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꽃이 핀다 - 자연에서 찾은 우리 색 ㅣ 보림 창작 그림책
백지혜 글.그림 / 보림 / 2007년 4월
평점 :
그림책을 보면서 늘 느꼈던 아쉬움은 그림에 대한 것이었다.
조금 더 색이 고우면 좋겠고, 조금 더 상상할 수 있는 여지가 있으면 좋겠고, 보는 순간 울렁거리면 좋겠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들여다 볼 수 있으면 좋겠고, 누군가에게 선물하고 싶을 정도로 아름다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내 아쉬움의 이유들이었다.
물론 눈이 반짝 가슴이 콩닥거리는 그림책들도 적지 않았지만 대부분 서양 화가들이 일러스트에 참여한 경우라서 반가우면서도 조금은 아쉬웠던 것 같다.
그런데 이렇게 고운 그림책을 만났다. 백지혜작가의 <꽃이 핀다>라는 그림책이다.
일전에 전시회를 본 적이 있었는데 그때 이 책의 존재를 왜 몰랐을까 싶다. 백지혜는 한국화를 그리는 화가다. 그런 화가가 우리 산과 들에서 자라는 꽃과 열매를 전통 채색 기법으로 그려 이 책에 담았다. 자연 염료를 사용하여 비단에 그린 그림들은 손가락을 올려놓으면 손끝을 타고 그 맑고 여린 염료들이 흘러들어 내 몸 어딘가도 그렇게 젖어들 것만 같다. 그림이라는 것을 알기에 더 애틋하기만 한 순간들이다.
말로 다 할 수 없는 것들은 말을 줄여야 한다. 그래서 책 속의 그림들을 여기에 조금 옮긴다. 이런 수고와 욕심을 내는 이유는 혹여 오다가다 이 글을 읽는 분들이 있다면 그분들도 이 그림책을 만났으면 하는 바램이 있기 때문이다.
책은 빨강, 동백 / 노랑, 민들레 / 분홍,진달래 / 연파랑, 꽃마리 / 자주,모란 / 연두, 버들잎 /
파랑, 달개비 / 초록,대나무 / 보라, 도라지 / 주황,나리 / 갈색, 밤 / 하양,찔레 / 검정, 송악
등을 글과 그림으로 소개하고 있다.
백지혜작가가 묘사하는 사물들이 곱고 바람처럼 가볍고 정교한 이유는 그녀가 배체법이라는 기법으로 그림을 그리기 때문이다. 불화에 많이 사용되는 방식인데 종이나 비단의 뒷면에 물감을 가볍게 칠해 맑은 중간 색조의 투명성이 강조되고, 뒷면의 색이 앞면으로 우러나온 상태에서 음영과 채색을 보강하는 기법이다. 여기에 작가 특유의 조형미가 더해져 기존의 그림에서 느낄 수 없는 시선을 볼 수 있다. 어떤 것은 멀리 어떤 것은 위에서 들여다 보듯이 그렇게 작품속으로 자연스럽게 보는 이를 끌어들인다.
책 소개가 길었다. 부질없는 일인 것을 알지만 자꾸 뭔가 좋은 걸 만나면 이렇게 허둥댄다.
내친김에 이 여름 지금 어디쯤 피어있을 찔레꽃 그림 하나 더 보고 간다.
이 여름이 꼭 찔레꽃만 같았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백지혜 작가의 봄이 오는 소리,라는 작품을 여기 옮겨 놓는다.
자꾸 봐도 고운 그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