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2018년 새해 첫날.

 

올해는 선생님들 복장 터지는 한 해가 될듯하다.

 

화나면 한구석에서 조용히 '이천OO년' 하고는

뭐라고 했어 하면 그냥 올해 얘기한 거예요, 할 아이들이 분명 있을 것이다.

 

우리집에서는 하나의 해결책으로 -년도를 끝에 꼭 붙여 얘기하기로 했다.

 

 

 

*

 

어제 읽은, 아니 읽다 둔 책은 <한국인의 관계심리학>이다.

 

심도 있는 건 아니지만 내가 생각하던 부분과 많이 비슷하다.

 

다시 말해 기쁨은 범문화적인 감정이지만 어떤 사람은 내적인 경계 안에서 기쁨을 느끼는 반면, 다른 사람은 내적인 영역을 넘어 타인의 마음에 비춰지는 자신을 알고 난 뒤에야 기쁨을 느낀다. 이 사실은 나와 타인 사이의 최적의 거리는 개인적이고 문화적인 차이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34-35쪽

 

 

즉, 미국인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계와 한국인에게 중요한 관계는 둘 중에 한 가지를 선택하는 문제가 아니라, 대화할 수 있고 통합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해야 할 문제이다.-56쪽

 

건강한 분화는 '따로 또 같이'의 느낌이 지속되는 과정이다. 분명 한국의 부모와 자녀들은 '따로 또 같이'가 가능한 문화자원을 가지고 있다. 부모와 자녀는 따로 떨어져 살지만 늘 함께 있다는 느낌을 공유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지켜야 할 '관계적 경계'이다.-84쪽

 

 

모든 관계에서 '건강한 분화'를 맛보고 싶다.

 

어제도 역시 엄마 전화가 많이 왔고 위로도 했다가 아닌 것은 바로잡기도 하다 지쳐서 포기했다.

환자에게는 역시 '건강한 분화'보다 전폭적인 지지와 애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나도 3일간 아이들 수발에 지쳐서 더 이상 잘할 수는 없었다.

 

전화를 받고 다시 걸기도 하고 이게 나의 최선,

나를 괴롭히지 말아야지.

 

 

 

*

 

아침에 떡국을 끓여 아이들과 먹었다.

 

신년을 맞아 아버지와 아들은 목욕탕에 갔다.

 

그리고 딸아이는 친구엄마와 친구랑 갔다. 엥?

 

여기 이사와서 거의 5년을 알고 지낸 엄마지만 같이 목욕가는 걸 아직 못 하고 있다. 정말 목욕탕에 가고 싶을 때면 동네에서 좀 떨어진 곳으로 간다.

 

아들은 목욕을 마치고 학습만화와 손글씨 교정 책을 들고 왔다. 아빠가 하루 몇 쪽 하라고 숙제 내준 걸로 잔뜩 부어 있었다. 결국 이걸 매일 시키는 건 내 숙제가 될 텐데.

 

요즘 아이들은 고학년 정도 되면 손글씨 잘 쓰는 아이가 적은듯하다. 순전히 내 느낌이다. 통계를 내본 것도 아니고 우리 아이들과 그 친구들, 나와 수업한 일부 아이들로 미루어 짐작한 것일 뿐이다.

 

80년대 90년대 말에는 필통도 하드보드지로 만들고 이런저런 -장을 만들기도 하고 학교 필기량도 상당했지만 요즘은 별로 그렇지 않다. 일 년을 마치고 보내온 공책을 보니 세 장인가 썼다. 교수학습의 방식이 많이 바뀌어 그렇다는 것도 알지만 아쉽다.

 

쓰고 말하면서 공부하는 방식도 낡은 것만은 아니다.

순수 '읽기'를 시키지도 않고 쓰기도 잘 하지 않는다. 듣기는 더더욱 잘 하지 않는다.

이런 교육을 제대로 할 여건이 안 되는 것도 안다.

 

듣고 읽고 쓰고 말하고 인데 '말하기'에 비중을 많이 둔다. '이해'가 먼저이고 '표현'인데 '표현'이 눈에 띄기 때문에 그쪽에 더 치중한다. 듣고 읽은 바가 적은데 '말하기' 역시 쉬울 리가 없다.

