼마전에 ‘결혼은 남자와 여자 중 누구에게 유리한가’란 내용의 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 미래엔 결혼하는 것 자체부터 어려울 뿐 아니라 동거와 결혼의 중간 단계인 ‘파트너혼’이 등장할 거라니 두 아이를 둔 부모의 심정으로서는 착잡하기가 이를 데 없다. 10년 후 세상에서 책은 어떻게 변화할지도 눈길을 끌었다. 과연 전자책이 종이책을 세상에서 사라지게 만들까? 의문이 들었지만 앞으로 학생들의 교과서도 전자교과서로 대체된다고 하니 우리나라도 전자책 시장은 점점 커질 추세인 듯하다.


얼마전 어느 교수님으로부터 수능 때 제2외국어로 ‘아랍어’를 선택하는 학생들이 늘었다는 얘길 들었다. 교수님께선 그 이유를 아랍어가 다른 제2외국어보다 시험문제가 쉽게 출제되기 때문이라고 하셨지만 그것 역시 현재의 우리 모습을 반영된 것은 아닐까 싶다. 아이들이 쓰는 크레파스에서 ‘살색’이란 명칭이 사라진 것처럼 우리도 더 이상 단일민족임을 자랑할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어느새 달라져버린 사회, 세상. 그 변화를 어떻게 인식하고 맞이할 것인가. 한번 고민해봐야 할 문제라고 생각된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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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와 아메리카인 김영사 모던&클래식
존 스타인벡 지음, 안정효 옮김 / 김영사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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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고백한다. 얼마전까지 난 존 스타인벡의 작품을 그 어떤 것도 읽지 않았다. 그의 유명한 작품 <분노의 포도>와 <에덴의 동쪽>도 소설이 아닌 영화로 만났다. 하지만 영화를 본 것도 워낙 오래전의 일이라 <분노의 포도>는 어떤 내용이었는지조차 기억하지 못한다. <에덴의 동쪽>는 당시 은막의 반항아로 불리던 제임스 딘이 출연한 덕분에 그나마 대략적인 줄거리를 아는 정도에 불과하다. 해서 ‘노벨문학상 퓰리처상 수상자 스타인벡의 대표작’이라는 은빛 스티커가 반짝이는 책 <아메리카와 아메리카인>을 보고 덥석 달려들었다. ‘이제야 드디어!’라고 생각했다. 즉, 내 머릿속엔 이 책 <아메리카와 아메리카인>이 소설인 줄 알았던 것. 하지만 아니었다. 책을 손에 들고 꼼꼼히 살펴보니 그제야 눈에 띄었다. ‘존 스타인벡 문학의 결정체’라는 표지의 작은 글씨 아래에 ‘최고의 문명비평서!’라는 문구가... 오호, 이럴수가. 이걸 의도한 건 아니었어.


하지만 책장을 한 장씩 넘기면서 아주 잠깐이지만 머리를 싸안고 후회했던 나 자신이 왠지 부끄러웠다. 책의 번역을 맡은 이가 <하얀전쟁> <헐리우드 키드의 생애>의 저자인 안정효라는 점에서. 본문에 앞서서 수록된 70여 페이지가 넘는 ‘해제’. 이 두 가지만으로도 이 책이 평범하지 않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존 스타인벡의 작품이 스승이자 교과서였다면서 밝힌 역자는 스타인벡의 삶과 작품이 어떻게 서로 영향을 미쳤는지 꼼꼼하게 짚어주는데 스타인벡의 작품을 접하지 않았던 나로선 이 해제가 정말 반가웠다.


책은 ‘여럿에서 하나’, ‘모순과 꿈’, ‘국민의 정부’, ‘평등하게 태어나서’, ‘아메리카누스 인종’, ‘행복의 추구’, ‘아메리카인과 땅’, ‘아메리카인과 세계’, ‘아메리카인과 미래’ 아홉 개의 주제어로 나누어져 있다. 저자는 먼저 아메리카의 형성에 대해 ‘400년에 걸친 고된 노동과, 피 흘림과, 외로움과, 공포가 이 땅을 창조했다....그 과정에서 온갖 인종에 뿌리를 박고, 온갖 피부 빛깔로 얼룩지고, 겉으로 보기에는 인종상의 무정부 상태를 이루는 새로운 종족 아메리카인으로 태어났다.(87쪽)’고 말하면서 이주자들이 황무지를 개척하고 정착하는 과정에서 일어났던 아메리카 인디언과의 투쟁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이는 이후 계속될 내용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었다. 아메리카인이 정부, 특히 대통령에게 갖고 있는 이중성도 짚고 있는데 대통령을 사랑하고 위대하다고 생각하는 반면에 ‘직책에 대한 모든 대가로 우리들은 암살이라는 선물을 보탠다(144쪽)’는 대목은 놀라울 정도다. 그뿐이 아니다. ‘아메리카 드림’이라며 아메리카에서는 누구나 꿈을 이룰 수 있다고 모두가 평등하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다른 어떤 나라보다 인종차별이 극심하다는 것을 KKK단과 저자가 겪은 일화를 소개한다. 아메리카인들이 안고 있는 심각한 문제점과 그들의 미래에 대한 걱정까지 털어놓고 있다. 그리고 이런 말로 끝을 맺고 있다. 후기에 이런 말한다. ‘우리들은 때때로 실패했고, 길을 잘못 들었고, 기운을 차리려고 멈추었고, 배를 채웠으며 상처를 치유했지만, 우리는 한 번도, 단 한 번도 뒷걸음질을 친 적은 없었다. (292쪽)’


