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싱한 봄비가 강가의 늙은 나무 한 그루를 깨운다.  
몇 일 사이 나무 몸통에 부쩍 화색이 돌고 수액이 요동치는 소리가 들린다. 저 기세로 가면 꽃도 피우겠다고 할 판이다. 나는 축축하고 비린 나무에 기대 가만히 듣는다. 까마득한 세월로도 쉬 떨쳐지지 않는 오래된 거짓말-'봄을 기다리지 않겠어'

머리를 말리지 않고 한강을 따라 걷는다.
마음처럼 풀어진 머리카락이 무거운 바람에 자주 들썩인다. 늙은 몸통에 피가 돈다. 이 기세로 가면 강을 헤엄쳐 건너겠다고 할 판이다. 물컹한 흙길을 찾아 밟는다. 눈에 밟히는 기억들이 발등을 타고 기어오른다. 더듬어지는 세월을 앞서는 오래된 거짓말-'모든 걸 다 걸겠어'

김경미의 시집을 읽는다.
시를 읽는다기보다 늙은 나무와 내 거짓말을 위로하는 마음을 읽는다. 

나는야 세컨드 1 

누구를 만나든 나는 그들의 세컨드다 
, 라고 생각하자고 한다
부모든 남편이든 친구든
봄날 드라이브 나가자던 자든 여자든
그러니까 나는 저들의 세컨드야, 다짐한다
아니, 강변의 모텔의 주차장 같은
숨겨놓은 우윳빛 살결의
세컨드,가 아니라 그냥 영어로 두번째, 
첫번째가 아닌, 순수하게 수학적인
세컨드, 그러니까 이번,이 아니라 늘 다음,인
언제나 나중,인 홍길동 같은 서자,인 변방,인
부적합,인 그러니까 결국 꼴찌, 

그러니까 세컨드의 법칙을 아시는지
삶이 본처인 양 목 졸라도 결코 목숨 놓지 말 것
일상더러 자고 가라고 애원하지 말 것
적자생존을 믿지 말 것 세컨드, 속에서라야
정직함 비로소 처절하니
진실의 아름다움, 그리움의 흡반, 생의 뇌관은, 
가 있게 마련이다 더욱 그곳에
그러므로 자주 새끼손가락을 슬쩍슬쩍 올리며
조용히 웃곤 할 것 밀교인 듯 

나는야 세상의 이거야 이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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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패자부활전은 아니지만, 한 번 더 기회가 주어지는 새해의 첫날이 오고 있으니, 2011년의 첫날 안부를 전하지 못했던 그대들, 안녕하시오. 그리고 행복하시오. 

2.
허수경의 시집 <빌어먹을, 차가운 심장>을 읽는다. 읽고 또 읽는다,가 정확한 표현이겠다.
10년을 더 살아내면 저런 시를 쓸 수 있을까, 아니다,라는 것을 아는 나도 제법 철이 들었다.
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시간이 제법 많이 연소되어야만 알 수 있는 것들도 있지만, 불연소된 시간에서도 알아지는 것이 있으니, 나는 그것이 철(사리를 분별할 수 있는 힘)이라고 생각한다.  

3.
냉장고를 가득 채웠다. 저 많은 채소와 고기로 무엇을 할 지 나도 궁금하다.  
허수경시인은 썼다.
"난 존재를 안고 있는 허당이었어요" 라고  
나도 쓴다.
"난 식재를 안고 있는 허둥이었어요" 라고
시를 더듬으며 느꼈던 휑-함을, 냉장고를 더듬으며 퀭-하게 느낀다.  

4.
어쩌면 허수경시인의 시를 읽으며 나는 무슨 말이든 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저도, 저도, 그것을 알아요, 아-아-아 그 마음을 알아요,라고 끼어들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럴 수 없음을 실시간 깨닫는다. 나는 모른다. 나와 다른 그녀의 말뚝을. 

5.
나에 대해 조금이라도 아는 바가 있는 당신들이 말한다. 아이를 키워보지 않았으니 어떻게 알겠느냐고, 철이 들려면 아직 멀었노라고. 음. 나는 아직 모르고, 여전히 멀었다는 것은 기꺼이 동의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내게 결핍마저 없겠는가,하면 그것은 아니다.  
허수경시인이 썼다.  
"울지마, 라고 누군가 희망의 말을 하면
 웃기지 마, 라고 누군가 침을 뱉었어"
나도 쓴다. 
"웃지마, 라고 누군가에게 부탁의 말을 하면
 웃기지 마, 라고 누군가 침을 뱉었어"
 

6.
시인에 대해, 시에 대해, 그리고 그 시를 밤새 읽는 나에 대해 쓰고 싶었지만
함구하고 만다. 빌어먹을, 차가운 심장의 이야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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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니 2011-02-01 14: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음, 믿을 만한 분들 2명이 좋다고 하시니 저도 이 시집을 사야겠네요.