 

아이들의 언어로 풀어서 같이 계속 고민해보고 싶다.

 

 

다시 글씨 얘기로 돌아가 아들은 저학년에는 나름대로 글씨가 볼 만했는데 요즘은 도무지 알아볼 수 없게 흘겨쓴다. 원인은 급한 성격과 글씨 쓰기 싫어하는 마음 때문이다. 숙제는 대충하고 놀고 싶다. 십대 초반 남자애라면 다들 그럴 것이다. 이해는 하지만 어느 정도는 교정해주어야 한다. 오래 걸릴듯하다.  일단 글씨를 잘 쓰고 싶은 마음, '동기'가 전혀 없다.

 

아들은 앞으로 디지털 세상에서 글씨 쓸일이 뭐가 있고 내가 이걸 왜 해야 하냐고 항변한다. 설득하고 달래고 감정을 받아주는 건 엄마 몫이다. 

 

글씨를 잘 쓴다는 건 남이 알아보기는 쉬울 정도는 되어야 한다, 현재는 너만 아는 글씨이다.

ㄹ, ㅁ, ㅇ 구분이 안되고 글씨 크기도 제각각이다.

 

 

 

 

 

 

 

 

 

 

 

 

 

 

 

 

 

 

 

 

 알라딘 상무점에 가서 사온 책들이다. 책 팔러 가서 오히려 애들 책이며 이런저런 책들을 잔뜩 더 사왔다.

 애들 아빠가 고른 책이다. <정의란 무엇인가>는 나도 읽을 듯하다.

 

 

 

 

 

 

 

 

 

 

 

 

알라딘 상무점은 규모는 충장로보다 적지만 주차가 편하다. 원형방석도 집 의자에 사이즈가 맞을 듯해 사보았다.

 

어제 역시 그럭저럭 보내고 9시에 잠들어 3시에 깼다.

 

11시에 잠들어 5-6시 정도면 좋을 텐데.

 

아이 키우며 수면 장애 11년

그래도 이 정도면 살 만하다.

 

새해에는 커피와 맥주를 줄이고

예능도 좀 덜 보고 책도 덜 보고

운동을 뭔가 찾아서 해야겠다.

 

집밥에 더 많이 신경을 써야겠다.

 

내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겠다.

하고 싶은 일 말고 돈이 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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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2017년의 마지막 날.

정말 특별할 것이 없는 평온한 하루여서 감사하다.

 

김보통 님이 추천한 <딱한번인. 생.>을 오전에 잠깐 읽은 것이 어제 나를 위해 쓴 시간이다.

왜 좋아하셨는지 알 것 같다.

 

평범 씨로 대표되는 사람들이 일생을 어떻게 쓰는지 여러 수치로 나타내기도 하고, 그 사이사이 자신의 짧은 감상을 담아낸다. 쉬운 듯하면서 어렵고 가벼운 듯 하면서도 묵직한 책이다.

 

수필가 피천득 님이 새색시가 시집와서 김장 서른 번 하면 어느새 늙는다고 하셨는데

이렇게 사람들이 먹고 자고 울고 웃고 씻고 하는 걸 수량화하니 어쩐지 단촐하다.

 

일생 마실 수 있는 수돗물 값이 고작 8만8천 원이라니.

그밖에도 일생 먹을 수 있는 고기류인 닭 소 돼지 등도 수량화하니 참 하찮고 적다. 물론 누군가는 좀더 많이 먹기는 하겠지만 고작 그 정도 먹으려고 아등바등 사는 것이다.

 

내가 지옥에 떨어진다 해도 천국이 있다면 참 좋겠다고 누군가가 말했다지.

참 고운 마음, 고마운 마음.

 

예수님이 따로 없네.

 

갈수록 정말 아무것도 없을 거 같아서 이렇게 성당에 잘 못가나보다.

구원에 대한 확신이 줄어들고 있고 

솔직히 진지하게 죽음을 생각하면 많이 두렵다.

 

다들 '죽음'을 직면할 자신이 없어서 분주하게 사는듯하다.

