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문 종합영어
송성문 지음 / 성문출판사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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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성문과 정석의 이름을 모르는 인문계 고등학생이 있을까? 아마 80%는 그 이름을 알고 있을 테고, 그 중 80%는 그 이름을 떠올리는 것만으로 치를 떨지 않을까? ^^

성문종합영어는 실력정석과 기본정석과의 차이와는 달리, 성문기본영어와 여러 면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한마디로 그 내용이 정말 빵빵하다. 직장인들조차도 영어 공부를 어떻게 좀 하려고 할 때 제일 먼저 찾는 것이 성문종합영어다(물론 그것이 그다지 효과적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그만큼 분량도 많고, 수준도 높다는 뜻이다. 영어에 도통(?)하지 않는 한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내던질 수 있는 책이 아니다.

그러나 솔직히 얘기하자면, 나는 수능 세대이기 때문에 이 성문종합영어 한 권을 마스터할 시간이 없었다. 수능 점수를 잘 맞기 위해서, 테크닉 위주의 두껍지 않으면서도 효과적인 문제집들을 풀어야만 했다(학교 방침도 그랬다. 성문 가르치는 학교는 본 적이 없다). 그러나 수능은 성문의 방대함에 비하면 영어의 아주 작은 부분밖에는 다루지 못한다. 앞으로의 입시에서 수능의 비율이 줄어든다고 하니, 다시 한 번 성문의 르네상스가 펼쳐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

물론 영어가 입시에서 끝날 사람이라면 상관없겠지만(그런 사람이 있을까?), 대부분의 사람은 이른바 세계화 시대라는 이 시대에 적응하기 위해 영어를 잘하도록 강요받을 것이다. 영어를 잘함이 시험을 통해서만 평가받는다면, 물론 점수를 위한 테크닉도 공부해야 한다. 그러나 왕도가 없다는 영어의 길에서 한 가지 정도로 자리를 지키고 있는 성문종합영어를, 최소한의 기본으로 추천한다.

2001. 1. 3 f.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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엣센스 영한사전 (8판) - 전면개정판
민중서림 편집국 엮음 / 민중서림 / 200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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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많고 많은 영한사전이 있다. 사전을 사서 영어 공부를 하기도 전에, 어느 사전이 좋은가 하는 문제에 막혀버리는 건 아닌지. 어떤 사전이 가장 좋은지 완벽하게 말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생각해 보건대 엣센스 영한사전이 아닐까 한다.

93년 처음으로 사전이라는 것을 받았다. 그것이 엣센스 영한사전 5판이었다. 그 후로 영어 공부를 하며 엣센스 외에도 여러 사전을 썼다. 프라임, 엘리트, 뉴에이스, 롱맨, 혼비. 모두 각각의 장단점이 있다. 영한사전에 대해서만 언급하므로 롱맨, 혼비에 대한 논의는 하지 않는다.

엣센스 영한사전은 어원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 그것은 뉴에이스나 프라임만 써봐도 당장 알게 된다.(단, 엣센스 영영이나 영영한의 경우에는 부족하지만 어원에 대한 설명이 꽤 실려있다.) 그렇다고 뉴에이스나 프라임이 모든 면에서 다 뛰어나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뉴에이스의 경우 엣센스와 같은 단어의 빈도에 따른 분류도 없고, 활자도 읽기 힘들다. 프라임은 어원의 설명이 지나치게 길어지는 경우가 많고, 엣센스보다 훨씬 동의어나 반의어를 찾기 힘들게 되어 있다.

그런데 엣센스 영한사전의 경우, 그 장점이 단점보다 훨씬 많다. 사실 어원에 대해서는 사전에 어느 정도 언급이 되어 있다면 도움이 될지도 모르지만, 어차피 사전으로 어원에 대한 정보를 모두 얻을 수는 없다. 즉, 어원에 대해서라면 사전 외에 다른 교재가 필요한 것이다. 엣센스는 어원에 대한 설명은 빈약해도, 가독성이 매우 좋고, 분류체제도 우수하다. 특히 동의어의 사용예에 있어서 타 사전의 추종을 불허한다. 예(example)에 있어서도 그렇게 많은 편은 아니지만 문장들이 하나같이 필수적인 요소를 간과하지 않고 있다.

그런 이유로 엣센스는 Essence인 것이다. 정말로 필수불가결한(essential) 요소들은 놓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이것이 과거에 걸쳐 지금과 같은 사전의 전국시대에서까지도 엣센스 영한사전을 최고로 꼽을 수 있는 이유가 아닌가 싶다.