그나저나, 대체 누가 아이를 키워보지 않았으니 어떻게 알겠나, 키워봐야 철이 든다나, 그런 소리를 한답니까. 키워본 입장에서 일갈하건대, 어차피 철들 사람은 자녀 유무와 별개로 철 들고 안 들 사람은 안 들고 그렇습디다. (절 보세요, 일단. ㅋㅋ)

굿바이 2011-02-01 14:32   좋아요 0 | URL
혹시, 부담이 안되시면 말씀하세요. 제가 보내드릴께요. 까지껏 이정도야^^
⇒비밀글로 주소를 알려주시면, 한 번 써먹고, 언능 잊어버리겠습니다 ;)

웃으면 안되는데, 혼자 빵~터졌습니다. 절 보세요,라니요....
충분히 고분고분 살려고 하는데, 아직 부족한가봐요. 확 철철철 철이 넘치는 포유류로 변신해야겠어요 :)

2011-02-01 14: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2-01 14: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잘잘라 2011-02-01 17: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식재를 안고 있는 허둥이었어요. ㅋㅋㅋ
여기 그런 사람 하나 추가하구요,
장바구니에 시집도 하나 추가합니다. 땡스투~

굿바이 2011-02-02 21:51   좋아요 0 | URL
어떻게 식재는 잘 활용하고 계신지요? :)

메리포핀스님에게도 좋은 시집이 되기를 바래요~
연휴 잘 보내세요!

블리 2011-02-01 1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그러니까 제발, 절 좀 웃기지 말아 주세요.
안 웃을 수가 없잖아요. ^-ㅠ (울다가 웃다가;;)

굿바이 2011-02-02 21:52   좋아요 0 | URL
올해 목표! 웃기기!!!!!!
목표 수정! 블리 웃기기!!!!!

연휴 잘 보내~

흰그늘 2011-02-01 2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수경씨 새 '시집'이 나왔나 보군요.. 검색을 해 보았는데.. 일반판보다 특별판의 표지에 마음이 가더라구요(아직 어린가^^) 6번 글과 태그에 마음이 잠시 머물러 보네요..

40일 밤,낮으로 비는 내리고, 모든 죽어가는 소리들을 가슴에 묻어며 노아의 방주에서 나온
초록비둘기는 새로운 날의 아침을 노래해야 하지만, 살아있으나 빌어먹을, 차가운 심장..
굿바이님은 그 날의 그 '새' 라면 어떨것 같아요?..

굿바이 2011-02-02 21:58   좋아요 0 | URL
이 시집이 두 가지 버전으로 나왔어요. 특별판은 크기도 더 큰 것 같았습니다.

음... 한 번도 생각안해봤는데, 올리브잎을 물고 온 '새'를 말씀하시는거죠?
성경이 말하려고 하는 바는 알겠지만, 개인적인 삶으로 똑같은 상황을 부러 끌고 들어온다면, 저는 노아의 방주에서 자결했을 겁니다. 아마도...

라로 2011-02-01 2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굿빠이님,,이글 너무 공감되는군요!!
시집을 안 사본지 한 몇 천년은 되는 듯 한데,,,,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고 싶게 만드시는군요!!ㅎㅎ

저도 치니님 댓글에 절대 공감, 동감합니다,,절 보세요,,,애 셋을 낳았어도 철 안들었,,,쿨럭쿨럭,,,쿨쿨럭

굿바이 2011-02-02 22:01   좋아요 0 | URL
이런 쿨럭이는 위로라니요 :)
이렇게 말씀하실 수 있는 분이라면, 이미 경지에 오른 것이라고...ㅋㅋㅋ

그나저나, 나비님의 포스터는 언제 보아도 압권입니다.
연휴 잘 보내세요~

cyrus 2011-02-02 0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굿바이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즐거운 설 연휴 보내세요 그리고 행복하세요 ^^

굿바이 2011-02-02 22:02   좋아요 0 | URL
cyrus님도 무조건 즐거운 연휴 보내시고, 뭐든 대박나는 한 해 보내시길 바래요!
늘 감사합니다.