다들이 아니고, 나.

 

바로 내 이야기이다.

 

'죽음'을 직면할 자신이 없어 분주하게 산다.

 

<소년이여, 요리하라!>는 그냥 애들 보며 읽으려 빌렸었고

<어른이 된다는 서글픈 일>은 예약 주문해두었다.

 

 

 

 

 

 

 

 

 

 

 

 

 

 

 

 

 

 

 

<알쓸신잡>을 끝부분만 잠깐 보았는데 누군가에게 선물하고 싶은 책을 추천하는 시간이 있었다.

 

작년에 읽은 책들 중 위의 책들을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선물하고 싶다.

중년이 되어 부모님들은 편찮으시고 아이들 키우기도 녹록치 않은 누군가에게...

 

부모님 모두 건강하시고 아이들은 아무 걱정없이 크는 집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듯하다. 엄마들은 너무 힘들다보니 몇 번 만나지 않은 얄팍한 사이여도 자신의 힘듦을 가감없이 토로하는 지경에 이른다.

 

나는 사실 속내를 잘 풀어놓는 편이 못 되고 내 힘듦을 이야기한다고 상대방의 고통이 덜어지는 것도 아니라서 거의 듣는 쪽이다. 대개 병간호하는 이야기들은 놀랍도록 닮아 있다.

 

<엉클어진 기억>은 성소수자이며 알츠하이머인 엄마를 두고 있는 작가의 작품이다. 가족 중에 아픈 사람이 있으면 사실 아무리 사랑이 충만한 가정이라 해도 버티기 쉽지 않다. 그런데 그 사이 감정의 유대가 적었던 가정이라면 어떨까? 이런 과정에서 인연을 끊게 된다.

 

허물어져가는 엄마를 기록으로 남기고 추억하는 따뜻함

닮고 싶다.  

 

<두 여자 이야기>는 요즘 유행하는 많은 페미니즘 도서들보다 더 읽혔으면 좋겠는 그런 책이다.(물론 페미니즘 도서도 보긴 봐야 한다)  돌봄노동으로 쌓아올린 여성들의 시간이 아프게 다가온다.

 

사람들은 태어나서 병들고 늙거나 늙어서 병들거나 한다. 이런 과정 중에 꼭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생후 3년과 죽기 직전 몇 년은 꼼짝없이 식사와 대소변을 남의 힘을 빌려 처리해야만 한다. 사람은 혼자 태어나 혼자 죽는 게 아니라 태어나서 죽기까지 여럿의 도움이 필요하니 얼마나 약한 존재인가.

 

나 역시 언젠가는 약해질 것이고 막연한 그 시기가 가끔은 두렵다.

(화살기도로 가끔 죽을 복을 내려달라는 기도도 빼놓지 않는다.)

 

누군가는 자신은 노후대비가 다 되었다고 사람이 살면서 남에게 피해를 끼치지 말아야 한다고 자신만만해 하던데 얼마나 입바른 소리인지 나중에 깨닫게 되길 바란다.

 

*

 

아이들은 누구나 충분히 예뻐해주고 있으니 노인 분들에게 좀더 잘해야겠다, 는 작은 다짐도 해본다.

 

오늘 도서관 엘리베이터에서 처음본 할아버님이 다짜고짜 커피는 어디있냐고 물어보셨다. 근처 카페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파는 데를 얘기하시는 건가요, 하고 다시 여쭈었다.

자판기를 원하시는듯해서 5층이라고 알려드렸다. 내리셔서 허둥지둥 하시는 게 보여 다시 불러서 구석진 곳을 가리켜 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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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적은 일기.

   

어제는 애들 방학이어서 분주하게 보냈다. 애들도 한해를 보내며 자신들도 뭔가 정리를 하겠다며 포켓몬카드를 거실 이 끝에서 저 끝까지 늘어놓고 자기들 나름대로 분류하기 시작했다. 점심은 제대로 분식집 떡볶이를 먹는다 해서 비록 냉동이지만 김말이도 해주었다.

