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스터 멜랑콜리아 - 상상 동물이 전하는 열여섯 가지 사랑의 코드
권혁웅 지음 / 민음사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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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웅은 <몬스터 멜랑콜리아>의 글을 시작하며 괴물들(상상 동물들)을 통해 사랑의 논리를 짚어 보고자 한다,라고 썼다. 덧붙여 이 책을 롤랑 바르트가 쓴 <사랑의 단상>의 몬스터 버전,이라고 설명했다. 시도도 근사하고 설명도 유쾌하다.

 

책은 사랑이라는 테마를 16개의 키워드(이름, 약속, 망각, 짝사랑, 유혹, 질투, 우연/필연 등등)로 분류하고, 각 키워드에 부합하는 다양한 몬스터(상상 동물)를 출현시키고 있다. 등장하는 괴물들 중 어떤 괴물들(몽쌍씨, 강시, 골룸, 좀비, 세이렌, 미노타우로스, 스핑크스, 프랑케인슈타인, 지킬과 하이드, 헐크, 도리언 그레이, 체셔 고양이, 구미호 등등) 익히 알아서 반갑고, 독자에 따라 다르겠지만 내 경우 낯설어 더 반가운 괴물들도 많았다. 재미있는 것은 초면인 괴물인데도 심정적으로 매우 가깝게 느껴지는 것들이 있었는데 당혹스럽다기 보다 '내 안에 너 있냐?' 라는 혼자말을 하며 찬찬히 그들의 운명과 사연에 몰입하고 또 마음으로 어루만졌다. 어쩌면 지구에는 실제하는 인구와 동일한 혹은 더 많은 수의 괴물들이 존재하는 지도 모를 일. 다들 가슴 속에 하나 혹은 그 이상의 그것들을 품고 사는 지도 모를 일이니까 말이다.

 

여하튼 권혁웅의 장기인 몸의 감각을 더듬는 작업은 게다가 시인의 문장으로 풀어내는 작업은 이 책에서도 반짝인다. 물론 어떤 건 좀 지나치다고 느껴지는 대목도 있지만 그건 매우 지엽적인 것이라 내 경우 무시했다. 시간의 특징을 들여다 보면서 서술한 [약속]이라는 키워드에는 우로보로스, 다 아이도 흐웨도, 요르뭉간드르, 지귀, 파프니르, 골룸 등의 괴물들이 출현하는데, <니벨룽겐의 반지>를 거쳐 톨킨의 판타지 소설 <호빗>과 <반지의 제왕>까지 이르는 사유가 매우 흥미로웠다. 특히 내가 관심을 갖었던 [유혹]을 다룬 부분에는 그 유명한 이제는 너무 유명해 헐리웃 미녀가 연기까지 하는 세이렌(Seiren)이 등장하는데 오디세우스의 이야기를 통해 유혹의 작동방법을 성찰하는 작가의 내공은 뛰어났다.

 

이 책의 테마는 식상하다고 느껴질 수 있으나 그것들을 풀어내는 작가의 상상과 사유는, 또 한 번 강조하지만 그의 문장은 결코 쉽게 흉내낼 수 있는 것들이 아니다. 책의 내용을 더 소개할까,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능력이 안되서 그건 빠르게 포기하고 다시 작가의 들어가는 말,을 좀 더 소개할까 한다. 작가는 들어가는 말,에서 괴물들이 보여 주는 것은 몸의 몸이며 사랑의 사랑이다. 모든 괴물은 순수한 멜랑콜리아를 구현한다, 라고 썼다. 그의 말 처럼 '한 몸이 되다', '반쪽이 되다', '가슴에 구멍이 나다'와 같은 비유들을 떠올리면 신화에 등장하는 상상 동물들이 우리의 은유를 어떻게 몸소 실현하고 있는지 잘 볼 수 있다. 그러니까 유행가 가사의 '총 맞은 것처럼'은 멀고 먼 신화 속 [관흉국인]을 그대로 모셔온 것이라 할 수 있겠다. 물론 현실에서는 그 뚫린 가슴이 급속도로 빠르게 채워지기도 하더라마는.

