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 上 - 신화적 상상력으로 재현한 천 년의 드라마
스티븐 세일러 지음, 박웅희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12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직도 안 나왔나? 나올 때가 지난 거 같은데? 니가 제대로 체크하고 있는 거 맞나?”

저와 남편의 책 선호도는 비슷하면서도 조금 다릅니다. 때문에 같은 책을 서로 먼저 보려고 신경전을 벌이는 일도 없는데요. 딱 하나 예외의 경우가 있습니다. 바로 <로마 서브 로사>입니다. 그 책만큼은 저희 집 현관을 들어서는 순간부터 저와 남편의 팽팽한 신경전의 제물이 되고 맙니다. 책이 누군가의 손에서 떨어짐과 동시에 상대방이 낚아채가는 상황이 수시로 벌어지는데요. 2010년에 4권까지 출간된 이후로 아무 소식이 없어서 어떻게 된건가 궁금하던 차에 반가운 소식이 들리더군요. 바로 <로마 서브 로사>의 저자 스티븐 세일러의 또 다른 작품 <로마>가 출간됐다는 겁니다. 귀가 솔깃해졌습니다. 도대체 ‘로마’를 가지고 어떻게, 어떤 이야기를 펼쳐보일지 궁금했습니다.


로마의 장대한 역사를 소설로 어떻게 버무려냈을지 의문을 품고 책장을 넘겼는데 시작부터 깜짝 놀랐습니다. 소설은 로마 그 이전의 역사부터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기원전 1000년, 소금을 채집한 다음 이동하면서 물물교환 하는 무리의 우두머리인 라르트는 어느 날 꿈에서 날개달린 남근형상을 한 파스키누스의 계시를 받습니다. 자신의 딸 라라를 금속가공기술자 무리의 타르케티오스와 밤을 보내게 하는데요. 그날을 계기로 라라는 임신하여 아들을 낳는데 타르케티오스가 헤어지면서 라라에게 정표로 건넨 황금 호신부는 그 부족의 상징처럼 자손대대로 전해지게 됩니다. 라라의 후손인 포티티아는 하늘신 제우스의 아들인 헤라클레스를 만나 생명을 잉태하고 그 후손인 포티티우스는 쌍둥이 형제인 로물루스와 레무스가 이웃 도시인 알바의 왕 아물리우스를 처단하고 자신들이 직접 왕이 되어 도시를 건설하는 것에 참여하는데요. 테베레 강을 둘러싼 일곱 개의 언덕을 가리키던 ‘루마’란 명칭이 ‘로마’라고 불리던 때였습니다. 하지만 기원전 510년 경 시민들이 왕을 몰아내고 공화정을 세우지만 귀족과 시민의 갈등과 투쟁은 극심해지는데요. 이후 로마의 최초의 성문법이라는 12표법이 기원전 450년경에 제정되는데 이때부터 포티티우스 가문 대대로 전해지던 파스키누스 호신부도 혼란에 빠져듭니다.


‘신화적 상상력으로 재현한 천 년의 드라마’라는 부제가 달린 <로마>를 읽는 내내 감탄사가 이어졌습니다. 로마의 역사에 큰 획을 그은 사건에 추리적인 요소를 넣은 <로마 서브 로사>를 읽으면서 독특하다고 생각했는데 <로마>는 거기에 새로움을 더한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파스키누스 호신부를 상징으로 한 포티티우스 가문과 헤라클레스 제사를 함께 모셔온 피나리우스 가문의 서로 엇갈린 운명을 이야기하는 가운데 로마의 역사 역시 흥망성쇠를 거듭하고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줄곧 로마의 역사를 말할 때면 언제나 시대를 주름잡았던 영웅이 중심이었는데 이 <로마>를 통해 당시 사람들의 일상과 모습들이 어떠했는지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로마 서브 로사>와 함께 <로마>의 후속작 <제국>의 출간도 손꼽아 기다립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