 

그 와중에 또 앞 동 친구들 비글남매들이 들이닥쳐서 남자애들은 게임을 하고 여자애들은 자전거를 타러 공원으로 갔다. 공원에서 두 손을 꼭 잡고 돌아다니는 애들이 어쩐지 중학생 같고 귀여워 웃었다. 딸아이는 방학식 전날엔가 학교 장터에서 산 꾀돌이를 친구랑 한 알 한 알 아껴 나눠먹으며 또 까르르.

 

같이 있던 친구엄마가 공원에서 나와 우리 딸을 처음 보았을 때 인상을 말해주었다. 얼굴이 화끈달아오른다. 시골에서 막 나와 순박함을 벗지 못했을 때 누구라도 사귀어보겠다고 아이는 몇 살이고 남편은 뭐하고 먼저 줄줄 늘어놓던 시기였다.

 

이런 대화 중에 병중이신 엄마는 거의 시간마다 전화를 하셨다. 주변에 아무도 없을 때 차분히 다시 전화했다. 딸아이는 내가 외할머니에게 목소리를 높이면 무서워해서 아무도 없는 데서 조용히 걸 수 있을 때만 걸려고 하는 편이다. 이렇게 하다보니 오히려 온화하게 대할 수 있었다. 불안이 날로 심해져서 30분 정도 차분히 진정시켜드렸다.

 

아이들 저녁시간에 애들아빠가 새해결심을 적어내라고 해서 딸아이는 웃으며 흔쾌히 모범답안을 적어내고 아들은 강력히 반발해서 중간에 나만 곤란했다.

 

수면시간을 조정하려 11시에 자려고 했는데 10시 정도에 잠들어 버려 새벽 3시 반에 일어났더니 새해를 알리는 카톡이 몇 개 와 있다.

 

2018년에는 그냥 어쩐지 2017년보다는 평안할듯하다고 믿고 싶다.

 

<랩 걸>에서 저자가 기도했듯이 강해지길 기도하기보다 감사할 줄 아는 내가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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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도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

 

그래서 그런가

번민이 많았나

 

며칠 동안 수면 패턴이 깨져서 힘들었다.

 

10시에 자서 4시 정도에 일어나곤 했는데 9시엔가 잠이 들어 계속 2시에 깨는 바람에 힘들었다. 어제는 작정하고 늦게 자려고 유튜브에서 이런저런 영상을 보다 탄핵 심판 영상을 제대로 보았다. 누군가는 나긋나긋한 강일원 헌법재판관님 목소리를 들으며 잠을 청한다고 했는데 무슨 말인지 알 듯하다. 다시 봐도 좋구나.

 

잠이 안 오는 동안 비몽사몽간에 책을 엄청 봤는데 봐도 그만 안 봐도 그만이었던 책들.

그래도 나의 새벽을 지켜주었다.

 

1. 히가시노 게이고 소설을 보며 일본사회를 읽곤 한다. 항상 느끼지만 일본은 여성의 지위가 참 낮은 사회다.

 

<그대 눈동자에 건배>와 <10년 만의 밸런타인데이>가  제일 기억에 남는다.  

 

2. <달팽이 식당>은 <츠바키 문구점> 읽고 나서 읽으니 동어반복 같기도 하면서 뭔가 구성이 더 허술해서 읽다 말았다.

 

3.  <좋아하는 곳에 살고 있나요?>

좋아하는 것에 둘러싸여 일상을 풍요롭게 사는 것이 극강의 미니멀리즘보다 낫다는 데 동의한다.

그렇지만 블로그나 방송에서 거의 봤던 것이고 아무래도 나의 상황과는 맞지 않는다. 

 

어려서는 돈이 없지, 취향이 없냐를 부르짖곤 하던 나였는데.

역시나 돈이 없다면 취향도 주장하기 힘든 것이다.

 

 

게다가 여기에 아이들까지 있다면 선택의 여지가 없다.

그냥 '식'에만 몰빵.

 

지금처럼 '의식주'가 아닌 '식주의' 비중으로 살아가려고 한다.

 

그래도 후루룩 잘 보았다. 예쁜 걸 봐두어 나쁠 건 없으니. 

그리고 나도 언젠가는 작가님같이 취향을 실현할 날이 오겠지. 