꽃도둑 2011-02-07 14: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굿바이님 새해 복, 듬뿍 받으세욤,,,^^
빌어먹을 차가운 심장 저도 읽어보고 싶네요.

굿바이 2011-02-08 13:25   좋아요 0 | URL
꽃도둑님도 복 많이, 만땅, 받으세요!
취향이 다들 다르시니 뭐라고 말하기는 그렇지만 저는 이 시집 좋았습니다 :)
 

25일이 우리 김여사님 생신인 관계로, 주말에 눈을 홈빡 맞으며 남녘땅을 밟고 왔는데, 어찌 기분이 좀 찜찜하더이다. 다른 건 매우 하등인데 직관은 우등이라, 어째 볼 일 보고 뒷처리 안한 께름칙한 마음이 드는 것은.....아, 우리 오라버니 김여사 생신을 잊었구나, 오라버니의 아내이자 내게는 올케되시는 '아차차 백선생'이 김여사 생신을 쌍으로 잊었구나. 뭐 이런 안타까운 상황을 혼자서 언능 간파한지라. 그러나 그때다. 꼬장꼬장 우리 언니 정양에게서 전화가 오는 것이라. 받지 말아야 하는 것을 받았다. 습관이란 몸이 정신을 지배하는 아주 못마땅한 현상인게라. 

내용은 간단하다. 아차차 백선생이 스스로 자신이 지은 죄에 대한 댓가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아차차 백선생이 무슨 죄를 지었는고 정양에게 물었더니, 사랑하는 남편을 낳아준 김여사님의 생일을 잊은 죄,라 한다. 웃으면 안되는데 웃었다. 물론 꼬장꼬장 정양에게는 사레가 들렸다 둘러댔다. 여하간, 꼬장꼬장 정양은 내게 함구령을 내렸다. 아차차 백선생에게 어떤 정보도 흘려서는 안된다는 것인게라. 음... 날이 더워 미친다는 말은 들었지만, 날이 추워 실성도 하는가 보다. 모든 것이 지구 온난화문제인게라, 우리 꼬장꼬장 정양은 아무 죄가 없다고 나는 그저 자위했다.  

퇴근을 하면서 전화기를 든다. 여보쇼? 나요!   
아가씨 왠 일?
백선생 내 말 잘 들으시오. 내일이 김여사 생신임을 잊은 거 잘 아오. 호들갑은 서로 생략하오.  
다만 지금이라도 대책을 마련하오. 그리고, 내게서 전화받았다는 소리를 하면 그때는 내 손에 죽소. 이만 끊으오. 
어맛!!!!!!! 아가씨 정녕 잊었네. 이를 어째야.....
그건 그대의 일이오. 다만 나와 통화한 사실은 없는 것이오. 내부 고발자를 보호해야만 정의로운 사회가 도래하오.

드디어 김여사님의 생일 그리고 불과 삼십 분 전, 김여사와 꼬장꼬장 정양의 전화를 연달아 받고, 나는 기진맥진이다.
두 분의 분노는 한결같다. 너지?  
나의 대답도 일목요연하다. 뭐가?
추궁은 이어진다. 네가 한 거 다 안다. 
나의 버티기도 만만하지 않다. 목적어를 말하시오. 

믿지는 않았지만 증거 불충분으로 나는 혐의를 잠시 벗고, 전화도 끊을 수 있었다. 아무래도 아차차 백선생의 연기가 신통치 않았던 모양인게라. 제보자의 안위를 걱정해서라도 그러면 안되는 것을, 그러나 어쩌면 나는 그래서 늘 아차차 백선생을 후원하는지도 모른다. 여하간 김여사님이야 그럴 수 있다고 해도, 꼬장꼬장 정양의 마음보는 참으로 혈연관계를 백지화시키고 싶은 심정을 들게 하니, 아프고 또 아프다. 정작 본인은 모르겠지만.
아차차 백선생이 김여사님 생신을 챙기기 위한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난 것도 아니고, 더욱이 무슨 권리로 그것을 강제하냐는 말이다. 물론, 알아서 하면 얼씨구 절씨구 지화자이지만, 매년 실수를 하는 것도 아니고, 나이 들고 정신 사나우면 그럴 수도 있는 것을, 뭔 정의의 여신이라고 참으로 우리의 꼬장꼬장 정양은 언제나 어메이징하시다. 그대 그러지 마오, 심히 쪽팔리오.