 

시베리아에서 계속 날선 바람을 보낼 예정이라면 추워질 일만 남은 시절이고 잠 못 드는 밤이 길어질 것은 분명하다. 이것도 저것도 하기 싫고 오로지 따뜻한 방을 벗삼아 낡고 오래된 기억들을 들춰 볼 예정이라면 몬스터들의 멜랑콜리아를 곁들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마지막으로 "고백이 목소리라면 에코야말로 고백의 정수다. 그러나 그녀는 제 고백의 내용을 채울 수가 없었다.(p.161)"라고 작가는 에코를 소개했다. 이 말이 그대로 내게 돌아왔다. 이 책의 리뷰가 그렇다. 그렇지만 또 무얼 어찌하겠는가. '좋소'라고 외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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風流男兒 2011-12-20 2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몸의 몸. 사랑의 사랑. 정말 확 끌려요.

굿바이 2011-12-21 17:36   좋아요 0 | URL
^----^ 역시 풍류를 알아, 그대는!
 
흑산 - 김훈 장편소설
김훈 지음 / 학고재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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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의 신작 <黑山>의 후기 중 일부분이다. 

나는 흑산에 유배되어서 물고기를 들여다보다가 죽은 유자儒者의 삶과 꿈, 희망과 좌절을 생각했다. 그 바다의 넓이와 거리가 내 생각을 가로막았고 나는 그 격절의 벽에 내 말들을 쏘아댔다. 새로운 삶을 증언하면서 죽임을 당한 자들이나 돌아서서 현세의 자리로 돌아온 자들이나, 누구도 삶을 단념할 수는 없다.  

누구도 단념할 수 없는 삶,이라니. 이 대목을 중얼거리며 소설 속 인물들을 하나하나 복기했다. 
이내 누구도 단념할 수 없는 삶,이라는 말에 가로막혀 한 발도 더 나아갈 수가 없었다. 말의 낭떠러지 앞에서 상념들이 거침없이 풀렸다.
남풍이 부는 초겨울의 해안가를 벗어나 흑산으로 들어가는 약전에게 뭐 그리 큰 희망이 남아 있었을까, 상복을 입고 배론으로 떠나는 안개 자욱한 새벽 황사영에게 기약할 날들이 있었을까, 제 목숨 하나를 위해 염탐하고 밀고하는 박차돌에게 얼마나 큰 영광이 준비되어 있었을까, 군소리없이 약전을 받아들이는 순매의 몸에는 또 어떤 열락이 허락되었을까, 그럼에도 고등어나 날치나 게처럼 누구도 단념할 수 없는 삶이라니. 기막히고 뒤숭숭한 마음은 절로 터져 누군가에게 따진다. 신기하게도 돌아오는 응답은 황사영이 무릎 꿇고 바치는 기도문이었다.  

주여 우리를 매 맞아 죽지 않게 하소서. 
주여 우리를 굶어 죽지 않게 하소서.
주여 우리 어미 아비 자식이 한데 모여 살게 하소서.
주여 겁 많은 우리를 주님의 나라로 부르지 마시고
우리들의 마음에 주님의 나라를 세우소서.
주여 주를 배반한 자들을 모두 부르시고
거두시어 당신의 품에 안으소서.
주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저 기도문 안에는 낡고 무력하고 위압적인 세상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그리고 기도문 밖에는 매 맞지 않고 굶지 않고 사람이 가축처럼 팔리지 않는 세상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서성이고 있다. 또한 새로운 세상은 노래같은 기도문을 타고 사람들의 가슴에 이미 세워졌다. 꼭 올 것만 같은 세상이고 반드시 와야만 하는 세상이 매 맞고 굶어 죽는 사람들의 마음과 마음을 이었다. 방울 세 개를 단 기발로는 어쩔 수 없는 마음들이 이미 차고 넘쳤음을, 때리는 사람도 맞는 사람도 알고 있었다. 누구에게나 분명하기에 두려운 세상이고 갈급한 기도문이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내게 돌아온 저 기도문이 나는 더 싫었다. 차라리
어서 맞아 죽게 하소서. 
어서 굶어 죽게 하소서.
당신 보기에 이런 우리가 불쌍하거들랑 하늘을 움직이고 땅을 엎어서라도 우리를 구하소서.
그럼에도 주여 당신이 새로운 세상을 내어 줄 수 없거들랑 
삶을 단념하는 우리를 기꺼이 품에 안으소서.
이렇게 고쳐서 기도하고 싶었다. 
기도가 될 수 없는 말이고 말도 안되는 말이다.  
       