 

 

 

 

 

 

 

 

 

 

 

 

 

 

 

 

 

 

 

 

성탄절에 성당 안 간 것도 참 몇 년 만에 처음이다. 엄마 편찮으시고 나서 하느님, 저 좀 쉬어가도 될까요, 하다가 오래 쉬고 있다. 그래도 요즘만큼 기도가 간절한 적은 없다. 화살기도를 수시로 드리고 있다.

 

4. 생각버리기 연습 2 도 잘 읽고 있다.

1권과 동어반복이기는 한데 중간중간 4컷 만화도 있고 뒷부분에 뭔가 나오나 싶어 아직 손을 놓지 못하겠다.

 

5. 안셀름 신부님 책을 보다가 충격받고 있다. 성경 비유나 말씀 중에 이제 생각이 잘 안 나는 것도 있다. 역시 성경을 제대로 읽은 적이 없구나.

 

6. 그래도 힘든 시기면 자주 보는 송봉모 신부님 책이다.

두려워 말고 항상 오늘을 살아야지.

 

 

 

 

 

 

 

 

 

 

 

 

 

 

 

 

 

 

7. <빛의 호위>는 빌려 읽다가 양림동 아날로그 서점 가서 사와서 읽고 있다.

그간 여러 작가들의 단편을 모은 단편집에서만 해진 작가님을 보다가 이번에야 제대로 읽는다.

 

<빛의 호위>만으로도 빛나는 작품집이다.

 

오늘은 애들 방학식이라 동네 샌드위치 가게에서 마지막 만찬을 즐기며 천천히 읽었다. 환하디 환한 곳에서 눈물이 솟으려 해서 클럽 샌드위치 소스 묻은 휴지로 겨우겨우 수습하고 보니 너무 내 꼴이 처량맞아 집으로 돌아오며 뒤통수가 따가웠다. 설마 이런 나를 본 사람은 없겠지.

 

8. <상냥한 폭력의 시대>

어제 도서관에 책 반납하러 가서 단편 두 편만 읽었다. 읽고 나니 답답하기만 하다. 어쩐지 여성중앙 같은 데 나온 소재 같기도 하다.  

 

<미스조와 거북이와 나>는  한 시절 아버지를 스쳐갔던 여인과 조우하게 되는 남자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미스조 같은 여자들이 여전히 많을듯하다. 남자가 다른 이들 앞에 제대로 소개하지 않는 그런 여자가 된다는 건 상당히 서글픈 일일 것이다.

 

<아무것도 아닌 것>은 청소년 임신을 다루고 있는데 이런 아이들도 있을 법하다. 남자아이 엄마의 기막힌 대응도 현실과 닮아 있다.

 

어쩐지 더 읽고 싶지는 않았다. 먹지도 않은 김밥이 어딘가 걸려 있는 기분이 들어 서둘러 책을 북트럭에 올려두었다.

 

9. <이해 없이 당분간> 역시 유쾌하지 않은 이야기들이 가득.

그래도 외면할 수 없는 이야기들.

 

청년들이 진짜 많이 힘들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아무것도 한 것 없이, 아니 그야말로 아무것도 한 것이 없기에 마음이 무거웠다.

 

제일 인상 깊었던 백가흠의 <취업을 시켜드립니다>

참혹한 착취에 너무나 화가 났다. 해외취업 지원이라는 명목하에 한인 게스트하우스에서 노동력을 착취당하고 삶을 저당잡히는 청춘들을 보니 화가 났다. 국내 이곳저곳에서도 비일비재한 일이다. 근교 담양 식당에서 청소년 임금체불과 성희롱이 있어 맘카페마다 난리였다. 그래도 곧 사람들은 잊기 마련이다. 여전히 그런 데는 성업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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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겪었던 혹은 겪고 있는 그리고

앞으로 겪을 문제들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한국 소설들만 보다보니

불면의 밤이 더 길어진 듯하다.

 

 

그래서 저절로 탄핵 동영상을 찾아다녔나보다.