장시간의 취조를 당하고 나니 시장했다. 책상 위 초콜렛 한 봉지(대략 10개 들었다)와 감자깡을 먹고 커피 한 사발을 들이킨다. 그리고 핸드폰을 본다. 어쩌자고 너는 이제 이런 용도로만 쓰인다더냐 싶어 집어 던지려고 했으나 그럴 수도 없다. 가난은 작은 것에도 분노하지 못하게 한다. 그 생각이 드니 더 배가 고프다. 또 다시 먹다 남은 앙금빵을 먹는다. 앙금이 크레이지하게 달다. 내 앙금도 달까? 그건 모를 일이고. 애써 기억을 더듬는다. 손길은 거칠지만 나름 최적화되어 있다. 빠르게 과거를 복기한다.
정녕, 한 때는 쉬지 않고, 아무 때나, 즐거움을 전하는 전화기였다. 물론, 그 즐거움의 원천인 그들은 더 이상 밝힐 수 있는 신분이 아니지만서도, 어찌되었건 그들은 ♥♥이라는 이름이었다. 별 짓 다했다. 칭얼대고, 옹알거리고, 지분대고, 음란하고...이런 저런 불장난으로 밤을 낮으로, 낮을 밤으로 만들던 전화기였다. 아! 그 쿵쿵쾅쾅 나를 달구던 네가 어쩌자고 이리 되었던가. 오메! 

돌아와라! 미친 척 돌아와라. 나를 가슴 뛰게 해라. 혈압 오르게 하지 말고. 전화기, 너 돈 먹은 만큼 토해내라. 은밀하고 뜨겁고 달달한 언어들을. 참으로 분통터지는 날들, 나 좀 살려다오.
전화기 반응한다. 놀란다. 열어보니 스펨이다. 오호라~~~ 그래도 나는 너를 버릴 수가 없구나.
꼭 가난해서 만은 아니다. 혹여 그런 시를 아느뇨? 아래 적는다. 너 읽거라. 그리고 반성하거라. 

가슴에 굵은 못을 박고 사는 사람들이 생애가 저물어가도록 그 못을 차마 뽑아버리지 못하는 것은 자기 생의 가장 뜨거운 부분을 거기 걸어놓았기 때문이다. - 윤효, 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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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잘라 2011-01-25 17: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있게 읽다가 아차차 백여사 편에 섰다가 목적어를 말하시오,하면서 버티는 굿바이님과 같이 버티다가 낄낄대다가,,,그러다가 쾅! 가슴에 굵은 못을.... 읽으며 흡! 숨이 멈췄다가, 017쓰는여자,에서 허거걱! 강적이십니다. 굿바이님. 017쓰는여자를 어떻게 당하겠습니까. 히유~~~

굿바이 2011-01-26 09:32   좋아요 0 | URL
저와 함께 호흡을 같이 하셨다니 전남영광입니다 :)

cyrus 2011-01-25 1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간에 백선생님의 말씀 보면서 웃었어요.
' 내부 고발자를 보호해야만 정의로운 사회가 도래하오. ' ^^

굿바이 2011-01-26 09:33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 저는 보호받아야 할 존재인거죠. 그럼에도 그것을 제대로 하지 못한 우리 아차차 백선생은 참으로....어떻하죠? ㅋㅋㅋ

에디 2011-01-25 2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낄낄거리면서 봤어요. 꼬장꼬장 정양은 어느 가족에나 한분씩 있나봐요.

굿바이 2011-01-26 10:27   좋아요 0 | URL
에디님의 말씀, 큰 위안입니다.
꼬장꼬장 정양같은 분들이 어느 가족에나 있다니, 이 겨울 블라디보스토크를 생각하는 것과 동일하게, 뭐랄까 위안입니다 ;)

꽃도둑 2011-01-25 2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이 밤 실실 웃음 흘리게 하시는 굿바이 님의 글솜씨~~~
무슨 코미디 한 편을 본 것 같은 착각이 드는 건 어인일?....ㅎㅎ
잼나요~~ 마구마구 올려주삼

굿바이 2011-01-26 10:28   좋아요 0 | URL
이런 억장 무너지는 상황이 마구마구 생기시길 바라는 건 아니시죠? ㅋㅋㅋ
그래도, 뭐든 즐거움을 드릴 수 있다면 노력해 보겠습니당~~~

웽스북스 2011-01-26 0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꼬장꼬장 정양 언니님의 저 일관성 말입니다. ㅋㅋㅋㅋ 재밌어요

아니 어쩌면 그건 일관성이 아닐런지도 몰라요
음 그 잣대가 어쩐지 본인에게는 안 동일할 것 같은?
만약 같은 상황에 봉착한 꼬장꼬장 정양 언니님에게 언니가 안알려줬다면?

