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2018년 새해 첫날.

 

올해는 선생님들 복장 터지는 한 해가 될듯하다.

 

화나면 한구석에서 조용히 '이천OO년' 하고는

뭐라고 했어 하면 그냥 올해 얘기한 거예요, 할 아이들이 분명 있을 것이다.

 

우리집에서는 하나의 해결책으로 -년도를 끝에 꼭 붙여 얘기하기로 했다.

 

 

 

*

 

어제 읽은, 아니 읽다 둔 책은 <한국인의 관계심리학>이다.

 

심도 있는 건 아니지만 내가 생각하던 부분과 많이 비슷하다.

 

다시 말해 기쁨은 범문화적인 감정이지만 어떤 사람은 내적인 경계 안에서 기쁨을 느끼는 반면, 다른 사람은 내적인 영역을 넘어 타인의 마음에 비춰지는 자신을 알고 난 뒤에야 기쁨을 느낀다. 이 사실은 나와 타인 사이의 최적의 거리는 개인적이고 문화적인 차이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34-35쪽

 

 

즉, 미국인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계와 한국인에게 중요한 관계는 둘 중에 한 가지를 선택하는 문제가 아니라, 대화할 수 있고 통합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해야 할 문제이다.-56쪽

 

건강한 분화는 '따로 또 같이'의 느낌이 지속되는 과정이다. 분명 한국의 부모와 자녀들은 '따로 또 같이'가 가능한 문화자원을 가지고 있다. 부모와 자녀는 따로 떨어져 살지만 늘 함께 있다는 느낌을 공유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지켜야 할 '관계적 경계'이다.-84쪽

 

 

모든 관계에서 '건강한 분화'를 맛보고 싶다.

 

어제도 역시 엄마 전화가 많이 왔고 위로도 했다가 아닌 것은 바로잡기도 하다 지쳐서 포기했다.

환자에게는 역시 '건강한 분화'보다 전폭적인 지지와 애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나도 3일간 아이들 수발에 지쳐서 더 이상 잘할 수는 없었다.

 

전화를 받고 다시 걸기도 하고 이게 나의 최선,

나를 괴롭히지 말아야지.

 

 

 

*

 

아침에 떡국을 끓여 아이들과 먹었다.

 

신년을 맞아 아버지와 아들은 목욕탕에 갔다.

 

그리고 딸아이는 친구엄마와 친구랑 갔다. 엥?

 

여기 이사와서 거의 5년을 알고 지낸 엄마지만 같이 목욕가는 걸 아직 못 하고 있다. 정말 목욕탕에 가고 싶을 때면 동네에서 좀 떨어진 곳으로 간다.

 

아들은 목욕을 마치고 학습만화와 손글씨 교정 책을 들고 왔다. 아빠가 하루 몇 쪽 하라고 숙제 내준 걸로 잔뜩 부어 있었다. 결국 이걸 매일 시키는 건 내 숙제가 될 텐데.

 

요즘 아이들은 고학년 정도 되면 손글씨 잘 쓰는 아이가 적은듯하다. 순전히 내 느낌이다. 통계를 내본 것도 아니고 우리 아이들과 그 친구들, 나와 수업한 일부 아이들로 미루어 짐작한 것일 뿐이다.

 

80년대 90년대 말에는 필통도 하드보드지로 만들고 이런저런 -장을 만들기도 하고 학교 필기량도 상당했지만 요즘은 별로 그렇지 않다. 일 년을 마치고 보내온 공책을 보니 세 장인가 썼다. 교수학습의 방식이 많이 바뀌어 그렇다는 것도 알지만 아쉽다.

 

쓰고 말하면서 공부하는 방식도 낡은 것만은 아니다.

순수 '읽기'를 시키지도 않고 쓰기도 잘 하지 않는다. 듣기는 더더욱 잘 하지 않는다.

이런 교육을 제대로 할 여건이 안 되는 것도 안다.

 

듣고 읽고 쓰고 말하고 인데 '말하기'에 비중을 많이 둔다. '이해'가 먼저이고 '표현'인데 '표현'이 눈에 띄기 때문에 그쪽에 더 치중한다. 듣고 읽은 바가 적은데 '말하기' 역시 쉬울 리가 없다.

 

아이들의 언어로 풀어서 같이 계속 고민해보고 싶다.

 

 

다시 글씨 얘기로 돌아가 아들은 저학년에는 나름대로 글씨가 볼 만했는데 요즘은 도무지 알아볼 수 없게 흘겨쓴다. 원인은 급한 성격과 글씨 쓰기 싫어하는 마음 때문이다. 숙제는 대충하고 놀고 싶다. 십대 초반 남자애라면 다들 그럴 것이다. 이해는 하지만 어느 정도는 교정해주어야 한다. 오래 걸릴듯하다.  일단 글씨를 잘 쓰고 싶은 마음, '동기'가 전혀 없다.

 

아들은 앞으로 디지털 세상에서 글씨 쓸일이 뭐가 있고 내가 이걸 왜 해야 하냐고 항변한다. 설득하고 달래고 감정을 받아주는 건 엄마 몫이다. 

 

글씨를 잘 쓴다는 건 남이 알아보기는 쉬울 정도는 되어야 한다, 현재는 너만 아는 글씨이다.

ㄹ, ㅁ, ㅇ 구분이 안되고 글씨 크기도 제각각이다.

 

 

 

 

 

 

 

 

 

 

 

 

 

 

 

 

 

 

 

 

 알라딘 상무점에 가서 사온 책들이다. 책 팔러 가서 오히려 애들 책이며 이런저런 책들을 잔뜩 더 사왔다.

 애들 아빠가 고른 책이다. <정의란 무엇인가>는 나도 읽을 듯하다.

 

 

 

 

 

 

 

 

 

 

 

 

알라딘 상무점은 규모는 충장로보다 적지만 주차가 편하다. 원형방석도 집 의자에 사이즈가 맞을 듯해 사보았다.

 

어제 역시 그럭저럭 보내고 9시에 잠들어 3시에 깼다.

 

11시에 잠들어 5-6시 정도면 좋을 텐데.

 

아이 키우며 수면 장애 11년

그래도 이 정도면 살 만하다.

 

새해에는 커피와 맥주를 줄이고

예능도 좀 덜 보고 책도 덜 보고

운동을 뭔가 찾아서 해야겠다.

 

집밥에 더 많이 신경을 써야겠다.

 

내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겠다.

하고 싶은 일 말고 돈이 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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