 

뭔가 뚫린 곳으로, 환한 곳으로 나서기 위해

 

그 영상을 보는데 503 변호인단이 아무리 답답한 소리를 해대도 화가 나지 않고 웃음만 비어져 나오고 모든 것이 명쾌하게만 여겨졌다. 시청하다 나른해져 잠이 들었다.

 

그렇게 어제 12시에 자서 오늘 6시에 일어나고 보니 좀더 맑은 정신으로 오늘 하루를 보낼 수 있었다. 그래서 이 글도 쓸 수 있게 된 듯하다.

 

푹 잔 것만으로도 인생이 훠얼씬 나은 무언가가 되어 있다.

 

자주 걸려오는 엄마 전화에도 온화하게 대하고

주변에 안부 카톡도 하는 여유를 찾게 되었다.

 

그리고 방학이니 이제 당분간 한국 소설이여, 안녕.

 

최대로 안정된 정서를 유지해야 하니

잔잔한 성장소설이나 SF, 추리소설 같은 장르물을 보며 머리를 비워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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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새벽에 산타 노릇하느라 잠을 설치고 나서 독일 인스턴트 커피 다비도프를 마시며 쓴다.

 

왠지 베를린 일기는 이런 풍으로 시작해야 할듯하다. 어느 독립서점 순례 블로거가 추천해서 보는 중이다. 새벽에 요새 2시 정도에 자주 깨는데 깨면 반자동적으로 집어들게 된다.

 

와이파이의 노예이자 조선인 양경종과 강한 유대감을 품고 사는 아시안 호구인 저자의 잔잔하고 별것없는 일상이 감사할 뿐이다. 중간중간 아버지의 부채라든가 중년의 막막함도 보이지만 20대 청년이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듯한 통통 튀는 말투가 카와이 !

 

일기의 힘이 있다면 이런 식일  때 나오는 것. 일상의 작은 사건에서 생각할 거리를 발견하고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그러나 파괴적이지 않게 유머러스하게 분출한다.

 

게다가 베를린, 독일, 독일문화에 대한 이해를 볼 수 있다.

 

토요일 23일부터 성탄 연휴여서 애들 데리고 아시아문화전당을 찾았다. 어린이체험관은 마르고 닳도록 다녀서 어린이문화원 내 도서관에서 3시간이나 있었다.

 

 

 

 

 

 

 

 

 

 

 

 

 

 

 

 

애들이 울고 뛰어다녀 어수선한 가운데 <퓰리처상 사진집>을 넘겨보았고

 

아들은 강풀 <26년>을, 딸은 <다이어터>를 보았다. 요즘 어른들 보는 만화에 맛들려 닥치는 대로 보고 있다. ㅜ.ㅠ

 

물론 중간중간 다른 만화책, 그림책도 쌓아두고 보았다.

 

 

 

 

 

 

 

 

 

 

 

 

 

 

23일엔 정말 유독 미취학 아동이 도서관에 많았지만 대략 6년 전의 나를 떠올리며 참기로 했다. 분명 시내 나오면 깔리고 치여서 죽겠지만 집에서 심심해 죽는 것보다는 낫겠다는 판단에 아기띠하고 이고 지며 나왔을 터.

 

4시에 튼튼 아저씨 공연을 한다고 해서 앉았는데 옆 공연장 공연이 안끝나 30분이 지연된다고 했다. 그쯤에서 나왔어야 했다. 상품이 탐이 나 앉아 있다가 우리가 번개맨이나 보던 그런 꼬꼬마는 이제 지났다는 초등들의 원성을 샀다. 또 아이들이 제일 화난 건 도전골든벨을 하는데 아무리 손을 먼저 들어도 진행자가 튼튼아저씨라 그런지 미취학 유아들만 시켰기 때문이다. 이건 어느 행사장을 가든 그렇다. 귀여움 뿜뿜 뿜는 쪼꼬미들 가득한데 내눈에만 귀여운 초등 아이들을 뽑아줄 리가.

 

조삼모사에 나오는 그 원숭이들처럼 무지막지하게 항의하는 아들을 데리고 일단 사내애를 다루는 1원칙을 실행하기로 했다. 일단 맥인다.