책을 덮고 속표지에 그려진 '가고가리'라는 괴수의 그림을 보았다.
김훈이 시조새의 화석 사진을 보면서 그렸다는 괴수 '가고가리'는 어딘지 엉성하고 조악했다. 괴수는 태초로부터 하늘과 바다와 땅에 함께 있어야 할 풍경 같았지만 그럼에도 열외 존재처럼 느껴졌다. 모든 불행의 근원이 그림 한 장 안에 다 들어있는 듯 했다.
저리 생긴 것이 가고 또 가는구나.
가고 또 간다,라는 말이 그제야 눈물겨웠다.
처음부터 이 소설은 가고 또 가야만 하는 것들의 이야기였구나. 그러니 처음부터 함부로 가늠하고 휘저을 수 없는 이야기였구나. 뭐든 끝까지 가보지 못한 내가 끝도 없이 가는 것들의 속내를 짐작이나 할 수 있었을까. 억압적이고 불평등한 세상에서 문학이라도 불온해야 하지 않을까 싶은 마음이 무참했다. 끝까지 버텨보지 못한 나는 말도 마음도 아꼈어야 했는데 후회는 늘 이렇게 아무런 힘이 없다. 

눈 앞에 흑산이 보이고 해안에서 무심히 생선의 아가미를 들여다보았을 약전의 얼굴이 떠올랐다. 내심 나도 그렇게 가고 갈 수 있으면 좋겠다 싶다. 명확하지 않은 것들을 어설프게 떠들지 않고 어줍잖게 휘젓지 않으며 그렇게 가고 또 가면 좋겠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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風流男兒 2011-12-07 1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저도 사실 별 생각안하고 들었다가, 많이 멍했었어요.

굿바이 2011-12-08 12:02   좋아요 0 | URL
그대처럼 나도 짧게 남길 걸....

나는 배론성지도 갔었고, 절두산도 갔고, 흑산도 갔는데... 그래서 더 멍했었어. 진짜 멍-------

風流男兒 2011-12-09 09:26   좋아요 0 | URL
길게 쓸 능력이 안되서 짧게 남기고 있어요 요즘은 :)
쓰다가 어느 순간 보면 너무 어설프고 부끄러워요 ㅎㅎㅎ

웽스북스 2011-12-09 12:13   좋아요 0 | URL
저도요. ㅜㅜ 길게 쓰는 것이 뭐든 어려운 것 같아요.
굿바이님의 글을 읽는 걸로 늘 아쉬운 마음을 달랜달까요.

그러니까 글좀 많이 많이 써주십셔~ 굽신굽신

흰 그늘 2011-12-07 14: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아- 굿바이님.. 그동안 홉스골 호숫가로 가신줄 알았드랬어요^^
흑산에도 가셨던 거여요..

'명확하지 않은 것들을 어설프게 떠들지 않고 어줍잖게 휘젓지 않으며
그렇게 가고 또 가면 좋겠다 싶다.' 정말이지 마음에 담을수 있엇으면 하는 말이네요..