어휴. 상상만해도 뭔가 끔찍해요.

굿바이 2011-01-26 10:30   좋아요 0 | URL
정말, 상상만으로도 끔찍하오.

우리 꼬장꼬장 정양은 매우 일관성 없는 분이오. 어느 때는 구타를 유발하기도 하지만 그저 나이 어린 내가 참는 것이라오.ㅜㅜ

라로 2011-01-26 0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밌는 글 잘 읽고 푸근한 마음으로 이제 자러갑니다.
왠지 만족감을 주는 글이에요~~~. 재밌으면서.^^

굿바이 2011-01-26 1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비님 안녕하세요?
포스터가 와우~아주 죽입니다(초면에 이 무슨 실례인지 ㄷㄷㄷㄷ)

잘 주무셨는지요? 오늘 하루도 즐거운 시간 보내시길 바랍니다 :)

치니 2011-01-26 1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분대고, 음란하고....으흐흐흐흐.

굿바이 2011-01-26 12:54   좋아요 0 | URL
역시나 알아보시는 센스! 헤헤헤헤헤헤

風流男兒 2011-01-26 1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내부고발자가 살아가기엔 아직 힘든 세상이에요(뭐 언제는? ^^)
그럼에도 한 영혼을 구하시느라, 정말 수고많으셨습니다 ㅎㅎㅎㅎ

굿바이 2011-01-27 00:06   좋아요 0 | URL
감시와 처벌이 수시로 이루어지는 가정, 내부고발자는 양심과 공포를 싸워 이겨야한다네, 응? :)
 

2010년의 겨울, 제주를 걷고 또 걷는다.
반질거리는 검은 돌들을, 푹푹 빠지는 모래해안을, 내 날숨이 미안하기만 했던 숲길을, 내 탄성이 부족하기만 했던 오름을, 자분자분하게 자리잡은 동네를, 걷고 또 걷는다.
삐죽삐죽 고개를 내민 주황색 감귤나무를 지나, 검은 흙에 자리잡은 당근밭을 지나, 겨울도 비껴가는 파밭을 지나, 넉넉하게 자리잡은 무밭을 지나, 자고있는 말들을 지나, 깨어있는 덩치 큰 개들을 지나, 북극의 겨울을 피해 날아든 까마귀들을 하늘에 두고, 걷고 또 걷는다.
이내 달이 뜬다. 푸른 하늘이 물러나며 별이 쏟아진다. 어둑어둑한 바다 어디선가 철새가 운다. 울음소리는 멀고도 가깝다.  

바람이 분다.  
보리수나무를 흔들고, 소나무를 흔들고, 낮게 깔린 초록의 덩굴마저 흔든다. 바람이 겉도는 숲에 구멍이 뚫렸다. 쏟아지는 바람에 끌려 고개를 드니, 희고 푸른 물이 덩어리져 하늘과 닿아있다.
그런 건 없었겠지만, 나는 그것을 바다라 불렀고, 그것들을 흔들어 솟구치거나, 가라앉거나, 배회하는 모든 것들을 바람이라 불렀다. 눈이 사물을 의심한다. 마음은 이미 물위를 떠돈다. 다리가 후들거린다. 다음에도 이곳에서 너를 만나면 나는 돌아오지 못하리라. 마음 한 조각을 떼내어 약속하고 돌아선다. 물위를 떠돌던 햇살이 망막에 맺힌다. 시야가 흐릿하다. 내 눈을 의심한다. 

제주의 해안, 한때는 지글거렸을 뜨거운 용암이 바다에 젖는다.
식어버린 꿈이 넘지 못할 문지방에 어디로부터 떨어져 나온 귀한 돌, 닳아서 닳아서 사라질 것 만 같은데, 빛나고 때론 바람에 날려 흩어지고 이제는 넓다. 넓고 고요한 해안, 닳아서도 사라질 수 없는 용암의 뼈들은 더는 견고할 수 없는 고독으로 박혀있다. 하늘과 바다와 검은 암석과 모래가 꼼짝하지 않는 곳에서 나는 오히려 권태를 잊고 가망없는 욕심을 갈아낸다.

