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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온의 간식
오가와 이토 지음, 권남희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11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내가 만약 라이온의 집에 가서 살면서 간식을 의뢰하고 먹게 된다면 난 무엇이라고 쓸 수 있을까?
인생의 마지막에 다시 한 번 먹고 싶은 간식은 무엇인가요?
간식은 아니지만 저에게는 다시 한 번 먹고 싶은 음식이 있습니다.
저는 젊은 날 한 때 일본에서 공부를 한 적이 있습니다. 높은 물가에 도움을 청할 사람이 주위에 없다는 불안함이 늘 삶에 허덕이게 했었습니다. 그 때 그나마 위로가 되어 주었던 것은 기숙사 아주머니의 집밥이였습니다. 삼시 세끼는 아니여도 아침저녁 챙겨주던 따뜻한 밥이 그나마 나를 위로하는 힘이였습니다. 그 때 먹었던 셀 수 없는 일본음식들 중에서 유독 기억에 남는 것은 카레와 양배추절임이였습니다. 가끔 아침에 빵과 함께 나오는 양배추절임은 우리의 김치처럼 반찬이자 간식으로 특히 많이 좋아했었습니다. 그 맛을 그 이후로 아무리 다시 만나고 싶어도 만날 수 없게 된 지금 나는 그 음식이 행여 자고 나면 잊혀지는 꿈처럼 아득하게 느껴집니다. 그래서 기회가 된다면 그 음식을 다시 한 번 먹어보고 싶습니다.
간만에 눈물을 찔끔찔끔 짜면서 읽었습니다.
스즈쿠씨의 삶이 너무 안쓰러워서 남겨진 사람들과 라이온의 집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너무 소중하고 슬퍼서 나는 내내 울며 이 책을 읽었습니다.
스즈쿠씨의 삶이 불쌍해서 가여워서 울기 시작했는데 결론은 그래도 마지막이 쓸쓸하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그것은 마지막까지 자신의 삶을 받아들이고 끊임없이 스스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스즈쿠씨의 삶의 자세에서 나오는 것임을 알기에 그 처절했던 살고자 하는 의지, 시간의 사투가 못내 마음에 남습니다.
다 끝내지 못한 내 공부의 미련도 그 음식처럼 아득하게 느껴집니다. 나 역시도 받아들이고 지금의 자리에서 노력하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나를 위로했습니다.
인생은 뜻대로 되지 않는 거지. 뜻대로 되지 않기 때문에 그 장애를 넘는 즐거움도 맛볼 수 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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