굿바이 2011-12-08 12:04   좋아요 0 | URL
아이고, 흰그늘님 잘 지내고 계시죠?
참으로 반가워요~:)

그나저나 홉스골 호숫가에 정말 가고 싶은 날들입니다~!

비로그인 2011-12-07 17: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훈의 [남한산성]에 여러 번 등장하는 말이 떠오르네요.
그리 되었으니 그리 알라. 김훈은 늘 그런 마음으로 소설을 쓰는 걸까요? ( '')~

굿바이 2011-12-08 12:06   좋아요 0 | URL
아마도 그런 마음으로 쓰지 않을까 싶네요 ;)

저는 작가의 <현의 노래>와 <내가 읽은 책과 세상>이 제일 좋았던 것 같아요.
이후의 작품은 어떤 건 기대가 컸던 것도 있고...여튼 한 편이라도 더 남겨주시면 좋겠다 싶어요 :)

2011-12-08 18: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2-08 23: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꽃도둑 2011-12-14 1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을 휘젓고 다니는 요상한 한 뇨자가 있는가 봅니다..
(어흥, 그러면 쓰나?...)

흑산에 계속 눈길이 가긴 가는데.. 언제 읽지 싶네요...
줄세워둔 책들에 밀려 한 일년쯤 뒤? ㅎㅎ엄살이고요 굿바이님 리뷰 읽고 나니까
급속도로 거리가 가까워진 느낌이네요..

굿바이 2011-12-14 12:38   좋아요 0 | URL
꽃도둑님도 알고 계셨군요?^^

저도 책상에 쌓인 책이...아무래도 몽땅 팔아야겠습니다 ㅋㅋㅋ
김훈작가는 자기만의 방식으로 찌찔한 삶을 위로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좋고, 그래서 또 답답하고!

블리 2011-12-19 17: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어제 리포트 마감이라 [흑산]으로 7장짜리 글을 썼는데 여기서 또 언니의 흑산을 만나니 반갑고 아프고;; 이런 책을 독서 과정 분석 과제로 내주신 교수님께 고맙기도 하고 -리포트 아니었음 읽지 않았을테니- 따지고 싶기도 하고 -아니, 분석을 하기엔 너무 절절한 얘기들이 잖아요;- 뭐 그런 맘으로 썼어요. 전 박차돌과 한녀의 얘기 이후로 계속 속이 울렁, 왈칵~ ㅠㅠ 교수님 덕에 분석하다 보니 평정심으로 돌아왔지만. 마침 이번 주 `낭독의 발견` 녹화가 김훈 편이란 걸 알게 돼서 방청신청 했는데 되려나 모르겠어요.
어쨌든 이제 방학입니다. 너무~ 좋아요! ^^

굿바이 2011-12-20 08:44   좋아요 0 | URL
오호~ 블리의 리포트 굉장히 궁금하다.

그나저나 이제 방학이구나. 얼굴 한 번 보자 :)

Tomek 2011-12-21 15: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 책을 읽고 양화진성지에 갔었어요.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토요일 오후였는데, 매일 그곳을 지나다니면서도, 유심히 바라본 것은 그 때가 처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빗물이 베어든 잠두봉은 흡사 핏물이라도 흘리는 듯...

이곳에서 목이 베이고 허리가 끊긴 사람들은 얼마나 무섭고 외로웠을까...

하긴, 그곳은 봄에도 항상 쓸쓸한 풍경이었어요...

굿바이 2011-12-21 17:42   좋아요 0 | URL
무섭고 외로웠다,는 표현이 제일 정확할 것 같아요.
몇 번 다녀온 곳이지만 그곳에 가면 매번 몸도 마음도 아팠던 것 같아요.
상상을 하면 저는 정말 참아낼 수 없는 공포와 고통이었을 것 같아서...

봄에도 쓸쓸하던가요? 그렇군요.
 