세상의 부조리함과 파괴를 일삼는 인간 문명을 비판하는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대표적 작가로 알려진 존 스타인벡의 글을 읽으며 한편으론 이런 내용의 책이 출간될 수 있는 그들의 환경이 부러웠다. 하지만 제목에서부터 내용, 표지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아메리카’를 얘기하는 책을 보면서 때론 지금 우리의 현실을 보는 듯한 착각에 불편하기도 했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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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 上 - 신화적 상상력으로 재현한 천 년의 드라마
스티븐 세일러 지음, 박웅희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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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안 나왔나? 나올 때가 지난 거 같은데? 니가 제대로 체크하고 있는 거 맞나?”

저와 남편의 책 선호도는 비슷하면서도 조금 다릅니다. 때문에 같은 책을 서로 먼저 보려고 신경전을 벌이는 일도 없는데요. 딱 하나 예외의 경우가 있습니다. 바로 <로마 서브 로사>입니다. 그 책만큼은 저희 집 현관을 들어서는 순간부터 저와 남편의 팽팽한 신경전의 제물이 되고 맙니다. 책이 누군가의 손에서 떨어짐과 동시에 상대방이 낚아채가는 상황이 수시로 벌어지는데요. 2010년에 4권까지 출간된 이후로 아무 소식이 없어서 어떻게 된건가 궁금하던 차에 반가운 소식이 들리더군요. 바로 <로마 서브 로사>의 저자 스티븐 세일러의 또 다른 작품 <로마>가 출간됐다는 겁니다. 귀가 솔깃해졌습니다. 도대체 ‘로마’를 가지고 어떻게, 어떤 이야기를 펼쳐보일지 궁금했습니다.


로마의 장대한 역사를 소설로 어떻게 버무려냈을지 의문을 품고 책장을 넘겼는데 시작부터 깜짝 놀랐습니다. 소설은 로마 그 이전의 역사부터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기원전 1000년, 소금을 채집한 다음 이동하면서 물물교환 하는 무리의 우두머리인 라르트는 어느 날 꿈에서 날개달린 남근형상을 한 파스키누스의 계시를 받습니다. 자신의 딸 라라를 금속가공기술자 무리의 타르케티오스와 밤을 보내게 하는데요. 그날을 계기로 라라는 임신하여 아들을 낳는데 타르케티오스가 헤어지면서 라라에게 정표로 건넨 황금 호신부는 그 부족의 상징처럼 자손대대로 전해지게 됩니다. 라라의 후손인 포티티아는 하늘신 제우스의 아들인 헤라클레스를 만나 생명을 잉태하고 그 후손인 포티티우스는 쌍둥이 형제인 로물루스와 레무스가 이웃 도시인 알바의 왕 아물리우스를 처단하고 자신들이 직접 왕이 되어 도시를 건설하는 것에 참여하는데요. 테베레 강을 둘러싼 일곱 개의 언덕을 가리키던 ‘루마’란 명칭이 ‘로마’라고 불리던 때였습니다. 하지만 기원전 510년 경 시민들이 왕을 몰아내고 공화정을 세우지만 귀족과 시민의 갈등과 투쟁은 극심해지는데요. 이후 로마의 최초의 성문법이라는 12표법이 기원전 450년경에 제정되는데 이때부터 포티티우스 가문 대대로 전해지던 파스키누스 호신부도 혼란에 빠져듭니다.