같이 걸었던 내 좋은 사람들의 땀냄새와, 순한 처녀의 웃음소리와, 사뿐사뿐 걷던 총각의 뒷모습이 오늘도 이어질 것 같은 오늘, 주책없는 눈물샘에 돛단배 한 척 띄운다. 돛에 시 한 편 적어 보낸다. 서러운 것들이 펄럭이는 날에는.
 


그 깃발, 서럽게 펄럭이는 

박정대 

기억의 동편 기슭에서
그녀가 빨래를 널고 있네, 하얀 빤스 한 장
기억의 빨랫줄에 걸려 함께 허공에서 펄럭이는 낡은 집 한 채
조심성 없는 바람은 창문을 마구 흔들고 가네, 그 옥탑방 

사랑을 하기엔 다소 좁았어도 그 위로 펼쳐진 여름이
외상장부처럼 펄럭이던 눈부신 하늘이, 외려 맑아서
우리는 삶에,
아름다운 그녀에게 즐겁게 외상지며 살았었는데 

내가 외상졌던 그녀의 입술 
해변처럼 부드러웠던 그녀의 허리
걸어 들어갈수록 자꾸만 길을 잃던 그녀의 검은 숲 속
그녀의 숲 속에서 길을 잃던 밤이면
달빛은 활처럼 내 온몸으로 쏟아지고
그녀의 목소리는 리라 소리처럼 아름답게 들려왔건만
내가 외상졌던 그 세월은 어느 시간의 뒷골목에
그녀를 한 잎의 여자로 감춰두고 있는지 

옥타비오 빠스를 읽다가 문득 서러워지는 행간의 오후
조심성 없는 바람은 기억의 책갈피를 마구 펼쳐놓는데
내 아무리 바람 불어간들 이제는 가 닿을 수없는, 오 옥탑
위의
옥탑 위의 빤스, 서럽게 펄럭이는
우리들 청춘의 아득한 깃발 

그리하여 다시 서러운 건
물결처럼 밀려오는 서러움 같은 건
외상처럼 사랑을 구걸하던 청춘도 빛바래어
이제는 사람들 모두 돌아간 기억의 해변에서
이리저리 밀리는 물결 위에 희미한 빛으로만 떠돈다는 것
떠도는 빛으로만 남아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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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10-12-13 14: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니! 저 오늘 당근 먹었어요!!

굿바이 2010-12-14 09:44   좋아요 0 | URL
니얼니? 이런...황군이 화나겠다 ㅋㅋㅋㅋ 그렇지만, 참 잘했쏘요!!!!

風流男兒 2010-12-13 15: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당근은 안먹었지만, 오늘 이상하게 눈이 아파요. 그 뜨거운 해를 바라보면서도 아프지 않던 눈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종이와 모니터를 본다고 아파지다니, 좀 서글퍼요 ㅎㅎ

굿바이 2010-12-14 09:46   좋아요 0 | URL
피곤해서 그런건가... 오늘은 괜찮은지 모르겠네. 그나저나 좀 서글프다~

2010-12-14 14: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16 10: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風流男兒 2010-12-15 0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아침에 나와 다시 시를 읽었어요 그리고 마지막 연을 다시 읽었지요. 하지만 오늘은 서럽고 싶지 않아요 ㅎ

굿바이 2010-12-16 10:09   좋아요 0 | URL
추워서 서럽구나야 ㅜ.ㅜ

風流男兒 2010-12-16 14:44   좋아요 0 | URL
서러웠어요 결국 ㅠㅠ 너무 추워요 ㅠㅠㅠ

굿바이 2010-12-16 14:51   좋아요 0 | URL
사무실 온도 18도, 더는 올라가지 않는 온도계, 살아온 날들이 후회스러워, 추워도 너무 추워 ㅠㅠㅠㅠㅠㅠㅠㅠ

웽스북스 2010-12-17 00:41   좋아요 0 | URL
헉 18도라니 너무해요
이런 독한 사무실같으니.....!!!!!
 

복사기를 점검하러 온 젊은 청년이 2011년 탁상용 달력을 내민다. 봉투에 싸여 있는 달력은 크기로 보아 올해의 그것과 똑같아 보인다. 올해와 똑같을지도 모를 한 해가 오고 있다는 사실이, 정녕 그것이 사실인지 알 수 없지만, 난감하기만 하다.  