꽃이 핀다 - 자연에서 찾은 우리 색 보림 창작 그림책
백지혜 글.그림 / 보림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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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을 보면서 늘 느꼈던 아쉬움은 그림에 대한 것이었다. 
조금 더 색이 고우면 좋겠고, 조금 더 상상할 수 있는 여지가 있으면 좋겠고, 보는 순간 울렁거리면 좋겠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들여다 볼 수 있으면 좋겠고, 누군가에게 선물하고 싶을 정도로 아름다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내 아쉬움의 이유들이었다.  
물론 눈이 반짝 가슴이 콩닥거리는 그림책들도 적지 않았지만 대부분 서양 화가들이 일러스트에 참여한 경우라서 반가우면서도 조금은 아쉬웠던 것 같다.   

그런데 이렇게 고운 그림책을 만났다. 백지혜작가의 <꽃이 핀다>라는 그림책이다.
일전에 전시회를 본 적이 있었는데 그때 이 책의 존재를 왜 몰랐을까 싶다. 백지혜는 한국화를 그리는 화가다. 그런 화가가 우리 산과 들에서 자라는 꽃과 열매를 전통 채색 기법으로 그려 이 책에 담았다. 자연 염료를 사용하여 비단에 그린 그림들은 손가락을 올려놓으면 손끝을 타고 그 맑고 여린 염료들이 흘러들어 내 몸 어딘가도 그렇게 젖어들 것만 같다. 그림이라는 것을 알기에 더 애틋하기만 한 순간들이다.   

말로 다 할 수 없는 것들은 말을 줄여야 한다. 그래서 책 속의 그림들을 여기에 조금 옮긴다. 이런 수고와 욕심을 내는 이유는 혹여 오다가다 이 글을 읽는 분들이 있다면 그분들도 이 그림책을 만났으면 하는 바램이 있기 때문이다. 

  

 

 

 

 

책은 빨강, 동백 / 노랑, 민들레 / 분홍,진달래 / 연파랑, 꽃마리 / 자주,모란 / 연두, 버들잎 /
파랑, 달개비 / 초록,대나무 / 보라, 도라지 / 주황,나리 / 갈색, 밤 / 하양,찔레 / 검정, 송악
등을 글과 그림으로 소개하고 있다.

백지혜작가가 묘사하는 사물들이 곱고 바람처럼 가볍고 정교한 이유는 그녀가 배체법이라는 기법으로 그림을 그리기 때문이다. 불화에 많이 사용되는 방식인데 종이나 비단의 뒷면에 물감을 가볍게 칠해 맑은 중간 색조의 투명성이 강조되고, 뒷면의 색이 앞면으로 우러나온 상태에서 음영과 채색을 보강하는 기법이다. 여기에 작가 특유의 조형미가 더해져 기존의 그림에서 느낄 수 없는 시선을 볼 수 있다. 어떤 것은 멀리 어떤 것은 위에서 들여다 보듯이 그렇게 작품속으로 자연스럽게 보는 이를 끌어들인다. 

책 소개가 길었다. 부질없는 일인 것을 알지만 자꾸 뭔가 좋은 걸 만나면 이렇게 허둥댄다.
내친김에 이 여름 지금 어디쯤 피어있을 찔레꽃 그림 하나 더 보고 간다.
이 여름이 꼭 찔레꽃만 같았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백지혜 작가의 봄이 오는 소리,라는 작품을 여기 옮겨 놓는다.  
자꾸 봐도 고운 그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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風流男兒 2011-08-04 1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좋아요

굿바이 2011-08-05 11:06   좋아요 0 | URL
좋죠?!

cyrus 2011-08-05 0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이 참 이뻐요, 특히 꽃 그림은요. 저 꽃 그림에 향기까지 난다면 더할나위 없이 좋은 책이 될 수 있을거 같다는 상상도 해보네요,
꽃 그림에 향기나는 책이 나오는 날이 나올지는 모르겠지만요. ^^;;
찔레꽃 그림을 보니깐 장사익 씨의 노래가 생각납니다. ^^

굿바이 2011-08-05 11:09   좋아요 0 | URL
엄훠, 장사익씨 노래를 아시는구나. 그 노래 모르는 분들도 꽤 많던데, cyrus님의 관심은 역시나 광폭이십니다~!