‘신화적 상상력으로 재현한 천 년의 드라마’라는 부제가 달린 <로마>를 읽는 내내 감탄사가 이어졌습니다. 로마의 역사에 큰 획을 그은 사건에 추리적인 요소를 넣은 <로마 서브 로사>를 읽으면서 독특하다고 생각했는데 <로마>는 거기에 새로움을 더한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파스키누스 호신부를 상징으로 한 포티티우스 가문과 헤라클레스 제사를 함께 모셔온 피나리우스 가문의 서로 엇갈린 운명을 이야기하는 가운데 로마의 역사 역시 흥망성쇠를 거듭하고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줄곧 로마의 역사를 말할 때면 언제나 시대를 주름잡았던 영웅이 중심이었는데 이 <로마>를 통해 당시 사람들의 일상과 모습들이 어떠했는지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로마 서브 로사>와 함께 <로마>의 후속작 <제국>의 출간도 손꼽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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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컴, 마이 퓨처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53
양호문 지음 / 비룡소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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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핫, 언뜻 표지만 봤는데도 웃음이 터져 나옵니다. 하늘을 날아오르듯 풀쩍 뛰어오른 소년. 한 손에 철가방, 다른 손은 함성을 지르기라도 하는지 힘껏 휘두르고 있는데요. 이 녀석, 대체 무슨 일이 있길래 이렇게 신이 난걸까요. 혹시 로또라도 당첨이 된 건가....응?




소년의 이름은 장세풍. 고2, 18살입니다. 이 나이의 아이들이라면 지나칠 수 없는 가장 큰 고민이자 걱정거리, 있죠? 여친? 남친? 네, 물론 그것도 있지만 그보다 더 급한 발등의 불. 어느 대학, 어떤 학과를 지망할건지...하는 것들이 세풍에겐 이제 의미가 없습니다. 고3이 되기도 전에 학교를 자퇴해버렸거든요. 세풍이 문제아냐구요? 전혀, 아닙니다. 사춘기 아이들이 겪는 방황이나 부모에 대한 반항? 그것도 아니에요. 어쩌면 세풍에게 그런 것들은 모두 사치에 불과합니다. 세풍에게 절실히 필요한 것은 오로지 오늘에서 내일로 이어갈 수 있는 힘과 여력, 희망이거든요.




이쯤 되면 세풍의 집이 어떤 상황인지 대충 짐작이 되시죠? 아버지는 고된 일을 하시다 직업병을 앓다 돌아가신 후로 어머니가 세 남매를 키우며 살아가는 편모가정인데요. 의아한 것은 세풍은 그 세 남매 중 장남이 아니라 막내라는 겁니다. 이상하죠? 하지만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세풍의 형이나 누나가 모두 지적장애가 있기 때문에 집안 살림에 큰 보탬이 될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세풍이가 틈틈이 이삿짐을 나르고 구슬을 꿰는 부업도 하지만 큰 도움이 되지는 못합니다. 이렇게 불우하고 힘겨운 환경 속에서도 세풍은 엄마를 위해 작은 가게를 장만하는 꿈을 갖고 언제나 밝게 살아가려고 애쓰는데요.




하지만 이런 이에게 세상은 언제나 야속한 법. 착하고 씩씩한 세풍에게 오히려 안 좋은 일들만 겹쳐서 일어납니다. 학교의 주먹들과의 싸움이 벌어져서 어쩔 수 없이 자퇴를 하고 식당 배달원 일을 시작하지만 그것도 만만하지 않았습니다. 세풍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일은 자꾸 얽히고. [완득이]에서 완득이를 도와주는 선생님처럼 세풍을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오히려 이용해 먹으려는 어른들을 보니 어찌나 화가 나던지...그럼에도 용기를 잃지 않고 앞으로 한 발 내딛으려는 세풍. 정말 대견하지요? 세풍이가 표지에서 외치려고 했던 말이 뭔지 알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험난한 세상아, 덤빌테면 덤벼! 나 장세풍이가 나간다!”가 아닐까요?




며칠 전 큰 아이가 불쑥 이런 말을 하더군요. “고등학교 꼭 가야돼?” “....?!” “안 가면 안되나?” “아니, 왜~?” “그냥 좀, 쉬고 싶어서.” 세상에 이제 겨우 초등학교 5학년, 12살밖에 안된 녀석이... 어처구니가 없어서 한마디 해줬습니다. “그럼 고등학교 안가고 뭐할건데? 일해서 돈 벌래?” “....” “고등학교를 가고 안 가고가 중요한 게 아니야. 남들과 다른 길을 가려면 그만큼 몇 배로 힘든데. 할 수 있겠니?” “....” 큰아이는 별 말이 없었습니다. 나름대로 이해를 한 건지, 아니면 대꾸할 자신이 없었는지 모르겠지만 이후로 또 무언가 얘기를 꺼내겠지요. 그때 뭐라고 대답해주면 좋을까,..큰 아이에겐 세풍이만큼의 활달함과 배짱이 없는데...고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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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티네, 변신에 도취하다 크리스티네, 변신에 도취하다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남기철 옮김 / 이숲에올빼미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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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렐라가 유리구두 한 짝을 떨어뜨리지 않았으면 어떻게 됐을까? 문득 궁금해진다. 그래도 왕자는 신데렐라를 찾을 수 있었을까? 제 아무리 왕자라 해도 지난밤 무도회에서 만난 소녀 한 명을 찾는 건 불가능하겠지. 신데렐라는 어쩔 수 없이 재투성이 소녀로 평생 살아가게 될 거야. 못된 계모와 심술궂은 두 언니의 등살을 받으면서. 슈테판 츠바이크의 소설 <크리스티네, 변신에 도취하다>를 읽는 내내 이런 생각이 들었다. 신데렐라가 잃어버린 유리구두 한 짝이 그녀에게 행복의 씨앗이었다고.




