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새벽에 산타 노릇하느라 잠을 설치고 나서 독일 인스턴트 커피 다비도프를 마시며 쓴다.

 

왠지 베를린 일기는 이런 풍으로 시작해야 할듯하다. 어느 독립서점 순례 블로거가 추천해서 보는 중이다. 새벽에 요새 2시 정도에 자주 깨는데 깨면 반자동적으로 집어들게 된다.

 

와이파이의 노예이자 조선인 양경종과 강한 유대감을 품고 사는 아시안 호구인 저자의 잔잔하고 별것없는 일상이 감사할 뿐이다. 중간중간 아버지의 부채라든가 중년의 막막함도 보이지만 20대 청년이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듯한 통통 튀는 말투가 카와이 !

 

일기의 힘이 있다면 이런 식일  때 나오는 것. 일상의 작은 사건에서 생각할 거리를 발견하고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그러나 파괴적이지 않게 유머러스하게 분출한다.

 

게다가 베를린, 독일, 독일문화에 대한 이해를 볼 수 있다.

 

토요일 23일부터 성탄 연휴여서 애들 데리고 아시아문화전당을 찾았다. 어린이체험관은 마르고 닳도록 다녀서 어린이문화원 내 도서관에서 3시간이나 있었다.

 

 

 

 

 

 

 

 

 

 

 

 

 

 

 

 

애들이 울고 뛰어다녀 어수선한 가운데 <퓰리처상 사진집>을 넘겨보았고

 

아들은 강풀 <26년>을, 딸은 <다이어터>를 보았다. 요즘 어른들 보는 만화에 맛들려 닥치는 대로 보고 있다. ㅜ.ㅠ

 

물론 중간중간 다른 만화책, 그림책도 쌓아두고 보았다.

 

 

 

 

 

 

 

 

 

 

 

 

 

 

23일엔 정말 유독 미취학 아동이 도서관에 많았지만 대략 6년 전의 나를 떠올리며 참기로 했다. 분명 시내 나오면 깔리고 치여서 죽겠지만 집에서 심심해 죽는 것보다는 낫겠다는 판단에 아기띠하고 이고 지며 나왔을 터.

 

4시에 튼튼 아저씨 공연을 한다고 해서 앉았는데 옆 공연장 공연이 안끝나 30분이 지연된다고 했다. 그쯤에서 나왔어야 했다. 상품이 탐이 나 앉아 있다가 우리가 번개맨이나 보던 그런 꼬꼬마는 이제 지났다는 초등들의 원성을 샀다. 또 아이들이 제일 화난 건 도전골든벨을 하는데 아무리 손을 먼저 들어도 진행자가 튼튼아저씨라 그런지 미취학 유아들만 시켰기 때문이다. 이건 어느 행사장을 가든 그렇다. 귀여움 뿜뿜 뿜는 쪼꼬미들 가득한데 내눈에만 귀여운 초등 아이들을 뽑아줄 리가.

 

조삼모사에 나오는 그 원숭이들처럼 무지막지하게 항의하는 아들을 데리고 일단 사내애를 다루는 1원칙을 실행하기로 했다. 일단 맥인다.

 

구세주같이 아니 구세군같이 전당 사방에 마약떡볶이, 타코야끼, 닭강정, 스테이크 등 트럭들이 늘어 서 있었다.  일단 초등들의 분노를 달래기에는 떡볶이가 제격이었다. 이집 잘하네, 시전.

 

급기야 그래도 나오길 잘했어. 엄마가 늘 고생이지, 로 훈훈한 칭찬이 이어졌다.

 

5시 정도 되니 조명이 켜지고 뭔가 정말 성탄 분위기.

 

 

 

 

대형트리와 오색미로가 늘어서 있고 스탬프를 받으면 럭키백을 준다고 했지만 그냥 천천히 둘러보고 더 복잡해지기 전에 집으로 가기로 했다.

 

 

 

 

 

작년 이맘때에 전당 마당에 세월호 조형물에 불이 들어왔었고 집회 하느라 왔었는데

이런 장관을 보니 뭉클하다.

 

정말 이제 곧 새해로구나.

 

아이들 수수께끼 그대로

 

먹기 싫어도 먹어야만 하는 것이 많구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