00.12.9 f.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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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문카무이 1
YOSHIHIRO SAEGUSA / 학산문화사(만화) / 199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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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과 살인마가 숨어 있는 산에 고립된 인물들의 이야기를 그린 만화다. 극단적이고 굉장히 위험한 장소에 고립,조난된 인물들이 자기들끼리 불신하게 되는 등의 심리를 그리는 설정은 그리 낯설지 않다. 만화라면 대표적으로 <드래곤 헤드>가 있고, 영화라면 최근 개봉작으로 <에일리언 2020(원제: 피치 블랙)>가 있다. 인간은 극한 상황에 처하게 되면 이성을 잃고 동물적인 본능에 의지하게 된다. 이는 모두가 알고 있는, 또는 익히 들어 진부해진 소재이다. 차별점은 그러한 극한 상황에 대한 그럴 듯한 설정과, 추악한 인간의 동물적 면모에 대한 적나라한 묘사에서만 나타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키문카무이>는 나름대로 훌륭한 작품이다. 인물들이 산에서 고립될 수 밖에 없었던 상황이 매우 그럴 듯 하기 때문이다.(사실 탈옥한 살인마가 하필 그 산으로 도망친 것은 굉장한 우연이지만.) 또한 인간의 이기적인 모습들도 잘 그려내고 있다. 등장하는 어른들은 거의 대부분이 지극히 현실적이고 타산적이다. 자기가 살기 위해 남을 희생시키는, 그런 아주아주 현실적인 모습들 말이다.

그러나 작가는 만화를 단지 '소년 만화'로 묶어버린다. 결국 그러한 이기적인 어른들은 죽고, 인간으로서의 긍지를 고수하는 순수한 중학생들은 위기를 넘기고 살아남는다. 또 그러한 상황에서 강한 인간이 약한 인간에게 할 수 있는 온갖 악행을 그는 표현하지 않는다. 좀 나이브하다고 해야 할까. 성인 만화를 보다 보면 이런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

엔딩에서도 교훈과 감동을 남기려고 아주 애를 쓰고 있다. 결국 중학생들이 만났었던 곰 '쿠로'는 식인곰이 아니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늙은 사냥꾼은 쿠로도 식인곰이 될 것이라고 하며 쿠로를 쏴 죽인다. 그리고 쓸쓸하게 말한다. 다 인간이 잘못이라고. 말이야 맞다. 인간이 잘못이지. 그래도 살아야 하기에 비굴한 거다. 그 할아버지는 무슨 생각으로 그런 말을 했을까. 암튼 깊이 생각하지 않는다면 100% 맞는 말이다. 인간이 잘못이여.

공포 속에서 맞닥뜨리게되는, 진정한 인간성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에 대해 소년 만화식으로 교훈적인 해답을 내리는 만화다. 좋은 점을 더 쓰자면 --; 깔끔한 그림과 곰이라는 조금 특이한 소재가 돋보였다. 이 만화를 좋아한다면 <드래곤 헤드> 역시 적극 권하고 싶다.

2001. 2.12 by f.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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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 가득한 집 1
시노 유키코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199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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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단순한 순정으로 치부하기엔 뭔가 놓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웬만해선 순정을 거의 안 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하긴 작품 전체가 전달하려는 메세지는 없는지도 모른다. 어차피 옴니버스니까.

하지만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너무나 공감가는 대사와 상황들이 많다. 엄마 친구(-_-;)가 늘어놓는 불평 - 자기가 좋아하는 남자가 다른 여자들에게도 친절하다는 - 을 듣고 있으면, 당연한 얘기인데도 불구하고 끝까지 대사를 읽으며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것이다. 가끔은 가슴 뭉클한 이야기들도 있고 말이다. 작가는 내러티브를 섬세하게 풀어서 그려내는 능력이 뛰어난 것 같다.

또 한 가지 이 만화에서 인상깊었던 것은 딸 미키의 행동들이다. 어린 아이의 눈으로 보는 세상. 너무나도 순수했던, 떼묻지 않았던 어린 아이의 마음을 잃어버린 나 같은 사람은(-_-;) 감개무량하게 미키를 볼 수밖에 없었다. [생각하는 개]에서 막내딸 카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이런 미키 때문인지 감수성 예민한 엄마도 곧잘 자기 혼자만의 상상의 세계로 날아가버리곤(-_-;;;) 하는데, 이것 또한 재미있고, 가슴에 다가온다. 도대체 우리들은 얼마나 삭막하게 살고 있는 것인가.