오스트리아의 작은 마을 클라인-라이플림 우체국에서 일하는 크리스티네. 한창 젊은 나이이지만 그녀의 삶은 꿈과 거리가 멀었다. 전쟁으로 아버지와 오빠를 잃은데다 엄마마저 병으로 앓아누워서 우체국과 집을 오가는 가난하고 평범한 일상을 이어가고 있었다. 행복이란 걸 제대로 느끼지도 못하고 지내던 어느 날 크리스티네는 한 장의 전보를 받는다. 젊은 시절 아름다운 모델이었던 이모는 불륜 상대남자의 이혼을 부추기다 도리어 사고를 당해 미국으로 떠났는데 바로 그 클레르 이모가 남편과 스위스로 여행을 왔다면서 언니인 크리스티네의 엄마를 초대를 한 것. 하지만 크리스티네의 엄마는 오랜 병 때문에 여행은 불가능했다. 그래서 크리스티네가 대신 여행을 떠나게 된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그것도 아픈 엄마를 두고 혼자 떠날 수 없지만 오랜만에 쉬면서 바깥세상 구경도 하라는 엄마의 설득에 마지못해서.




이모의 초청으로 스위스의 휴양지 엥가딘에 도착한 크리스티네는 오스트리아 시골과 전혀 다른 모습, 그야말로 휘황찬란한 별친지에 들어서자마자 주눅이 든다. 멋지고 화려하게 차려입은 사람들에 비해 초라한 자신의 모습에 자신감을 잃는다. 그런 조카의 모습이 가엾고 마음에 걸린 이모는 크리스티네에게 자신의 옷을 빌려주고 미용실에 데려가 머리를 손질하는 등 한껏 단장을 시킨다. 이후 몰라보게 달라진 크리스티네. 그녀는 더 이상 우스꽝스럽고 촌스러운 시골 처녀가 아니었다. 완벽하고 아름다운 아가씨로 탈바꿈한 것이었다. 자신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예전과 다르다는 걸 느낀 크리스티네는 조금씩 자신감을 갖는다. 조용하고 세련된 분위기에 맞게 당당하게 행동할 수 있게 되고 그런 자신을 ‘폰 볼렌양’이라 부르며 다가오는 이들과의 만남을 즐기게 되었다. 어느새 호텔 사교계의 스타로 떠오른 크리스티네. 그러나 그녀의 화려한 변신은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 크리스티네를 못 마땅하게 여겼던 이에 의해 그녀의 신분이 탄로가 나면서 어쩔 수 없이 고향인 오스트리아의 시골로 다시 돌아가게 된다.




짧지만 다른 이들의 주목을 받고 화려한 변신을 경험했던 크리스티네. 그녀에게 고향은 더 이상 정겨운 곳이 아니었다. 이렇게 누추한 곳에서, 볼품없는 사람들과 어떻게 살았을까 의아할 뿐이다. 오랜 병을 앓던 엄마마저 세상을 떠나고 나자 크리스티네는 모든 것이 지겹기만 했다. 그러다 한 명의 남자를 만난다. 형부의 전우였던 페르디난트. 크리스티네는 가난하지만 어딘지 반항적인 기질의 페르디난트에게 이끌리면서 그와 함께 삶을 마감하려고 하는데...




뛰어난 소설가로 알려진 슈테판 츠바이크. 그의 소설은 1차 대전을 전후로 한 시점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책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는 시대만 다를 뿐 지금 우리의 상황과 너무나 흡사하다. 시골에서 평범하게 살아가던 순박한 소녀가 화려한 도시의 불빛에 빠져 본래의 자기 모습을 잃어버리고 전혀 다른 이가 되어버리거나 지독한 가난에서 벗어날 수 없는 현실에 절망한 나머지 목숨을 끊는 이들의 이야기는 그야말로 지금 우리의 모습이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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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란1 2011-12-04 2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요즘 체스에 빠져사는데요. 하루에 한판 이상은 두고 있어요. 재미있습니다.한번 해 보세요. 나무로 된 체스판 사서 두 아들이랑 즐겨보세요. 가끔 남편과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