책을 덮고 있는 붉은 커버를 벗기면 찔레꽃이 까꿍,하고 나와요.
정말 예뻐요^^

무스탕 2011-08-05 1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 좋아서 그냥 못 가겠어요.

안녕하세요. 처음 인사 드리는것 같아요. 맞나요? ^^;;;
그 동안 계속 살짝살짝 읽고만 갔었는데 오늘은 드디어 절 눌러 앉혀 버리셨어요.

백지혜작가 그림 참 이쁘죠? 저도 살짝 아는 작가인데 이 책 나왔을때 너무도 반가워서 얼른 구입을 했었지요. 몇 년전 압구정동에서 개인전을 할때도 보러 갔었는데 혹시 보셨다는 전시회가 같은걸까 싶네요 ^^

굿바이 2011-08-08 09:37   좋아요 0 | URL
무스탕님 안녕하세요?!
아무래도 무스탕님이 본 개인전을 저도 본 것 같습니다. 그렇게 잠깐이나마 같은 공간에 있었군요^^

그나저나 바람이 많이 부는 월요일입니다. 어디에 계시든 무탈하시길 바랍니다.

웽스북스 2011-08-13 1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니 저도 어제 이 책 받았어요. 사진보다 훨씬 고와요~

흰그늘 2011-09-06 0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갓 돌 지난 여자아이가.. 혹여나.. 꽃을 꺽을까봐.. 꽃 앞에서서.. 좋은 향기를 맡는 모습을 보여주곤 하면.. 꽃을 보면 그러노라고.. 할까 봐.. 봄이 오는 소리 그림을 보고나니
못내 아쉬움 남네요.. 왜.. 한 번도 귀기울이는 모습은 생각지 못했을까요..

하양,찔레 앞에서서 혹여나 아이가.. 귀기울여 준다면.. 언젠가..
꽃이지고난.. 저.. 너머엔.. 아주 에쁘게 자란 아이가.. 걸어오고 있지는
않을까 해요.. 아침빛 뚜렷한 걸음으로..

제.. 조카 아이도.. 참.. 예쁘답니다..^^

투덜이 2011-09-25 14: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덕분에 좋은 책 만나고 갑니다.^^
 
내 남자 - 제138회 나오키 상 수상작
사쿠라바 가즈키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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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가장후회하는일이있다면 이책을사서 끝까지읽은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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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1-07-25 16: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거 서점갈때마다 조금씩 읽어서 180페이지까진가 읽었는데요, 읽으면서 어휴, 이 책 안 사길 잘했다, 했어요. 그리고 그 뒤로는 읽지 않았습니다.

굿바이 2011-07-25 16:54   좋아요 0 | URL
무지하게 잘하셨습니다. 다락방님은 역시 최고입니다. 짝짝짝짝짝!!!!! :)



Tomek 2011-07-25 17: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그렇게 평을 하시니 왠지 궁금하네요. 한 번...
:D

굿바이 2011-07-26 13:08   좋아요 0 | URL
아이고....그렇지만 혹시라도 궁금하시면 비밀글로 책을 받으실 수 있는 곳 알려주세요. 돈 주고 사지 마세요 ㅡㅜ

Tomek 2011-07-26 18:55   좋아요 0 | URL
그렇게 말리시니 왠지 관심이 쑥쑥! 서점 갈 때 한 번 훓어봐야겠어요.
o(^^o)(o^^)o

굿바이 2011-07-28 09:37   좋아요 0 | URL
제가 가장 후회하는 일이 40자 평을 남긴 것으로 바뀌었어요 ㅡㅜ

cyrus 2011-07-25 17: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쿠라바 가즈키라면 <플라이 대디 플라이> 작가 아닌가요?
내용이 어떻길래,,,? ^^;;