하지만 14권이란 분량은 한꺼번에 보기엔 좀 부담스러웠다. 이런 만화는 한 권 한 권 천천히 보는 쪽이 훨씬 더 많이 생각하고 느끼며 볼 수 있는 것 같다. 나도 [행복이 가득한 집]에서 살았으면 좋겠다. 나이브한 꿈이지만.

2001. 3.31 by f.y.
2006. 1. 1 몇 글자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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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집으로 와요 1
하라 히데노리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199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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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겨울 이야기]의 작가 하라 히데노리의 작품이다. [겨울 이야기]보다 나중 작품인 만큼 그림체가 [겨울 이야기] 때보다 훨씬 나아졌다. 특히 아야는 너무 이쁘다. 물론 그림체만 나아진 것은 아니다. 그의 탁월한 심리묘사는 작품을 단순한 로맨스물로 취급될 수 없도록 만든다.

만화는 처음 만난 남녀가 하룻밤을 지내고 다음날 아침 깨어나면서 시작된다.(역시 일본이다.) 둘은 자연스럽게 동거를 하는 사이가 되고, 서로의 꿈을 이루어나가기 위해 노력한다. 마키오는 아야에 비하면 뒤쳐지긴 하나 사진 작가의 꿈을 잃지 않고, 아야는 실력있는 피아노 연주자로 인정받아 앨범까지 내게 된다.([내 집으로 와요(Come On A My House)]가 바로 그 앨범명이다.)

이렇게 순조로운 둘의 사이는 - 으레 그렇듯이 - 위협을 받기 시작한다. 먼저 아야가 예전에 사랑했던 남자로 인해 삼각관계 비슷한 관계가 잠시 형성되는데, 아야가 마키오를 택하게 되는 것으로 해결이 된다. 다음으로 아야의 피아노 연주자로서의 성공으로부터 마키오는 열등감 또는 위화감 같은 것을 느끼며 자책하게 된다. 그렇지 않아도 아야가 연상인데에 컴플렉스를 가지고 있었을텐데 말이다. 내가 마키오와 같은 상황이었다면 나 역시 똑같았을 거라고 생각이 들만큼 작가는 이 남녀의 심리를 잘 묘사해내고 있다. 둘의 사이가 아주 조금씩 벌어지는 것은 이 때부터다. 그러다 마키오도 성공적으로 사진 작가로 데뷰하게 되고, 찍는 사진마다 대성공을 거둔다.(-_-;)

그렇게 둘 다 성공했으니 그것으로 순조롭게 끝나는 걸까? 물론 아니다. 둘은 오히려 자신이 좇아왔던 바로 그 꿈 때문에 헤어지게 된다. 결정적으로 마키오가 아야와 일 둘 사이에서 일을 선택하기 때문이다. 이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고민 많이 했다. 결론은, 마키오가 아야를 정말정말로 사랑했다면 그렇게 쉽게 아야를 포기하지는 않았을 것이란 거다. 그는 '잠시' 동안만 아야를 사랑했다. 그러다 사진 작가로서 전성기를 맞이하게 되자, 일에 대한 열정이 아야에 대한 사랑을 넘어섰고, 그녀를 행복하게 해줄 수 없다고 판단했기에 그녀를 보낸 것이다.

아마도 마키오는 언젠가 일에 지칠 때, 다시 사랑을 찾게 될 것이다. 그게 꼭 아야라는 보장은 없다. 마키오와 아야의 사랑은, 적어도 마키오에게 있어서는, easy-come easy-go였다. 그러니 또 한 번 그런 사랑을 하지 못하란 법도 없다. 사실 쉽게 시작된 그들의 관계는 처음부터 계약 동거였는지도 모른다. 사랑이라 부르면 사랑인 건고, 계약 동거라고 부르면 계약 동거인 거고.

어딘지 씁쓸한 기분이 들게 된다. 엔딩 장면에서 떠나가는 아야 역시 같은 기분이었을까. 꿈이란 무엇인지, 일이란 무엇인지, 사랑이란 무엇인지. 많은 질문과 여운을 남기는 작품이다. 과연 아다치 미츠루였다면 이런 만화를 그리지 못했을 거라는 의견에 동의하게 된다. 추천하고 싶은 작품이다.

2001. 3.31
by f.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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