생각하니, 매일 술을 마신다. 정확한 기억만을 더듬어도 2주째다. 2주 동안 숙취해소 음료를 세 번 마셨고, 두통약을 거르지 않았다. 그리고 어제는 급기야 정종을 두 병 마시고, 맥주로 입가심을 하는 기염을 토했다. 걸어오는 길, 배는 출렁거렸지만, 하나도 춥지 않았다. 아직은 술값을 치를 돈과 카드가 남아 있음에 감사했다. 이렇게 거르지않고 운동을 했으면, 아침에 바지 앞단추가 떨어지는 일은 막을 수 있었겠다. 실과 바늘을 찾는데 적어도 1시간을 쏟았는데, 결국 회장님에게 빌렸다. 난처하기만 하다.  

이십대에도 멀리했던 술을 이제와 퍼마시는 까닭이 무엇인지, 바지 단추가 떨어지고 나니 궁금해졌다. 무엇인지 정확히 꼬집어 낼 수는 없지만, 안다고 해도 인정하고 싶지 않겠지만, 어떤 이미지 하나가 떠오르는 것은 막을 길이 없었다. 아버지_ 84년, 늦은 겨울 밤, 알콜솜처럼 젖은 입김. 풀어진 머플러, 바람에 얻어맞은 머리카락, 식어서 축축해진 호빵, 그리고 당신의 난감한 웃음_ 떠오르는 이미지에 따귀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다. 얼얼하기만 하다. 

백석의 시집을 꺼내들고 차가워진 커피 한 사발을 들이킨다. 오늘은 살아내야 하니까. 저녁까지 끝내야 할 보고서는 마무리해야 하니까, 지금 내게 필요한 건 두통약이 아니라, 백석이다.  

 

적경寂境

신 살구를 잘도 먹드니 눈 오는 아츰 
나어린 아해는 첫아들을 낳았다 

인가 멀은 산중에
까치는 배나무에서 즞는다 

컴컴한 부엌에서는 늙은 홀아비의 시아부지가 미역국을 끓인다 
그 마을의 외따른 집에서도 산국을 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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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2010-12-02 18: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당신의 몸이, 목숨이 당신것만이지 않습니다.
이 세상 누구도 자신을 소홀히 할 권리가 없습니다.
이 모든 것을 다 알고 있을, 그러나 그것을 지키지 못할 만큼 힘든 친구님!
그러나, 그럼에도
살아주시길! 부디 잘 살아내주시길 !

굿바이 2010-12-03 11:33   좋아요 0 | URL
뉘신지 알 것 같소. 고맙소, 매우매우, 딥플리딥플리하게, 고맙소.

연말이고, 날도 추운데, 12월 중순쯤에 얼굴이나 봅시다.
추운 날, 밥은 먹고 다니는지, 밥값 없으면 언제든 문자로 계좌번호 찍으시오. 안녕~

향편 2010-12-02 18: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두번재 단락을 읽으면서 어.. 잘못왔나? 하고는 서재를 이리저리 살폈어요. 2주째 술이라니, 여기는 굿바이님 서재인데, 이상하잖아요.ㅎㅎ
2주째 술먹는 페이퍼는 차좋아가 써야죠. 서재에는 일상의 별일을 쓰곤 하니까 제가 2주내내 술을 마시면 쓸만하지만, 굿바이님이 2주째 술이라니...... 이건 일상의 별일 수준이 아닌데요. 술을 왜그리 많이 마셔요~~~

백석과 함께 금주를...ㅎㅎ

굿바이 2010-12-03 11:38   좋아요 0 | URL
그렇군, 그간 나름 이미지 깔끔했다는 것으로 받아들여도 무방하려나요? ㅋㅋㅋㅋ

잘 모르겠는데 말이지, 술이 좋은 건 딱 하나 있는 것 같아. 나에게 좀 너그러워진다는 것. 내게 자비를 베푸는 그 누구가 없어, 스스로 자비를 베푸는 형국이니, 몸은 축나고, 배는 나오지만, 또 그렇게 서럽지도 않더라는~
그러나, 춘삼월 꽃노래도 한때라고, 다시 정상으로 복귀해야지, 백석과 함께!