다락방 2011-07-25 17:51   좋아요 1 | URL
[플라이 대디 플라이]는 가네시로 가즈키에요.
:)

굿바이 2011-07-26 09:42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이 친절하게 안내해 주셨군요.
음..아버지와 딸의 정신적.육체적 사랑을 그린 책인데, 그런 설정 자체에 문제를 삼는 건 아니구요,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에 대한 설명이 많이 부족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cyrus 2011-07-28 17:34   좋아요 0 | URL
제가 작가 이름을 혼동했군요. ^^

pjy 2011-07-25 18: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런~~ 파워블로거의 겁나 강력한 노이즈마케팅인가요? ㅋㅋ;

굿바이 2011-07-26 09:43   좋아요 0 | URL
아이고--- 파워블로거라뇨? ㅋㅋㅋㅋ 아시면서 왜 그러쎄용~

잘 지내시죠?
 
런던통신 1931-1935 - 젊은 지성을 깨우는 짧은 지혜의 편지들
버트런드 러셀 지음, 송은경 옮김 / 사회평론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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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사고와 감정 속에 존재하는, 있는 그대로의 개성은 그 핵심이 너무 희미하고 눈에 보이지 않기에 완벽한 만족을 주지 못한다. 따라서 우리 대부분은 외부 세계에서 자기 내면 존재의 반영물을 보고 싶어 한다.......하지만 그들보다 수줍고 소심한 자아를 가진 이들-현대 세계에는 이런 사람들이 대다수를 차지한다-도 있다. 그들의 가장 큰 염원은 남들이 자신을 이웃들과 정확히 똑같게 봐주는 것이다. 따라서 그들은 가구에서도 자기만의 취향을 표현하기보다는 정확성을 추구한다."「우리가 가구를 사면서 생각하는 것들Funiture and the Ego」 
 
둘러보니 내 주위에도 외부 세계에서 자기 내면 존재의 반영물을 보고 싶어하거나 정확성을 추구하시는 분들이 넘친다. 일찍 이 문구를 만났더라면 여러 번 유용하게 사용했을 것인데 안타깝고 즐거운 발견이다. <런던통신 1931-1935>는 요즘들어 집어 든 책 중에 그나마 가장 유쾌한 책이었다. 주제도 다양하고, 부러 현학적이지도 않고, 삐딱함을 세련됨이라 착각하지도 않고. 
 
책은 135개의(정확한지 갑자기 의심스럽지만) 칼럼으로 묶여 있다. 칼럼의 내용들은 한 개인의 삶에 개입할 수 있고 판단해야 하는 자질구레한 일들로부터 중요한 문제까지를 가리지 않고 소재로 삼고 있다. 그리고 그 소재들은 역사적인 사건이나 러셀 개인의 경험, 논리적 분석을 통해 독자들의 관심과 호응을 이끌어낸다. 특히, 칼럼이 쓰여진 시기를 통해 얼핏 짐작할 수 있겠지만 <런던통신 1931-1935>에는 현실정치와 경제 그리고 교육에 관한 칼럼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시대와 공간은 다르지만 지금 집필된 책이라고 해도 어색하지 않은 글들이다. 예를 들면

한편으로, 민주주의에서 우리의 정치가를 비판하는 것은 우리 자신을 비판하는 것과 같다는 점을 기억하자. 우리의 수준이 곧 정치가의 수준이다. 「우리가 투표를 하는 진짜 이유On Politician」

민주주의의 즐거움은 한마디로 자기보다 높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데 있는 것이지 자기보다 낮은 사람들에게 그것을 양보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다.「민주주의의 위험성The Prospects of Democracy」 

오늘날 당신이 어떤 사람과 협력하는 데는 세 가지 이유가 있다. 그 사람을 사랑하거나, 두려워하거나, 당신도 약탈품을 나눠 갖고 싶기 때문이다.「비겁해서 좋은 점The Advantage of Cowardice」 