 

구세주같이 아니 구세군같이 전당 사방에 마약떡볶이, 타코야끼, 닭강정, 스테이크 등 트럭들이 늘어 서 있었다.  일단 초등들의 분노를 달래기에는 떡볶이가 제격이었다. 이집 잘하네, 시전.

 

급기야 그래도 나오길 잘했어. 엄마가 늘 고생이지, 로 훈훈한 칭찬이 이어졌다.

 

5시 정도 되니 조명이 켜지고 뭔가 정말 성탄 분위기.

 

 

 

 

대형트리와 오색미로가 늘어서 있고 스탬프를 받으면 럭키백을 준다고 했지만 그냥 천천히 둘러보고 더 복잡해지기 전에 집으로 가기로 했다.

 

 

 

 

 

작년 이맘때에 전당 마당에 세월호 조형물에 불이 들어왔었고 집회 하느라 왔었는데

이런 장관을 보니 뭉클하다.

 

정말 이제 곧 새해로구나.

 

아이들 수수께끼 그대로

 

먹기 싫어도 먹어야만 하는 것이 많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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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불행하지 않습니다
김보통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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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만자>, <D.P. 개의 날>로 유명한 만화가 김보통 님이 대기업 사원, 백수, 습작기를 거치는 과정이 담담하게 담겨 있다.

 

평생 제대로 된 직장에 다니지 못했던 작가의 아버지는 아들에게 좋은 대학에 가서 대기업에 취직하는 것만이 살길이라고 한다. 작가는 아버지의 원을 쫓아 그리고 어느 정도는 자신의 바람대로 대기업에 입사해 한동안 자랑스러워한다. 그러나 입사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불합리한 조직문화, 비인격적 대우에 질려버린다.

 

다들 회사 밖은 늑대나 이리가 출몰하는 곳이라고 겁을 주지만, 실은 안온한 그곳에서 양들은 털을 밀리며 그렇게 버티는 것이었다.

 

김보통은 회사를 관두고 무작정 따뜻한 데를 찾아 오키나와에 머문다. 그곳에서 특별한 의미를 찾을 것이라 생각하나 큰 성과는 없었고 돌아와서 퇴직금으로 작은 도서관을 해보려다 여러 현실적 문제에 부딪친다. 아마 제도적으로 도움을 받아 도서관을 열었다 해도 잘 되었을지는 모르겠다.

 

트위터에서 사람들 프로필을 무작정 그려주는 일을 하다가 최규석 작가와 연이 닿은 데부터 성공신화?가 시작된다. 김보통 님만의 소박한 그림체로 300여 명의 얼굴 사진이 나오는 페이지를 폈을 때는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결말이 해피엔딩이라 다행이지만 인생을 건 모험, 도박이었다.

누군지 무척 궁금한 잘나가는 영화감독인 친구의 말도 쓰라리게 다가왔다. 어떤 패가 있는지도 모르고 무작정 다 보여야 한다는 것.

 

다행히 보통의 패는 그 시점에서 적중했다.

 

행복하지는 않지만 불행하지만 않으면 된다는 그런 마음으로 묵묵히 오다가 이른 길이었다.

 

그런데 정말 평범? 보통? 인 사람들에게 이런 길이 펼쳐질지는 미지수이다. 작가는 그래도 학창 시절에 선생님이 주시할 정도로 그림에 재능도 있었고 지겨웠다고는 하지만 대기업에서 4년이나 버티었던 근성? 도 있었다.

 

그래도 노력하면 나처럼 된다, 는 식이 아니라 담담하게 이렇게 지내다 어쩌다 잘 되었네요, 하는 투라서 잘 읽었다.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백수였는데 오늘부터 만화가라고 소개하는 부분에서 찡했다.

 

인터뷰에 항상 고독이 탈을 쓰고 그랬는데도 김보통 치면 대기업 00이 연관 검색어로 뜬다. ㅋ

 

만화 그리기보다 사실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을 제일 좋아하고 고용을 늘리기 위해 어시를 더 쓰고 자신이 하는 말의 거의 반이 뻥이라는 작가를 오래 지켜보아야겠다.  

 

그때

다행히 아직도 불행하진 않다, 면

정말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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