가시장미 2010-12-03 04: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처음뵈어요. ^^ 가시장미라고 합니다.
이웃의 글인줄 알았는데,즐겨찾기 등록이 안 되어 있더군요.
지금쯤 보고서 다 마감하시고, 편안하게 주무시고 계시겠네요.
힘든 하루 잘 마무리 하시고, 재충전하셔서 내일은 상쾌하게 시작하시길 바래요.
내일만 지나면 주말이잖아요. 으흐

사실 이 글에 이런 댓글을 남기는 게 실례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님의 글이 제 마음을 움직여, 글을 남기지 않을 수가 없네요.
모르는 사람의 글이 가끔은 더 진실하게 느껴질 때가 있으니깐요.
저의 마음도 님에게 진실로 다가가 응원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누구나 각자가 짊어져야 하는 삶의 무게가 있고, 아픔이 있다는 걸 알지만...
가끔은 그 정도가 모든 사람에게 감당할 수 있는 만큼이길 바라곤해요.
그 바람이 어떤 의미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모두가 그렇게 살아간다는 게 위안이
될 때도 있지만, 딱 그만큼만 힘들어 할 수 있다는 게 더 큰 위안이 될 것 같아서요.

그럼, 앞으로 종종 또 뵈어요.
편안한 주말 되시길..

굿바이 2010-12-03 11:43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새벽에 바람이 세찼죠? 제가 사는 곳은 한강근처라 바람이 부는 날에는 잠들기가 쉽지 않답니다^^

이렇게 따뜻한 마음, 넙죽 받습니다. 뭔가 받아보면 또 누군가에게 줄 수도 있는 것이라는, 그런 식상한 이유를 들이대면서, 가시장미님이 보내주신 진정을 오롯이 챙깁니다.

오늘은 금요일, 무엇이든 행복한 날 보내시길 바랍니다.

토깽이민정 2010-12-03 1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걱정

내가 있을때는 술잔도 잘 받지도 않더니 눈오는 겨울
굿바이 언니가 술을 마신다

태평양 건너 저 멀리서
민정이는 컴퓨터를 보며 혀를 찬다

컴컴한 부엌에서 형부가 언니의 술국을 끓인다 (끓이고 계실까?)
바다건너 또 한 부엌에서도 북어국을 끓인다

언니!!!
술 고만 자시고
커피도 줄이시고
차를 드시어요!

웽스북스 2010-12-04 01:25   좋아요 0 | URL
태평양 건너 저 멀리서
컴퓨터 보며 혀를 차는 민정언니를
웬디는 상상한다

언니의 웃음소리가 귀에 울리는 새벽이에요 :)

굿바이 2010-12-06 09:55   좋아요 0 | URL
진짜 민정이 웃음소리가 들려 ^^

이 풍진세상을 살다보면 말이다......ㅋㅋㅋ
여튼 다 네가 서울에 없어서 빚어진 일이라고 할 수 있지. 암만!

꽃도둑 2010-12-03 17: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제목이 재밌네요..'늘 제가 하는 일을 알지 못하나이다~'

나는 지난 밤에 네가 한 일을 알고 있따!!!!! 왜?왜?왜 그랬어요?...

굿바이 2010-12-06 09:56   좋아요 0 | URL
뜨앗! 제가 지난 밤 저지른 추태를 알고 계십니까?

누구시오????? ㅎㅎㅎ

2010-12-03 19: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06 09: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동우 2010-12-06 06: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구바이님.
백석에는 커피를 마시지만, 굿바이님의 세밑 84년도 아버님에는 술말고 다른 걸 마시시기를.
부군께 미역국을 끓여 달라시던가... ㅎㅎㅎ
웃지만 굿바이님의 백석은 시큰합니다.

굿바이 2010-12-06 09:48   좋아요 0 | URL
동우님, 마음도 몸도 산만해서 연락도 못드렸습니다.
이렇게 사람 노릇을 하면서 사는게 어려운 일인줄 몰랐습니다.

연말이라 바쁘시겠습니다. 그래도 건강관리 잘 하시고, 무탈한 12월 보내시길 바랍니다.

cyrus 2010-12-06 1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지금 '정본 백석 시집' 을 읽고 있는게 굿바이님의 리뷰를 보니
더 반갑네요. 저도 굿바이님이 소개하신 '적경' 이라는 시가 무척 좋더라고요.
이제는 찾아볼 수 없는 고향 마을의 정겨움이라고 해야되나요,,
백석의 시에는 마을 사람들의 정을 느낄 수 있어서 좋은거 같습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굿바이 2010-12-06 13:26   좋아요 0 | URL
언제 꺼내봐도 참 좋은 시집입니다.
백석이 살았던 시절의 풍경들이 이제는 참으로 옛일이 되었지만
시인이 사랑했던 쓸쓸하고, 가난하고, 높은 것들은 여전히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