러셀이 워낙 출중한 것인지, 인간이란 존재가 영 글러먹은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지금 대한민국 부산 영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에 대해 쓴 글이라고 해도 전혀 어색하게 들리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시대를 관통하는,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잠언들이 요즘 참 불편하다. 좋은 말로 시대를 관통한다고 말하지 꼴좋다,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여튼 <런던통신 1931-1935>는 <나는 왜 기독교인이 아닌가>,<서양철학사>등에 비해 읽기도 쉽고 편파적이라고 느낄 수 있는 부분도 별로 보이지 않아서 러셀의 책을 처음 읽는 분들이라면 무난한 독서가 되지 않을까 싶다. 반면 이런 종류의 에세이라면 나는 조지 오웰이 좋아요,라고 생각하는 분들이라면 이 책의 내용이 혹은 표현이 조금 가볍게 느껴질 수도 있다. 물론 여기서 가볍다는 것은 매우 주관적인 느낌이다. 80년 전에 쓰여진 글이 지금도 유효한 울림을 주고 있다는 것만 보더라도 이 책의 존재감은 충분하다.
 
마지막으로 개인적으로 몇 가지 불편한 뉴스를 본 것 때문인지 책을 덮고도 한 대목의 글이 계속 눈에 밟혔다. 그래서 사족처럼 여기 적어둔다.

사실 단지 자신의 의견을 취한다고 해서 지식인이 될 수 있는 건 아니다. 지식인이란 이러저러한 견해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이 믿고 있는 것에 대한 타당한 논거를 갖고 있더라도 그것을 교조적으로 믿지는 않는 사람이다. 「정통이라는 것은On Orthodox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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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니 2011-07-13 17: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조지오웰을 사랑하지만 러셀 식의 건방짐도 사랑해요. 런던통신, 재미있어 보입니다.

굿바이 2011-07-13 17:54   좋아요 0 | URL
치니님은 사랑의 이유도 역시나 광폭이십니다~^^ 저 역시 오만가지 이유로 사랑하는 사람들이 넘칩니다 ㅋㅋㅋ

웽스북스 2011-07-13 2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져요!! 마지막말이 마음에 남아 저도 사야쓰겄습니다.

굿바이 2011-07-14 09:44   좋아요 0 | URL
커피만 안쏟았어도 줄 수 있는데, 너무 심하게 부어가지고 ㅋㅋㅋ

cyrus 2011-07-14 2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러셀의 에세이는 언제나 읽어도 새로우면서도 재미있어요, 저는 이 책
시험기간 때 읽으려고 했었는데 결국에는 한 페이지도 읽지 못했어요,
굿바이님의 글을 읽고나니 다시 한 번 이 책 읽어봐야겠습니다. ^^

굿바이 2011-07-15 09:56   좋아요 0 | URL
고된 시험기간 지났으니 뭐든 하고 싶었던 것들 다 해보세요^^
이책 재미있어요~

風流男兒 2011-07-15 0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말들로도 아침이 풍성해지는 기분인데요. ㅎㅎ 누나도 책에 커피 잘 엎으시는군요 ㅠ 저는 어제 프린트 하나에 거의 쏟아부었다는.. 세례수준의 ;;

굿바이 2011-07-15 09:58   좋아요 0 | URL
ㅋㅋㅋ 새신랑이 너무 손을 떨어도 오해받는다오~
요즘 부쩍 뭘 많이 흘리네. 아무래도 관심받고 싶나봐. 이런 식으로 애정을 구걸하는 걸 보면 나는 쫌 멋져!!!!!!ㅎㅎㅎ ㅡㅜ

風流男兒 2011-07-15 15:06   좋아요 0 | URL
어 그러게요. 사실 근데 그렇게 안흘려도 충분히 관심받으시는 분께서 그러기까지 하면. 음.. 좀 멋진데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